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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 X, 감사합니다. 포기하지 않아주셔서.

    네티즌 수사대 자로의 세월 X 필리버스터 다큐 

    8시간 49분 풀버젼을 보다가 시간 가는 줄을 몰랐어요. 결국 밤을 꼴딱 새게 되드라고요. 


    Sewol X의 구성은 전 20개의 chapter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전체 9시간 가까이에 달하는 영상에 대한 느낌은 한 마디로 경이적입니다. 


    이렇게 긴 영상을 만들었다는 게 놀라운 게 아니고, 자기와는 아무 상관 없을 수도 있는 사람들 - 희생자들과 그를 둘러싼 배의 이야기를 이토록 면밀하게 분석하고 또 분석해서 2년이나 포기하지 않고 파고들었다는 데에  계속 놀랐습니다. 



    검찰과 정부의 수사는 세월호 사고의 원인을 과적, 조타실수, 고박불량, 선체 복원력 부실로 결론지은 지 오래이고, 대법원은 작년 11월 이준석 강원식 김영호 등 주요 선원들에게 무기징역, 징역 7년 등 아주 무거운 형량을 확정지었어요. 


    그러나 해경 수뇌부를 비롯한 핵심 관련자들은 수사도 재판도 없이 기소조차 되지 않고 멀쩡하게 지나갔지요.



    청해진 해운의 모기업으로 알려진 세모의 회장은 변사체를 놓고 사망했다고 발표.... 즉, 몇 백명이 한꺼번에 물에 빠져 죽은 이 말도 안되는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의 화살을 전부 배의 승무원과 '이미 죽은' 노인한테 국한해서 처벌을 하고 끝낸 겁니다. 


    국가, 즉 해양수산부, 청와대, 해경, 검찰, 법원. 관계 있는 모든 권력기관에서 세월호의 원인 분석 및 피의자들에 대한 형을 확정한 이후인 거에요. 



    이 마당에 


    "배가 침몰한 원인은 그게 아니다. 국가와, 검찰과 법원에서 이미 판정해 버렸지만 진짜 원인은 따로 있고 진짜 범인은 걔네들이 아니다." 

    이렇게 말을 꺼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꺼에요. 


    다큐를 만든 '자로'씨는 예전부터 반복해서 얘기한 바 있습니다. "너무 두렵다"  



    처음에 이 영상을 열 때부터 궁금했던 점이 그거였어요.  

    왜 이토록 복잡한 자료 정리를 거쳐 Sewol X를 만들게 된 것일까? 


    8시간 49분. 혼자서 말도 못하게 많은 자료를 취합하고 분류하고, 정리하고, 복잡한 역학 방정식을 계산하고 알지도 못하는 유체 역학 이론을 책을 보면서 공부하고....... 그렇게 2년동안,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이 일에 매달렸다고 합니다. 


    왜였을까요?  어찌 보면 자기와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에 대한 열정의 이유는 과연 뭐였을까요..  


    자식을 떠나보낸 어떤 아버지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열정을 보여준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그 심정에 공감이 왔습니다. 


    누군가는 이 사건을 계속 덮으려고 합니다. 특조위도 강제로 해체시키고......,  


    수사 당국의 입장에선 새로운 사실이 알려지거나 기존의 결론과 다른 결론이 나온다는 건 자신들의 치부 또는 헛점을 드러내는 것이 되기 때문에 좋을 리가 없지요.   



    어쩌면, 사고, 구조, 수사, 인양, 처음부터 끝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건 전부 다 지독히 의도적이지는 않았을까. 지금까지도 말이 맨날 바뀌고 인양되지 못하는 세월호를 보노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우리같이 세월호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람들조차, 배가 가라앉고 죽음을 눈앞에 둔 것도 모른 채 천진난만하게 장난치고 말하고 있는 과거 영상 속의 아이들을 보면서 지금도 느끼고 있는 건 이런 겁니다. 


    답답함, 진실에 대한 갈망, 미안함, 죄스러움. 

    그리고 분노. 


    어쩌면 거의 모든 우리 나라 사람들이, 그런 정서를 다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몇 주 동안 백만이 넘는 시민들이 광장에 모였던 사건도 결국 그 중심에는 세월호가 있었지 않았나 생각하게 됩니다. 


    그 어이없는 죽음들 이후에 억눌려져 왔던 이들이, 한번의 계기가 생기자 그 분노가 동시에 터져나왔다고 생각됩니다. 




    그걸 "세월호 효과" 라고 부를 수도 있을 듯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히 배가 가라앉은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모든 모순과 부정, 부패, 유착, 커넥션, 비리, 거짓, 조작, 탐욕, 허위, 이런 것들이 추악하게 한데 뭉쳐져서 저 어두운 곳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겁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든 어둡고 추잡한 모습들이 바로 저기에 같이 뭉뚱그려져 있습니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 내는 문제는, 좌파냐 우파냐의 문제도 아니고 야당 여당의 문제도 아닙니다. 손석희 앵커가 말했던가요.  그건 삶과 죽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살아 있는 자들은 지금도 죄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 죄도 없이, 아무 영문도 모른 채, 변변한 구조 작업조차 없이 그 어두운 바닷물 속에 잠긴 이들을 그저 구경하고만 있었던 사람 중 하나로서는, 죄인과 같은 마음일 수밖에요.  



    자식을 잃고 살아도 산 것같질 않게 2년을 보내고 있는 그 부모들이 울먹이는 걸 보면 도저히 눈물이 참으려 해도 참아지지 않습니다. 



    해군은 왜 이 사건의 핵심적인 증거를 공개하지 않는 건지. 보안때문이라고 하는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보안이 어디 있다는 건지.


    너무나 많은 정황과 증거, 목격담이 검찰/정부 발표와 다른데 어찌해서 계속 무시되는지. 

    세월호 특별조사 위원회는 왜 정부 마음대로 문을 닫게 했는지. 


    왜 해경 수뇌부를 비롯한 핵심 관련자들은 수사도 재판도 없이 기소조차 되지 않았는지. 

    왜 구조대는 승객은 하나도 구하지 않고 선원들부터 구조했는지. 


    왜 세월호는 인양하지 않고 이젠 증거 인멸하듯 아예 선체를 조각내겠다고 하는지. 

    그 무엇보다도, 행정부 수반은 어째서 이 문제를 자기하고 관련 없는 일이라 하는지. 




    세월호를 밝은 빛 아래 끌어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습니다. 


    세월호가 이대로 어둠 속에 가라앉아 있으면, 그 모든 의혹들이 남김없이 해소되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도 같이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는 여기에서 옳고 그름을 누구도 떳떳이 얘기할 수도 없을 것이고, 

    수없이 많은 꽃다운 넋들이 내려다 보는 하늘 아래 살아가며 감히 젊음과 아름다움도 부끄러움 없이 말하고 다닐 수 없을 겁니다. 



    세월 X 를 만드신 분들, 세월호 특조위 분들, 그리고 지금도 진실을 어둠 속에서 끌어내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으시는 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포기하지 않아주셔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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