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축이냐, 아니냐?
오늘은 구형구축에 대한 질문들을 소재로 한 포스팅을 올려드리겠습니다.
구축은 그 근본이 가슴이 느껴지는 감촉에 대한 것이므로 사실은 굉장히 주관적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환자분들과 얘기를 나눌 때 애매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많은 환자분들이 '나는 구축입니까? 아닙니까?' 라고 질문들을 하십니다.
구축에 대한 베이커씨 분류 (Baker's Grade) 는 인터넷을 쳐 보면 아주 쉽게 검색될 수 있는 것인데, 지금 다시 한번 정리를 해 볼까요.
Grade 1 ; 정상적으로 부드럽고 모양은 자연스러움
Grade 2 ; 약간 단단한 느낌 (a little firm), 모양은 자연스러움
Grade 3 ; 단단하게 느껴지면서 모양도 부자연스러움
Grade 4 ; 딱딱하고 (hard) 굳은 느낌, 만지면 통증, 모양 부자연스러움.
위의 베이커씨 분류를 보면 '아 그렇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이시는 분이 과연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분류 자체가 굉장히 주관적입니다. 사실상 임상적으로 아무 의미 없는 분류라고도 할 수 있어요.
"단단하다", "딱딱하다", "부자연스럽다" 이런 것들이 사람 따라 죄다 다르게 평가할 수 있는 대목들이거든요.
실제 임상에서는
'좀 단단하긴 하지만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구축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재수술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다'
'의사가 볼 때는 구축이지만 환자 본인이 비정상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등등 굉장히 애매한 경우가 많이 혼재되어 있어요.
그래서 저는 베이커씨 분류를 그다지 많이 인용하질 않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구축을 판단하고, 무엇으로 비정상을 판별하며, 무엇으로 재수술 필요 여부를 판정할 것인가?
첫째는 진료하는 의사의 느낌인데 그게 너무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어요.
현대의 실험 과학은 모든 판정에 있어 뚜렷하게 증명될 수 있는 준거가 있어야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인데 이런 부분은 거기에서 약간 빗겨나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즉 경험 많은 의사가 '이 경우는 문제가 있다.' 라고 판단하느냐, 아니냐가 진단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래서 성형외과학은 science 이면서 동시에 art 이기도 하다고들 말합니다만....)
둘째는 수술받은 환자의 문제의식입니다.
그 또한 주관적이긴 하죠. 그런데, 어쨌든 가슴 확대 수술은 미용수술이고, 미용 목적의 수술은 그것을 받은 환자의 만족감이 항상 주 관심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이 가슴의 느낌이 정말 싫다' 이렇게 받아들이고 있는 환자한테 아무 것도 안 하고 있기는 힘듭니다.
반대로 의사는 구축이라고 판정했는데 환자가 '나는 이 가슴의 감촉에서 아무런 문제도 느끼지 못한다.' 라고 말하는 데에도 불구 그 가슴에 대해 뭔가를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결국, 의사의 경험과 환자의 느낌을 종합해서 앞으로의 치료 방향을 결정해 나가는 과정이 구축에 대한 대처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여러 가지 함정들이 있습니다.
영어로 firm 하다. 라는 건 단단한. 이라는 뜻도 있지만, 굳건한, 확정된, 안정된. 이라는 뜻도 있어요.
영어로 hard 하다. 라는 건 딱딱한, 단단한, 굳은. 이런 뜻이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나누곤 합니다. 가슴이 Firm 한 상태 ; 피막이 두꺼워서 가슴을 흔들어 보면 보형물이 이쪽 저쪽으로 움직이는 유동성이 떨어져 보이는 상태로서 보고 구축의 낮은 단계로 생각합니다.
가슴이 hard한 상태 ; 피막이 심하게 두꺼워서 가슴을 흔들어 보면 가슴 전체가 유동성이 떨어져 있는 상태로서 보고 구축의 심한 단계로 생각하는 겁니다.
즉 환자의 가슴을 좌우 위 아래로 흔들어 볼 때 보형물이 잡혀 있는 상태, (firm breast) 와, 가슴이 잡혀 있는 상태 (hard breast)로 나누는 겁니다.
보형물만 유동성이 없는 단계에서는 가슴은 표면적으로는 별로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가 실질적으로는 가슴 전체가 단단하게 느껴지는 경우보다 훨씬 많고요. 이 단계에서는 재수술 결정을 내릴 수도 있고 그대로 두고 볼 수도 있습니다.
대체적으로는 firm breast의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좀 더 두고 보는 편입니다.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인 거죠.
가슴이 단단하게 느껴진다는 그 feeling 만으로 재수술을 결정할 수는 없는 게, 재수술을 하면 구축의 우려가 완전히 종식된다는 법이 없기 때문이에요. 즉 재수술이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것인데, 포켓을 연다는 행위 자체가 또 하나의 오염 소스가 되기 때문에 그 이후에 구축이라는 문제가 100% 해결되지 않을 수가 있고, 따라서 재수술은 '이 경우는 재수술이 아니고서는 안되겠다' 라는 판단이 들 때에만 들어가야 합니다.
환자분들 본인이 '저는 구축인 것같아요, 어떡하죠?' 이렇게 말을 하면서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섣부른 판단은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구축이냐 아니냐, 재수술을 해야 되느냐, 아니냐의 판단은 굉장히 과학적이면서도 경험적으로 내려야 하기 때문에 쉽질 않기 때문이에요.
Tight한 가슴의 경우도 구축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로 수술 전에 가슴이 많이 없었던 분들, 유선조직 량이 매우 적거나 마르거나, 출산 전의 젊은 환자분들의 경우 특히 큰 보형물 수술을 하면 일시적으로 그 보형물 커버를 하기에 충분하게 살이 늘어나 주질 않아서 가슴을 만져보면 아주 빡빡하게, 꽉 조여 있는 느낌인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런 것을 구축이라고 하진 않고 가슴이 타이트하다. 이렇게 표현하게 되죠. 윗볼록처럼 가슴 모양의 부자연스러움도 많은데 절대로 베이커 그레이드 3의 구축이 아닌 겁니다.......
타이트한 가슴은 한 두세달 놔두면 피부 및 유방 외피 조직의 신장성이 작동하면서 점점 자연스럽고 부드러워집니다. 이게 너무 느린 것같다. 특히 마른 분이 보형물을 크게 하는 경우 맛사지를 자주 해서 유방 외피를 빡빡하지 않게 늘려주기도 합니다. 즉 백화점에서 아주 몸에 꽉 피트되는 가죽자켓을 사서 처음 입어봤을 때, 그런 느낌인데 그 옷이 몸에 잘 맞게 되려면 여러 개월을 계속 입고 다녀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구축은 양쪽이 같이 오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리고 양쪽에 온다고 해도, 판이하게 다른 정도로 오는 경우가 많아요.
양쪽에 똑같은 그레이드의 구축이 와서 모양이 틀어지는 것도 양쪽이 똑같은,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죠....
오늘은 구축의 판정과 그 치료에 관한 설명 포스팅이었습니다. 도움이 되셨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