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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현대사의 History가 아닌, Her story 국제시장.

    아 이걸 보고 무지무지하게 펑펑 울어버렸네요.

     

     

    월남에서 다리 관통상을 입고 목발 짚고 와서 부인 (김윤진)과 만나는 장면,

    LA에 입양된 막내를 상봉하는 장면, 

    마지막엔 아주 확인사살이라도 하려는 건지, 회상 속에서 과거 꼬마로 돌아가서 이별한 아버지 (정지영)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그 길고 힘겨웠던 일생을 다 정리하는 부분에선 도저히 (눈물을) 견디질 못하겠더라고요.

     

     

     

    이젠 고만 울려라. 마이들 울었다 라고 말하고 싶은데 또 울음 터뜨리게 만드는..... 이런 종류의 영화 원래 저  안 좋아하는데....

    옛날 영화 7번방의 기적에서와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비록 7번방....은 아이와의 이별을 모티브로 한 일종의 신파에 가까왔지만요.

     

    국제시장은 전체 이야기의 흐름이 절대로 신파가 아니었어요.

    유치하게 또는 가볍게 넘겨짚을 만한 주제도 아니었고요.  군데군데 연출에 불만족스러운 점들은 더러 보였지만, 이 영화는 가슴을 통째로 울리는 아주 굵고 강한 여운이 시종 큰 진폭으로 관통하고 있었어요. 

     

    그건 절대 누구 다른 사람들이 아니고,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이야기였어요. 한국의 근현대사.

     

    흥남 철수, 한국전쟁 정전, 해외 광부 파송, 월남전 참전, 이산가족 상봉,  .. 하나 하나가 사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처참하고도 힘들고 뼈저리는 이야기인데

    그게 바로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들이거든요.

     

     

    지금 세대는 상상도 못할 일인 것같지만 우리 민족, 이 땅의 사람들은 사실 늘 그렇게 힘들게 살아 왔었던 게 진실이었어요.

     

    영화 국제시장은 이승만이 어쨌고 북한 김일성이 어쨌고 또 박정희 대통령이 ... 그런 역사의 주인공들의 이야기, 즉 History가 아닌

    오로지 민초들의 이야기만으로 구성돼 있어요.

    저는 그걸  Herstory 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황정민 즉 윤덕수는 그런 힘들고 맨살에 흙이 배겨 피가 나는 한 평생을 살아오신 분들, 즉 우리 세대의 아버지들을 그려주고 있어요. 마치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깃털이 다 망가지고 살이 벗겨진다 해도 늠름하게 서 있는 우리 토종닭을 보는듯, 느껴지는 듯해요. 우리 이 땅의 그 시대의 몰아치는 광풍을 온 몸으로 다 받아내면서 자식들을 길러낸 분들이에요.

     

    1995년 SBS에서 방영된 모래시계라는 최민수 고현정 주연의 드라마가 있었어요. 이 모래시계는 어찌보면 History와 Herstory 즉 시대를 끌고 나갔던 권세 있는 사람들의 삶과 힘없고 아무 것도 없이 몸뚱이 뿐인 서민, 민초의 삶을 뒤섞어서 그려냈던 이야기였어요.

    모래시계 역시 5.18 항쟁을 비롯해 한국 근현대사의 그 면면한 흐름을 관통하여 삶과 죽음을 그려낸  최고의 역작이었지만, 

    영화 국제시장은 거의 철저하게 Herstory 즉 민초의 삶을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런 작품이 과연 예전에 있었는가 하고 묻게 되어요.

     

     

    그 어떤 책을 보고 어떤 영화를 보아도, 꼭 세도 있는 사람들, 그 시대를 끌고 나갔었다고 으스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덮여 있다시피 해요. 이름도 업적도 그 사람들이 모든 걸 다 한 것처럼 나오죠.

    근데, 그걸 역사라고 부르는 게 맞는 건가요? 누이 결혼시킬 돈을 구하느라 베트남에 가서 총탄까지 맞으면서 돈을 벌어왔던, 이런 우리의 "아주 작은" 사람들의 이야기야 말로 정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가 아니었던가요.

     

    우리가 이 땅에 발 딛고 서서 조금이라도 그 예전보다 낫게 살고 있다면, 그건 오로지 자식들을 살리기 위해 본인의 인생을 모두 헌납한 우리의 아버지들 덕분이었던 거죠.

     

     

     

    "이만하면 그래도 잘 산 거 아입니꺼. 아부지" 이렇게 독백하는 윤덕수의 말을 들으면서, 저는 지금 세대를 살아가는 아버지 중 한 사람으로서 마치 호된 질책을 듣는 듯한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하겠었어요. 그분들이 피와 땀으로 나에게 살을 주고 밥을 주고 키워 놓으셨는데, 나는 과연 그분들 앞에서, 제 할 도리를 다 하였다고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저의 인생은 힘들었지만, 아버지 앞에서 부끄럽지 않았다고, 열심히 나는 해냈다고 그렇게 오롯이 말할 수 있을까요?

     

    돌아가신 할머니도 생각나고, 몸이 쇠약할 대로 쇠약해지신 나이드신 아버지도 생각나게 해서 더욱 더 눈물 콧물을 마구 쏟게 만들었던 영화 국제시장에 대한 감상평이었습니다.

     

    아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하면, 김윤진이라는 배우를 저는 정말 좋아했었는데.... 어째 이 영화에서만큼은 뭔가 좀 (특히 노년 연기에서) 어색하고 맛깔(?)이 잘 안 나서 옥에 티처럼....좀 그랬네요. 혹 저만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


     

    감사합니다. 좋은 한 주의 시작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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