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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아 탈락. "이제 그대의 갈 길을 가라"

    이진아의 탈락. 과연 탈락인가?

     

    세미 파이널에서  GOD의 '길'을 불렀던 이진아가 결국 세미 파이널에서 탈락했습니다. 사실 Top 3에 들어갔다는 건 탈락이란 표현을 하기가 좀 그렇긴 해요.

      

     

     

    인디 뮤지션으로서 어마어마한 주목을 받고 그의 자작곡들이 음원 차트에 오르내리기도 할 정도로 유명해졌으니 사실상 한 명의 신데렐라 탄생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듯합니다.

    악동뮤지션의 노래들이 일상적인 소재에서 기발한 착상으로 만들어진 곡들이라고 본다면 이진아의 노래는 하나같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내용을 독특한 퓨전 재즈로서 표현했다고 구별할 수 있겠고요.

     

    악동은  이찬혁의 노래에 이수현의 느낌 있는 보컬이 입히면서 단조롭지 않게 들렸다면 이진아 노래는 형식의 파격과 현란한 기교의 피아노 연주가 들어오면서 곡의 끗발(?)이 살아났었다 하겠습니다.

     

     

    슈퍼스타 K3의 버스커 버스커를 포함, 이와 같이 범상치 않은 재능을 가진 싱어송라이터들이 오디션 프로에서 각광을 받으면서 스타로 탄생하는 과정은 보는 사람들로서는 즐거운 것입니다.

    왜냐하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항상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 식상한 것들 - 예컨대 아이돌 댄스 뮤직 일변도의 음원 차트 - 에서 벗어나고 싶어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진아에게 대중성이 있는가?

     

    이진아에게 끊임없이 따라다닌 말들은, 그의 노래가 과연 대중성이 있느냐. 라는 의구심일 것입니다.

     

     

     

    '물이 빠진 듯한' Flat한 음색 +평이, 평탄한 멜로디 +현란한 피아노의 기교 + 복잡한 재즈적 화성 + 독특한 코드 진행  

     

    이렇게 안 어울리는 여러 가지 요소가 뒤섞인 노래 형식이, 사람들로 하여금 '과연 이 곡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헤깔린다'라는 반응을 불러와, 대단히 많은 호불호와 논쟁을 불러일으켜 왔다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늘 궁금했습니다.  과연 이진아 스스로는 곡을 만들면서 자기 음악의 대중적인 인기와 파급력을 얼마나 생각했을지를 말이죠.

     

     

    헌데

    오늘 이진아는 이런 탈락 소감을 얘기했어요. "심사위원들은 아쉽다고 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잘 했기 때문에 저는 아쉽지 않았어요." 라고 말이죠.

     

    이 소감을 듣고 뭔가 확실히 알 것같애요.

     

    이진아는 남이 내 음악을 듣고 얼마나 좋아할 것인가에 대해 그리 예민하게 생각지 않더라는 거죠.

    그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겠다"는 마음이 보였던 것같애요.

     

    내가 이 노래를 불러서 인기를 크게 끌겠다는 생각 그리 안했던 것같애요. 

    많은 박수를 받겠다,  경쟁에서 이기겠다 그런 생각도 없고

    그냥 자기 내면에서 나오는 대로 피아노를 치고 악보를 그려 간 것일 뿐.

     

    그러나 이진아가 자기 노래에 대해 늘 자신감이 있지는 않았어요.  '두근 두근 왈츠'를 부를 때가 하나의 분깃점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과연 이걸 사람들이 좋아할까?' 라는 의구심에 자기가 두근두근하는 모습이었던 것같아요.

     

    근데 "이렇게 마음 맞추려 하지 말고, 자기가 잘하는 걸 확실히 밀어붙이자" 라는 유희열의 혹독한 멘트 이후, 안테나 캐스팅에 다녀온 이진아는 많이 달라졌어요.  자기 음악에 대한 소신도 더 강해지고, 청중들의 반응에 대해 많이 단단해진 것같더라고요.

     

     

    대중성과 예술성. 그 사이에서 자기만의 소리를  지르다.

     

    진아양이 무대에서 노래할 때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볼 때 확연히 구별되는 것 한 가지가 있어요.

     

     

     

    그건.... 늘 편안하고 행복해 보인다는 거에요.

     

    노래하는 것, 곡을 만드는 것,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뭐랄까 새가 날개짓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워보인다 할까요?

     

    우리가 백조의 날개짓을 볼 때는 참 우아하고 예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백조 자신한테는 그건 그냥 걷는 것하고 똑같은 거거든요. 진아양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그 모습이 딱 그래요.

     

    물론 그 날개짓이 예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꺼에요. 당연한 거죠.

    진아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날개짓을 해왔던 거고요.  

     

    GOD의 길을 오늘 선택했던 이유는 뭐였을까... 내심 궁금했는데.

    후렴부의 가사가 나오니까 진아양의 심정을 알 것도 같았어요. 

      

    자신있게 나의 길이라고 말하고 싶고 그렇게
    믿고 돌아보지 않고 후회도 하지 않고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아직도 나는
    자신이 없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몇 년동안이나 듣는 사람도 별로 없는 곳에서 노래했던 이진아에게

    몇 백명이 자기 이름을 환호하는 이 경연 대회 (오디션) 무대에 올라서 노래하게 되는 이 상황, 그리고 그의 고민은, 문득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라는 노랫말에 깊게 배어나오고 있었네요. 

     

     

    또한 첼로의 깊이 있는 현이 흘려내주는 묵직한 울림은 그동안의 이진아 스스로가 걸어온 궤적들 즉

     

    오디션 참가로부터 시작해서 Top3의 진입에까지 모두 포함한 진아양의 음악 인생에서 너무나 격하게 요동쳤던 지난 몇 개월간의 발자욱을 조용히 회고하는 듯이 들렸어요. 그래서 저는 너무 감동적으로 들었네요.

     

     

    지나간 발자취들, 그리고 남은 이야기 

     

    "시간아 천천히"로 화제의 촛점이 되면서 케이팝스타에 등장한 이진아에게, 마음대로, 두근두근 왈츠, 편지를 거치면서 "이진아의 음악은 심심하다"... 라는 생각들이 고개를 들려  할 무렵...

     

     

     

    안테나에 캐스팅된 이진아는 냠냠냠을 발표하여 호평을 듣게 되고  또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부상하게 되어요,

    그 뒤로도 연속해서 겨울부자, 치어리더 송과 같은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는 자작곡을 그것도 매주 들려주게 됩니다. 

     

    다른 오디션 참가자들의 경우 밴드 협연이 들어오면서부터는 기존 가수를 어설프게 흉내내는 것처럼 되버리며 밴드음에 묻혀버려 이거 고등학교 학예회무대인가... 라는 느낌을 주는 경향이 있는데

    이진아는 반대로 풀 밴드를 자기 마음대로 컨트롤하면서 자기 노래에 그걸 완전히 녹여냈다는 점에서 '진짜 뮤지션이구나' 라는 확고한 차이점을 보여주었어요.

     

    이후 산울림의 회상,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년을 부르면서 편곡 실력과 이진아표 보컬의 맛깔 (피아노 페달을 안 밟고 건반을 누르는 듯한 느낌의?) 도 증명합니다.

     

     

     

    독특한 퓨전 음악을 하는 이런 뮤지션이 오디션 프로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청중들에게는 새로움에 대한 열망이 늘 있었는데, 이진아가 그것을 채워줄 어떤 것을 갖고 있었다고 봐야겠죠.

     

     

     

    이진아를 떠나보내며

     

    이진아의 목소리를 싫어하는 청중들은, 이진아가 아닌 다른 어떠어떤 보컬리스트들이 그 자리를 채웠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같기도 해요.

    그런 소음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꿋꿋하게 걸어온 이진아양에 대해 저는 끊임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그만큼 단단해져 있다는 거거든요.

     

    지금의 이진아라면 이제 할 수 있을 꺼라 믿고 의심하지 않아요.  

    좀 더 차별화돼 있으면서도 아름답고 대중적인 작품을 들고 돌아올 것이라고요. 

     

    이 훌륭한 뮤지션에게 있어 이 오디션은, 성장기로 친다면 사춘기를 지나는 한 길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보이지 않는 것 2집"이 곧 나오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기대해도 되겠죠?  정말로 너무나 기다려집니다.

     

    그리고 권진아나 정승환과의 콜라보에서 굉장히 분위기 있고 좋은 느낌을 선사해줬는데, 이진아 음악에 여러 실력 있는 가수들이 참여해서 피처링 등 공동 작업하는 모습도 보고싶네요. 

     

     

    마지막으로,

    1867년 저술된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1판 서문 끝에 쓰여진 한 문장을 인용하면서 진아양에 대한 이야기를 맺을까 하는데요.

     

     

    "Segui il tuo corso,  e  lascia dir le genti!"  우리 말로는 이렇게 번역됩니다.

     

    "제 갈 길을 가라, 남들이 뭐라 하든!"

     

     

    바로 지금의 이진아를 위해서 나온 말이 아닐까 싶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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