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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의 후예. 반대의 이상과 가치. 그것을 간단히 넘어 버리는 사랑.

    KBS 미니 시리즈 태양의 후예 보신 분이 많은지 잘 모르겠네요... 저는 하도 재미있게 봐서 이렇게 포스팅까지 쓰게 되었어요. 


    의사와 군인. 반대의 이상과 신념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 중 하나인 

    2회에서 나온 강모연과 유시진의 대화를 한번 발췌해 볼께요.  이 대화가 전체 드라마에서 정말로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되어서요.  어쩌면 작가와 기획자가 말하고 싶은 바가 여기에 전부 다 들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만나서 영화를 보기로 하고서 부대에서 긴급한 호출이 와서 강모연을 두고 뛰어나간 유시진. 작전이 끝나고  복귀한 후 다시 만난 그들은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총상을 입었다는 건 총을 맞았다는 거고 그럼 총을 쏘기도 한다는 거네요. 

    그러니까 누군가를 죽이거나 본인이 죽을 수도 있는 그런 일을 한다는 거네요 유시진씨는..... 

    나쁜 사람들하고만 싸우나요?


    나는 매일같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려고 수술실에서 12시간도 넘게 보내요 그게 제가 하는 일이죠 생명을 위해 싸우는 거. 

    근데 유시진씨의 싸움은 죽음을 통해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는 거네요." 



    "저는 군인입니다. 군인은 명령으로 움직입니다. 때론 내가 선이라 믿는 신념이 누군가에겐 다른 의미라 해도 전 최선을 다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합니다. 


    그동안 전 세 명의 전우를 작전 중에 잃었습니다. 

    그들과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고 나와 내 가족 강선생과 강선생 가족 가족의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전 의삽니다. 생명은 존엄하고 그 이상을 넘어선 가치나 이념은 없다고 생각해요. .

    미안하지만 제가 기대한 만남은 아닌 것같네요. "


    "이해합니다." 


    "가보겠습니다. "


    "즐거웠습니다. 잘가요." 



    의사와 군인의 사랑. 


    이 두 직업은 일반적으로는, 서로 만날 일도 없고 그래서 당연히 쌩뚱맞은 관계인데요. 

    그 어떤 조건 및 이해관계도 없이 그저 무조건적으로 서로 끌려들어가는 것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진짜 사랑이라는 느낌을 더 주고 있었어요. 


    너무나 서로가 다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한테 끌리는 것을 더 100% 순수하다고 느끼게 되는데요..  



    어떻게 보면 사랑이라는 건  낯선 사람끼리 점점 낯익고 익숙하게 변해 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서로 너무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서로의  생각과 삶에 대해 계속 낯설게 느낄 수밖에 없고 그걸 결국 극복 못하는 게 인간이기도 합니다. 


    자꾸 부대로 불려나가는 군인. 응급이 발생해서 자꾸 수술실로 불려들어가는 의사. 두 사람이 그 호감을 연애로 이어가지 못하고 결국 8개월동안 헤어지게 만든 사이의 벽은 위의 대화에서처럼

    하나는 죽이는 직업이고 하나는 살리는 직업에 종사한다는 점?  그것이었을까요. 



    둘 다 숭고한 목적을 두고 있는 직업이며  앞으로 아마도 이 드라마는 계속 이렇게 직업의 이상이 반대 방향이라는 점을 두고 두 사람의 갈등을 표현해 나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위의 대화에서 자기 직업의 목적이 다르다는 점때문에 갈등 상황에서 양쪽이 다르게 판단할 순 있겠지만, 둘이 이해를 못하게 되진 않을 것입니다. 

    사랑이라는 건~~ 얼마든지 그걸 간단히 넘어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거든요.  



    태양의 후예는 그걸 앞으로 계속 그려나가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런 드라마에 생명력,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는 건 송중기와 송혜교의 막강한 멜로 연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사랑에 빠진 연인 사이의 분위기를 어찌 저리 잘 표현하고 있을까요. 





    군의관이라는 지위의 모호성


    저도 군의관을 3년이나 했기 때문에 당시에 군의관이라는 위치가 가진 애매함에 대해 계속 생각하곤 했었어요. 


    첫째. 군의관은 총을 휴대해야 하는가? 사격 훈련을 해야 하는가? 

    좀 황당하지만 제가 훈련 받을 때는 (꽤 옛날이긴 한데...) 군의관 사관 후보생들에게 일괄적으로 소대 및 분대 훈련을 완전히 보병 기준에 맞춰서 똑같이 다 해버렸어요. 

    수류탄을 던지고  기관총을 운반하고, 고지 점령 훈련, 참호 파기, 수색, 이런 걸 다 받았죠.  



    받으면서도 좀 이상하다 생각했어요.  군의관은 전투에서 적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훈련을 받는 것이 맞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 사실 많은 사람들이 명확한 대답을 잘 못했죠.  교육을 시키는 장교들도 군의관은 대체 뭔 교육을 시켜야 되는지 갈피를 못잡았던 듯해요... 


    우리나라 군은 군율과 군기를 생명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1원화된 명령 계통을 세우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같습니다. 

    이런 계통적 체계 하에서 한 명의 열외도 기계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군의관이라는 위치는, 온 부대원이 다 어떻게 하면 적을 한 명이라도 쏘아 죽일까를 고민하는 조직에서 자기 혼자  어떻게 하면 하나라도 더 살려내나 라는 고민을 하는 존재이므로 지휘관들 입장에서 좀 껄끄러워하는 경향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어요. 


    아마도 그때문에 우리 육군에서는 군의관에게도 전투 훈련을 시키고 총을 쏘게 하고 "너도 전투원이다." 라는 식으로 교육을 시키려 해 온 것같애요.  지금 생각하면 참 군이라는 조직이 이토록 경직된 사고에서 빠져나오질 못하는가 안타깝기도 합니다. 


    윤명주가 군의관으로 나오는데요.  이 캐릭터가 우르크 태백이라는 가상의 장소로 떠나서 어떤 모습을 그리게 될 지 정말 기대가 되고 궁금하기도 해요... 



    태양의 후예 옥의 티들


    드라마가 너무나 재미 있어서 본방 사수의 의지를 활활 불태우고 있는 처지에  - 저는 의사와 군인 2개의 신분을 동시에 지녔던 관점에서 - 지적할 부분이 굉장히 많은데요.  

    말하자면 옥의 티랄까. 지적질 몇 가지만 하고 넘어갈까요. 


    - 윤명주가 중위 계급장을 달고 나오는데 드라마 설명에서는 정형외과 전문의이며 육사 출신 위탁 교육생으로 의대를 졸업한 친구로 나와요. 

     ; 근데 전문의들은 대위로 임관합니다. 전문의 자격증을 소지하지 못한 의사들이 중위로 임관하지요... 윤명주의 계급장은 중위가 아닌 대위가 맞아요. 



    - 그리고 유시진이 윤명주의 육사 선배이면서 계급도 더 위인 것으로 나오는데....


    ; 육사 생도이면서 의대에 보내져서 위탁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야전 장교 자원들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는 걸로 봐야 해요. 사실 의대 학생들이랑 더 친해지지, 육사 동기들하곤 연락도 잘 안되고... 많이들 멀어지죠.. (의대 교육 기간이 워낙 기니깐요.....) 

    그리고 군의나 군종, 법무 등 특수 병과의 장교들은 야전병과 장교들에 비해 진급이 빠른 편이에요.   




    그래서 윤명주가 유시진보다 계급이 낮은 것도 좀 이상해요... ㅋㅋ  아. 그리고 윤명주의 나이가 또 문젠데요.... 육사 나오고 의대 위탁 교육이 끝나면 나이는 보통 27~28세 정도가 되고 인턴 레지던트를 끝내서 정형외과 전문의가 된다면 암만 적어도 32~33세가 돼요... 


    그럼 강모연은 얘보다 선배니까 나이가 34~35세. 그보다 나이가 많은 유시진은 나이가 최소 36~37세가 된다는... (이.. 이런... 송중기 85년생인데ㅠㅠ) 


    - 우르크 태백 부대에서 지휘관이 유시진 대위와 서대영 상사에게 얼차려를 주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 장교는 어떤 경우에도 얼차려를 주는 경우가 없습니다. 잘못이 있다면 인사고과와 진급에 불이익을 주는 식으로 처리하지. 얼차려는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군대를 갔다 온 적이 없는 여성을 비롯한 일반 시청자들이 모두 '군인'이라고 하면 사병과 부사관, 장교를 전연 구분하질 못하니까. 이런 시청자들 눈높이에 맞춰서 일부러 이런 장면을 넣었을 수도 있지만 군대를 갖다온 대부분의 남자 시청자들은 이런 장면을 보면 쓴웃음이 나오고 고개를 돌리게 되지요. 


    - 마찬가지로 장교 및 계급이 높은 부사관은 내무반 생활을 안 합니다... 장교 숙소가 따로 있지요.. 기혼자에겐 아파트가 나와서 영외생활을 하고요. 



    -  정형외과 전문의 군의관이고 게다가 여군이라면 야전군 연대 대대로 보내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여군이 대대 의무대에 근무한다면 지휘관으로서는 굉장히 부담스럽죠. 

    그래서 이런 자원은 거의 야전 병원으로 보내집니다. 근데 야전 병원에서 근무하는 군의관들은 전투복을 입지 않습니다. 병원 근무복을 입죠.  외출할 때는 거의 사복을 입고요... 그래서 영외로 외출해 해성 병원까지 찾아온 윤명주가 전투복을 입고 있는 장면도 뭔가 되게 어색합니다. 


    - 강모연이 출혈이 심한 응급환자 배 위에 올라타서 뭔가(?)를 하면서 환자를 수술실로 이동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대부분 이런 경우는 CPR 즉 응급 심폐 소생술을 하기 위해 배 위에 올라타서 양쪽 손으로 흉부를 압박하고 있는 경우이겠거니... 생각하고 봤거든요..... 실제로 강모연은 심폐 소생술을 하는 것처럼 손 모양을 하고 반복해서 누르는 액션을 취하고 있었는데요.  



    근데 어이가 없었던 건 손의 위치에요.  강모연은 심장이 있는 흉부가 아니라 복부를 누르고 있었거든요. 

    근데 환자는 복부에서 출혈이 심한 것으로 보였어요. 그럼 강모연은 심폐 소생술을 하고 있던 게 아니라 배를 손으로 눌러서 지혈을 하고 있던 것일까요? 


    근데 그래도 문제인 게.... 복부에 큰 상처가 있어서 지혈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강모연의 전공 분야인 흉부외과의 소관이 아니죠. 그건 일반외과에서 봐야 합니다.   해성병원처럼 큰 병원에서 흉부외과 전문의가 복부 외상 환자를 볼 턱이 없죠.... 


    - 강모연은 교수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전문의.  대체로 의사들끼리는 펠로우라고 부르고요.  병원에서는 임상 강사라고도 부르는 신분이었던 것같이 보여요.  



    근데 말이죠..... 이런 펠로우들은 대체로 자기 방이 있어요. 2명이 공동으로 쓰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독방을 쓰기도 하고요.  

    근데 드라마에선 2층 침대가 있는 당직실을 쓰고 있죠...?  

    당직실은 레지던트들이 쓰는 데에요.... 그래서 이것도 옥의 티에 들어갔어요. ㅋㅋ



    아 옥의 티는 이정도까지 하고요.  어쨌든 태양의 후예 재미있고 1,2회로서 이제 서론은 지나간 상태고...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인 사건들이 진행될 전망으로 보이네요.  오랫만에 본방사수 의지를 활활 타게 만든 드라마 ~~~ 기대가 많이 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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