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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미더 머니 5. 분깃점에 선 '한국형'힙합

    쇼미더 머니가 방송할 때마다 승승장구하면서 시즌 5까지 오더니, 올해 역시 당연하다는 듯이 음원 차트를 줄세우기 하고 있고 방송 회차마다 이슈를 만들고 있네요. 


    저는 힙합을 그리 즐겨 듣지는 못하지만 쇼미더 머니는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비록 다 챙겨보진 못했지만 ) 짬짬이 좀 보게 되었어요. 




    국내의 내로라 하는 힙합 뮤지션들이 워낙 많이 출연하는 만큼, 힙합의 지금 상태와 그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나름 중요한 방송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저는 적어도 노래를 포함해서 어떤 예술이건 여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그런 '여백'이 있는 노래를 계속 좋아하거든요. 

    헌데  랩과 반복적인 비트로 상징되는 힙합은, 여백을 거의 없애다시피 한 음악이에요.  그리고 지금 젊은 세대들은, 바로 그런 쉼없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지나가고 또 바로바로 얘기하는 그런 방식의 음악을 사랑하는 것같애요. 



    핸드폰 하나 들고 있으면 사실상 거의 쉴 새 없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지금 세대는, 잠시 멈춤, 쉼. 여백. 이런 것을 굉장히 낯설어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뭔가 계속 장면이 지나가야 하고, 채워져 있어야 한다는 어떤 강박관념? 그런 것이, 지금의 힙합 음악을 들으면 많이 느껴져요. 


    랩은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몰아치듯 메시지를 전달하는 양식이고, 힙합의 비트는 많아야 2~3개의 패턴이 끝도 없이 반복되면서 노래를 구성합니다. 



    여기에서 힙합을 잘 못 듣는 저같은 '꼰대' 세대와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차이가 나는 것같애요.  악보라는 것에는 음표만 있는 게 아니라 쉼표가 같이 있어야 하거든요.  비움이 있기 때문에 채움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음악이라고 저는 생각해 왔는데, 힙합은 비움을 거의 용납하지 않아요. 


    악보도 없죠.  아주 단순한 드럼 패턴에 베이스 또는 반복되는 코러스를 입히는 식으로 비트를 만들어서 추출한 샘플링이면 거기에다 랩을 해주면 곡이 완성되는 것이니... 


    물론 가요성 멜로디가 랩 중간에 삽입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것은 정통 힙합이라 하긴 어렵고,  약간 변형된 힙합성 가요. 라고 해야 겠죠. 

    가요성 힙합. 도 있을 수 있고요. 



    사실 이렇게 변형된 가요성 힙합이야 말로 저같은 사람도 쉽게 빠져들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시즌에서 저는 저도 모르게 길-매드클라운-샵건 팀을 응원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제가 샵건을 좋아했던 게 아니라 길의 멜로디 입힌 변형된 힙합이 귀에 제대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드라고요 

    매드 클라운의 랩은, 랩이 서정적일 수 있다는 것을 저한테 일깨워줬어요. 랩은 늘 급하고 직설적이라고만 생각해 왔는데, 저렇게 랩을 할 수 있다니.......  



    사실상 매드 클라운과 길이 너무 좋아서 (비록 두 사람의 케미는 의심스럽지만)  이 프로그램을 더 열심히 본 것같기도 해요. 



    예술이란 결국, 두 가닥 세 가닥의 물줄기가 만나서 얽히고 섥히면서 새로운 모습을 창조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 변화/발전해 나간다고 생각하는데요.  저에게 있어선 그건 힙합성 가요인 것같애요.  힙합 그 자체는, 비트를 잘 만들었구나, 랩을 잘하는구나. 라는 생각만 하게 만들지, 그걸 들으면서 제가 마음이 움직여지진 않는 듯하고요....(노래 듣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세대니까...) 


    가령 누군가에게 고백을 듣는다고 치면, 직설적으로 훅 들어오는 경우엔 굉장히 당황해 하게 되지만, 약간은 돌려서 표현하면서 마음을 우회적으로 얘기할 경우에 저희 세대는 더 많이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이렇게도 비유할 수 있어요. 



    즉 직설적이고 빠른 랩 사이에 브레이크를 걸고 서정적인 멜로디가 섞여 들어간 경우 거기에 정신을 못 차리고 빠져들게 되는 것같애요. 거기엔 밀당이 있거든요 .  사실상 이것이 어찌 보면, 한국형 힙합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비와이의 세미 파이널도 그랬지만, 레디의 마치 메탈 - 록을 연상시키던 공연도 마찬가지... 힙합은 이제 보여줄 것을 너무 많이 보여줘서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해 나가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새로운 것이 없다는 느낌을 주게 되면 대중 예술은 그대로 벌써 끝나는 거거든요.  비와이의 무대는 피아노 - 오케스트라로 이어지면서 가스펠적이다가, 갑자기 펑키로 바뀌었어요.  즉 가스펠 + 펑키 + 힙합이라는 복잡한 비빔밥을 만들어 나왔드라고요.  반면 레디의 공연은 힙합과 록을 믹스한 느낌이었죠.



    단순한 비트와 랩. 그것만으로 천년 만년을 대중들 위에 군림할 수는 없지 않는가? 라는  현 세대의 힙합 뮤지션들의 어떤 고민을 보게 된 것같았습니다.  재즈건 펑키건 알앤비건 록이건 또 받아들이고 받아들여서 변화시키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



    언젠가는 또 새롭게 진화한 한국형 힙합이 음원 역사를 다시 쓰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비록 지금은 그게 좀 누덕 누덕 억지로 기워서 붙인 느낌이 꽤 많이 났지만 말이죠.  

    오늘은 쇼미더 머니 시즌5, 세미 파이널을 보고 난 후의 감상을 한번 포스팅 해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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