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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수술 흉터는 어떤 경우에 심하게 남는가?

    긴 추석 연휴를 잘 보내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가슴수술 후 남는 흉터에 관한 것입니다.

     

    흔히들, 흉터는 의사가 예쁘게 상처를 잘 꿰메줘야 잘 안 남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것같습니다. 혹은 봉합사로 꿰메는 방법이 아닌 뭔가 혁신적인 신기술을 적용해야 '상처'가 덜 남는 것으로 알고 계시는 분도 있고, '새 살이 쏙쏙 돋아나는' 시중의 0000 연고를 바르면 흉터가 싹싹 없어지는 걸로 생각하시는 분도 많고요.

     

    물론, 현실은 그런 상식들과는 많이 다르지요.  먼저, 흉터라는 게 왜 생기는지를 먼저 얘기해 보겠습니다.

     

     

     

    도마뱀같은 경우는 꼬리가 잘리면 다시 돋아나는 세포조직을 갖고 있지만 포유 동물들은 그렇질 않습니다. 일단 성장이 끝나면 체세포 분열도 더 이상 일어나지 않죠.....  피부 조직도 그렇습니다. 일단 손상을 받으면 원래 자기 조직 그대로를 복원하지 못합니다. 사람의 피부 손상 복구 과정은 (힐링 과정이기도 한데) 죽거나 잃어버린 세포 조직층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과정입니다. 

     

     

     

     

    원래 갖고 있던 피부 조직이 그대로 '돋아나질' 않고 다른 것이 거기에 자라들어가면서 상처의 힐링이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다른 것이란? 섬유조직들, 그리고 콜라겐입니다. 콜라겐은 길다란 섬유 다발같은 조직인데, 얘네들이 벌어진 상처 양쪽 경계 사이로 자라들어가서 더 벌이지지 않게 지탱하고 상처를 벌리는 힘에 저항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죠.  즉 자연이 준 '봉합 시스템'인 셈이며, 모든 인간은 이런 자연의 봉합 시스템이 없이는 절대로 상처가 나을 수 없습니다.   

     

    그럼 인위적으로 의사가 하는 일은 뭘까요? 그런 '자연의 봉합 시스템'. 즉 힐링 과정에 걸리적거리는 게 있으면 치워주고, 그 과정이 원활히, 빠른 시간 내에 끝날 수 있도록 조력해주는 것에 불과합니다.

     

    의학의 거성이라고 할 만한 사람 중 앙브루아즈 파례라는 분이 있는데 이런 말을 했죠. "상처를 낫게 하는 분은 하나님이고, 나는 단지 드레싱을 할 뿐이다."

     

     

    의사는 상처를 낫게 할 수 없습니다. 모든 환자의 상처는 환자 본인의 몸에서 알아서 힐링되고 있는 것입니다. 의사는 감염이 생기지 않도록 소독하고, 필요하면 항생제를 투여하며, 추가적인 손상이 상처에 가해지지 않도록 드레싱을 해주고 피가 너무 많이 나서 상처를 벌리지 않도록 압박하여 지혈하거나 하는 소극적인 일을 할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봉합의 의미는 무엇인가? 왜 상처가 나면  우리는 '병원에 꿰메러 간다' 고 할까요? 그리고 몇 바늘을 꿰멨다. 라는 말들을 자꾸 하는 걸까요? 그게 중요한 일일까요?

     

    만약 의사가 봉합을 하지 않으면 그 상처는 낫지 않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봉합하지 않고 가만히 놔두어도, 상처는 위에서 얘기한 '복구 과정'에 의해 콜라겐 번들이 자라들어와 결국 힐링됩니다. 피부는 약간의 스판기를 갖고 있는 옷이라고 생각하면 비슷합니다. 칼로 어느 부분이든 짼다고 했을 때 그 양쪽 면은 반드시 벌어지게 됩니다. 이는 모든 방향에서 당기는 힘이 있기 때문이지만 보통은 주름 방향으로 당기는 힘이 가장 강해, 주름과 수직 방향으로 난 상처가 가장 많이 벌어집니다.

     

     

     

    이렇게 벌어지게 되면 그 사이에 틈새가 생기고 틈새에는 이물질이 낄 수도 있어요. 보통은 피딱지가 끼어 있죠. 헌데 이 상태로 힐링이 끝나면 그 벌어진 공간이 모두 콜라겐 번들로 대체된다는 얘기니까 흉터가 아주 넓게 형성되고 맙니다. 

     

    봉합이란 바로 이때문에 필요합니다. 그 벌어진 틈새를 오무릴 수 있을 만큼 오무려서, 뭐가 끼지 못하게끔 하여 흉터를 최소한으로 만들려고 봉합을  하는 것이죠...

     

    그러나 아무리 바짝 당겨서 봉합한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얘기한 상처의 자연적 힐링 메카니즘엔 섬유아세포들의 동원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한 줄의 선으로라도 흉터는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인간 성인의 피부 조직은 흉터와 함께 힐링됩니다. 즉, 아무리 예쁘게 꿰멨다 할지라도 흉터가 생기는 것을 절대로 피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몸은 흉터가 없이는 상처의 힐링도 없기 때문입니다. 단지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에요. 이 사실을 반드시 잘 이해하고 계셔야 합니다.

     

    어쨌든 '잘' 봉합을 하는 게 중요하긴 합니다.

     

    양쪽 경계면이 틈새가 거의 없이 잘 붙어 있어야 결과적으로 그것을 메꾸는 콜라겐 증식도 최소화시켜 줄 수 있어요.

    흉터가 티가 난다는 건 텍스쳐와 컬러, 강도가 모두 다른 새로운 조직이 기존 조직들 사이에 끼어서 걔네만 다르게 보이는 것을 말하는 건데, 그런 새로운 조직이 없을 수는 없지만 될 수 있으면 눈에 덜 띄게, 매끈하게끔 만드는 것이 성형외과에서 하는 일인 겁니다.

     

    그럼 수술 흉터는 어떤 경우에 심하게 남는 것일까요?

     

     

     

    상처의 힐링은 크게 얘기해서 3단계 정도로 구분되는데요.

     

    첫 번째는 염증 단계입니다. 피부와 그 밑 조직의 손상이 일어나면 물론 피가 제일 먼저 나지만, 피가 멈추면서 염증 세포들이 모여들게 돼요. 

     

    염증과 감염을 혼동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감염이란 외부의 미생물에 의해 인체의 면역망이 뚫려 침투당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염증이란 해로운 자극에 대해 몸에서 반응하는 세포 단계의 일련의 현상들을 말하는 것인데 어쨌든 칼이 몸에 들어온다는 것은 하나의 침투이며 자극이고, 몸에서는 반드시 염증 세포들을 그쪽으로 몰려들도록 만듭니다.

     

    손상이 크면 클수록 그 염증 단계는 심하고, 오래 가게 돼요. 상처가 빨리 힐링되려면 손상이 크지 않고, 염증 세포도 덜 몰려들고 빨리빨리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 줘야 하거든요. 따라서 수술 흉터가 적어지기 위한 가장 1의 요건은, 손상이 적도록 수술하는 것입니다.

     

     

     

     

    가슴수술의 경우 예를 들자면 일단 보형물이 큰 경우에 손상도 크게 돼 있습니다.

     

    예컨대 200cc 짜리 보형물을 넣을 때와 380cc 보형물을 넣을 때 삽입 과정의 손상이 어느쪽이 더 클까요?  200cc 라면 절개창은 3.5~4cm 정도면 충분합니다. 380cc라면 5cm 이상을 열어야 그 보형물을 안정되게 삽입할 수 있어요.

     

    그리고 보형물을 넣는 과정이 힘을 들여서 살이 찢어질듯 밀어넣는 그런 식이었다면 상처 경계부의 피부는 상할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좋은 시야를 유지하면서 여유있게 수술할 경우에 경계부의 피부는 더 손상이 적을 것입니다.

     

    너무 절개창을 적게 내거나 부적절한 절개 부위를 선택하는 바람에 좀 더 잘 보겠다고 용을 쓰며 수술하다 보면 그 역시 손상이 심해지는 것입니다.

     

     

    경험 많고 제대로 교육을 받은 의사가 수술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수술의 플랜이 환자의 몸에 맞게 세워지는 것이 아주 중요하고요, 환자는 의사에 대한 신뢰가 두터운 상태에서 이런 과정이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이 의사로 고를까 저 의사가 나을까 하며 닥터 쇼핑을 하다가 소비자의 욕구에 의거해 병원을 선택하게 되는 식의 시장주의적 선택이 만연하는 건 우려스러워요. 그렇게 되면 병원들은 저마다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여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학적으로 옳은 것보다는 소비자가 볼 때 더 '좋아 보일만한 것'을 어필하고 실제로 자꾸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모험적인 행위도 마다하지 않게 되고요. 그런 '모험'에 의해 생기는 부작용은 환자들이 평생을 짊어지게 될 것입니다.

     

     

     

    글을 요약해 볼까요.

     

    가슴수술 흉터는 어떤 경우에 심하게 남는가? 인체 조직에 손상이 심한 방식으로 수술이 되었을 때입니다.

    '손상'이란 수술시의 무리한 조작, 수술 기구에 의한 트라우마, 보형물을 넣는 경우는 과도하게 큰 보형물 등이 모두 그런 원인이 됩니다. 출혈, 감염, 염증 등도 그런 '손상'에 해당되지요. 

     

    즉 흉터가 많이 안 남게 하려면 수술 마치고 나서 '예쁘게 꿰메주는'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핵심은 수술의 플랜부터 시작해서 모든 과정에서 상처의 위치와 조작과 상처 드레싱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들을 세심하고 손상 없이 수행하는 데 있습니다.

     

    흉터에 대해 설명하려고 하다 보니 상처 힐링의 과정부터 엄청나게 장황한 글이 되었네요. 이 글은 그러나 수박 겉핥기에 불과해요. 언급하지 못한 부분들도 너무나 많네요. 환자의 피부 특성, 유전적 성향 등 치료 과정에서 어떻게 할래야 할 수 없는 그런 '타고난' 부분들도 결과를 매우 많이 좌우하곤 합니다. 이에 대해 또 이어서 포스팅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휴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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