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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기황후 역사 왜곡?

    기황후 역사 왜곡이라는 테제에 들어가기 전에, 저는 일단 이렇게 말해보고 싶습니다.

    역사를 말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00는 나쁜 놈이었다. 00는 진짜 좋은 사람이었다.

    이렇게 흑백논리로 한 마디로 평가하고 끝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물론 명백하게 위인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사람과, 명백하게 해만 끼친 사람도 있긴 합니다.

    이순신장군과 당시 조선 왕. 선조가 그런 경우였죠.

    그러나 이렇게 선악이 분명한 경우는 실상 매우 드뭅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런 길을 걸어 온,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한 시대를 살다 간 사람들일 뿐이었던 거죠.

    약간 초점이 다를 수 있지만, 이런 질문들을 던져볼까요?  

    고구려 연개소문은 좋은 사람이었나, 나쁜 사람이었나?

    이성계 (태조) 는 좋은 사람이었나, 나쁜 사람이었나?

    광해군은 과연 좋은 사람이었나, 나쁜 사람이었나?

     

     

    연개소문은 강한 고구려의 상징이었고, 수-당으로 이어지는 중국의 강력한 통일국가의 침공을 끝끝내 막아내고 단단한 정치력을 보였던 위인이었지만, 그의 존재로 인해서 고구려는 국력이 쇠퇴하고 중국과의 무리한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나머지 신라에게 어이없게 패망하고 말았어요. 자, 연개소문은 좋은 사람이었을까요, 나쁜 사람인가요?

     

     

     

     

    이성계는 조선의 사료에는 나라를 연 시조, 위대한 인물이며 실제로 어렸을 적 읽은 위인전에도 훌륭한 인물로 소개되어 나왔지만, 정반대로 고려 왕조를 배신하고 군사를 빼돌려 패망하게 한 역적, 반역도로 불릴 수도 있는 거죠. 조선 태조 이성계. 좋은 사람인가요? (저는 이성계를 로마의 쥴리어스 시저와도 비교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이탈리아의 역사 교과서에는 시저 (케사르)를 탁월한 리더쉽과 정치감각, 결단력을 겸비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가였다고 평하고 있어요.

    이탈리아를 살려냈다. 이탈리아를 구원했다. 이탈리아를 만방에 영광스럽게 하였다. 그런 뜻에서 위대한 게 아니고

    그 사람 자체에 집중해서 평가하고 있는 거에요. 정치가로서의 리더쉽, 통솔력, 지도력. 군사를 통솔하는 능력. 이런건 정말로 아무나 갖고 있지 않은 거거든요. 그는 공화파였다. 황제파였다. 그런 걸로 판정해선 안 되요.

     

    이성계도 반역도다, 훌륭한 사람이다. 그런 한 마디 말로 끝내서는 안되어요. 이성계의 정치가로서의 균형감각, 결단력, 외교력, 등을 평가해 볼 때는 저는 케사르만큼 훌륭한 정치가였다고 생각해요.

     

     

    기황후와 충혜왕은 더 네거티브한 쪽으로 말할 수 있는 인물들이지만, 저는 기황후에 대해서도 흑백논리로 얘기를 끌어가고 싶진 않네요.

     

    드라마 "기황후"에서 가장 제가 주목하고 싶었던 건 이 부분이에요.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건간에, 자기들의 빛나던 시절, 영광스럽던 시절은 계속 반복해서 얘기하고 또 얘기하고 싶어해요. 반대로 어둡고 힘들었던 시절에 대한 얘기는 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지요.

     

    중국 한족들이 진짜 심하죠. 후연, 요, 금, 원, 청 등 광대한 중국 영토를 소수의 이민족이 지배했던 과거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하는 한족은 드물어요. 중국 한족들은 오로지 우리만 잘나갔고 모든 문화는 우리가 만들어냈고

    지금도 세상은 우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우리한테 잘못 보여서 너거들 잘될 일 없다. 우리한테 잘 보여라. 

    뭐 이런 거의 사이비 종교에 가까운 믿음들을 확고하게 갖고 있어요.

    정말 위험하기도 하고, 정말 잘못된 것이 중화사상이라고 생각해요. 이어도는 자기네 영토, 황해도 자기네 바다, 중화사상은 자기들 빼곤 전부 변방 오랑캐니까요.......

     

     

    하지만 놀랍게도 한국에도 이런 비슷한 게 있어요. 일제 식민 강점시기때 일본인과 한국인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 나갔는가? 를 실제에 맞게 보여주는 드라마나 영화는 저는 거의 기억나지 않아요. 다들 그때를 떠올리기조차 싫어하는 거죠. 반대로, 우리가 빛났던 시절, 잘 나갔던 시절, 남의 땅을 점령, 정복했던 시절에 대한 영화, 드라마 등은 차고 넘쳐요.  광개토대왕, 근초고왕, 장보고 등등.  

    기황후의 배경 시대는 뭐 약탈해갈 게 없으니까 여자라도 바치라고 해서 바쳤던 원나라-조선간 관계만 봐도 알지만, 분명 우리나라의 가장 암울하고 참담했던 시기였다는 점은 분명하고요. 이런 시기를 극화한 참신한 시도에서는 박수를  쳐주고 싶어요. 

     

    근데 실망스럽게 느껴지는 건 뭐냐하면 , 자꾸 드라마에서 반대 급부의 민족적 만족감을 자꾸 주려고 애쓰는 부분이에요. (작가님....)

    몽골은 중세시대 전 지구상에 있는 육지의 4분의 1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동서양의 모든 문화 문물을 때려부수고 유라시아의 모든 여자를 강간하고 남의 것은 다 빼앗아갔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유목 깡패집단이었습니다.

    서양 사가들은 중세시대 몽골을 두고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재앙"이었다고 표현하고요.

     

     

    충혜왕이 당당하게 몽골 황태제를 꾸짖는 장면을 보면, 태자시절부터 몽골에 끌려가서 몽골 문화에 동화되어야 했고 몽골 황실의 허락을 받지 못하면 왕이 될 수도 없었던 그 당시 주권이 없었던 기구한 운명의 고려왕들의 입장을 잘 대변한다기보다는, 도리어 반대로 지금 역사를 보는 우리 입장에서 큰소리를 쳐줘서 역사속 인물들의 입을 통해서 대리 만족을 주려 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럴 필요는 전혀 전혀 없어요. 충혜왕이 아무리 못나고 황음 무도한 망나니 왕이었다 해도, 기황후가 아무리 고려에 피해를 많이 준 인물이라 해도, 우리 입맛에 안 맞는다고 쏙쏙 빼서 우리가 보기 좋게만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면 안 돼요.

     

     

    훌륭하지 않아도 돼요. 저는 드라마를 보면 볼수록, 더 인간적이고 더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충혜왕, 기황후의 모습을 보고 싶어져요. 자랑스럽건, 그렇지 않건 그건 둘째 문제일 뿐이죠. 술과 여자에 빠져서 방탕해지는 충혜왕 역시, 그대로 그려줬으면 좋겠어요.

     

    픽션이란, 있을 법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아예 역사에 기반을 두지 않은 사극을 만들고 싶었다면, 아예 "고려 시대의 어느 왕때" 라고 서술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드라마의 서두에 "일부 가상의 인물과 허구의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실제 역사와 다름을 밝혀 드립니다" 라고 자막을 깔았지만, 지금의 기황후는 일부 가상, 일부 허구가 아니고 아예 완전한 허구에요. 어떤 사료에도 충혜왕이 자존심 강하고 민족 의식이 투철한 왕이었다는 기록이 없으니까요.

     

     

    유태인들이랑 비교를 해볼까요. 유태인들은 우리 민족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슬프고 힘든 역사를 갖고 있다고 하죠. 맨날 식민지였고  집도 절도 없이 떠돌아다녔고 맨날 종교땜에 탄압 받고 개 쓰레기 취급을 받고 몇 천년을 살았어요.

    그래도 걔네들은 자기들 역사 그대로 자식들한테 가르쳐요. 힘들고 어둡고 내놓을 것 없고 쓰레기 취급받던 역사 그대로 다 이야기해요.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하죠. 기황후 전 솔직이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지만요. 보면 볼수록 아 이건 좀 아닌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이렇게 궁시렁 궁시렁 얘기해 보았네요.

      

     

     

     

    그럼....

    안 보면 될 꺼아냐??? 라고 말씀하실 분들 많을 꺼같애요.

    하지만 안 볼 수가 없네요. 왜냐하면

     

    하지원이 나오니까요..!!!..  (완전 팬임..)

    ㅠㅠ

     

    기황후 자그마치 50부작인데요. 반 년을 끌고갈 이야기니 아직도 회차가 많이 남았죠. 앞으로라도  더 개선되고 재미있는 내용들을 기대합니다.

    날씨가 무지무지 추워졌네요. 건강 조심하시구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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