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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시대의 가슴수술

    얼마 전, 모 속옷회사에서 한 행사를 진행하면서 연령별 속옷 평균 사이즈 (컵수)를 계측하여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근데 그 결과가 사뭇 놀라왔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A컵이 월등히 많았는데, 지금은 20대 여성들 속옷 사이즈 중 C컵이 가장 많았던 거에요. 30, 40대나 50대 이상 등 다른 연령층에선 A컵이 대다수였는데 말이죠.

     

    기사를 읽은 사람들이 댓글에 여러 가지 반응을 보였죠.  "한국 성형의 힘" 이라고 한 마디 논평처럼 쓴 댓글이 1위로 올라왔던 것같은데요.

     

     

     

    물론 저걸 전인구에 그대로 대입해서 "한국의 20대 여성들의 평균 가슴 사이즈는  C컵이다." 이렇게 인구학적으로 얘기하긴 굉장히 어렵습니다. 행사장에 모여들었던 "조사 대상자"들이 과연 그 연령대의 인구를 대표하기에 적절한 집단이었느냐. 모집단의 총수는 충분히 컸느냐. 그 외에 많은 통계의 함정들을 피해갈 장치가 마련돼 있어야 합니다.

     

    어쩄든 예전과 비교해서, 예컨대 제가 개업했던 11년 전의 상황과 비교했을 때 지금은 가슴수술의 희망자나 이미 수술한 사람들의 숫자는 비약적으로 늘어나 있는 게 맞습니다. '가슴수술 전문'임을 표방하는 의사들도 늘어났구요. 수술 방법도 예전보다 더 다양하게 발전해 있습니다.

     

    가슴수술에 대한 이런 대중적 관심의 신장. 그 이면엔 과연 어떤 문화와 영향이 있던 것일까? 저는 여기에 대해 한참 생각하곤 했습니다.

     

    제가 개업했을 때에는 성형수술 하면 역시 "눈 수술"이었고, 좀 더 욕심 내서 고친다면 코. 거기까지만 해도 참 많이 고쳤다고들 말하는 정도였습니다.

    가슴수술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 숫자가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됐고 또 대체로 환자들은 "너무 티나게 커지는 건 원하지 않는다."  라고 얘기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또한  대체로 특수한 직종의 사람들이 이 수술을 했었어요.  예컨대 모델이라거나 혹은 밤 직업 여성들이 주요 '수술 후보자'들이었죠.  지금은 '특수 직종'의 사람들은 저 한쪽 켠에 밀려나 있고, 대학생, 주부, 일반 회사원, 자영업자 등과 같이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이 가슴수술의 후보자 그룹을 메꾸게 됐어요.

     

    즉 가슴수술은 '대중적인' 수술이 된 겁니다. 

    많은 사람들의 의식과 관념의 총합을 문화라고 일컫는데,  문화라는 건 원래 그렇게 빨리 바뀌진 않는다는 게 제 상식이거든요. 그러나, 요즘 세상은 생각보다 너무나 변화가 빠른 것같긴 합니다. 생각해 보건대 그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스마트폰과 SNS인 것같애요.

     

     

    모르긴 해도 한국의 20대는, 제가 알기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시간면에서 세계 최고라는 생각이 들어요. 

     

    프랑스에 여행을 갔을 때 운전기사와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한국사람, 일본사람, 중국사람을 확실히 구별해 낼 수 있다" 라고 말하는 거에요.  신기해서 어찌 구별하느냐 했더니 "중국인들은 한 시도 입을 쉬지 않고 계속 떠든다. 진짜로 시끄럽다. 일본인들도 말이 많지만 매우 조용하게 대화한다."

    "그럼 한국인은??"  "한국인들은 대화같은 거 안 한다.  계속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얘기를   듣고선 그냥 웃었었지만, 곰곰히 생각해 볼수록 곱씹을 게 많은 한 마디의 말이었습니다.

     

     

     

    저도 스마트폰을 많이 들여다보는 편이긴 하지만,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정보와 지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요. 

     

    얕고 단편적이라는 거죠.

     

    "송송 커플이 결혼한대" 

    "계란에 살충제가 들어 있대"

    "강남 집값만 더 올라간대" 

     

    이런 얕고 빠르게 전파되는 정보들은 스마트폰.  특히 SNS에서 아주 쉽게 접해지며 또 퍼뜨리기도 쉽습니다. 이런 정보들은 그저, 순식간에 흘러가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게 어떤 이유로 그렇게 되었는지, 이후엔 어떻게 될 것같은지 등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에 이른 정보가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에서 나오는 건 진짜 보기 힘들어요.

     

    스마트폰, 트위터, 인스타그램. 이런 IT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은 당연히도 젊은이들에게 가장 빨리 수용되고 왕성하게 이용되고 있는 게 사실일 껍니다. 만약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무릎 위가 드러나는 스커트를 입는 차림새를 본 적 없는 여성이 있다면, (무슬림쪽에선 일반적이지만...) 자신의 다리 생김새에 대해 고민도 없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SNS가 만들어내는 세상에는, 지구 반대쪽에서 누군가 올린 사진도 곧바로 여기서 볼 수 있으니 굉장히 빠른 문화의 소통과 만남이 가능해 집니다. 즉 지방 산골짝에서 자라난 사람과 대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간의 생각하는 방식이 옛날만큼 간극이 멀지 않다는 겁니다.

     

     

    전문 교육을 받은 의사로서는  이런 현상이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왜냐하면, SNS를 읽다 보면 말도 안 되는 왜곡된 의료 정보들이 한도 없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에요.

    비록,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라 하여도 '알 권리'는 갖고 있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자신들이 섭취한 정보가 독인지 약인지를 구별할 수 없는 대중들이 무작위하게, 황당한 정보의 홍수 속에 방치돼 있는 것.  그게 스마트폰과 SNS의 세상이기도 해요. 가슴수술에 대한 정보도 마찬가지로 이런 모바일 시대의 풍랑을 만난 거죠.

     

    가슴수술이 이와 같이 빠른 속도로 대중화가 된 것은 모바일과 SNS 커뮤니케이션의 영향이 굉장히 컸다고 생각합니다. 

    도서지역이나 벽지에 사는 사람들도 스마트폰으로 가슴을 많이 드러낸 여성들을 보며 스타일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생각하게 됩니다. 그에 대한 수없는 담화들이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이루어지며 그 와중에 이들의 생활 방식과 사고 방식이 취사선택됩니다. 

     

    사람은 자신이 자라난 환경에 철저히 적응되도록 만들어져 있어요. 자기가 보지 못한 것들, 경험하지 못한 관습이나 풍조 등에 대해선 경계하고 거부감이 들게 돼 있어요. 면역 반응과 똑같습니다.

     

    그러나, SNS와 모바일은 이런 문화적, 정신적인 면역 반응을 점점 없애 나가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 대중들의 가슴수술에 대한 정서적인 거부감은 아주 빠르게 소멸돼 가고 있습니다.  노출을 즐기는 스타일이  SNS를 통해 대중화되고, 가슴수술은 아주 친숙한 '아이콘'으로 변해 있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소통 공간에서 가슴수술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사고를 찾아 보기는 여전히 힘듭니다.

     

     

     

    성형수술이란 딱 보고 직관적으로 느끼면 끝나는 것으로들 생각하고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에서 무수히 회자시키곤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직감적인 정보들에 의존해 수술을 결정하는 젊은 세대들의 행태에 대해 조금이라도 교육하고 경계하도록 만들 의무가 전문의들에게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나의 신체 특성은 무엇인가?"

    "나의 경우 수술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유리한 점은 무엇이 있을까?"

    "나한테 발생하기 가장 쉬운 부작용은 어떤 것이 있을까?"

    "내가 수술후 조심해야 할 점은 어떤 것일까? "

    "수술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 내 가슴 모양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

     

    이런 것들이 수술을 앞둔 이들이 한번씩은 던져야 한다고 생각되는 질문들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진료 공간에서 저런 질문을 하는 환자들은 진짜로 드물고, 많이들 묻는 질문은 아래와 같은 것들입니다.

     

    "어느 회사 보형물이 제일 촉감이 좋나요?"

    "어느 타입의 제품이 제일 품질이 좋나요?"

    "나는 몇 컵까지 키울 수 있나요?"

    "수술하고 언제부터 일할 수 있나요?"

    " 이 병원은 피주머니를 차나요 안 차나요?"

     

    이와 같은 질문들이 대다수인 건, 우리 젊은이들이 성형수술을 어떤 쇼핑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는 걸 말해줍니다. 내 몸의 문제점을 먼저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써 수술을 고민해야 하는데. 그래야 그 수술에 대해 깊게 통찰할 수 있고, 수술로 인해 좋아지는 점은 이런 것이다. 이런 점은 안 좋은 점이다. 이런 점은 그닥 차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냉정하게 사고할 수 있게 되는데 말이죠.

     

    소비로 생각하면 장사꾼 말에 넘어가듯 자기가 듣고 싶은 얘기만 골라서 기억하게 되기 때문에, 수술은 현실이 아니고 환타지가 돼 버립니다. 

     

     

     

    스마트폰 시대의 성형수술, 미용 수술은 가장 쉽게 환타지가 될 가능성에 늘 노출돼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고 수술 후의 후회와 정신적 침체, 경제적 낭비, 다툼과 분쟁 등에 끊임 없이 휘말립니다. 가슴 수술에서도 예외가 아니고요. 

     

    더 현명해지려면 깊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통찰해야 하지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이 지닌 약점을 잘 기억하고, 그것의 장점만 자기에 맞게 이용하여야 합니다. 그래야 후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1 Comments

    • Reeve 2018.01.28 22:50 Modify/Delete | Reply

      지나가다... 참조로 덧붙입니다~ 속옷회사에서 집계한 한국여성들의 브라 컵이 A가 가장 많다가
      C가 급증한건 브라 사이즈 자체가 세부적으로 체계화되어서 일겁니다. 10여년전 브래지어의 컵사이즈는 너무 단순해서 가슴둘레 70 75 80 에 컵은 A B C 3가지 뿐이었고 매장에서 자기 가슴 사이즈를 재고 속옷을 사는 여성들이 드물었지요. 요즘엔 속옷매장에서 전문적으로 직원이 사이즈를 정확하게 재주는 서비스도 있고 가슴 둘레와 컵 사이즈도 65 70 75 80 85 에 A B C D E F 로 세분화되어 (일본 속옷브랜드가 한국에 대중적으로 들어오면서 시작된걸로 알고있습니다) 보다 자기 가슴에 정확히 맞는 브라를 구입하기 쉬워졌어요. 예를들어 십여년전 75A컵 인줄알고 살던 여성이 알고보니 70C컵인 경우, 70A컵 인줄 알았으나 65B컵 인 경우등등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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