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Content

    티스토리 뷰

    아이유의 제제_철학의 빈곤. 텅 빈 예술

    2015년 10월 23일 발매된 아이유의 4번째 미니 앨범. Chat Shire 에 2번째 트랙 수록곡 '제제'의 가사 및 음반 표지를 두고 성적 해석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아이유를 공격하는 자들의 비평과 아이유 본인의 반박,  해명, 사과 등을 한번 정리해서, 과연 이 일이 합당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가를 이야기해 볼까 싶습니다 .





    이 논란의 문제제기는 기본적으로 아이유의 음원을 소비하는 또는 소비할 가능성이 있는 대중들에게서 시작된 게 아니라, 대중 음원 소비층과 거리가 먼 출판사에서 시작되었는데, 


    그에 대한 옹호 및 비판이 잠재적 음원 소비층. 주로 온라인의 일반 대중들에 의해 확산되고

    여기에 대학 교수와 소설가 등 지식인층이 가세하더니 

    급기야 아이유의 해명, 사과가 이루어지게 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논란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고요.


    그런데요.  누가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제 생각은


    결론적으로 이 해프닝은 어느 정도 끌다가 결국 가라앉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후 아이유는 인기 대중 가수로서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생각되고요.  



    빅뱅 등 인기 대중 가수가 교통사고 및 음주 운전, 대마초 등 마약 행위를 하고서도 계속 인기를 누리는 현상이 이미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닌데 비록 아이유가 소아 성애적 해석이건 무엇이건 문제를 일으켰다 하더라도, 

    그가 예컨대 소아 성범죄의 주 가해층이라 할 수 있는 30~50대 남성이 아니라 20대 초반 여성이라는 점에서 

    대중들은 그것을 의도성 있는 악의적 작사라기보다는 어이 없는 실수로 치부하고 곧 잊어버릴 것이 거의 분명하기 때문이죠.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zeze는 이종훈, 이채규의 곡으로 나와 있으나 가사는 분명히 아이유가 쓴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앨범에 나온 곡 설명에선 "매력적이지만 곤란하며, 막막하지만 사랑스러운 누군가를 기다리며 부르는 일종의 사랑노래. " 라고 되어 있는데요.  

    기존의 아이유 음악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Lo-Fi한 비트의 힙합사운드가 도드라지는 곡이라고 합니다. 



    아이유는 발표를 앞두고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읽고 제제의 가사를 썼다. 주인공 제제는 순수하면서 어떤 부분에선 잔인하다. 모순점을 많이 가진 캐릭터고 그래서 굉장히 매력있다. 어린 제제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제제가 가진 성질이 참 섹시하다고 느꼈다. 내가 그 아이의 두 가지 모습에 막 휘둘려지는 게, 또 응원하고 사랑한다는 게 .." 라고 자신의 시각을 설명하였던 바 있습니다. 이 때는 밍기뉴의 관점에서 이 가사가 나왔다고 말했죠. 


    1968년 간행된 브라질 최고의 작가인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초현실주의적인 수법이 바탕에 채색돼 있는 작품으로 작가의 회화적이고 투명한 언어가 수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린 걸작입니다. 세계 21개국에 번역되었으며 브라질 초등학교 강독시간 교재로 사용되기도 하였습니다. 


    "슬픔이란 우리가 이성을 갖게 되고 동심의 세계를 떠나는 그 순간에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인생의 아름다움은 꽃과 같은 화려함이 아니라, 강물에 떠다니는 낙엽과 같이 조촐한 것이며 사랑이 없는 인생이란 얼마나 비극적인가....사랑의 결핍이란 결국 어른들의 상상력의 결핍과 감정의 메마름이 원인...."  (부분 발췌)


    이와 같이,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비록 동화와 같은 '작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소설이지만 그 책이 담고 있는 의미와 제제가 아이의 화법으로 말하는 문제제기는 결코 간단치가 않아서, 사랑과 우정, 슬픔, 그리고 인생 전반에 대한 모든 정서와 현실을 신랄하게 한꺼풀 벗겨 드러내고 있는 문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체 뭐가 문제였는가? 


    11월 4일 도서출판 동녘이 페이스북을 통해 제기한 아이유 제제의 가사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대략 아래와 같은데요. 


    흥미로운 듯, 씩 올라가는 입꼬리좀 봐

    그 웃음만 봐도 알아 분명히 너는 짖궂어. 

    말하지 못하는 나쁜 상상이 사랑스러워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잎사귀에 입을 맞춰

    장난치면 못써

    나무를 아프게 하면 못써 못써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여기서 제일 어린잎을 가져가 

    하나뿐인 꽃을 꺾어가


    Climb up me

    Climb up me


    넌 아주 순진해 그러나 분명 교활하지 

    어린아이처럼 투명한 듯해도 어딘가는 더러워 ...............




    출판사 동녘 페이스북 글의 요지는, 가족들에게서 학대 받고 상처로 가득한 아이로서 나무, 밍기뉴는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는 유일한 친구였다. 밍기뉴의 관점에서 만든 "제제는 교활하다" ? 

    그리고 제제를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유감스럽다. 고 하였습니다. 


    아이유의 소속사인 로엔의 주가는 도서출판 동녘의 페이스북 멘트가 나온 11월 4일 비교적 낙폭 높게 떨어졌으며 아이유가 사과문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11월 6일 이후에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아주 오랜 옛날 뉴스를 하나 클립해 볼까요 ;


     - 1992년 마광수 교수는 자유로운 성애를 즐기는 여대생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이 사회의 미풍양속을 해친다며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되었고, 음란 문서 제조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즐거운 사라'는 전량 수거되고 판매 금지 조치를 당했으며 마교수는 대학 교수직조차 박탈당했습니다. - 



    물론 오래 전 일이기는 하지만 마 교수는 아직도 전과자이며 

    즐거운 사라도 판금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이 얼마나 황당하며, 예술 및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하는 헌법을 갖고 있는 나라에서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어이없어 합니다. 


    2015년 아이유 zeze 사건 역시 '즐거운 사라'처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 라는 잠언적 경구만을 남기고 끝맺어져야 하는 것일까요? 



    아이유의 해명


    이후 11월 6일의 아이유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올라온 글은 해명 및 사과문이었는데요. 


    맹세코 제제를 성적 대상화하려는 의도로 가사를 쓰지 않았다. 

    가사 속 제제는 소설 내용의 모티브만을 차용한 제3의 인물이다. 

    인터뷰에서 섹시하다 했던 것도, 어린 제제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제제가 가진 성질이 섹시하다고 느꼈다. 실망하신 분들께 머리숙여 사과드린다. 고 하였네요. 


    즉 아이유의 해명의 요지는, 


    1. 노래 가사에서 자신이 제제라고 부른 것은 5살짜리 제제가 아닌 다른 제 3의 인물이며 말을 하는 화자 역시 밍기뉴라는 나무이므로, 자신은 소설속 주인공을 나쁘게 해석한 적이 없어 본인은 불온하지 않다.  


    2. 제제가 섹시하다고 했던 것은 제제의 이중적인 성질이 섹시하다고 한 것이므로 나는 소아 성애적 작품을 만든 일이 없어 죄가 없다.  라는 뜻으로 읽어야 할 듯합니다.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론을 예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소설이라 하는 것은 그 플롯 속에 여러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그 모든 등장인물은 악당도 있고 선한 인물도 있고 주변 인물도 있고.....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 소설에 동원되는 모든 인물들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구현하기 위해 한 방향으로 가는 캐릭터들일 뿐입니다.  


    저는 가사라고 하는 것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가사 속에 한 남자, 한 여자, 이렇게 캐릭터들이 있다고 치면, 이들이 3분짜리 노래 속에서 무엇을 말하건 행동하건간에 그건 가사를 쓴 작가의 심정을 표현하고 구현하기 위해 등장시킨 목적의식에 입각한 산물일 뿐이라는 겁니다. 




    아이유가 자신의 노래에 제제를 등장시키고 밍기뉴를 등장시켰다면, 그들은 아이유의 사고와 일상적인 관념, 그리고 말하고 싶어하는 바를 표현하기 위한 간접 화자들일 따름입니다. 밍기뉴가 제제를 이중적이면서 교활하고 더럽다고 말했다면, 그 말 역시 아이유의 관념에서 창조된 것이지요.  만약 그게 아이유의 관념이 아니라면, 그는 누군가 다른 작가의 작품을 모방하거나 표절했다는 말밖엔 되지 않습니다. 


    아이유가 제제건 제제의 성질이건 섹시하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면, 동녘, 이외수씨 그 누가 뭐라고 하건간에 그저, 자신은 섹시하다고 느낀 게 맞으며 그것이 소아 성애적 관점은 아니다. 라는 본인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당당하게 관철시키는 게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음반 제작이 처음이라서.....여러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어 사과드린다. 제가 미숙했다." 라고 말해버린다면,

    대중은 "과연 뮤지션 아이유에게 철학이 있는가" 라고 반문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앨범 챗 셔에 실린 2번째 트랙. '제제'는 지금 이렇게 해명하고 사과하고 지나가 버려서 음원이 죽지 않고 계속 상위권에 떠 있을 수 있으며 언젠가 사람들의 관심이 다른 큰 사건으로 인해 묻혀버릴 때까지 버티고 가는 것으로 끝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유와 로엔트리는 계속해서 큰 돈을 벌 수 있겠고요. 



    문제의 point는 무엇이었을까 


    문제는, 이 사건은 우리의 대중 음악에 과연 어떤 멘탈이 깃들어 있느냐 하는 아주 심각한 의문을 남기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게 비단 아이유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아이유는 12월 20일로 예정된 북경 공연을 위해  (한 달 반이나 남았는데....) 이미 중국에 비행기를 타고 출국해버렸지만 


    진정으로 제가 드는 의문은 이것입니다 .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류를 접하고 있고 한국적 문화 컨텐츠를 동경하고 있고 그게 돈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 어마어마한 액수가 한류 배우나 가수를 갖고 있는 소속사들에 투자되고 있죠... 


    지금은 한류라고 하는 이 거대한 현상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놀라와하고 있는 현실이긴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전 세계인 앞에서 정작 자부심을 느낄 만한 문화적으로 깊이 있는 컨텐츠들을 과연 얼마나 갖고 있는 걸까요? 


    혹시 5살짜리 남자애한테 망사 스타킹 신기고 핀업걸 포즈를 취해서 눈요기감을 만들지 않고서는 안될만큼, 얄팍하기만 했던 건  아닐까요?





    K pop을 대표하는 스타들, 한류의 중심에 있는 비중 있는 가수가 직접 프로듀싱하고 가사까지 만든 노래에서 "한국은 소아 성애적 가사도 예술로 그리고 하나의 표현과 개성으로 자유롭게 용인되는 나라" 라고 알려져도

    모두 괜챦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그래도 우리는 "어쨌건 저런 걸로 해서 외화벌이를 해오고 있다". 라는 대답을 들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진심으로는 이른바 한류 스타와, 케이팝을 상품으로 하는 엔터 비즈니스맨들에게 이렇게 물어보고 싶어집니다.

     

    "저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음원이 팔리질 않는 건가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한 주의 시작 되십시오. 

























































    2 Comments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