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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산 대흥식당 - 누린내 없는 돼지머리국밥

    오산 대흥식당

     

    돼지국밥에 대해서 한번 얘기해 볼까요.

     

     

     

    허영만 화백의 '식객'을 보면, "설렁탕이 소 사골로 끓인 것이라 잘 닦여진 길을 가는 모범생같다면 돼지국밥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반항아 같은 맛이다." 라는 말이 있어요.

     

    즉 설렁탕은 소뼈를 우려내고 우려내서 만들어낸, 좀 더 '고운' 맛을 보이는 탕인데 반해 돼지국밥은 돼지 머리나 족발을 위시한 여러 부위로 만들어낸 국이고 국물도 좀 더 탁해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좀더 투박한 맛과 이미지라는 거죠. 

     

     

    설렁탕은 국이 더 중요하고 그 국을 끓여내는 데 공을 많이 들여야 하는 음식이죠. 고기는 별로 많이 들어있지 않고요.

    반면 돼지국밥은 고기가 잔뜩 들어 있습니다. 국보다는 '건더기' 위주인 음식이죠.

     

    국밥이라는 자체가, 우리나라가 한창 개발도상국이던 시기에

    일하다 중간에 후딱 끼니를 해치우고 다시 일하러 가야 되는 상황에 만들어진 음식이라고 하죠.

    미국이나 서유럽과 비교하면 햄버거나 샌드위치같은 음식과 태생이 비슷한 걸겁니다.

     

    그리고 돼지머리 국밥은 참 서민적인 음식이에요.

    돼지에서 온갖 '잡다한' 부위들을 동원해서 만든 음식이니까요.  힘든 노동을 하면서 더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칼로리를 섭취해야 하는 고단한 서민들의 삶과 맞닿은  음식이라 하겠죠.

     

     

    오산 대흥식당 역시, 시장 골목 안에 위치하고 있어요. 40년 전통이라는 간판이 알려주듯이 대흥식당도 오래되었습니다.

     

     

    돼지국밥집이 오래됐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하나는 우려내고 우려내고 하는 돼지국의 특성상, 국물 맛이 그만큼 깊어져 있다는 뜻이고요.

    또 하나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 의해 그 맛이 입증이 되었다는 뜻이겠죠.

     

     

    시장 골목, 돼지머리, 국밥, 새우젓, 깍두기......  이 모든 것이 가장 서민적이고 피곤에 지친 몸과 허기를 달래는 음식의 정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돼요.

     

     

    그래서

     

    돼지국밥이라는 이 음식을 접하는 사람은

     

    맛집을 탐방한다는 목적으로 찾아가서 먹는 그런 기분으로 먹는다기 보다는 

    고단함과 배고픔, 그리고 시간에 쫓기면서 

    한 그릇을 받아 수북한 머릿고기를 담아 주는 주인의 인심을 느끼면서 

    우려내고 우려낸  국물의 깊은 맛을 체감하면서

    그렇게 한 끼를 하는 것이 가장 맛있게 먹는 법이라 생각돼요.

     

     

    오산 대흥식당은 누린내가 거의 없으니, 돼지머리국밥을 처음 먹는 분들한테도 나쁘지 않으실 거라 생각이 되고요.

     

    이 집 앞에는 골목 모퉁이로 비닐로 포장된 큰 더미가 있어요. 그게 무슨 물건을 내놓은 건줄 알았는데, 소금이더라고요. 간수가 빠지라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의 소금을 내놨어요.

     

    대흥식당의 맛은 일단 이 소금의 맛에서 시작된다고 봐요.

    깍두기나 새우젓이나 다 짜지만, 이렇게 제대로 만들어낸 소금은 중국산 소금이랑 달라서 감칠맛이 돌게 마련이에요.

     

     

    국물도 고기도 반찬도 모두, 그 맛이 소금에서 시작해요.

     

    오산 대흥식당에서 먹는 돼지국밥.

    너무 맛좋게 푸짐하게 한 끼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에는, 이렇게 볼품없는 좁은 시장길이지만 오길 잘했다는 생각만 들곤 합니다.

     

     

    늘 가고 싶지만, 서울에서 거리가 있기때문에 자주 못가보는 식당.

    오늘은 오산 대흥식당의 돼지머리국밥에 대해 포스팅해 보았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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