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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희열 눈물 - 케이팝스타 12회를 보고

    휴....

    케이팝스타 시즌 3. 배틀 오디션의 12회에선 유희열씨가 엉엉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나오고 연관검색어에도 올랐는데요...

    보면서 정말 착잡하면서도 느끼는 바가 있었네요.

     

     

    오디션이라는 시스템의 특성상, 누군가는 떨어져나가고 몇 안 되는 친구들만 위로 올라가게 되어 있는데,

    저기에 나와서 계속 위만 바라보고 올라가던 어린 친구들. 거기에서 낙방하였을 때,

    과연 다음 라운드가 없는 그들의 생활이 어떻게 될까? 하는 점이에요.

     

     

     

    사람들한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유명해지고, 명성을 얻고 싶고. 그런 열망에 처음에 출사표를 던졌을 수 있어요.

    그리고 거기에서 칭찬을 받는 친구가 있고 혹평을 받는 친구가 있고, 아예 한 번도 주목조차 못 받는 친구가 있고,  허탈하게 그냥 집으로 가는 친구가 있고

     

    결과적으론 단지 극소수의 몇 명만 사람들의 기억에 남게 되어요.

    사람들은 단지 그 화려하게 빛나는 몇 명만 기억하니까요.

     

    기획사에서는 그 화려하게 빛나는 몇몇의 스타를 만들고, 돈을 벌고, 자신들도 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해 사업을 영위하게 마련이고요.

     

    방송국은 방송국대로 오로지 시청률이 몇 프로냐, 그 숫자에 일희일비하고 그에 따라 오르고 내리는 치열한 광고 시장에서 살아남는 데 몰입하고 있고요.

     

    프로그램 제작사는 더 인상적인 장면, 더 흥미로운 쇼를 만들어서 더 더 많은 사람이 보게 하고, 경쟁 프로그램에 밀려나지 않으려고 또 나름 죽을 힘을 쓰고 있는 거에요.

     

    그러니, 이건 오디션 프로에 참가하는 친구들 자신들한테만 전쟁은 아닌거에요.

     

    그 프로그램을 둘러싼 모든 것이 실상 피 터지는 전쟁터에요. 감미로운 노래 선율에 감춰져 총소리만 안 들릴 뿐인.  

     

     

    프로그램 상에서는 적어도 탈락이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거에요. 캐스팅되었다. 살아 남았다, 라고 표현하죠?  살거나 죽거나, 그 철저히 이분법적인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어 논 것이 오디션 프로에요. 그 중간이 없어요.

     

    저는, 나이가 어려도 너무 어린 친구들이 저렇게 이분법적인, 나는 살아남지 못하면 죽는 것이다. 라는 논리 속에 너무 많이 노출되고 그렇게 학습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때문에 걱정스러워요.

    왜냐하면, 기성 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우리 사회가 실제 그렇게 돌아가거든요.

     

    입시에서 살아남은 사람 혹은 떨어진 사람. 그 둘 중에 하나.

    취직이 된 사람과  못 된 사람. 그 둘 중에 하나.

    승진이 된 사람과 직장에서 잘린 사람. 오로지 그 둘 중에 하나.

     

    우리 사회의 지금의 잔인한 모습 그 판박이인 거에요.

     

    오히려 저는

    젊은 친구들이 이렇게도 생각할 줄 알았으면 해요.

     

    떨어지면 어떠냐?    괜챦다. 내게 내일도 있다.

    이 길이 아니면 어떠냐?    다른 길도 있다.

     

    유희열씨가 자꾸만 좋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그는 참가자들이 '승부'에 집착하지 않게 늘 신경을 써줘요.

    살고 죽는 것에 매달리지 않고 "내 음악을 찾을 수 있게" 말 한 마디라도 더 해주려 하드라고요.

    유희열의 심사평을 듣다 보면 바로 그런 의미의 멘트가 계속 나와요.

     

    "다음 라운드로 가는게 정진 양에게 과연 좋은 일일까?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들 하고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음악하고 하는게 안 깨졌으면 하는 거에요. 그래서 저는 여기까지.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는게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게, 농촌아이들의 이정진에게 탈락 통보하는 멘트였어요.

     

     

    이보다 따뜻한 탈락 통고가 있었나요?  지금까지

      

    유희열이 이번 시즌 3에 새로 들어와서 수없이 많은 명언들을 양산하고 있지만 저 말이야 말로 최고의 명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안테나 뮤직.

    SM을 대신해서 거대 기획사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공중파의 이 오디션 프로에 들어왔어요.

    유희열은 지하 단칸방이나 다름 없는 자신의 회사를 이 큰 회사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당당히 세워야 하니까 그 부담감이 엄청날 꺼에요.

     

    근데 유희열이 보여주는 모습은 항상

    참가자들 하나하나를  배려하는 게 먼저였어요.

    자기 회사를 빛내는 게 먼저가 아니었고

    자기가 똑똑하다는 걸 내세우는 게 먼저가 아니었고

     

    그 모든 것에 앞서 여기 나와서 노래하고 있는 친구들을 먼저 생각하고 있는 것같아요.

     

    배틀 오디션에서 홍정희는 탈락 확정 후 이렇게 얘기해요.

     

    "유희열 선생님이 저를 제자라기보다는 자식처럼 대해주셨거든요. 3주동안 되게 정이 들었었고.... 선생님 말씀대로 다른 곳에서 좋은 가수가 돼 있을 테니까..."

     

     

    그 말에서 벌써 유희열의 인간됨됨이를 엿볼 수 있어요.

     

    그는 노래를 하는 후배들이 자기보다 더 잘 되길 바라는 거에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심사위원을 하고 있는 거에요.

     

    오디션 프로의 붐을 일으킨 원조격인 슈퍼스타에서도 유명한 심사위원들은, 독설로 유명했어요. Britains got talent  같은 프로에서도 그렇고요. 

     

    냉철하게. 분석적으로. 혹독하게.

     

    참가자들한테 일침을 날릴 수록 심사를 잘 하는 거라는 상식을 만들어냈던 거에요.

    시청자들은 그런 살벌한 멘트를 즐기고, 오디션장은 꼭 서로 칼로 찔러서 죽이고 자기는 살아남아야 하는 검투사들처럼 피투성이가 되는 장면이 되어 갔고, 그것을 대중들은 은근히 즐기기 시작한 거에요.  

     

    근데 유희열은 이래요.

    홍정희가 최종 탈락 확정되고 나서 말을 아예 한 마디도 하질 못하다가, 그만 참지 못하고 엉엉 폭풍 오열을 해버린 거에요.

     

    그에게는 이 작업이 사자 우리가 있는 아레나에서 벌어지는 게임에 검투사를 만들어 집어 넣는 일이 아니라,  자기 자식을 사랑으로 키우는 일이었던 게 아닐까요?

     

    유희열에게는 계속 떨구고 걸러내서 단 한 명 두 명의 빛나는 스타를 만들어내는 이 오디션이라는 프로그램 전체보다도, 어느 순간 주저앉아 좌절할 지 모르는 한 명의 영혼이 더 마음이 쓰였던 게 아니었을까요?   

     

    유희열에게는 많은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쇼가 중요하지 않았어요. 

    모두가 다 프로그램과, 흥행과, 회사와,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그는 홍정희라는 제자 한 명을 생각했을 뿐예요.

     

     

    그 심정은 박진영과 양현석에게도 옮겨갔지만, 그 장면을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전염되어갔어요. 

     

    우리는 너무나 지나치게 화려함으로 포장된 스타 양성 산업과 경쟁구도를 상업화시킨 쇼비즈니스에  어느새 물들어 있던 건 아니였는지 말이에요.  

     

    오늘도 더욱 더욱 자극적인 흥미거리를 찾는 그런 우리들과 같은 냉정한 대중들 때문에, 저 노래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어린 친구는 앞으로 다시는 못 일어서는 건 아닐까? 

     

     

    너무나 훌륭한 노래를 들려준 홍정희양에게 감사해요.

     

     

    그가 왜 탈락했는지 저는 이해할 수 없어요.

    그의 노래는 최고였어요. 적어도 저한테는요.

     

     

     

     

    그리고 시종일관 따뜻한 눈빛으로 노래하는 후배들을 감싸안아 주고 있는 유희열씨에게도 한 마디 하고싶네요.

     

    우리는 모두 당신 편이라고.

    당신과 같이 따뜻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 만들어내는 음악은 언젠가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 믿는다고요. 

     

    그의 눈물이 자꾸만 생각나서 저도 눈앞이 자꾸 흐려지네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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