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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 음악이 대세가 된다면.........이진아의 겨울부자를 듣고.

    박진영씨가 케이팝스타의 심사위원을 하면서 여러번 한 얘기 중 하나가, "노래는 날라리가 하는 게 맞다." "너무 착하면 안된다"  라는 말들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저는 이런 말들이 '순수'보다는 '갈등' 이 더 성공에 가깝다는 말로 받아들여지곤 합니다.

     

    대중음악은 가면 갈수록 호객행위와 다를 게 없어지고 있어요. 듣다가 깜짝깜짝 놀라서 귀를 기울이게 만들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는 쪽으로 가는 것같아요. 선정적인 춤은 말할 것도 없고,   가사에서 욕도 마구 튀어나오고요. 

    이별에 대한 가사를 지어도, 나의 슬픔을 얘기하기보단 상대방을 탓하는 듯한, 예를 들면 "나 없이 니가 잘 되는지 보자.  이 xxx 같은....."  이런 노랫말들이 너무 이젠 아무렇지도 않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이해, 동정, 관용, 베품, 도와줌,  이런 단어들보다는 

    갈등, 분열, 경고, 위협, 소외.등의 단어들이 더 많이 난무하는 거죠. 

    안타깝지만 결국 이런 단어들이 우리 사회를 더 잘 표현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 것같네요.

     

    그게 대중가요의 노랫말에 그대로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녀간의 잠자리를 대놓고 표현하는 노랫말을 듣다 보면 정말 '갈 데까지 가는구나' 라는 생각에 쓴웃음이 나오곤 해요. 노랫 가사를 저렇게 쓸 수밖에 없는 걸까......

     

    콜라보레이션을 빼고 케이팝스타4에서 이진아의 노래를 지금까지 6곡 들었어요.  시간아 천천히, 마음대로,  두근두근 왈츠,  편지, 냠냠냠,  겨울 부자. 

    그 6곡의 자작곡들의 가사들은 이런 대중음악의 "대세", 흐름과는 완전 딴판이었어요.

     

    전부 다 무해하고 순수해요. 얌전하고

     

     

    꼭 동화에서 보면 단골로 나오는, 성 안에 갇혀서 혼자 노래만 부르는 공주같은 느낌이죠. 남한테 해 끼친 적 한 번도 없고, 혼자서 누군갈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하면서도, 편안하게 내 마음을 노래로 읊을 뿐 ......

     

    겨울부자의 가사를 보면 바로 그래요.

     

     

    차라운 겨울바람 안에서 눈이 내리는 하늘 아래

    날 바라보고 있는 그대의 품에 안긴

    나는 모든 것 다 가졌죠.

    아무것도 부럽지가 않아요 그대의 품에 안기면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걸요

    그대의 따뜻한 마음이 내 마음에 도착하면은

    어떤 것도 바랄 수가 없죠.

     

     

     

    이 노랫말은 글자 그대로 무해 (harmless)해요. 자극적이질 않고, 순하디 순...한 가사에요.

     

    닭발이나 떡볶기로 따지면 불닭발, 엽기 떡... 등이 아니고, 이건 조미료도 없고 고춧가루도 확 풀지 않은 순한 떡볶기...에 해당한다 할까요. 

     

    평화의 음유시인. 무해함의 음악이라고들 하는 제이슨 므라즈가 얼마전에 내한 공연을 했는데요.  (므라즈는 이진아의 노래를 듣고 그자리에서 굉장히 칭찬을 한 적이 있죠. 놀랍다고.....) 

     

    이진아의 음악세계는 그의 노래와 어쩌면 맞닿아 있는 것같기도 해요.

     

     

    어느 방송사의 뉴스 인터뷰에서 제이슨 므라즈는 자기 음악이 '심심하다는 비평이 있다'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갈등을 조장하는 미국 매체들의 행태에 자신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얘기하기도 했고요.

     

     

    이진아의 노래 가사를 보면

     

    천천히 

    잔잔한 

    살며시  

    꽃 

    조용히  

    따스한(따뜻한).

     

    이런 단어들이 유독 많이 나오는 걸 볼 수 있는데요.

     

    '마음대로'라는 노래를 부르기 전 이진아는

    "잊으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기다리는 게 더 마음이 편한 거다.

     

    내 마음대로 할 꺼다라는 게 그 노래이다."  라고 곡 설명을 붙였는데

     

     

    노래를 듣고 난 다음 느낌도 그랬어요.

     

    누군가 나에게, 아무리 못되게 굴고 떠나갔다 하더라도,

    나는 내 맘대로 기다릴꺼다... 죽은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이게 이진아의 노래라는 거죠.

     

    갈등을 원하지 않아요.  차라리 내가 다치고 말지.....

     

    상대방에게 뭘 어필하거나 컴플레인하거나 불만을 터뜨리거나 하는 부분이 하나도 없어요.

     

    '두근두근 왈츠'의 가사를 들여다 보면

     

    "서랍속 숨겨져 있는 뜨거워진 나의 마음. 

    알 수 없는 너의 마음을 아무도 몰래 기도해"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마음을 꺼내 보이지는 않고

    수줍게 혼자서 기도하면서 기다리는 모습. 그런 이진아 음악 세계의 면모를 엿볼 수 있어요.

     

     

    따지고 들이받고 다투는 내용이 단 한 군데서도 없죠.

    혹시 해가 될까봐, 혹시 폐를 끼칠까, 조심스러운 설레임으로 일관합니다.

     

    이진아의 음악이 "애들이나 들으라고 하면 맞겠다." 라고 비평하는 분들이 있다면,

    저는 이렇게 얘기하고 싶네요.

    바로 그 부분. 아이들의 순수함. 이걸 우리 음악이 잃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고 말이죠.

     

    아이들은 서로 다툰다 해도 금방 다시 또 친해지고 서로 허물을 헐어버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요. 어른들만 못나게도 그걸 못해서 맨날 싸움이 나는 것 아닙니까......

     

    이른바 '메이저' 기획사 음반사들에서는 강한 자극을 주는 음악이 대세가  되어 있고 그걸 더욱 더 자극적으로 만드느라 열중하는 것같습니다.  뭐 그런 음악도 사회와 대중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게 맞겠죠.

     

     

    그러나

     

    이진아류의 음악. 이런 착한 음악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진아의 음악과 같은 그런. 무해. 무갈등의 노래들도 유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충분히 마음을 때리고 있고 공감을 주고 있고, 충분히 아름답고 충분히 듣기에 좋습니다.

     

    욕을 하지 않아도,

    자극적인 노랫말을 늘어놓지 않아도

    영어 가사를 자꾸 집어넣지 않아도,

     

    충분히 듣고싶고 보고싶어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거에요.

     

     

    이렇게도 돼요. 

    대중성  놓치지 않을 수 있어요.  

     

     

    겨울 부자는.

    지금까지의 곡들과 달리 피아노뿐 아니라 드럼, 신디사이저 (피치카토, 스트링 음원인 듯) , 하프(음원), 기타 등이 모두 녹아들어 

    그게 뭉뚱그려져서 눈이 내리는 동화속 어떤 장면을 어렵지 않게 상상하게 만들고 있네요.

     

    사실 풀 오케스트라 반주와 실제 하프가 들어가서 다시 한번 들었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바라게 되네요. 

     

     

    오늘은 이진아의 신곡 (이게 2주만에 만든 곡이라니 ........세상에) 겨울부자를 듣고 감상평을 몇 자 적어보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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