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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피 - 못 만들었지만 무게감이 있는 영화

    채피 - 못 만들었지만 무게감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

     

     

    디스트릭트 9이 개봉된지가 벌써 6년이 되는 것같네요.

    다른 사람이 아닌, 디스트릭트 9의 닐 블롬캠프 감독의 영화라는 것 하나때문에 저는 채피를 꼭 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단지 그 감독의 영화라는 것만으로.....   

     

     

     

    디스트릭트 9이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그 전까지의 인간의 교만함에 찬물을 끼얹는 작품이었기 때문이었어요. SF라는 쟝르는, 에어리언이건 아이언맨이건 터미네이터건간에, 인간이 늘  선한 피해자였어요.

     

    외계인이나 로봇이나 이런 것들이 인간을 괴롭히는 것들이었고요. 인간은 힘없이 괴롭힘받는 존재였다가.... 나중에 카운터 펀치로 반격을 날리면서 극적인 효과를 보이며  끝내는 게 SF의 정석? 이었죠.  

     

     

    디스트릭트 9은 그 자리가 바뀌었어요.

    모든 악은 인간에서 나와요. 외계인은 피해자에요. 그리고 그러한 외계인은 오히려 힘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지해서 약삭빠른 인간에게 당하고 있는 거죠. 게다가 그 외계인은 인간이 극단적으로 혐오스러워하는 존재, 벌레의 얼굴을 하고 있었고요.

    그러나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벌레보다도 훨씬 혐오스러운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인간들이었던 거죠.

     

    아바타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고 외계인에 대해 역시 인간의 침략성과 호전성을 전면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저한테 아바타는 미국의 신대륙 정복 및 인디언 학살을 무대만 우주로 옮겨서 SF로 표현하는 것으로 보였어요.  디스트릭트는, 장소가 미국이 아닌 남아공이에요.  남아공의 인종차별과 극심한 빈부 격차를 빗대어서 만들어진 스토리라고도 할 수 있겠고요.

     

    그러니까.... 즉 인간에 대한 실망. 악의 근원은 모두 인간에게서? 이러한 생각을 담은 영화들이

     현재에는 SF의 화두이며 트렌드가 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채피는 인공지능을 지닌 로봇이 얼마나 순박하고 선한가...... 반면 탐욕에 찌든 인간은 얼마나 위험하고 악한가를 극단적으로 대조해서 보여주고 있어요. 

     

     

    인간이 자기 손으로 모든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믿던 시절이 있었어요.

    인간은 자신들이 눈부시게 가꾸어 놓은 문명과 문화를, 외부로부터 파괴당하지 않고 어떻게 잘 보호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죠.

    대표적인 영화가 에어리언이에요. (공교롭게도 당시에 시고니 위버가 주연했었네요.....)

     

    지금은 반대가 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얼마나 환경을 망쳐놨는가, 망가진 지구는 결국 인간의 책임이니까요. 그뿐 아니죠.

    이코노믹 크라이시스, 전세계적으로 망쳐지고 있는 경제와 극심해져가고 있는 빈부 양극화는 인간에 대한 실망으로 귀결되었고, 인간에게 무엇을 맡겨서는 결국 인간 자체가 파멸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인간들 전체가 느끼고 있는 시대가 되었어요. 

     

     

    영화 채피에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실망이었어요. 배터리가 늘어붙어서 재생할 수 없고 곧 폐기되어야 하는 운명의 채피가, 자신을 창조한 자와 자기의 "부모"에게 분노하며 이를 표출하고 있어요.

     

    영화 채피에서 또 하나의 화두는 "인간의 진화"였어요.

    사람의 마음을 다운로드받아서 메모리 칩에 저장하는 장면에서 "동일한 인격의 재생산" 이라는 결코 간단하지 않은 화두를 제기하고 있기도 해요.  멸종할 지도 모르는 우리에게 시급히 진화가 필요하다면, 바로 저런 방향이 맞는 것일까?  묻게 되죠.

     

    채피의 클라이맥스는 휴 잭맨의  인간이 조종하는 로봇 무스와 인공지능 로봇 채피와의 대결이었는데요.

     

    이 대결 설정이야말로 영화의 핵심 갈등이지 않았나 생각해요.

    인간을 본떠서 인공지능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입력한 로봇과 (보통 싸이보그라고 합니다만...)

    인간이 조종해서 움직이는 로봇.

    둘 중 어느쪽이 더 인간적인 건가요?

     

    아무 배경 설명 없이 딱 저 그림만 봤다고 했을 때, 과연 사람들은 어느쪽을 응원하게 될까요.

     

    사람은 더 인간적인 쪽을 응원하게 됩니다만,

    인간 자신이 가장 비인간적이라면, 과연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요.

     

     

    채피와 무스의 대결 장면에서 그 딜레마를 보게 됩니다.

     

    채피는 사실 단 한 편의 영화로서 끝내기엔 무리가 많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3편 정도로 나눠서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처럼) 만들거나, 아니면 차라리 TV 시리즈가 더 나았지 않았을까요.

     

     

    한 편의 영화로써 이 영화의 모든 갈등과 깊은 고민을 축약시킨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어요.

     

    그럼으로써 시고니 위버와  휴 잭맨같은..... 시대를 풍미하는 스타 배우들을 등장시켜 놓고서도  완성도는 형편없이 떨어지는 작품이 되고 말았어요. 많이 안타까와요.

     

    그러나 이 영화가 던진 화두의 무게감은 여전합니다. 

     

    - 인간은 "인간적"인가? 우리가 믿을 수 있을만큼?

     

    - 인간이 생존을 위해 더 진화해야 한다면,  어떤 방향이어야 하겠는가. Chappie와 같은 형상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오늘은 영화 채피에 대한 감상평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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