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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러리와 트럼프. 부러운 모습도

    정치란, 그 근본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 사이의 합의라고 생각합니다. 


    원칙을 토로하고 원칙대로 모든 결정을 내리는 것은 사실 사법부의 일이 아닌가 생각되고요, 정치가가 해야 할 일은 원리와 자기 소신만을 밀어부친다는 그런 것과는 좀 다른 것같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의 1,2차 대선 토론을 보면서 굉장히 인상이 깊었어요,.  전세계적으로 1차에서 1억에 가까운 사람이 시청을 했고 2차는 6700만명 가량이 시청했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야구 중계나 축구 중계보다도 이게 더 흥미진진해서 눈을 떼질 못했던 것같습니다. 




    언론에서는 이번 토론이 완전히 진흙탕 싸움이었고 오로지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과 비난 일색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는데요... 뭐 트럼프가 있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엔 없을 것같고  한 번 더 남은 다음 TV 토론도 마찬가지일 것같긴 합니다. 


    2차 토론의 마지막 부분에서 두 후보의 완전 처참한 (?) 싸움을 관망하던 한 방청객이 일어나서 마지막 질문을 했죠. 

    "두 사람 다, 그 어떤 수사라도 괜챦으니 상대 후보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거 하나씩만 말해 줄 수 있겠소?"



    이 질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폭소와 갈채를 동시에 보냈어요.  물론 두 후보도 웃었구요. 아마 우리나라 같앴으면 코웃음을 치거나 "저 인간한테는 좋은 점이라곤 없소.  단 하나도." 라고 양쪽이 다 씩씩거리면서 삿대질을 하고 답변도 거부당했을 것같습니다만...  


    먼저 마이크를 든 힐러리는 "매우 정당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의 자녀들은 능력있고 헌신적인 사람들이다. 아이들의 어머니로서, 또 할머니로서 이런 점은 내게 아주 중요한 가치라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그를 높이 평가한다." 라고 말했고


    트럼프 후보는 "힐러리의 말은 정말 큰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내 자녀가 자랑스럽다. 힐러리 후보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불굴의 의지를 지녔다. 판단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 면이 있지만 열심히 싸우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라고 말하고 이 TV 토론은 끝이 났습니다. 



    제가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힐러리 국무 장관이 토론을 하는 모습, 즉 방청객들 앞에 다가와서 그들의 눈을 하나하나 마주치면서 모든 정책과 현실, 방향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하는 모습이었어요.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사실 아무도 사람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저러려니 하고 봤지만, 상대방이 그렇게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는데도 불구하고 (게다가 정치권에서 오래 있었던 힐러리는 굉장히 많은 약점들과 실책들을 갖고 있습니다.)  


    자기 약점, 자기 실수에 대해 죽도록 물고 늘어지는 상대방에 대해 어떨 때는 웃어 넘기고 어떨 때는 반격하고 대체적으로는 차분하게 설명하는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힐러리 클린턴이 제 45대 미국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우리나라에 좋은 점이 많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트럼프가 일본과 한국에 미군의 주둔비용을 포함한 방위비 분담금을 더 많이 요구해야 한다고 고압적으로 얘기했지만, 사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오바마 행정부때 더 인상됐고 현재 1조 가까이 국민의 세금으로 미국으로 납부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트럼프가 행정부를 꾸리면 방위비 분담금이 올라가고 힐러리가 꾸리면 안 올라갈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누가 알겠습니까? 어차피 한국이 아닌 미국이란 나라의 이익을 대변해서 한 표라도 더 얻어야 되는 사람들인데.... 



    아무래도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오랜 기간동안 민주주의를 해 왔어서 그런지....

    수없이 많은 이견들이 있고 그런데도 그것을 조정하고 합의하면서 나라를 끌고 가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참 부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미국 하원에서 일방적으로 날치기 법안 통과시키는 건 본 적이 없는 것같애요.)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의 역사는 사실 100년도 되질 않았으니까요.... 미국과 비교해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하겠죠. 


    정치인들이 약속을 지켰느냐 안 지켰느냐라는 부분은 항상 여론의 공격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공약을 안 지켰다. 또 상원의원은 그때와 지금 말이 다르다. 이런 비판들이 정치인들에게는 항상 쏟아지곤 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약속을 지켰느냐의 문제보다, 국민들하고 얼마나 대화를 하려고 했느냐가 중요한 것같애요.  그게 정치인의 자질이라고 생각하고요. 



    사적 서버를 이용한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힐러리는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밝혔고, 비록 그것으로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많지만, 적어도 TV 토론에서 비쳐졌던 힐러리의 모습은 청중들에게 모든 정책을 잘 인지하고 설명, 차근차근히 설득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정치는 항상 맞는 결정이 있고 항상 틀리는 결정이 있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그 결정에 이르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거든요.  


    바로 이런 부분이 부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상대 정치인에게 거짓말쟁이!  사기꾼! 이라고 소리지르는 것은 물론 미국에서도 많이 있겠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의 동조를 얻어내기 위해 하나 하나 설명하고 차분하게 설득하는 모습.... 이런 것이 우리나라에선 너무 보기 힘든 것이 되어 있어서요.  



    그때문에 이 토론을 보면서 내내 우리보다 훨씬 발전된 민주주의를 가진 미국이 부럽기만 했던 것같습니다. (물론 미국의 양당 구조도 요즘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긴 합니다만....)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마칠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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