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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메디칼 드라마 닥터스 ; 의사 가운은 캐릭 아이템인가

    2012년 MBC에서 방송되었던 이선균/이성민 주연의 골든 타임을 보면서 감탄했던 것이 "우리나라도 이제 저렇게 현실을 꼬집고 제대로 반영하는 메디칼 드라마가 나오게 됐구나" 라는 점이었어요. 

    그 이후로 또한 많은 메디컬 드라마들이 나왔고, 지금은 SBS에서 닥터스가 방송되고 있네요. 




    골든 타임 이후로 그 어떤 메디컬 드라마도, 의사의 시선으로 볼 때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실망감을 자꾸만 주어 왔는데, 시청률이 20%를 넘보고 있는 화제의 드라마인 닥터스 역시 지금까지로서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 아쉽기만 해요. 



    홍지홍 선생이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응급조치를 하고 살리는 장면을 보고서, 그동안의 어둡게 살던 시절로부터 새로운 삶에 대한 의욕과 방향을 찾게 되는 유혜정의 그 모티브는 좋았어요.


    헌데, 더 설득력이 있으려면 그 '새로운 삶'이라는 게 힘없는 고아 여성 혼자서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서 훌륭한 의사가 되었는가 하는 개연성 있는 모습을 그려 나갔으면 이 드라마는 더 수준 높은 설정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 악물고 검정고시, 수능만 본다고 되는 일은 아닙니다)



    큰 병원의 후계자인 홍지홍 선생님이랑 연애하고 결국 결혼하고 성공하고 이런 건 공중파 메디칼 드라마에서 그냥 어쩔 수 없다 쳐도요. 


    적어도 흙수저건 금수저건 간에 의사로서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걸림돌이 되는 현실의 문제는 외면해선 안되어요.  



    의사가 사람을 살리고 훌륭한 치료를 해내려면, 단지 선의와 실력만으로 안됩니다. 


    의사를 둘러싼 수많은 보조 인력과 장비, 검사시설, 약품, 그것들에 대한 관리 인력, 동료 및 간호인력들이 필요하고 그리고 그런 것들을 운용할 수 있는 여건이 다 갖춰져 있어야만 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세상에서 이제는, 혼자선 절대로 영웅이 될 수가 없어요. 


    예컨대 이 드라마에서는 신경외과 의사가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으면 바로 검사하고 수술실로 올려서 펠로우건 스텝이건 손이 되는 사람이 수술을 해 내고 ... 모든 게 척척 이루어지는데요. 


    미국에선 그럴 껍니다. 미드 보면 진짜로 그렇게 해요. 

    응급실에 응급 수술실이 딸려 있고 응급실 전용 고가의 진담 검사장치들이 다 붙어 있어요.  


    그렇게 할 수 있는 여러 숙련 인력들이 상주돼 있고요. 



    헌데 우리 현실에서 응급 환자는 CT 검사실 앞에서 또는 수술실 대기하면서 한참 기다려야 합니다. 

    왜냐? CT 나 MRI 같은 고가 검사장비는 국가에서 사주는 게 아니거든요.  


    홍두식 이사장이 이사회에서 "병원 문을 닫을지언정 돈때문에 의사로서의 품위를 잃지 맙시다" 라고 점쟎게 한마디 하는데요, 



    돈이 없는 병원은 응급 환자 전용 CT를 못 삽니다. 


    그럼 응급환자는 CT 순서 기다리다가 또는 수술실 열리기 기다리다가 병세 악화되고 골든 타임을 놓치겠죠. 

     

    그게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이에요.  영웅적인 의사가 없어서 환자를 못 살리는 게 아니에요. 


    머리를 여는 큰 수술을 하는 대학병원/상급 종합병원 치고 수술실이 놀고 있는 데는 거의 없어요. 언제 올 지 모르는 응급 환자를 기다린다고 수술실 회전을 안 시키고 통째로 비워 놓는다면, 그 병원은 적자 내다가 끝날 테니까요. 


    수술을 잘 해냈다고 쳐도, 수술받은 환자는 그 이후로 오랫동안 중환자실에서 집중 관리를 받아야 합니다. 그게 더 문제죠.  중환자실 유지 비용은 어마어마하니까요.... 



    결국 닥터스에서 그려놓고 있는 의사들의 군상은, 드라마의 주인공을 멋지게 부각시키기 위한 (즉 소신과 실력을 갖고 환자를 보는 멋진 직업을 갖고 있는 선의의 인물들)을 장식하기 위한 캐릭터 아이템에 불과한 게 아닐까?  이런 생각에 화도 좀 나요. 


    미드 ER을 보면, 어떤 의사도 선하거나 악하거나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그려지진 않아요. 실제로 그렇거든요. 윤리적으로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어요. 한국이나 미국이나.  

    모두 자기 상황이 있고, 실력의 고하는 물론 있을 수 있지만, 자기 일에 대한 프로페셔널리즘은 기본으로 그려져 있어요. 


    물론 드라마는 재미로 보는 것이고, 현실을 있는그대로 그리는 것은 다큐지 드라마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희곡이라 함은 현실을 정확히 보고 그것을 풍자하고 꼬집을 수 있어야 합니다. 



    골든 타임을 보면서 감탄했던 것이 바로 이런 부분이었어요.  

    돈이 안 나오는 중증 외상 환자 치료 파트에,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진료비를 계속 삭감하려고 하고, 재단에서 지원이 거의 없는 가운데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동분서주하는 의사들이야 말로 영웅이었고, 

    월급도 박하게 받으면서 잠 못자고 일하는 이런  사람들의 모습이야 말로 같은 의사입장에서조차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것이었는데....  


    시청률 19%가 계속 넘어가고 있는 드라마 닥터스의 유혜정과 홍지홍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을 관장하는 의사로서의 모습을 꿈꾸었다면, 

    꼬일 대로 꼬여 있는 응급 의료 시스템과 병상 공급 과정에 대해 이렇게 주의 깊은 시선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그건 진짜 현실이고,  신경외과 응급 환자가 상급 병원에 들어가면 줄 서서 검사하고 수술방 잡아서 중환자실 비는 것까지 확인하고 환자 머리에 메스가 들어가기까지 평균 10시간 가까이 걸린다는 점도 무관심하게 지나가서는 안됩니다. 


    진짜 환자 목숨을 위해 싸운다는 건, 뇌 동맥류를 결찰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만큼 치열하게 우리 사회와 병원의 이런 시스템과도 싸우고 고발할 수 있어야 진짜 영웅이죠. 



    이러한 여러 가지 모습을 생각하면서 우리나라  메디칼 드라마를 보다 보면, 자꾸 고개글 갸웃하게 됩니다. 


    홍지홍 선생이건 진원장이건 유혜정 선생이건 정윤도, 진서우, 그 누구도 일생을 선과 악의 틀 속에서만 살지 않습니다.  



    순진한 학생들을 감옥의 간수로 실험했던 심리학 관찰 논문에서, 학생들이 얼마 안 가서 악랄한 간수로 변해갔듯, 그리고 나찌 독일에서 유태인을 집단으로 가스실로 몰아넣은 당사자들이 모두 악마가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었던 것처럼, 


    사회와 거대한 건강보험 체계, 병원의 모든 시스템은 의료인들을 그에 맞게 똑같이 바꾸고 만들어갑니다.  진짜 영웅을 그리고 싶다면, 결코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서 시선을 거두어선 안됩니다. 


    오늘은 닥터스를 보면서 느끼는 소감으로 포스팅을 해 보았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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