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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 필러 시술은 정당한가?

    요즘 미디어에 지속적으로 가슴 필러에 대한 고발, 보도, 탐사 기사 등이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은 언젠가는 한번 터질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세상 모든 사고들이 그렇듯, 터질 사고는 결국 터지게 되드라고요.

     

    JTBC 뉴스룸의 보도 및  KBS 제보자들의 탐사 보도에 따르면 피해 제보자들은 대체로 가슴에 대량의 필러를 맞고 난 후 에 부작용을 호소하는 여성들이었습니다.

     

    이런 부작용들은 주로 필러의 흘러내림이 주를 이뤘던 것같습니다. 그리고 통증, 이물감, 딱딲함, 염증 반응, 발적 (빨개짐) 등이 뒤를 이었고요.

     

     

     

    TV 방송에서는 필러라고 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떤 면에서 위험한가, 그리고 나중엔 어떻게 되는가. 이런 것에 대해 폭넓게 다루려고 애를 쓴 것은 보였지만 성형외과 의사 입장에서 볼 때는 뭔가 미진한 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영상은 대체로 전파를 타고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흘러가기 때문에 지면에서 다루는 것보다 더 깊이가 없어 보이는 면이 없쟎아 있어요. 물론 영향력, 휘발성은 요즘은 방송이 지면보다 강해 보입니다.

     

    2013년 식약처에서 수입허가를 내준 필러가 있어요. 우크라이나에서 제조하고 체코에서 한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필러를 A 필러라고 부를께요. 지금 현재는 거의 유통이 안 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2014년~2015년 대한성형외과 학회 유방 성형 연구회에서 이 필러에 대해 토론이 있었습니다. Copolyamide라고 하는 그때로선 생소한 물질을 필러 재료로서 이용해 구성한 것이며 친수성이므로 물에 녹는다라고 하는, 그런 특성을 수입사에서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이 필러를 가슴에 사용해도 되겠느냐라는 부분이었어요.

     

    회원들의 반응은 완전히 사용 반대 의견을 낼 것과,  증례에 따라 적절히 조절해서 사용해 보는 식으로, 의사 개개인에게 맡

    길 것 등으로 조금은 갈리는 분위기였습니다. 인체 내의 생물학적 안전성에 대해서는 식약처에서 안전하다는 판명과 함께 제품 판매 승인을 내 줬기 때문에, 이것을 금지시킨다는 것도 실질적으로 의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학술적인 여론이었고요, 인터넷에서는 난리가 아니었지요.  한국같이 미용 수술이 자유 방임적으로 운용되는 나라에서는 병의원들이 모두 신제품 나오기만을 기다립니다. 그게 살 빼는 약이건, 의료 기기건, 필러 등이건 간에 일단 신제품이 출시됐다는 소식이 퍼지면 그쪽으로들 달려가서 신제품의 상품성에만 집착하고 매달립니다. 그리고 광고를 배포하지요.  일단 "상품성 있는 신제품"이라고 판단되면 그 안전성과 임상적 효용성, 부작용 등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2015~2017년정도까지 A 필러에 대해 인터넷 상으로 엄청나게 많은 광고가 살포되었습니다.

     

     "쉽게, 빠르게, 부작용도 없이 하는 가슴 성형" 이라는 제목 하에서요.  파란 창에 A 필러를 검색에 입력하고 검색 순위를 오래된 순으로 해 보면 과거에 얼마나 많은 광고들을 병원들에서 하고 있었는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동시에, 같은 제품에 대해 최신순으로 검색해 보면 아무도 광고를 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그걸 제거하는 시술/수술을 광고하는 병원이 이젠 많구나. 라는 걸 느끼실 겁니다.

     

    그걸 보고서 진짜로 이건 큰일이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분명히 피해자들이 생길 것이고, 그들을 시술한 병원들은 큰 문제에 휩싸일 것이다. 라고요. 그리고 지금 그 피해자들이 연대해서 모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들이 언론사들에 내용을 제보하고 있고요. 그로 인해 가슴 필러가 이렇게 지금에 와서야 이슈화가 되어 있습니다.

     

     

    TV 방송에서 상당히 많은 내용을 다루었지만, 보도 뉴스는 "이렇게 피해 입은 사람이 많다. 이런 거 하면 위험하다. 위험한 병원들 많다 조심해라."  이런 메시지로 끝나는 것같다는 생각입니다.

    헌데 저는 이 이벤트에 대해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필러도 종류가 많다. 가슴에 대량의 필러를 주입하는 건 안 좋지만 특히 A 필러는 아예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이미 맞은 사람들은 전부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니 너무 염려하진 말아라."

     

    제가 몇 가지를 첨언해서 가슴 필러 시술은 정당한가? 라는 주제에 대해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1. 가슴에 필러를 넣어도 좋은가?

     

    우리가 '가슴'이라 함은 보통 유방을 말하는 것인데, 유방의 확대를 위해 대량의 필러를 주입하는 행위는 위험하다.

    왜 위험한가? 필러는 작은 알갱이들로 이뤄져 있고, 이런 작은 알갱이들이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위치의 안정성이 없어, 혈관을 막거나 신경에 영향을 주거나, 피부 너무 가까이에서 모이거나 항상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생긴다는 것.

     

     

    그러나 아주 작은 부위에 필러를 약간량 주입하는 것으로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예컨대 조직 검사등을 하고 난 후에 생긴 함몰부. 이런 데를 메꾸기 위해서 약간량의 필러를 피부 혹은 피부밑층에 주입하는 행위는 별다른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다.

     

    2. 모든 필러가 위험한가?

     

    필러는 지금까지 개발된 것만 종류가 수천가지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가 믿고, 안심하고 쓸 수 있는 필러는 오직 하이알뉴론산 제재의 필러뿐이다. 하이알뉴론산도 회사와 종류 등이 매우 다양하지만 어쨌든, 우리가 원하는 때에 소멸시킬 수 있는 필러 제품들을 사용하는 것은 비교적 안전하다.

    이런 필러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오랫동안 지속되질 않아서 생체에서 녹아 없어지기 때문에, "좀 더 오래 가는 " 필러. 를 자꾸 원하는 환자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A 필러같은 제품이 나온 것이다. 원할 때 완전히 녹일 수 없는 필러는 늘 위험하다. 인체에 이물질을 넣는 모든 행위들은, 그것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어야만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치과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한다면, 뼈에 박은 티타늄에서 문제가 생겼다라고 칠 때 그것을 제거할 수 있어야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사로, 콜로이드 상태로 몸 속에 주입되는 필러들은 넣기는 쉬워도, 몸 속 여기저기로 스며들기 때문에 절대 제거가 간편할 수 없다. 

     

    결론은 하이알뉴론산 제재의 필러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가슴에 넣을 때는 대용량 주입은 결코 안 되며 아주 소량만 피부 근처에, 꼭 필요할 때만 쓴다.

     

     

    3. A 필러를 이미 맞은 사람들은 모두 제거수술을 해야 하나?

     

    어차피 A 필러는 어떤 방법으로도 100% 제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임상적으로 지금 밝혀지고 있다. 해당 필러를 맞은 피해자 사례들이 매스컴을 타자 여러 병원들이 마치, 그런 필러를 완전히 제거가 가능한 것처럼 환자들을 유인하는 광고들을 하고 있다. 이는 비양심적인 것이다. 대용량으로 주입된 필러는 수술적으로 완전 제거가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필러를 맞았다고 해서 100% 부작용들이 다 생기는 것도 아니다. 방송만 본 사람들이라면, 나도 저 필러를 맞았으니 나도 저렇게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기겠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실은 큰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현재 통증, 염증, 이물감, 뭉쳐서 튀어나옴, 피부 괴사, 발적, 흘러내림 등등의 부작용들이 발생하지 않은 분들은 굳이 그걸 제거수술하겠다고 큰 돈을 쓸 이유는 전혀 없다.

     

    4. 식약처 승인을 받은 제품이면 믿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식약처에서는 생체 안전성 검사를 하고 인체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지면 판매 유통 승인을 내주는 기관일 뿐이다. 담배를 누가 유통시키고 있나? 국가가 유통시키고 있다. 담배를 팔아서 그 막대한 재원을 정부가 가져가고 있다. 모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듯, 담배는 아주 확실한  발암 물질이다. 근데 식약처에서는 그토록 위험한  담배를 왜 판매 유통정지시키질 않는가? 이런 것과 마찬가지다. 어떤 약이든, 필러든 의료기기든간에, 쓰는 사람이 그것을 주의하여 케이스를 잘 가려서 사용해야 피해자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의료기기에 있어서 그것은 의사의 몫이다. 이번 A 필러 사태에서 밝혀진 것은 우리나라에서 의사들, 특히 미용수술을 하는 의사들이 과연 양심적이라고 믿을 수 있느냐 하는 아주 심각한 부분이었다.  의사들 스스로가 이런 위험성이 있는 필러 제품을 무분별하게 광고하고 매출을 올리려 하는 행위에 대해서 지체없는 자정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바뀌어가야만 한다.

     

    5. 어째서 사람들은 가슴에 필러를 맞았는가?

     

     

    광고하는 병원의 상술에 현혹되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빠르고, 부작용 없고, 저렴하고, 아프지 않으면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문구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놓는 병원들이 큰일이다. A 필러를 대용량으로 유방에 주사하기 전에, 조금씩 써 보면서 그 필러들이 얼만큼 안전한지, 실제로 식염수로 녹는지 등에 대해 충분한 임상적 경험을 쌓아야 했다. 그리고 나서 많은 의사들이 그 필러에 대해 문제가 별로 없다는 점을 확인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환자 모집을 하든지 해야 햇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그 모든 과정이 거꾸로란 게 문제다. 일단 광고. 선전. 환자 모집. 그리고 시술. 매출 확보. 이후 부작용 발생?  그때부턴 나 몰라라... 이런 과정이 신제품들이 나올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병원의 선전광고에 쉽게 현혹되곤 하는 소비자들에게도 큰 문제가 있다. 성형, 미용시술이라고 하는 것을 일반 뷰티 상품을 구매하는 것과 똑같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의료 시술, 의료 행위는 주의 깊은 고민과 통찰이 필요하다. 소위 말빨 (?) 좋은 실장 (수술 판매자)의 언변이나 인터넷에 올라온 후기들 등에 너무 쉽게 속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한국 소비자들의 특징은, 시간이 흐르고 나면 잊어버린다는 점이다. 유해 생리대 사건도 성형중 뇌사 사건도 가슴 필러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뇌에서 지운다. 한국 사람들이 유독 심하다. 이러면 병원들은 환자, 소비자 집단을 우습게 생각할 수밖에 없고, 벼라별 짓을 다하게 된다.

     

    오늘은 가슴 필러 시술에 대해 방송을 보고 들은 바에 따라 저의 생각들을 정리해서 포스팅을 꾸몄습니다.

    도움이 되셨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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