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Content

    티스토리 뷰

    고친 미인들에게는 비웃음을, 모태 미녀들에게는 박수를.

    고친 연예인은 사생활도, 비밀도 없어야만 하는 건가

     

     

    좀 웃기는 나라 얘기부터 하나 해보겠습니다.

    브라질에서는 모든 여자들이 18세가 되면 마치 성인식처럼, 누구나 가슴 확대성형을 한다고 하는데요. 도저히 안 할 수가 없는 외모 지향적인 사회 분위기라고 하죠.

    가슴이 작거나 못 생겼으면 아예 사회생활에 곤란을 느낄 정도로 유난스러운 문화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성형 수술 해서 많이 예뻐졌다는 소리를 듣다보면 잡지 등에 자기 비포어 애프터 사진도 자발적으로 게재하곤 한다고 합니다.

    내가 이만큼 예뻐졌다!라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해서 남들이 알아줬으면 한다는 거죠.

     

    한국이 성형을 많이 한다고는 하는데, 브라질만큼은 아닌 것같습니다.

    단 문화가 좀 많이 다른 것같은데요.

     

    한국적인 문화에서는 예를 들어 연예인들의 경우 성형을 했다는 과거는 늘 가십거리가 되죠.

    사람들은 누구누구는 다 고친 애더라. 성형 연예인! 이라는 말을 하고.

    본인들은 늘 아니라고 하고요.

    양악수술을 한 걸 치아교정을 했다고 하고, 코수술한 걸 주사 한 대만 맞았다고 합니다.

    가슴 수술같은 건 절대 한 적 없고 원래 자연산 글래머였다고 부인하고요.

    한마디로 말하면, 성형수술을 해서 고쳤다는 걸 어떻게든 감추고 싶어하는 문화라는 거죠.

     

    내 코 자연산이야. 근데 이 정도야.

    내 가슴 자연산이야. 고친 애들하고 비교하지 말아줘. 

    성형을 하지 않고 예쁘다는 것을 최고의 자랑으로 생각한다는 겁니다. 

     

    사실

    아시아 여러나라로부터 한국은, 한류 열풍지역 즉 문화 연예 컨텐츠의 수출국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는 아시아 최고의 성형 선진국으로 인식되어 온 지도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한류 성형은 아시아 성형의 1번지)

     

     

     

     

    이 사실을 보도한 어떤 기자분이 방송에서 어엿이 이런 멘트를 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성형 선진국으로 인식되고 있다니, 너무 기분 나쁩니다, 하루빨리 이런 오명을 벗어야 할텐데......'

     

    연예인 00는 진짜 예쁘다. 걔는 정말 자연산이다.

    연예인 ~~는 밤맛이다. 걘 다 고쳤다.

     

    일상적으로,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이런 대화들을 보건데 제가 드는 의문점은 이렇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코가 오똑하고 얼굴이 작은 이들은 박수 받아야 하고

     수술로 코를 높이고 얼굴을 작게 한 이들은 비난받아야 하는가?

      

    모태 미녀는 순결하고 고친 미녀는 천박한 것인가?

     

    자기가 노력해서 살을 빼고 식단을 짜서 직접 장을 보러 다니며 살을 빼고 날씬해진 경우 사람들은 박수를 보냅니다. 대단하다, 칭찬 받을 만하다고요.

    성형외과에 가서 수술을 해서 살을 뺐다고 하면 '에이 뭐야 그런 거였어?' 이렇게 돼버립니다. 

     

    하지만 노력을 해서 예뻐졌다는 면에서는 두 경우가 비슷하지 않은가 싶은데요.

    제 생각에는, 고가의 수술비를 모으기 위해서 남들 쇼핑할 때 참고 아껴서 돈을 모았고,  붓기와 회복기간 동안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견디고 리스크를 감내했다는 면에서 수술로 예뻐지는 것 역시 공짜가 아닙니다. 물론, 수술이란 반드시 필요할 때만 해야지 남용되어서는 큰일납니다.

     

    서두에서 브라질이란 나라와 비교를 한번 해봤는데요, 성형에 관해 우리나라 사회에는 아무래도 조선시대 (유교) 성리학적 문화가 아직까지 뿌리깊게 남아 있지 않나 의심이 듭니다.

     

    예를 들면

    유교에서 가르치는 도덕적 덕목에 보면 일부종사  (一夫從事)가 있습니다. 여자는 평생 한 명의 지아비만 섬겨야 마땅하다는 거죠. 남편이 죽어도, 남편 무덤 옆에서 살라는 겁니다.

    실제로 불과 100~200년 전에 이 땅의 여성들은 그렇게 살았습니다. 이상한 것은 남자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가르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여자는 본질상, 남자의 밑에 있다는 논리가 너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된 거죠?

     

    정말 문제 많은 고전_춘향전. 춘향은 일부종사를 한다며  정절을 지키기 위해 감옥에 들어간다. 남원에서 기생집을 맨날 드나들었던 이몽룡은 한양에서 과연 기생집을 안 갔을까?

     

    성리학의 정신은 근본을 파고 드는 것입니다.

    사-농-공-상 서열을 만들어서 상인을 철저히 천시한 풍조도 성리학적인 논리에서 나온 것이고 이게 나라를 가난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망치고 일본에 병합되게 하고 민생을 피폐해지게 만든게  성리학입니다.

    만약 처음부터 실학 정신으로 살아 왔다면 조선은 (드라마 더킹 투 하츠에서처럼) 왕국이면서도 강대국이 되어 있었겠죠.

     

    사족이 길었는데 하여간,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람 얼굴을 볼 때조차도 이런 성리학적인 세계관에 아직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은가? 조심스레 묻게 됩니다.

     

    고쳤어? 눈은? 코는? 가슴은 자기껀가? 뭐야 다 고쳤대? 아주 인조인간이구만.

    연예인이건 일반인이건 자기 며느리건간에, 자꾸 근본을 끌어내서 '제대로 된' 뿌리인지 아닌지를 파고들라고 하는 성리학적인 사고의 '버릇'이 아닐까요.

     

    하지만

    결혼할 사람이 가슴을 고쳤는지 안 고쳤는지가 나한테 별로 중요할 것같진 않습니다.  자기가 판단해서 자기가 한 일, 나쁘다 혹은 좋다고 타인이 논평할 일은 아닌 거죠.

     

    며느리가 코를 높였는지 안 높인 것인지가 자식의 결혼 생활에서 중요한 요소는 아니죠. 근본이 천한 것을 귀하게 하겠다고 수술한 게 아니고 단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만족을 위해서 수술 받을 뿐입니다.

     

    미인이면 그냥 미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친 미인인지, 모태 미녀인지 확인하겠다고 파고 들어서 신상 다 노출되고 졸업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고....그거 하도 봐서 이젠 별로 자극적이지도 않습니다.  

    반대로 안 예쁘다면, 고쳐서 안 예쁘건 원래 안 예쁘건 간에 관심을 안 가지면 됩니다. 왜 안 예뻐졌느냐는 그의 사생활일 뿐이지 나와는 관계 없는 일이죠. 

     

    너무 성형에 대한 환상을 갖는 것은 금물이긴 합니다. 좀 '망가진' 연예인들을 보면서 교훈을 얻기도 하는 것은 역으로 교육적인 효과도 있는 것같습니다.

     

    고쳐서 예뻐졌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찬사를 받는 나라가 있고 

    고쳤다는 것을 죽어라 감추고 결혼할 사람한테조차 숨기는 나라가 있습니다. 

    양쪽 다, 건강한 문화는 아닌 것같습니다. 

     

    대한민국엔 세계에서 인정하는 앞선 성형 기술이 있고 지금 이 순간도 수술 받는 사람이 있지만, 성형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그 문화는 아직 성숙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세계 최고의 자동차 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도로 예절과 운전 문화는 후진국 수준인 것과 똑같습니다. 

     

    오늘은 왠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사족이었던 것같네요.

    상담 중에 어떤 분이 '저 코수술을 평생 생각해 왔는데, 시어머니 모르게 수술해야 해요.'

    이런 말씀 들었던 게 어쩌면 그렇게 가슴에 답답하고 씁쓸하게 남던지.....그냥  한 줄 쓰겠다는 게 길어졌습니다.

     

    주말 잘 정리하고 계신가요? 날씨가 너무 덥고 모기가 기승을 부릴 것같네요. 좋은 한 주 시작하십시오. 감사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