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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가수다3 가왕전 6강 - 절제와 분출

    이번 방송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계속 어떤 의문이 떠올랐는데요... 그건.

    음악에 있어서 과연 절제와 분출, 둘 중 어느쪽이 더 많은 감동을 주는가? 하는 점이었어요.

     

     

    김현정의 '멍'을 부른 소찬휘는 강공으로 나가서 아낌없이 힘을 분출하는 무대였고

    반명 '열애'를 부른 김경호는 그 전까지에 비하면 굉장히 여리고 절제된 무대를 보여줬거든요. 헌데 이 대전에서 승자는 김경호였어요.

     

    반면 독백조로 힘을 완전히 빼고 담담하게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들려준 하동균과 이승환의 '천일 동안'을 부르면서 폭발력을 보여준 박정현 사이에서 승자는 박정현이었고요.

     

    한 조는 절제력의 승리, 한 조는 분출력의 승리였었다고 정리할 수 있었겠네요.

     

    근데 이렇게, 절제하고 꾹꾹 누를 것이냐, 분출하고 터뜨릴 것이냐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은 세상에 그 어떤 음악에서건간에 공통적으로 하나의 핵심이 아닌가 생각되어요.

    즉, 똑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는데 그걸 아주 담담하게 하는 게 가장 상대방에게 전달이 잘 될 수도 있고요. 확 터뜨려 주는 게 좋게 느껴질 때도 있는 거거든요. 

     

     

    음악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지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가장 어려운 갈림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수가 타자를 상대하면서 공을 던질 때 강속구로 갈 것인지 변화구, 체인지업으로 가서 상대를 제압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과 비슷한 것같아요.

     

    소찬휘의 '멍'

     

     

    소찬휘씨의 멍을 들으면서 든 생각은, 너무 강공 일변도로 요즘 가고 있다. 라는 점이었어요. 이건 나가수3에서 자꾸 도입하는 대결 구도이기 때문인 것같기도 한데요. 좀 '불후의 명곡'같다는 생각조차 들었어요. 이날은.

     

    그리고 '나는 가수다'정도 되면, 이렇게 김현정 노래같은 다들 아는 노래를 갖고 나와서 아주 세게 터뜨리는 것도 좋겠지만,  청중들이 잘 모르는 노래를 잘 커버해서, "아 저런 좋은 노래가 있다는 걸 몰랐네" 라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도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을 늘 지울 수 없어요.

     

     

    김경호의 '열애'

     

    김경호씨는 그 목소리에서 여성적인 느낌의 발라드가 저렇게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을까? 하는 점에 놀라왔어요.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한 건데, 사실 김경호씨의 목소리가 전형적인 라커로서는 좀 많이 가늘고 여린 느낌이 있어요.

    걸걸하고 남성적인 느낌보단 그 속안에 알맹이는 상당히 가냘프다고까지 할까? 싶은 그런 여린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어떨 때 보면 문득 서정성 있게 느껴지곤 하는 것같애요.

     

    그래서 김경호씨는 자기 보이스의 특징을 잘 알기 때문에 저렇게 온몸이 떨릴 만큼 심한 바이브레이션을 주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이렇게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이 화자가 되어 말하는 노래에서 김경호의 이런 목소리가 뜻밖에 굉장히 사람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았네요. 

     

     

    하동균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하동균씨는 근본적으로 락 목소리인데 이렇게 독백조로 부르는 포크풍에 가까운 노래조차도 진짜 잘 소화해 버리네요. 되게 담담하게 잘 불른 것같애요. 감정을 강요하기보다는 쓸쓸한 한 명의 노인의 입장에서 이야기해주는 화자로서의 모습 자체가 감동이었던 것같애요.

     

    뭐 이렇게 불러주면 경연에서 패해도 괜찮습니다.

    꼭 이겨야 하나요?  이만큼 좋은 노래 어디서 듣기 힘든데 말예요.

     

    박정현의 '천일동안'

     

     

     

    박정현이 노래할 때 늘 늘 항상 똑같이 , 매번 언~~제나 느끼는 게 하나 있는데

     

    분명 남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그게 듣다 보면 원곡 가수가 아예 생각이 안 난다는 거죠. 이게 커버곡이라는 걸 잊게 돼요. 박정현 노래인줄 알고 속아서 (?) 들어요.

    그 어떤 노래에도 박정현의 혼을 다 실어버려요.

     

    무녀가 살풀이를 하다 접신을 하면서 작두에 올라타는 순간.

    말하자면....어떤 절정의 순간.

    음악에 있어 적절하게 표현한다면...... 영감의 순간?. 소름이 확 올라오는 순간.

     

    박정현은 그런 순간을 마음대로 만들어내버려요. 노래가 예술이라고 얘기들을 많이 하지만, 박정현의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듣다 보면

     

    이건 절정에 오른, 어떤 음악의 혼과 교감하는 신들린 무녀같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음악의 신이 있다면, 늘 박정현에게만은 자기와 소통하는 끈을 열어 주는 것같아요. 

     

    이승환의 천일동안을 잘 부른 가수는 지금껏 정말 많았어요.

    원곡도 유명하지만 유명한 만큼 내로라하는 가창력을 가진 수많은 가수들이 불러왔쟎아요.

     

    그런데 이날 박정현의 '천일동안'은  원곡자가 박정현이라고 해도 아무도 뭐라고 못할 것같애요.

    박정현은, 한마디로 신들렸어요.

     

    그 말 이외에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노래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내내, 끝난 후까지도 계속 소름이 돋았으니까....

     

     

     

    나는 가수다가 가왕전을 향해 가고 있는데요. 좀 안타까운 모습들이 많이 보여요.  최고의 가수들이 들려주는 음악의 향연을 보고 싶어 모인 사람들 앞에 자꾸 찬물을 끼얹는 연출이 나오곤 하더라고요. 앞으로 자꾸 이렇게 나가면 곤란한데....

     

    어쨌든 이날 방송을 들으면서는 음악의 알맹이, 노래에서의 두 가지 고민들. 즉 절제와 분출 사이에서의 갈등. 이런 부분을 정말 더없이 멋있는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준 느낌이에요.

     

    그 자리에 모여 있던 청중들이 절제된 무대와 폭발적인 무대 중 어느쪽을 골랐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두 가지 모두가 예술에 있어서 없어선 안되는 요소라고 생각하거든요.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마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요.

    좋은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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