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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근두근 왈츠, 유희열의 책망, 이진아의 폭풍눈물

    두근두근 왈츠, 유희열의 책망, 이진아의 폭풍눈물,

     

    오늘. 이진아의 캐스팅 오디션 곡은 학창시절에 작곡했었다고 하는 "두근두근 왈츠"였어요.

    너무나 좋았던 이 곡의 가사를 한번 다시 되뇌어 볼까요.

     

    따스한 날 오후 두시

    연두색 잔디에 누워

    조용히 눈감아 보다 생각나는 너의 모습

     

    너에게로 달려가 내 마음 꺼내고 싶어 서랍속 숨겨져 있는 뜨거워진 나의 마음

    알 수 없는 너의 마음을  아무도 몰래 기도해

    어느 별에서 왔니 두근두근 꽃잎바람이 부는 날.

     

     

     

     

    처음 1라운드에서 통과된 노래 시간아 천천히,  두 번째로 들은  마음대로, 그리고 오늘 두근두근 왈츠에 이르기까지.

    이진아의 노래를 들을수록 제가 점점 더 강하게 느끼는 게 있는데요.

     

    첫째. 이진아는 천재 뮤지션이다.

    둘째. 그의 음악은 미래적이고 전위적이다.

    셋째. 그의 음악이 대중적으로 많은 호응을 받을지는 의문스럽다.

     

    라는 것입니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는 이진아는 서울 예술대학교를 졸업하고

    일찌감치 실력파 뮤지션으로 인정받았고, 작곡에도 천재성이 넘친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CJ 아지트에도 들어갔으며 국내 정통 재즈 뮤지션들로부터 인정받아 다수의 공연을 했다고 합니다. 2013년에 나온 음반 '보이지 않는 것'에 '시간아 천천히'도 들어 있더군요.

     

    천재라고 하는 건

    사람들이 '이건 이렇게 하는 거다' 라고 알고 있는 거에 대해,   '아니야. 이게 이렇게도 할 수 있어.' 라는 걸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진아의 음악은 쟝르를 넘나들고 사람들의 상식을 무너뜨리고 있어요. 

    그의 음악성은 신이 주신 거니까, 사실 저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그냥 그걸 들으면서, 그 재능을 인정하기만 할 뿐이었어요.  박진영씨와 유희열씨도 그런 심정으로 심사 멘트를 했던 것같애요.

     

    오늘 "두근두근 왈츠"는 어찌보면 이진아가 아주 예전에 수줍게 만들었던 어떤 습작 중 하나였던 듯해요.

    거기에 화성과 여러 가지 현란한 연주를 곁들이고 손을 봐서 오늘 그걸 발표하는 자리가 되어버린 것같네요. 

    특히 간주 부분에서 튀어나온 유니즌, 아르페지오. 스케일, 재즈적 화음. 이런 것들은 이진아가 어떤 재능을 갖고 있는지 소름이 끼치도록 느껴지게 합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걸 만들어내 스케치하고 입히고 색칠하고 있었던 거죠.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진아가 갖고 있는 천재성은, 대중성(상업성)과 꼭 같은 방향은 아닌 것같애요.

     

     

     

     

    ......................

     

     

     

     

     

     

    그의 연주는 파격적이고 현란하지만, 재즈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그쪽 세계로 끌고 들어갈 수 있을 것인지는 알 수가 없어요.

     

     

    3라운드에서 "마음대로"를 들은 유희열씨가 평한 내용은 아래와 같아요.

     

    (이진아는) 음을 허투루 쓰지 않는 거예요.

    저는 저런 곡을 너무나 쓰고 싶었고 너무 갖고 싶었던 재능이었어요.

    음악성과 대중성 중간에서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 그게 있네요.여기.

     

    얘기를 듣고 보면, 유희열씨가 20년이 넘게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음악성(예술성)이 있으면서 대중들에게도 사랑받는 음악을 만드는 일이었던 것같애요.

     

    많은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받고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는 데만 주력한다면, 음악은 결국 창녀의 유혹처럼 천박해지고 쉽게 잊혀지고 버려지는 소모품이 될 뿐이겠죠.

     

    그러나 예술적인 깊이가 있는 음악을 창조했을 때. 그건 그걸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다수의 대중들에게는 외면받기 쉽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것을 감상하지 못하고 평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예술이라도 빛나질 못하고 쇠락하기 마련이죠.

     

    유희열씨는 늘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었던 것같애요.

     

     

    오늘 두근두근 왈츠에 대한 유희열의 평은 아래와 같습니다.

     

    저는 제일 별로였는데요 솔직하게.

    이진아 양의 매력이 없어요. 이곡에서.

    지금, 제일 잘하는 걸 해야겠는데요. 그게 사람들한테 인정을 못받는다고 하더라도

     

     

    잘하는 거 해요. 지는 게임에도 잘하고 떨어져야지

    대중들은 당연히 진아양이라는 캐릭터를 보면 헤깔려요.

    몰라요 저는 이 무대에 대해서만큼은 냉정하게 말하고 싶어서 솔직하게...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처음에는 유희열 심사위원이 왜 저런 소리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어 이해가 안 갔었는데요.

    이 노래를 다시 계속 돌려들으면서 이제는 알 것같애요. 저 말이 무슨 소리였는지.

     

    이진아의 천재적인 재능이라면 어쩌면, 대형 기획사들이 판치는, 이런 지독하게 상업적인 대중음악의 현실, 그 틈바구니에서 예술적인 깊이를 갖춘  음악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그런 부푼 기대감을 갖고 무대를 봤는데,

     

     

     

    저건 아니었다는 말인 거죠. 유희열은 자기 스스로에게 답답했던 것, 자기 가슴속에서 응어리져 있던 걸 이진아에게 쏟아내고 있었던 것같애요. 그게 마치 책망하는 것처럼, 야단치는 것처럼 보였던 거죠. 

     

    "왜 지금 그렇게 많은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렇게)......  예전에 보여줬던 것처럼 그 한음 한음 아끼면서 긴 시간동안 디테일하게 음악에 매달려서 음 조합을 했었던,  그 장점을 보여줘야 될 것같애요.

    그래서 저는 진짜 큰 기대하고 봤었는데 그러기엔 조금 아쉬워서.......... 뭘 어떻게 얘기해야되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에 이르러서 이진아는 결국 펑펑 울음을 터뜨려 버립니다.

     

     

     

    이진아도 알고 있었던 것같애요. 그는 그냥 오디션 참가자가 아니니까요.

     

    이미 1년여 전에 음반까지 냈었던, 실력으로 인정받는 인디 음악의 뮤지션이니까. 그러나 실력만으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는 것도 아주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을 꺼에요.

     

    그는 자기 노래가 끝나고 난 직후에도 약간 겸연쩍은 웃음을 짓고 심사 내내 (불안한지) 손발을 쉴 새 없이 꼬고 있었죠. 이 노래가, 앞서 불렀던 두 곡보다 못한 곡이라는 점도 깊이 깊이 의식하고 있었던 거고요.

     

    어쩌면, 그는 자기가 지금껏 헤엄쳐 왔던 물과 완전히 딴판인 물에서 헤엄치는 걸 너무 어색해하는 걸로 보이기도 해요.

    지금껏 그의 음악을 들었던 사람들은  국내에서 알아주는 실력파 뮤지션들이었어요. 늘 호평을 받았을 것이고, 비범한 그의 피아노 연주 실력 역시도 천재적인 재능이 깃들어 있어 항상 최고임을 확인받았을 거에요.

     

    그러나 자신의 재능이, 남녀 노소 누구나 죄다 쳐다보고 있는 TV 에서 골목 골목에서도 틀어서 대중들에게 들려지고 심판을 받고 있다는 것,

     

    누군가는 인터넷 댓글로 자기에게 아주 혹독한 댓글도 휘갈겨 쓸 수 있다는 이런 대중음악계의 살벌한 현실이, 독특하고 창조적인 이 뮤지션에게 견디지 못할 만한 스트레스였을 지도 몰라요.

     

     

     

    이제 결국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아래의 질문들에 대해 궁금해할 차례네요.

     

    과연 이진아는 이 오디션에서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저 들려지는 노래라고는 발라드, R&B, 힙합/댄스곡밖에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 토양에서,  그의 새로운 음악은 대중들에게 선택받고 살아남을 것인가?

     

    남다른 애정을 가진 유희열은 이진아를 만나 그의 노래를 어떻게 만져나갈 것인가? 그게 과연 약이 될 것인가?

     

    장차, 이진아와 같은 음악인들이 과연 대중 앞에서 큰 성공을 거둘 것인가. 아니면 결국 언더그라운드에서 소수의 대중과 호흡하다가 끝날 것인가?

     

     

    이진아를 보면서 참 생각을 많이 하게 됬네요.

    그만큼 그의 존재는 우리 음악에서 너무 중요합니다. 저는, 그의 노래가 최대한의 성공을 거두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어쩌면, 우리 음악의 향방을 가르는 그 기로에 선 무대를 봤다는 생각이에요.

     

    훌륭한 음악을 들려준 이진아씨에게 감사드리면서 오늘 포스팅을 마칠께요.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P.s. 본 포스팅에 인용된 이미지 등의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와 소속사에 있으며, 본인의 글은 개인적인 술회를 읽는 이들과 나누기 위한 것으로서 전연 상업적인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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