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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영화 후기

    2015년판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는  톰 하디의 영화라기보다는  조지 밀러의 영화라고  표현하는 게 더  나을 듯하네요.

    79, 85년  우리가 어렸을 때 나왔던 매드 맥스는  멜 깁슨의 매드 맥스였어요.  

    이 영화에서 기억 나는 건  오로지 멜 깁슨의 액션이었고특유의 무표정해 보이면서도 강렬한 매력을 풍기는  주인공의 개성과 향취였었죠.

     

     

     

    2015년 조지 밀러 감독이 영화에 대한 애착을 끊지 못해 다시 부활시킨 맥스는 이제 톰 하디라는 유능한 배우가 이어받게 되었고, 정말 확실히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지만

    옛날 멜 깁슨의 맥스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었어요

    아니 주인공이 부족한 게 아니라, 맥스에게 집중하는 대신  영화 내내 감독이 시종일관 뭔가를 자꾸 말하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는 성서의 출애굽기를 연상케 해요.

    절대 권력자이며 종교적 신의 지위를 가진 임모탄 즉 이집트의 파라오 (고대에 정치 권력과 종교적 신의 지위를 한꺼번에 갖고 있었던 군주는 파라오뿐이었음),

    그리고 밑에서 씨받이로 살던 여자들과 워보이에게 피를 뺏기고 사는 운명의 노예즉 주인공 맥스가

    또하나의 주인공인 퓨리오사와 함께 노예로서는 살 수 없다라며 임모탄 치하의 씨타델을 탈출하는 것이 영화의 시작이에요.

     

     

     

    곧이어 이집트 병사들 즉 임모탄이 거느린 워 팀의 맹렬한 추격이 시작되고 이로 인해 영화는 체이싱 액션 모드로 본격적으로 돌입합니다 

    매드 맥스 2015의 체이싱 액션은 여지껏 보아온 카 액션과 한 끗다른 걸 보여줬어요.

    일상적으로 카 체이싱 액션은 빠르게 움직이는 차들끼리 복잡한 도로에서 이것 저것 들이받고 터널 들어갔다가 고가도로에서 뛰었다가 막히는 차들 사이 헤집고 총 쏘고.. 시장통 한 번 뒤집어 놓고  차 뒤집히고….. 뭐 이런 건데

    이 영화에서는 카 체이싱의 배경이 황량한 사막이에요. 그저 흙과 모래뿐인 도로도 없는 땅이죠. 맥스가 모는 워 트럭은 속도도 별로 안 나오고 쓸데 없이 크기만 해요. 무슨 엄청난 최신 무기가 달려 있는 배트맨 카도 아니고요.

     

    그리고 임모탄의 워 팀의 추적자 차들도.. 보면 미사일 같은 게 아니라 장창, 석궁, 폭탄, 수류탄같은 걸로 무장해 있어요. 무기는 원시적인데

    싸움 장면이 기존 영화들보다 한 발 앞서 가 있어요.

    그 공격을 하는 패턴을 보면 자동차라기보다 오히려, 바다에서의 함대함전 혹은 요격기들끼리의 공중전을 연상케 합니다..

     

     

    장창을 타고 이 차 저 차로 건너 뛰면서 공격을 하는 장면이라거나, 모터싸이클들이 지형지물을 이용해 도약하면서 공중에서 수류탄으로 트럭을 공격하는 장면 등에서 볼 때 이는

    기존의 1차원적이었던 카 체이싱을 3차원적 액션으로 진화시켰다 할 수 있고,

    여기선 단연 아낌없는 박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로마 시대 전함들이 카르타고를 꺾는데 있어 상대함에 까마귀 부리 같이 생긴 고정 장대를 박아넣곤 했는데,

    매드맥스의 카 체이싱 장면은 마치 이를 보여주는 것같기도 했고요. 

    차는 쉬지 않고 움직이며 그 황량한 사막에서 차에서 떨어지는 것이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건 자동차 액션을 마치 전투기들끼리의 고공 전투처럼 생각하고 그려냈다는 뜻이라 생각됩니다.

     

     

     

     

    홍해가 출애굽한 노예들을 가로막고 있었듯

    퓨리오사 일행은 진흙탕에 빠져 오도가도 못하게 되는데, 이때 이들을 구원한 건 죽음의 땅에 버티고 살아  서있었던 한 그루의 나무였어요.

    이 나무야 말로 인간이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을 때 그것으로부터 구원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상징하는 존재였죠.

    환경은 지금도 무자비하게 파괴되고 있고 물과 연료는 부족해져 가고 있는 것이 우리의 당면 현실이니까요.

    퓨리오사와 네 명의 여인들은 자꾸 이렇게 말합니다. “누가 세상을 이렇게 망쳐놨는데?”

     

    이 대사가 조지 밀러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대변해주고 있어요.

    지구는 망쳐지고 있고, 인류는 가면 갈수록 그 삶의 터전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인류가 열심히 노동하여 생산해내는 모든 재화와 가치는,

    인류의 1%도 안 되는 사람들의 소유로 계속해서 갈취(?)되고 있습니다.

    맥스를 피주머니로 부르고 그 혈관에서 줄을 연결해 임모탄을 사수하는 워보이들에게 그 피를 빨리도록 만들어놓은 족쇄는,

    월스트리트와 미국 달러로부터 시작되어 제3세계에서 생산된 재화를 빨아들이는 이러한 고도로 얽히고 섥힌 갈취의 구조를 만들어 놓은 현대의 지구촌 경제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지요.

     

     

    퓨리오사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찾아 추격을 무릅쓰고 먼 곳까지 오지만, 거기는 이미 오염되고 황폐한 땅으로 변한 지 오래였어요.

    인간의 원죄는 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며 그것을 타락으로 성서는 묘사하지만, 22세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의 인간의 원죄는 오염과 핵전쟁, 그리고 절대권력에 대한 집착이라고나 할까요.

    이들은 여호수아와 갈렙처럼 그대로 새 하늘과 새 땅, 가나안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오히려 그들이 출애굽했던 그 씨타델로 다시 회군합니다.

    임모탄은 죽고 퓨리오사는 시타델을 수복하여 모든 사람에게 물을 골고루 나누어주게 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나지만 이 영화의 마지막 화면에 조지 밀러가 띄워놓은 자막은 보는 이들의 머릿속을 사뭇 복잡하게 헤집어 놓습니다.

     

    희망이 없는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위하여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물은 마르고 땅은 황량하여 곡식이 자라지 않고 수많은 사람이 굶주리는 풍경,

    방사선 유출로 태아는 기형이 되고 사람들은 암에 걸리는 데 어찌 손 쓸 방법이 없는 상황.

    극소수의 사람이 얼마 남지 않은 재화를 독점하고 수많은 사람을 노예화시키는 사회

     

     

    그런 세상으로 인류는 한 발 한 발 계속해서 가고 있다는 것이 조지 밀러가 보여주고자 했던 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 그는, 퓨리오사와 맥스 같은 혁명가를 너무나 절절히 기다리는 심정으로 영화를 찍었다고 생각합니다.

     

     

    퓨리오사는, 전투 중에 큰 부상을 입고 사망 직전까지 갔다가 맥스의 수혈을 받고 부활하여 임모탄이 없는 씨타델의 성벽 위에 서게 되죠. 맥스는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는다는 듯한 눈빛으로 퓨리오사를 바라본 후 말없이 군중 속으로 사라집니다.

     

    맥스는 더 이상 이 시리즈에서 매드맥스가 아닌 것같습니다.  순례자 맥스가 더 맞는 말이겠네요.

    2015년 매드 맥스의 조지 밀러는, 1985년과는 많이 달라져서 돌아왔습니다. 그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세상 사람들한테, 120분동안의 현실 도피적인 액션으로 그것을 잠시 잊으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딘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있을지 몰라. 라는 막연한 심정도 산산이 부수고 싶어하는 것같습니다.

    오로지, 사람들이 발 딛고 서 있는 그 자리에 돌아와서 그것을 흔들고 철저히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같이 보입니다 

     

    2015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의 후기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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