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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와 전염병 격리

    전염병은 사람을 겁에 질리게 만들고 근거 없는 뜬소문들을 양산합니다.

     

    천연두, 홍역, 콜레라, 장티푸스, 뇌염, 흑사병 등이 한 번 돌았다 하면 지역 인구 자체를 반 가까이 줄여놓고 한 도시를 쑥대밭처럼 쓸고 지나가던 시절 인간은 전염병에 대처할 만한 힘이 없었어요.

     

     

     

    병의 원인도 당연히 몰랐고.. 어떻게 그게 옮아가는 지도 몰랐고, 무지한 가운데 이를 무속적, 종교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였고... 전염병이 퍼져서 수도 없는 사람이 떼죽음을 당하면 천벌을 받았다 생각해 임금을 끌어내리기도 했고요.

     

    태풍이나 지진, 해일도 마찬가지지만, 그게 닥쳐오기 직전까지 항상 인간은 공포에 휩쓸리는 것같애요. 전염병의 경우는 특히 더 그렇고요. 사람 마음 속이 무서움으로 뒤덮일수록 이성은 통제가 안되고 별별 헛소문, 근거없는 루머들이 파다하게 펼쳐집니다. 

     

    옛날에는 이질이건 장티푸스건 일단 전염병이 돌면 그게 의사의 소관이 아니었지요. 무속인, 종교인의 소관에 더 가까왔고

    의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자. 옛날에는 사람들이 미생물에 의해서 이런 병이 생겼고, 그게 다른 사람으로 옮겨가면서 감염 전파된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어요. 그러니 제대로 된 대응을 못했던 게 당연해요.

     

    근데 지금은 그거 다 알고 있어요. 질병의 원인 즉 메르스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한 변이종이 가축에서 인간으로 옮겨타면서 시작된 호흡기 감염 질환이라는 것 알고 있고 전파 경로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건 대체 왜일까요.

     

    대체 왜 이 정도로 속수무책일까

     

    전염병에 대한 대처는 결국 격리가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사스, 신종플루, 에볼라, 그리고 이번 메르스에 이르기까지

    격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결과는 통제되지 않는 확산으로 갈 수밖에 없죠...

     

     

    근데 격리를 제대로 하려면

    전염병 관리 책임자에게 실질적인 강제력 권한이 있어야만 해요.

     

    환자와 감염 의심 의료진을 제 때에 신고하지 않으면 병원 관계자를 처벌할 수 있는 권한,

    환자 격리에 필요한 인원을 (그게 경찰이건 군이건간에) 동원할 수 있는 강제력도,

    격리 시설을 (즉 환자 수용소) 설치하고 운영할 예산 집행력도

    해당 지방자치 단체 즉 군수나 시장도 통제할 수 있는 강제 권한도

     

     

     

    하나도 없이

    무슨 격리를 어떻게 합니까

     

    보건복지부 장관이건 보건소장이건간에 아무 권한도 없어요. 지금

     

    그저 '걱정하는 만큼 크게 파급되지 않을 것이다.'

    '자가 격리조치를 권한다'

    '병원내 감염이 더 확산되지 않게 주의를 주고 있다'

     

    이런 말 기자들 앞에서 하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전염병이 국가적 또는 지역사회 기반의 재난으로 퍼질 우려가 있다면 그것을 통제하는 콘트롤 타워에는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권력을 인정해 주지 않으면 안 돼요.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 '컨테이젼'을 보면 미국 전염병 관리 책임자가 그런 재난 상황에서 얼마나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볼 수 있어요. 군과 경찰, 병원들도 그 통제 밑에 들어갈 정도에요.

     

    더불어서 민간에서 SNS 등을 이용해 "이 병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몇 천명 이상이 죽을 것이다.",  "이 전염병에는 000 제품이 좋다" 라는 식의 유언비어가 날조되어 퍼지는 것도 강력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질병 관리 컨트롤 타워가 있기는 한가?

     

    우리나라에서 메르스 환자가 확산되고 있는 상태는 정말 불행한 일이에요.

    중동에서 입국한 단 한 명의 환자에게서 시작된 일이 이 정도로 큰일이 되었어요.

     

     

     

    하지만 더 불행한 일은 질병 관리의 컨트롤 타워 부재에 있어요.

    우리나라는 아직도, 서열과 인맥 중심의 사회이고 행정 역시도 그런 구조에 따라 돌아가고 있으며

    누구도 원리와 원칙을 정확히 강제하지 못하는 사회라는 뜻이에요.

    그게 세월호 때도 그랬지만 이번 메르스 확산 사태에서도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군요. 결정권은 아무것도 모르는 정치권의 높은 분들한테 있고, 사태를 그나마 정확히 볼 수 있는 전문가들에게는 그 어떤 권력도 주어져 있지 않아요.

     

    메르스는 전 국가적인 재앙이 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질병이 창궐하는 상황이 만약 도래한다면, 

    지금과 같은 대응을 되풀이 한다면 너무나 끔찍한 일이 일어날 꺼에요.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안타까운 얘기는 요정도만 하고요,

    개개인들 입장에서 지금 전염병에 걸리는 것을 피하려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꼭 마스크와 안경을 챙기시고요.

    메르스 사태때문에 굳이 바깥 출입 자체를 자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노인이나 유아, 기존 환자들은 자제하는 게 좋겠고)

    2,3차 감염자가 거의 병원에서 발생했으니, 사람이 우글바글대는 큰 병원에는 될 수 있으면 출입 자제하는 게 좋겠어요.

    외출 후에는 손 씻고 양치질, 몸을 깨끗이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당연한 일이겠구요.

     

    이런 정도의 수칙만 지켜도 충분하리라고 생각돼요. 메르스에 대해서는 당국의 부적절한 대응은 비판을 받아도 싸지만, 시민들은 너무 과다하게 공포에 질릴 필요는 없는 것같아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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