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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트렉. 비욘드 후기

    오랫만에 영화 후기를 하나 써보게 됩니다. 


    며칠 전에 개봉한 스타 트렉, 비욘드입니다. 


    SF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진짜 요즘 어려울 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요즘같으면, 나올 만한 새로운 이야기 , 나올 만한 액션은 다 나왔고 있을 법한 악당도 나올 만큼 다 나왔고 새롭고 창조적인 묘사. 이런 것도 벌써 옛날에 다 나왔으니.... 


    SF의 생명은 상상력인데, 과연 이런 판국에 '새롭다' 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가 과연 있기는 한 것일지 그런 의문이 들어요. 


    미지의 성운 속에 있는 수수께끼의 행성으로 들어가면서 USS 엔터프라이즈호의 선장은 말하죠. 이 세상에 Unkown 은없고 Hidden 만 있을 뿐이라고.



    해 아래 새 것이 없다고 하는데 그만큼 어떤 상상력 있게 갖춰진 이야기들도 따지고 헤집고 보면 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나왔던 이야기들, 어딘가에서 본 듯한 구성들이기 일쑤입니다. 결국은 숨겨져 있던 것을 찾아내는 작업. 이미 거론되었었지만 사람들이 그닥 주목하지 않았던 것들을 찾아내는 것이 지금의 SF 작가들이 하는 일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한 3년쯤 전에 봤던 전편, 스타 트렉, 다크니스의 경우는 그래도 더 뭔가 새로운 걸 해보려고  적어도 '발버둥' 을 치고 있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근데 이번 편, 스타 트렉, 비욘드는  어떤 인상이었느냐 하면 

    어차피 새로운 건 없으니... 그저 이래 저래 버무려서 만들고 혹평만 면하자.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스타 트렉 시리즈의 매니아층은 두텁고 어쩄거나 흥행은 될 테니까.  이런 식의 안이한 생각이 이와 같이 평범한 영화를 만들어낸 것같아요.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던 JJ 아브람스 감독이 교체되었다는 점도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같아요.  영화같은 종합 예술에서 연출자의 역할은 너무 중요하니까요... 



    스타 트렉은 현대의 콜럼버스 또는 마젤란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계속 나와요.  


    1492년 10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북아메리카의 바하마 제도에 상륙한 일은 인류 역사에서 너무나 중요한 사건이었고 

    이후 인간은 더이상은 독립적으로 '누가 건드리지 않는 가운데'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콜럼버스는 누구나 "저기로 가면 죽는다"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누구도 확신을 갖지 못한 일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인류사에 기록될 만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비록 말년은 아주 쓸쓸하고 비참했다고도 할 수 있지만요. 인류사는 어떻게 보면 콜럼버스 이전과 콜럼버스 이후로 나눌 수도 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살고 있던 순진무구하고 악의도 없던 원주민들에게 전달한 건 오로지 강간과 강도질,  천연두, 그리고 노예로 끌려가는 것뿐이었지만요... 


    커크 선장은 요크 씨티에 불시착하다시피 한 신원 미확인 행성인의 말만을 듣고, 그 대원들을 구하고 미지의 성운 속 행성을 탐사하겠다는 생각으로 곧바로 엔터프라이즈호를 출발시킵니다. 



    이 멀고 먼 광대한 우주, 우리가 보고 있는 그것들 너머에는 과연 뭐가 있을까. 

    여기에서 아마 스타트렉 비욘드라는 소제목도 붙이게 된 거였겠죠.  

    이런 모험에 대한 환타지적인 욕망은, 1492년의 콜럼버스와 하나도 틀리지 않습니다.  


    대체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거기 어떤 재앙이 있을지 모르고 오로지 미지의 땅을 밟고 알고 싶다는 일념 하에 갑니다.  (거기 장밋빛 희망은 당연히 코팅처럼 발라져 있겠죠.) 


    심지어는 진급이 되어 지상 근무를 해도 되는 상황이 된 선장이 자기는 그래도 배를 타고 싶다고 하는 장면까지 보여주고 있고요. 



    그런데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콜럼버스의 후예들이 해 놓은 일은 결국 원래 자신들이 살던 삶의 터전을 훼손하고 쓰레기로 뒤덮은 다음 또다시 다른 땅을 찾아 거기도 그렇게 만들어놓은 것뿐입니다. 

    제임스 카메룬의 영화 아바타는 사실 이렇게 콜럼버스 후예들의 추악한 모습을 성찰하여 그린 영화라 할 수 있고, 

    그런가 하면 인터스텔라는 생존을 위한 절박함으로 온 우주를 쏘다니지만 결국 인류가 찾아내서 밟은 땅은 살 수 없는 혹성들이었다는 점...   어떻게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을 살려내는 것만이 방법이 아닌가 하는 점을 강변했어요. 



    지구가 갈수록 황폐해져가고 있기 때문에, 미래를 그리는 SF 영화들은 이와 같이, 아주 사실적이고 무겁게 묘사되거나 또는 스타트렉처럼 아예 완전히 상상의 나래, 환타지 속으로 퐁당 빠지거나 둘 중 하나로 가고 있는 것같습니다. 


    저는 어느 쪽 방향의 영화든 다 좋아합니다. 영화의 속성은 원래가 허구이고, 그런 허구가 만들어진 데는 꼭 이유가 있거든요. 

    단지 허구라는 것때문에 영화에 흥미를 잃는 것은 아닌 거죠.  


    그런데, 허구를 만들되 그것이 인간의 내면과 정신세계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바타에서는 땅과 숲, 환경에 대한 경외로움을 갖지 못하는 인간이 그곳을 딛고 살아갈 자격이 있겠는가 라는 심각한 질문을 계속하고 있었어요. 



    USS 엔터프라이즈호는 왜 미지의 성운까지 들어가야 했는지, 커크, 본즈, 스코티, 술루, 스팍, 우후라 등은 각기 자신의 캐릭터를 표현해서 스타 트렉의 오랜 팬들의 구미를 배신(?)하지 않느라 애 쓰고 있을 뿐, 그 누구도 스토리의 당위성을 강변하고 있질 않으니 영화에 빠져들어가기가 힘들었던 겁니다. 



    지금은 더이상 정복도, 정벌도, 진출도, 미지의 땅도 없는 이 행성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 그래도 미지의 땅을 찾아 떠나는 엔터프라이즈호를 보여주면서, 영화 제작팀은 한 마디  언질이라도 해줬으면 좋을 뻔했어요.  즉,  온통 쓰레기로 뒤덮이고 온난화로 너무 빨리 망가지고 있는 이 행성을 뒤로 한 채 신대륙을 찾아 떠나는 콜럼버스의 행동은 심지어 한 세기 뒤의 인류에게도 되풀이되고 있는 모양인데, 그것만이 우리의 생존을 위한 길이라고 여지껏 생각하는지를 말이죠. 


    오늘은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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