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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시간 감시 시스템이란

    저희가 고안해서 시행하고 있는 실시간 감시 시스템 (실시간 수술 중계) 에 대해서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정보를 한번 오리엔테이션해 드릴까 합니다. 



    실시간 감시 시스템은 환자와 병원간의 신뢰가 무너진 현실이 비록 개탄스럽지만, 조금이라도 그런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는 하나의 도구로서 사용하고자 고안되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우리보다 의료적으로 선진국인 나라들에서는 의사에 대한 환자의 신뢰도가  상당히 강한 편인데, 그런 신뢰는 하루 이틀 사이에 쌓인 게 아니고, 아주 오랜 세월동안 문화적으로 정착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단기간동안에 산업이 빨리 발전하고 자본주의가 강제적으로 유입, 이식되었기 때문에 병원들도 자본주의적인 운영 방식 즉 모든 것에 돈이 먼저 앞서는 틀 안에서 성장 위주적으로 커나가다 보니 환자들에게 굉장히 안 좋은 인상을 주면서 수십년에 걸쳐서,  돈만 아는 병원, 권위만 앞세우는 의사들이라는 관념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특히 미용 성형 분야에 있어서는 국민 건강보험이 적용이 되지 않는 높은 의료비를 지출해야 하는 의료행위이다 보니 많은 환자들이 더더욱 병원에 대한 신뢰성이 무너지게 된 것같습니다. 


    저희 병원의 경우에도 강남쪽에 있다 보니 많은 환자분들이, 최초 상담을 오실 때 거의 5~ 10개 가까이 되는 병원들을 '투어'를 다니면서 취사선택을 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병원 투어를 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이제는 환자-의사간의 관계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까지 갔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서울대학교 의료관리학 교실에서는 제가 학교 다닐 때 이런 행위를 '닥터 쇼핑'이라는 용어로 표현을 했었어요. 의사가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갖고 환자들에게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의료행위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환자들이 마트에서 물건 고르듯이 의사와 병원을 결정하는 것이 시대적인 특징이 되었다는 거죠. ~~



    닥터 쇼핑은 정보가 넘쳐나는 IT 시대에 있어 하나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 상업 논리가 개입되므로 아주 많은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즉, 소비자들 (환자들)이 최저가수술 검색을 하게 되니  저가 수술이라 광고하여 환자를 끌기 위해서 병원들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게 되어 있고, 서로 가격 끌어내리기 경쟁을 하다 보면 결국 경제학의 법칙에 맞게 '박리다매' 라는 원칙을 수술에까지 적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


    박리다매를 성형수술이나 미용 시술에 적용하려면 제일 큰 문제가, 싼 값으로 시술/수술 가능하다고 광고해서 끌어댄 많은 환자들을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해야 이윤이 남게 되는데, 의사 한 사람이 진료//수술/수술후진료 까지 다 책임지려면 그 단가로는 단위 시간당 매출을 맞출 수가 없습니다. 




    손익 분기점을 넘어서기 위해 일부 대형 병원들은 shadow surgeon 이라는 운영 방법을 생각해 냈는데, 이는 상담을 하는 인센티브 실장이 있고 수술 전에 진료만 하는 의사가 있고 (마케팅 비용은 모두 이렇게 상담하는 의사에게 집중하게 됩니다), 수술실에 들어가서 마취를 하게 되면 수술만 하는 의사들이 인계 받는 식으로 시스템을 돌리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의사 한 명이 상담실과 수술실을 오락가락하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이 빠른 시간 동안에 많은 환자를 박리다매로 처리할 수 있게 되고 단위 시간당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게 됩니다. 



    이런 기가막히게 천재적인 (?) 생각을 맨 처음에 고안해 낸 의사는 경제학적으로는 박수를 받을 만한 사람이겠지만  의사로서의 윤리적, 도덕적인 소양으로서는 낙제라 할 수 있겠죠. . 사람 몸에 칼을 대는 행위는 저렇게 순수히 경제학적인 논리로서만 가면 안 됩니다.  

    일단 경영자는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 shadow surgeon을 낮은 임금으로 고용해야 하고, 당연히 수술의 질을 보장하기 어려워집니다. shadow surgeon들은 저임금으로 오랜 시간 반복적인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을 잃게 되면 의료 사고에 취약해집니다. 


    또 얼굴 한번 안 본 의사가 집도를 하게 되는 것이니 이는 환자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어서, 환자의 동의 없이 이뤄지는 일종의 사기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혹자는 대학병원에서 수술할 때를 보면 수련의들이 수술의 전후 부분을 진행하고, 담당 교수는 주요 부분만 수술하는 것을 예를 들어서, 이와 같은 행위가 정당하다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말이 안 되죠.  대학병원에서는 수련의들이 환자들의 주치의로 이름이 올라가 있고 입원 병실에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교수보다 더 많은 시간 접촉합니다.  개원가에서 하는 shadow surgeon 방식은 이런 수련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xx 클리닉 이라는 이름으로 동네마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의 경우는 더 심각하죠..  사무장 병원이야 말로 경제학적으로는 지금 상황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라 할 수 있고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일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있는 병원들이에요. 


    즉 마케팅 능력을 갖고 있는 사무장이 (의사가 아닌 사업가) 병원을 체인으로 차리는 거에요.  


    의료법상 병의원은 의사 면허 소지자만이 개설할 수 있기 때문에 사무장들은 의대를 갓 졸업한 '초짜' 의사 또는 기타 이유로 싼 값에 고용할 수 있는 의사들을 바지 원장으로 내세워서 병원을 멀쩡하게 차려놓고 수입을 가져갑니다. 

    물론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죠.  불만 제기, 민원 접수도 엄청나고 하지만 능력있는 사무장들은 환자를 어떻게든 끌어다 대기 때문에 많은 돈을 벌게 됩니다. 



    2~3년정도 지나면 이런 병원은 간판을 바꾸고 자리를 옮기기도 하며, 원장도 바뀌어 있습니다. 이래야 세무조사와 각종 매출 탈루, 의료법 위반 등을 다 피해 나갈 수 있으니까요.... 물론 그 개설 기간 동안에 사고나 피해를 입은 환자들은 절대 보상을 받거나 호소할 곳이 없습니다. 사업자도 바뀌어 있고, 실제 오너인 사무장은 뒤에 철저히 숨어 있으니까요..... 


    어쨌든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미용수술 미용시술 개원가에서 환자들이 옥석을 어떻게 가려야 할까요. 제 생각엔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쪽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어디가 사무장 병원이고 어디가 다음달 없어지고 다른 데로 튈(?) 병원인지, 어디가 유령수술 하는 곳인지 도저히 가려낼 방법이 없습니다. 



    실시간 감시 시스템은 이토록 심각해진 의사-환자간의 신뢰의 구멍을 메꾸기 위해 생각해 내었습니다. 이것도 사실, 제도일 뿐입니다. 시스템이라는 것은 그때 당시의 사람의 의심을 막아줄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 깊이 깔려 있는 불신이라는 큰 줄기가 바로 바뀌게는 못합니다. 


    수술실 속안에 상황을 cCTV로 보호자들에게 보여주면서까지 '신뢰'를 호소해야 하는 지금 현실은 의사로서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는 것같습니다. 당분간은, 한국 사회의 의료 제도와 미용 수술에 관련된 복잡한 상황을 하나 하나 넘어가려면, 그렇게라도 해서 조금씩 조금씩 의사로서 신뢰를 쌓아나가는 외에는, 어떤 다른 방법도 보이질 않는 상황인 듯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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