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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리의 초우와 패티김의 초우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에서 패티김에 헌정하는 노래로 부른 알리의 초우

     

    불후의 명곡에서 예전 가시나무새를 불렀을 때를 회상하면서 알리는  그 멋있으신 선배님의 노래를 록으로 확 바꿔버렸쟎아요. 오늘은 너무 바꾸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살짝 들어서….” 이렇게 인터뷰를 합니다.

     

    그런데 이날 정작 알리가 부른 초우는 라벨의 볼레로가 중간에 엉뚱하게 섞여 들어온 노래였고, 패티김은 알리가 이 곡을 볼레로로 둔갑을 시킨 것에 대해 놀랐다.”는 첫마디로 소감을 밝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해서 높은 점수로 에일리를 누르고 알리는 또 승리를 거두었는데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알리는 무대를 어떻게 지배하고 어떻게 청중을 장악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가수인 것같습니다. 이날 그 녹화장에 앉아서 알리의 공연을 보았다면 아마도 생각컨대 누구든 그 장중한 무대의 구성과 변화, 카메라의 각도와 퍼포먼스, 발레리노의 등장 이런 것들로 완전히 사로잡혀서 정신이 빠져버렸을 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날 알리의 노래는 저는 너무 이상하기만 했습니다. 패티김 스스로도 아마 고개를 갸우뚱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 개의 선율과 리듬, 화성이 한 노래에 섞이려면 화학반응이 일어나게끔 해서 더 맛있게섞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리라면 말이죠.

    한데 이건 그냥 클래식과 가요 메들리였습니다. 알리는 왜 존경하는 선배님의 노래를 바꾸지 않겠다고 하고서는 쌩뚱맞게 메들리를 불렀을까요?

     

    첫째 초우는 춤곡이 아닙니다. 3박자에 에이단조 진행, 한국적인 슬픈 정서를 느끼게 하는 우수적인 노래인데 반해, 볼레로는 춤곡이고 타악 연타가 기본이 되는 6/8박자 진행이고 알리의 노래에서는 에이장조로 전조되어 진행됐습니다. 패티김이 둔갑을 시켰다고 말한 것도 무리가 아니죠.

     

    라벨의 볼레로는 이런 시놉시스를 갖고 있습니다.

     

    스페인 어느 조그마한 술집, 한 무리의 손님이 어둠침침한 가운데 술을 마시며 담소하고 있다. 한가운데의 탁자 위에서는 한 사람의 무용수가 탭을 밟으며 춤을 추고 있지만 손님들은 조금도 개의하려 하지 않는다. 그 동안에 춤은 똑같은 리듬을 반복하면서 격하게 고조되어 간다. 손님들도 점차 귀를 기울이는데 이윽고 자리를 일어나 탁자로 다가가서 무용수와 함께 열광적으로 춤추기 시작한다.

     

     


    전연, 초우와는 처음부터 어울리지도 않고 같이 뭉뚱그려질래야 질 수가 없는 곡이었습니다. 게다가 자막에서는 러시아 공연장에 와 있는 듯한…. 이라는 멘트가 나왔었는데, 라벨은 프랑스 사람이고 볼레로는 스페인 춤곡이죠. 불후 편집진이 넣은 러시아의 공연장은 뭔지 대체…..-_-;;

     

    굳이 볼레로의 리듬 위에서 초우를 부르고 싶었다면 처음부터 볼레로적인 박자의 진행 위에서 초우를 좀 더 밝게 불러볼 수도 있었겠죠. ..바바바바바바 이렇게 볼레로 멜로디까지 중간에 부를 필요는 없었습니다.

    즉 모든 곡을 에이 메이저(장조)로 편곡을 해서 볼레로 리듬을 깔고 초우의 메인 멜로디를 계속 반복시켜서 진행해도 충분히 좋은 느낌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

     

    별짓 다해봤는데, 촌스럽게 굴지마, 이런 노래들도 모두 밝은 장조풍이지만 너무나 슬픈 노래들이죠정말 슬픈 노래는 단조가 아니라, 장조 노래인 법이니까요.

     

    알리가 피처링한 김장훈의 봄비를 예로 들어볼까요. 요즘 제가 너무 푹 빠져 있는 노래이기도 한데요.

     


    봄비를 들으면서 솔직이 약간 눈물이 나올 것같았거든요. 분위기는 얼핏 밝고 가벼운 것같지만 사실은 마음을 흔들어 놓고 간 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가슴을 뭉클뭉클하게 하는 노래였고 알리의 피처링이 노래의 분위기에 그만큼 심도 있게 몰입돼 있었기 때문에 김장훈(with 알리)의 봄비가 이렇게 인기가 높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알리가 언젠가 나는 별로 예쁘지도 않은데 오로지 가창력으로 인정을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라고 인터뷰를 한 것을 들면서 패티김은, 가수는 어떻게 생겼는가가 중요하지 않다. 라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저는 감히 알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번 볼레로 + 초우처럼 거창하게 안 해도 됩니다. 무리스런 편곡과 퍼포먼스도 좋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청중들은 알리의 보컬에 빠져 있고 알리가 무대에 서 있고 마이크를 잡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귀를 기울이고 숨을 죽이고 있다는 것을 알리 본인은 정작 모르는 것인가요.

     

    알리가 설사 편곡 없이 초우를 패티김이 불렀던 그대로 했다고 쳐도, 거기에 알리만의 감성이 섞였다면 수많은 청중은 아마 더한 감동의 도가니 속에 빠졌을 거라고 저는 예상합니다.

     

    확실한 것 한가지는

    1930년대에 탄생한 패티김씨가 초우를 부르던 60년대, 그 당시에는 가수라는 직업이 엄친딸들이 선택하는 직업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좀 특이하고 배운 거 없고 노래나 부르고 배고프고.... 가수 하면 이런 식으로 보는 사회적인 눈초리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눈길을 이겨내고 올곧게 꿋꿋이 노래로 음악으로 한 길만 50년을 걸어왔기 때문에 패티김을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알리가 엄청나게 왕성한 활동을 시작한 2011, 또 지금. 현재에는 가수를 누구도 그런 눈으로 보지 않습니다. 알리는 이미 휘황찬란하게 또 오롯이 하늘에 떠 있는 별이죠. 그 당시의 초우를 부르던 패티김의 심정에서 알리가 이 노래를 부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시나무새도 마찬가지였겠지만요. 알리는 80년대 태생으로서 5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서 자기의 느낌으로 씹어 삼켜서 소화해서 이 노래들을 부른다면, 볼레로처럼 웅장한 무대는 아니더라도 더 감칠맛 나는 새로운 느낌의 노래들이 탄생하지 않았을까요.

     

    며칠 전 봄비가 정말 많이 왔었는데요, 초우도, 김장훈의 봄비도 모두 아련하게 이번 봄을 맞으면서 언젠가 행복한 기억이 될 것같네요.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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