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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

    흔히들 싸움 구경이 재미있다고 하는데요. 왜 재미있을까요?

    결말이 어떻게 될지 누가 이길 지 모르기 때문에 재미있고 궁금해서 집중하게 되는 거랍니다.

     

     

     

    그럼 가장 재미없는 구경은 뭘까요?

    뻔한 싸움. 어느 쪽이 이길지 시작하기 전부터 너무 너무 분명한 싸움이겠죠.

    이쯤만 얘기해도 어벤져스2에 대해 제가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바로 아실 겁니다.

     

    결말이 어떻게 날지 너무 너무 뻔하고 분명한 싸움을 2시간 20분씩이나 걸려서 보여준 이 영화에, 끝까지 끈질기게 앉아 계셨던 관객들한테 저는 박수를 보내 드리고 싶어요. 뭐 저도 그 중의 하나였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드는 공허감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인간 스스로가 창조해 낸 프로그램. 울트론이 방대한 데이터와 지능을 이용해 결국 결론 낸 것은 인간의 멸종이거든요.

     

    영화는 오랫동안 울트론이 주장하는 인간 멸종의 당위성에 대해 얘기하지만 어느 한 군데에서도 제대로 설득력 있는 대사를 그 프로그램에게 주지 않았어요.

     

    인간이 보고 즐기라고 만든 영화니까요.  인공지능에게 인간이 항변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주어서는 안되며, 인간이 용납할 수 없는 결과로 가게 해서는 안되었던 거죠.

     

    문제는 그렇다는 걸 관객들이 전부 다 알고 있다는 겁니다. 

    당연히 지루해질 수 밖에요.. 

     

     

    울트론이 아무리 완벽한 프로그램이라 해도, 또 그  힘이 아무리 세다 하여도 결국 인간이 시나리오를 쓰고 만든 영화에서는 허무하게도 인간이 모조리 이기게끔 스토리의 프로그램이 되어 있으니까요.  울트론이라는 최고의 인공지능 역시 그걸 넘어서질 못했죠.

     

     

    헐리우드 영화들이 요즘은 주인공 캐릭터보다 악당 캐릭터를 만드는 데 더 열중하고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여요. 사실상 이 부분에서 성공하면 좋은 영화가 되고, 여기에서 실패하면 별볼일 없는 영화가 되고 만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너무 너무 중요하드라고요.

     

     

    저는 배트맨 다크 나잇의 조커같은 악당이 바로 그 영화를 성공으로 끌고 갔던 공신이었다고 보아요.  

    조커는 대체 왜 악해져야 했는지, 왜 자기가 증오를 갖고 있는지, 왜 선해질 수 없는지에 대해 아주 선명하고 섬뜩하게 당연성을 보여줬거든요.

     

    보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식에서 선을 그으면서 영화 배트맨 다크나잇의 전개에 박진감을 주어 끌고 갔어요.

     

     

    원래 희곡이란 관객이 주인공과 자기를 동일시하면서 공감하므로써 계속 보게 되는 것인데, 대조적으로 악당이 관객의 마음을 잡고 흔드는 느낌은 배트맨 다크 나잇에서 처음으로 소름 끼칠 만큼 느꼈었어요.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치열한 고민과 고난을 겪었던 도시의 검사, 하비 덴트의 방황 역시 대단히 인상적이었고요... 하비 덴트의 선택과 생각에 의해 모든 게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그런 면에서 이야기가 활기를 띄게 되었었죠.

     

     

    어벤져스의 울트론은 힘은 셌을지 모르지만, 관객들에게 그런 고난과 갈등과 문제의식을 던져주기에는 많이 약했어요.

    울트론은 인공지능 프로그램다와야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나중에 나온 비전도 마찬가지였지만요.

    그냥 인간들이 잘못 되는 거랑 파괴하는 걸 좋아하는 것만 보여줘서는 설득력이 없지요..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임으로 인해서 인간이 생각 못하는 부분을 짚어내고 거기에서 악당 캐릭터에 생명력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울트론은 그런 것을 만들어주지 못했어요.

     

    근래 많은 영화에서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사유의 주체가 인간이 아닌 다른 것이 되어 있을 때... 그것이 과연 어떤 종류의 생각을 하게 되며 어떤 행동의 귀결을 가져오겠는가 하는 문제는 그런 류의 영화를 볼 때마다 정말로 늘 궁금해져요. 

    하지만 그 어떤 영화에서도 그것을 생명력 넘치게 묘사하질 못하는군요.

     

     

    마지막에 울트론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전이라는 인공지능이  울트론에 맞서서 인간 찬양 멘트를 하는데요,  그걸 듣고 있자니

    "고생들 하셨어요.  네. 이 영화는 초등학생용 영화 맞습니다."  라고 읊조리는 것처럼 들려서 참 씁쓸했네요.

     

     

     

    오늘은 결말 뻔한 영화. 그 어떤 새로운 철학도 고민도 보지 못했던 영화, 울트론의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관객에게 조금의 공감이나 의문도 던지지 못한 영화. 

     

    열심히 하늘 날아다니면서 싸우는 영웅들을 그린 CG 팀과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다닌 스턴트맨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하는  영화.  

    다른 영화가 개봉할 스크린을 전부 독식해 버리고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도 이걸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든 영화.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대한 영화 후기였습니다. (쓰다 보니 제가 좀 꼭지가 돌았었나 봐요. 말이 곱게 나오질 않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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