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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아의 회상

    25살의 이진아가 82년도에 발표된 노래를 새롭게 해석해서 들려준 산울림의 회상을 들었어요.

     

     

     

     뭔가 묘한 울림이 있네요.

     

    유신시대와 신군부시대 그 표현의 제한과 검열의 시대를 걸쳐 발표된 산울림의 노래를,  그런 시절의 분위기를 알 턱이 없는 지금의 아주  젊은 뮤지션이 되살려서 커버한다는 것,


    과연 어떤 느낌으로 살릴까. 살릴 수 있을까 정말 궁금했는데

     

    첫째 이진아의 목소리가 이런 담담하고 쓸쓸한 노래에 진짜로 잘 맞아 떨어지네요. 

     

    자그마치 30년의 시간을 건너뛰어서 제가  중학교때 불리던 포크 록 노래와 맞닿은 것으로 느껴져서요...감개가  새롭다해야할까요?   

     

     

    '회상'을 이진아양에게 권했을 때 박진영씨가 이런 것을 노린 것이었을까요? 

    이진아로부터 분명 묘미가 느껴지는 커버곡이 나올 것이다....라고 말이죠.

    그랬다면 박진영씨의 음악적 안목을 우습게 볼 게 아니었네요.

     

    98년도에 박진영씨도 이 곡을 불렀었어요. Kiss me라는 앨범에 수록됐었고요. 

     

    근데 당시 박진영이 부른 회상은 담담하기보단 좀 톡 쏘는 느낌이 있었어요.

    사실 박진영씨는 모든 노래를 그렇게 쏘는 느낌 있게 부르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가사도 리듬도.......

     

    박진영은 늘  그루브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급하게 타고 넘어가는 16분음표 32분음표의 리듬이 없이는 노래를 생각도 안하는 듯이 보여요. 

    뭐 괜챦아요. 그런 느낌으로 부르는 산울림의 회상도 나쁘지 않았거든요.

     

     

    헌데 지금. 2015년에 이진아가 부르는 회상은 오히려 산울림의 절제된 쓸쓸함에 더욱 가깝게 다가서 있어요.

    뭔가 시크하다고 해야 할까요? 

     

    노래는 담담했되 연주는 화려한 편이어서, 간주에서 깜짝놀라서 듣게 만들었던 스윙 재즈적 진행요소도 좋았고요 ......... 이진아의 피아노는,   노래를 받쳐주는 반주라기보단 또 하나의 목소리로 들어야 할 것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박진영씨는 "이진아가 놀라운 것은 재즈 화성과 소울 그루브를 같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같이 갖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라는 요지로 심사평을 하고 100점을 줬는데요. 저는

     

    이진아가 갖고 있는 건 어떤 두 개의 전형적인 장르를 다 잘하는  재주라기보다는

    그런 모든 장르가 죄 볶고 지져 합쳐져 있는 어떤 비빔밥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즈라는 것....... 물론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겠지만, 저는 그 핵심 키워드는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그 어떤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기 하고싶은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음악의 나래를 펼치는 것. 그게 재즈가 아닐까 하는 거죠.

     

    이진아의 '회상'은 그렇게, 자유의 날개를 활짝 펴고 과거로부터 현재까지를 아주 유유히 거니는 음유시인의 모습이 있었어요. 

     

     

    이진아의 보컬에 대해 '애들 동요나 불러라'라고 혹평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같은데요.

    산울림의 노래를 부르고 나니까 이제야 이진아의 목소리가 갈 방향이 보이는 것같기도 해요.

     

    이진아의 기악적 작곡 편곡 스타일은 재즈 - 펑크 - 스윙의 짬뽕...?  그런 복잡한 것이었는데,  포크를 재즈적으로 개조해 보니까 그것이야말로 바로 이진아의 보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진아의 노래는 쉽게 듣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여러 음악적 요소가 혼재돼 있으니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사실 들으면 들을 수록 쉽게 딱 듣고 느끼는 게 옳다고 생각되어요.

     

     

    포크라고 하는 음악이 사실 가장 단순하고 소박한 장르거든요. 이진아의 보컬은 그렇게 소박해요. 산울림의 김창완처럼 말이죠.

    물론 보컬을 제외한 나머지는 절대 단순하지 않지만 말이죠.

     

    이진아의 음악은

     

    어떤 쟝르 구분의 벽으로부터의 자유

    발성과 창법 스타일로부터의 자유

    음악적 표현의 한계를 넘나드는 자유

     

    로 특성지워지는 독특한 재즈로 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날 진아양이 정승환 군과 콜라보 무대를 하나 만들었는데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년'이었고요.  

     

    진아양이 기타 - 퍼커션-  일렉트릭 피아노로 시작하는 인트로서부터 알앤비 리듬을 재즈적으로 끌고 들어가드라고요.

    간주에선 삼바 스타일의 드럼이 나오면서 보사노바 느낌도 났었고요. 승환군의 매력적인 미성이 한층 더 돋보이게끔 만들어줬던 거죠?

     

    보통 오디션 프로가 생방송에 오면 출연자들도  다들 힘들어하고 준비도 잘 안 되는 것같고 무대만 화려하지 들을 노래가 없어지곤 하는데요.

    이번 시즌 케이팝은 그렇질 않네요...

     

     

    승환군이랑 진아양이 들려준 오늘 무대들.

     

    산울림의 회상,  들국화의 제발,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년. 이 세 곡은 음원으로 소장할 가치가 있는 음악들이었던 것같애요.  정말 벅찬 감동과 느낌으로 이 무대들을 보았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셔 감사해요.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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