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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추, 장미지의 지존. 듀엣이 정답인가

    지존이란 팀이 만들어진 건 케이팝스타 시즌4의  3라운드 . 서바이벌 팀미션에서 콜라보레이션 조를 짜면서였어요.

    2라운드 랭킹 오디션이 종료된 후 합격자들을 모아놓고 전현무씨가 사회를 보는 가운데 조장이 자기와 콜라보팀을 결성할 다른 멤버를 선택하는 과정이 나왔는데요.

     

     

     

     

    장미지가 존추를 골랐는지 존추가 장미지를 선택했는지 그건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두 사람은 3라운드부터 한 조로 나오기 시작했고, 이후 4,5라운드를 거쳐 탑10에 진입, 생방송 진출팀인 탑8 결정전에 이르기까지 함께 했으니 이젠 존추나 장미지라는 이름들보다는 지존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해지기에 이르른 것같습니다.

     

    존추는 2라운드 키보드조에 출전해서 김현철의 동네를 불러줬는데, 여기에서 벌써 존추 특유의 뛰어난 재즈팝적 편곡 재능을 두드러지게 보여주기 시작했어요.  연주능력도 대단하고요.

     

     

    그 이후에  지존이란 이름으로 계속 경연을 진행하였고 갈수록 이들의 성향은 확실히 가닥을 잡아 명확해지는데요.

     

    기타-피아노의 기악적인 하모니, 곡을 시작하면서 인트로부터 귀를 잡아끄는 빼어난 편곡, 누구나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들게 만드는 리드미컬한 비트, 도시적이고 세련된 팝적인 음악.  이런 요소들로 꾸준히 자신들의 색깔을 잡아나갔어요.

     

    저는 늘 좋았어요. 지존만 나오면 신났음.......... 비록 심사위원들이 늘 좋다고 평하진 않았지만, 지존의 색깔은 아주 확실해요.

    그리고 그것이 상당한 음악적 완성도를 항상 보여줬기 때문에, 계속 계속 이 멤버들을 기다리게 되는 것같아요.

     

     

    2라운드 키보드조에서 김현철의 동네를 불렀던 존추군. 처음에는 응 그렇구나....그냥... 그렇게 듣고 있는데,

    "내가 걷는 거리 거리마다...." 이 부분부터 리듬을 타기 시작하더니  발군의 피아노 실력과 보컬을 같이 보여줬어요. 애드립에서는 재즈풍의 진행까지 덧붙여 들려주고,  굉장한 친구가 나타났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라운드때부터 존추군을 엄청 마음에 들어했던 유희열씨는 "동네"를 부르는 존추의 노래를 들으면서 더욱 더 흡족해하는 모습이 화면에 나왔죠.

     

    3라운드 팀미션에서 존추-장미지 조는 조규찬의 baby baby를 자신의 스타일로 재해석하여 케이팝스타시즌4 전체를 통털어서 가히 최고라 할 만한 노래로 들려주게 돼요. 

     

    유희열씨가 "피아노와 기타의 행복한 만남"이라 평했듯이, 장미지와의 조우는 너무나 멋져서 저는 개인적으로 기절할 만큼 좋았었고요. 진짜로 훌륭한 완성도의 곡을 보여줬어요.

    기타는 기타 대로 좋았고, 피아노는 피아노 대로 귀를 호강시키고 있었죠.

     

     

     

    저는 근데, 이쯤 와서 이제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음식으로 말하자면.... 겁나게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고 있는 건데요. 물론 그것만으로도 좋아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흡족하지만,

     

    만약 거기 맛있게 익은  돼지고기가 더 들어간다면?

    그리고 거기 손으로 정성껏 만들어진 두부까지 들어간다면?

     

    확실히 존추 혼자서 부를 때보다 장미지와 존추 둘이 하모니를 이뤄서 할 때가 좋아졌어요.

    근데 제 생각은, 숫제 만약 드럼과 베이스가 합쳐져서 완전한 밴드가 나오면 어땠을까 싶은 거에요.

     

     

    baby baby를 방청석에서 들으면서 취하듯 음악에 빠져버린 박혜수의 표정

     

    장미지가 박자를 타는 부분에서 계속 기타 공명통을 두드리는 장면은 인상이 깊었어요. 정말 잘하드라고요. 근데, 만약 아예 저 baby baby에 드럼이 깔렸었다면 어땠을까? 첫 소절에서 F 코드를 장미지가 어쿠스틱으로 뜯는 것도 듣기 좋았지만, 그걸  베이스가 받쳐줬다면 어땠을까?

     

    아마 몇 배로 더 좋지 않았을까요?

     

    진짜 맛있는 김치찌개에, 삶은 돼지고기와 손두부까지 완성!인 거죠.

     

    즉, 지존은 하나의 록 밴드로 확장하면 진짜로 제 모습을 찾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이에요. 피아노에 집중하다보면 보컬에 신경을 아무래도 덜 쓰게 되고, 기타에 집중하다보면 서로 화음을 맞추는 데 엇나갈 수도 있게 되는 거고요,

     

     

    그러니 리드 보컬이 따로 있고 존추는 키보드 주자로 장미지는 기타리스트로 그리고 베이스, 드럼이 셋팅되면 진짜 제대로 지존표 록이 완성되는 게 아닐까 싶은 거죠.  피아노 치면서 노래하는 멤버와 기타 치면서 노래하는 멤버 두 명. 그 상태라면 아무리 해도 가창력을 쫙쫙 뽑아주기 어려워요.

     

    자신들도 이점을 잘 알고 있었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더욱 기악적으로 화려하게 편곡을 자꾸만 나갔던 것같고요. 매번 무대를 시작할 때마다 자신없는 표정을 지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았나 싶어요. 즉, 자신들 2인조 밴드의 한계를 연습하면서 계속 실감해서였지 않았을까요

     

    4라운드 넌 친구 난 연인에서 인트로부터 이런 점을 확실히 보여줍니다. C코드에서 아주 밝고 화려하게 들어간 인트로는 그것만으로도 사람들 입을 떡 벌리게 만들었어요. 정말 너무 너무 세련된 편곡이고 원래 댄스곡인 원곡을 이토록 팝적으로 느낌있게 비틀 수 있다니....

     

     

    이걸 들으면서 사람들을 한결같이 리듬에 맞춰 흔들게 만드는 요소가 있는데. 저는 그게 바로 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존의 음악이 지닌 핵심요소는 바로 록이며, 그것을 근데 피아노와 기타 두 가지로만으로 저정도까지 표현했다는 점이 경이로울 뿐입니다.

     

    비록 정밀한 화음의 표현에서 몇 부분 놓친 것들이 약간 아깝게 느끼게 하긴 했지만, 두 개의 악기를 다루면서 보컬도....그것도 혼성으로 들어가는 노래입니다. 저 정도만 해도 너무 잘 한 것 아닌가 싶어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저는 비록 옛날 보리짝이긴 하지만.... 한때 팝을 평정하였던 스웨덴의 아바가 생각났어요. 존추는 분명 아바 음악을 많이 들었을 것같애요.

     

     

    5라운드 배틀 오디션에서 김현철의 "왜그래"의 도입부를 들어보면, Cm7을 스트롴하는 미지의 기타소리는 결국 베이스와 일렉이 표현하는 전형적인 록 사운드였어요. 비트를 계속 주면서 음악적 긴장감과 박진감을 유지하고 사람들을 끌고 들어오는 진행을 처음부터 끝까지 놓지 않습니다.

     

    피아노 소리가 워낙 강조돼 있다 보니 세련된 도시 팝적 스타일이라고 유희열씨가 평가하지만, 저는 듀엣이 꼭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문제는, 보컬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는 거죠.

    보여주고 싶은 음악적 요소는 이 두사람한테서 계속 무궁무진하게 나오는데, 두 명이 악기 두 개를 연주하면서 동시에 그걸 뽑는다는 건 안될 일입니다.

     

    2차 재대결에서 부른 유재하의 지난날.  baby baby 다음으로 좋았었죠.

     

    "잊지 못할 그 추억속에...난 우리들의 미래를 비춰보리." 이 후렴부가 나올 때 기타 스트로크 +   피아노의 트레몰로 연타 장면은 정말 오래도록 머릿속에 확 찍혀서 남을 듯해요. 존추군 마지막의 유니즌 마무리는 전율이 일었고요. 

     

    아.... 정말... 너무 좋다는 말 말고는..... 왜 저렇게 빨리 끝났나 좀 더.. 더 들려주쟎고.. 이런 생각뿐이었죠.  

     

     

    5라운드 2차 재대결 지존의 무대가 끝난 후 흡족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 유희열.  반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대진표를 들여다보는 YG의 양현의 대조적인 모습  

     

     

     

    top 8 생방송 진출자 경연전에서 A조 3번째로 나온 지존은 씨스타의 나홀로 를 훨씬 더 재즈 쪽으로 편곡해서 가지고 나왔어요. 이 때 생긴 제일 큰 문제는, 그 전까지 보여줬던 피아노, 기타의 화려한 연주 능력과 어쿠스틱한 기악적 음색이 이젠 밴드의 백그라운드 반주에 묻혀버렸다는 것이에요.

     

     

    그럼 보컬에 힘을 실어서 이를 뚫어야 하는데, 두 사람의 보컬은 풀밴드와 함께 그것도 록-재즈적인 선율을 표현하기엔 아무래도 좀 작아보였다. 이렇게 봐야 할 것같애요.

     

    존추는 기악에 강한 뮤지션적 성향을 가진 친구고, 장미지는 그룹에서도 기타리스트였으니까 둘이 보컬로 폭발적인 매력을 선보이기는 어려웠던 게 아닐까 예상하고요.

     

    지존은 여기서 탈락하고 생방송 무대 진출은 좌절됐지만, 뭐 저는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두 사람이 뭘 잘하고 뭐가 이들에게 필요한지는 유희열씨를 비롯해서 많은 음악적 관계자들이, 알아내기에 충분한 시간과 충분한 공연이 있었어요.

     

     

    존추와 장미지, 이 21살 동갑내기 뮤지션들은 너무 귀중한 존재감을 보여줬어요. 우리나라에 흔치 않은 팝-재즈 스타일을 꿰뚫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엔 록음악이 힙합-댄스에 밀려서 너무 위축돼 있는 듯 보이는데, 이들이 그것을 잘 헤쳐나가서 자신들의 음악적 재능을 마음껏 발휘해 주길 바라 마지 않습니다.

     

     

    존...... 미국 돌아가지 마세요... 여기 한국에 있으세요..... 이렇게 전해주고 싶네요.

     

    오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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