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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 문지영을 아시나요?

    2015 부조니 국제 콩쿨 우승자인 문지영의 연주를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들어보았어요. 



    문지영의  리스트, 하이든, 베에토벤, 슈만 연주를 들으면서 첫 번째로 받은 느낌은


    마치 젊은 시절 마우리찌오 폴리니의 연주를 듣는 듯했단 점이었습니다. . 


    얼핏 듣기에는 폭발적인 파워가 부족하다  할 수도 있겠지만,  그에게는 모든 것을 철저히 통제하고 컨트롤하는, 음악에 대한 지배 능력이 돋보였습니다. 



    문지영의 리스트 - 파가니니 그랜드 에튀드를 듣다 보니, 

    이런 곡은 테크닉에 치중한 나머지 소리가 파괴적으로 나올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만, 그는 그 어려운 곡을 연주하면서도 시종일관 절제를 잃지 않고 한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들렸습니다. 


    비록 경이적인 테크닉을 갖고 있지만 손가락이 돌아가는 것에 놀라기보단 그의 건반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음색에 더 감탄하게 되는 것같애요. 


    그리고 복잡한 고전을 재해석하여,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듯 하는 연주는...... 

    올해로  겨우 20살인 문지영에게 큰 기대를 하게 만들고 있어요. 




    베에토벤 피아노 콘체르토 4번을 들으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요. 

    무엇보다도 음량이 크건 작건, 템포가 빠르건 느리건 간에 

    기복 없고 침착하게 건반을 만져주는  모습. 

    소리를 컨트롤하고 내면화시키는 데서 그의 가장 빛나는 면모를 보게 되는 것같습니다. 





    한 마디로 문지영을 표현한다면, 감히  "여성으로 환생한 마우리치오 폴리니를 보는 것같다". 라고 말하고 싶어요.  





    문지영은 인터뷰를 통해 "자기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음악으로 표현해 연주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 고 하였습니다. 


    그는 6세때 종이 위에 건반을 그리고 연습하였고, 어려운 가정 환경, 여건을 딛고 오로지 실력으로 이 힘든 길을 걸어 나가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점만으로도 모든 이에게 박수를 받아 마땅합니다. 



    문지영은  17세때 독일 에틀링겐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19세때 일본 타카마쓰 국제 콩쿨에서 우승, 올해에는 마침내 '메이저 타이틀'이라 할 수 있는 부조니 콩쿨에서 우승합니다. 


    이건 말하자면 박세리 선수가 LPGA 첫 해에 LPGA 챔피언쉽과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하고 신인상을 수상한 것이나...  또  김연아 선수가 16살때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서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한 것과도 비견할 수 있을 것같은데요. 



    2006년 12월 당시 우연히 TV로 김연아 선수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봤었어요. 스폰서도 없고, 피겨 스케이팅 불모지인 한국에서 피겨를 하기 위해 많은 걸 희생하고 자비로 비행기를 타고 러시아로 가서 스케이트 손질도 손수 하고....먹는 거며 모든 걸 엄마랑 둘이서 외로이 챙겨가는 모습. ...


    국가적인 관심, 스폿 라이트에 두터운 스폰서 지원을 받고 있던 경쟁자 일본의 아사다 마오와는 너무나 차이가 나는 열악한 상황이었고 저는 그때 사람들이 김연아라는 그 훌륭한 이름을 전연 모르고 있는 데에 경악했었습니다. 



    지금 문지영이라는 이름이 그렇습니다. 어떻게 문지영이 이렇게 이슈가 안 되었을까?  신기할 정도에요. 

    김연아가 상트페테르부르그 이후 우승을 휩쓸고 계속 유명해졌듯  문지영도 앞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술가가 될 꺼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매거진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그는 겉으로 화려한 음악보다는 내면적으로 깊은 음악, 자신이 온전히 묻어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데요. 



    다음달로 다가온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쇼팽 음악 콩쿨 본선에서 문지영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지는 지레 짐작하면 안되겠지만,

    우승과 수상 여부에 상관없이, 문지영의 음악이 전세계 사람들의 감수성을 움직일 수 있을 만한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글을 맺으면서 문지영도 그렇지만 

    9살이 많은 선배, 천재 피아니스트 손열음을 포함해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꼭 주문하고 싶은 게 있어요. 




    요즘 사람들은 고전 음악을 듣질 않습니다. 

    진짜로 도통 들으려 하질 않아요. 

    왜냐하면, 

    대중적인 감수성을 더 빠르게 파고 들어갈 수 있는 여러 문화 컨텐츠가 온 사방천지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에서, '깊이 있는' 음악을 대중들의 귓속에 꽂아줄 수 있을지를, 이렇게 뛰어난 예술가들이 젊은 감각으로 고민해 줬으면 좋겠어요.  


    문지영은 리스트 곡 연주에서 봤듯 아름다운 음색을 생산하면서도 따뜻한 내면을 보여주는 음악을 계속 창조해내어 

    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들에게 파고 들어갈 새로운 세대의 기수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비록 제가 멋대로 지어 붙인 별명이지만요....


     여자로 환생한 마우리찌오 폴리니, 

     

     건반 위의 김연아


     아름답고 따뜻한 음색의 경이적인 피아니스트

     

    부조니 콩쿨 우승자 문지영에 대한 포스팅이었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씨가 고르지 않은데 감기 조심하시고요.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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