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 발매된 'I am a Dreamer' 를 들어보니, 이제 36살이 된 박효신이 음악적으로 완전체에 이르고 있는 듯 보입니다.
제가 수련의 생활을 하고 있을 때 20대 초반이던 박효신은 중후하고 독특한 목소리 톤으로 당시에 이미 유명해져 있었고, 사람들은 그의 특이한 목소리와 가창력을 똑똑히 기억했었어요.
2004년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OST 눈의 꽃은 박효신의 심벌마크처럼 되었었고,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가장 인상깊은 배경음악으로 손에 꼽고 있지만 동시에 이는 박효신의 독특한 목소리로 인한 어둡고 너무나 무겁기만 한 표현의 한계로 지적되기도 하였습니다.
Gift part 1, 2를 통해 박효신의 음악은 여전히 호소력 있는 발라드를 무게 있게 보여주기도 했지만 Beautiful day, 사랑이 고프다 (I promise you) 등 밝고 라이트한 팝 역시 선보이면서 2008~2010 격변하는 우리나라 음원 시장에서 어떤 창법 또는 쟝르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표현력을 보여주려 노력한 것같습니다.
중요한 시기에 군대에 갔다가 제대한 박효신은 재작년 봄 직접 작사, 작곡한 '야생화' 라는 싱글 음반을 띄우면서 드디어 그의 음악이 어떤 것인지 그 모습을 자리매김해 준 것같습니다.
이 단 한 개의 곡이 들어 있는 싱글 음반이 EDM, 힙합, 리메이크가 횡행하던 음원 시장에서 연속 1위를 하면서 충격파를 주었고, 박효신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람들을 들뜨게 하기 위한 어떤 혁신적인 사운드나 비트도 없이 오로지 싱글 보컬에 어쿠스틱만으로 승부한 '야생화'는 음악이 호소하려 하는 기본 내용이 탄탄하면 충분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웅변하는 것같았습니다.
늘 새로운 사운드를 찾아내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전자 악기를 이용해서 수없이 많은 조합의 샘플링을 하면서 거기서 음원 소비자들의 귀에 박힐 만한 조합을 찾아내는 데 열중하는 기존의 작곡 행태는 아마도 '야생화'를 들으면서 많은 반성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발매한 지 채 2주가 안 된 정규 7집 앨범 I am a dreamer는 '야생화' 처럼 음원 차트를 독식하고 있진 못하지만, 박효신의 음악이 이제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것같아서 너무나 소름이 돋을 만큼 감동입니다..
젤리피쉬에서 계약 종료로 나와서 1인 기획사로 가고 있는 행보도 그렇고 박효신은 이제 자신만의 길로 들어섰고 그 어떤 유행이나 풍파에 휘말리지 말고 자신이 개척하고 있는 자기의 음악 세계로 탄탄하게 걸어 나가길 바라는 바입니다.
가장 박효신 다운 노래를 앞으로도 계속 들려주길 바라며....
정말 오랫만에 노래다운 노래가 나왔다고 생각하여서, 이번 앨범의 9번째 트랙에 수록된 곡 '숨'을 피아노로 한번 연주해 봤어요.
피아노적인 테크닉으로 화려하게 편곡되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솔직히 그럴 능력은 안 되고... 노래 악보를 보면서 나름대로 그 느낌을 표현하려 애써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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