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은 누구나 단연 이 곡의 연주씬이라 할 것같습니다. 유대계 피아니스트인 주인공. 블라디슬라프 스틸만이 독일군 점령하의 폴란드에서 숨어 지내다가 그만 독일군 장교에게 발각되고 마는데... 그는 초라하고 추위에 떨고 있는 이 유태인이 피아니스트라는 것을 알자 그랜드 피아노 앞으로 데리고 가 앉혀놓고, 무엇이든 한번 연주해 보라고 합니다. . 실화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블라디슬라프 스필만이 연주한 곳은 쇼팽의 발라드 1번. G단조였습니다. 실제는 녹턴을 연주했다고 하는데 어쨌든 그의 연주 부분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만한 명장면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기억합니다. 살벌한 전쟁, 참혹한 현장, 폐허, 죽음, 비참함. 그 속에서 음악은..
요새의 음원 시장은 많이 복잡해 보입니다. '대박' 드라마의 후광을 등에 업건, 쟝르간에 퓨전을 만들건 또는, 아주 독특한 사운드적 시도를 하건 대중의 눈길을 받기 위해 '특이한' 뭔가를 넣어야 한다는 그런 면에서 음악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라면 늘 깊이 고민들을 할 것같습니다. 이런 때에 감히, 아주 정통적이고 느린 발라드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같네요. 상당한 모험수를 두는 행위겠죠. 아마도 며칠 전에 발매된, 케이팝스타 시즌5의 Top4 였던 이시은의 데뷔 싱글 '눈물 나게' (feat. 정승환) 가 바로 이런 도전이었던 것같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검증된 두터운 팬층을 거느린 이른바 '보증수표' 가수들 이외에 누군가가 쉽사리 이런 모험을 하진 못할 것같은데, 신인 여가수가 정통..
10월 초 발매된 'I am a Dreamer' 를 들어보니, 이제 36살이 된 박효신이 음악적으로 완전체에 이르고 있는 듯 보입니다. 제가 수련의 생활을 하고 있을 때 20대 초반이던 박효신은 중후하고 독특한 목소리 톤으로 당시에 이미 유명해져 있었고, 사람들은 그의 특이한 목소리와 가창력을 똑똑히 기억했었어요. 2004년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OST 눈의 꽃은 박효신의 심벌마크처럼 되었었고,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가장 인상깊은 배경음악으로 손에 꼽고 있지만 동시에 이는 박효신의 독특한 목소리로 인한 어둡고 너무나 무겁기만 한 표현의 한계로 지적되기도 하였습니다. Gift part 1, 2를 통해 박효신의 음악은 여전히 호소력 있는 발라드를 무게 있게 보여주기도 했지만 Beautiful day,..
지금 우리나라에서 보고 듣는 거의 모든 음악 프로들이 순위를 매기고 있고, 서바이벌, 경쟁, 승패를 겨루는 대결, 배틀로 채워져 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닐 껍니다. 언프리티 랩스타는 그 중에서도 유독 심하게 서로에 대한 디스전. 트랙을 따내기 위한 경쟁 등등 (쇼미더 머니도 마찬가지...) 악마의 편집이 물론 관여했겠지만 정말 제일 심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걸크러쉬라는 양상이 하나의 문화로까지 언급되는 데는 언프리티의 공헌도 크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꺼에요. 화면 보고 예쁜 척 상큼한 척만 하는 걸그룹 아이돌만이 우상이었던 시대를 뒤로 하고 요즘 젊은이들은 여자도 실력이라는 새로운 호감의 판도를 가지게 됐다는 점은 분명 문화적 발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근데 저는 쇼미더 머니 5에 이어 ..
쇼미더 머니가 방송할 때마다 승승장구하면서 시즌 5까지 오더니, 올해 역시 당연하다는 듯이 음원 차트를 줄세우기 하고 있고 방송 회차마다 이슈를 만들고 있네요. 저는 힙합을 그리 즐겨 듣지는 못하지만 쇼미더 머니는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비록 다 챙겨보진 못했지만 ) 짬짬이 좀 보게 되었어요. 국내의 내로라 하는 힙합 뮤지션들이 워낙 많이 출연하는 만큼, 힙합의 지금 상태와 그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나름 중요한 방송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저는 적어도 노래를 포함해서 어떤 예술이건 여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그런 '여백'이 있는 노래를 계속 좋아하거든요. 헌데 랩과 반복적인 비트로 상징되는 힙합은, 여백을 거의 없애다시피 한 음악이에요. 그리고 지금 젊은 세대들은, 바로 그런 쉼..
올해 상반기가 벌써 거의 다 지나가고 있네요. 낮이면 뜨거운 햇볕이 숨도 못 쉴만큼 내리쬐는 바야흐로 여름을 향해 가고 있는 시즌인데, 문득 음원 순위 차트를 보면서 잠시 들었던 단상들을 대충이라도 한번 정리해 보려 합니다. 현재 부동의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트와이스의 cheer up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오히려 역주행을 한다고 할까요. 음원 발매가 된 지 한 달이 되고 있는데 시간 지날 수록 오히려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는 것같습니다. 사실 대형 기획사의 마케팅 능력과, ooh ah하게에서 이미 형성된 팬덤의 영향력, 시즌 등을 볼 때 cheer up이 1위를 못하고 있던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말하는 게 맞죠. 제 생각엔 이미 4월 중순에 종영이 되었던 태양의 후예 OST때문에 최상위권에서 ..
IOI 11명의 멤버가 모두 엠카운트다운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알리고 데뷔 무대를 마쳤네요. 프로듀스 101의 헤로인들이 약 한 달동안 쉴 새 없이 준비해서 만든 무대이니만큼 정말 완벽했고 그동안 생긴 팬덤도 벌써부터 위력(?)을 뿜어낸 듯해요. 첫 앨범의 제목이 크리살리스 (번데기)인 모양인데, 나비가 되기 위해 아직도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로 붙인 제목인 것같애요. 어떤 친구는 5년이나 연습생 생활을 하고 101에 나왔는데, 아직도 번데기라고 이름을 붙이기엔 좀 서운한 듯하죠. 근 4달에 이르는 프로듀스 101 경연을 지켜본 입장에서는 지금 탑11의 화려한 데뷔 무대를 보면서 좀 만감이 교차한다고나 할까? 좀 그렇네요. 이 친구들을 보면, 저 무대에 서있지 못한 다른 멤버들이 자꾸 떠올라서 그런가 봐요...
거의 6년쯤 전에 TV 다큐멘터리 방송을 보면서 김연아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KBS 스페셜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2006년 상트 페테르부르그에서 열린 피겨 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에 참가한 김연아 선수. 그 당시에는 많은 국민들이 그 이름을 잘 알고 있지 못했었어요. 김연아는 놀랍게도 2006년 12월 15일에 열리는 이 대회를, 쇼프 프로그램이 코앞에 닥친 12월 13일이 되어서야 현지로 출국하게 되고 그것도 러시아 국적 항공기를 이코노미 좌석으로 타고 출전하게 됩니다. 상트 페테르부르그는 한국에서 직항이 없었으므로 모스크바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경유해서 가게 되었는데요... 당시 모스크바 국제공항에 도착한 김연아 선수를 아무도 마중나오지 않았고,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환승 ..
2015년 10월 23일 발매된 아이유의 4번째 미니 앨범. Chat Shire 에 2번째 트랙 수록곡 '제제'의 가사 및 음반 표지를 두고 성적 해석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아이유를 공격하는 자들의 비평과 아이유 본인의 반박, 해명, 사과 등을 한번 정리해서, 과연 이 일이 합당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가를 이야기해 볼까 싶습니다 . 이 논란의 문제제기는 기본적으로 아이유의 음원을 소비하는 또는 소비할 가능성이 있는 대중들에게서 시작된 게 아니라, 대중 음원 소비층과 거리가 먼 출판사에서 시작되었는데, 그에 대한 옹호 및 비판이 잠재적 음원 소비층. 주로 온라인의 일반 대중들에 의해 확산되고 여기에 대학 교수와 소설가 등 지식인층이 가세하더니 급기야 아이유의 해명, 사과가 이루어지게 된 상태입니다. 그리..
2015 부조니 국제 콩쿨 우승자인 문지영의 연주를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들어보았어요. 문지영의 리스트, 하이든, 베에토벤, 슈만 연주를 들으면서 첫 번째로 받은 느낌은 마치 젊은 시절 마우리찌오 폴리니의 연주를 듣는 듯했단 점이었습니다. . 얼핏 듣기에는 폭발적인 파워가 부족하다 할 수도 있겠지만, 그에게는 모든 것을 철저히 통제하고 컨트롤하는, 음악에 대한 지배 능력이 돋보였습니다. 문지영의 리스트 - 파가니니 그랜드 에튀드를 듣다 보니, 이런 곡은 테크닉에 치중한 나머지 소리가 파괴적으로 나올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만, 그는 그 어려운 곡을 연주하면서도 시종일관 절제를 잃지 않고 한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들렸습니다. 비록 경이적인 테크닉을 갖고 있지만 손가락이 돌아가는 것에 놀라기보단 그의 건반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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