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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라젤 인공유방 보형물에 대한 한스바이오메드의 보상 방안.


    한스 바이오메드의 인공유방 보형물 '벨라젤'의 문제점은 식약처에 허가받지 않은 비허가 원재료를 사용하였다는 점입니다.

     

     

    식약처의 발표에 의하면 이러한 원재료들은 기존의 다른 인체내 삽입 의료기기 및 체외 의료 재료에 사용되던 것들이어서 환자의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가능성은 일단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므로 장기적인 모니터링 검사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장의 보형물 제거 조치는 필요하지 않다고 언급하였습니다.

     

    한스 바이오가 비허가 재료를 사용하여 제품을 제조한 이유는 허가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것일 겁니다. 제품을 빨리 시판하고 계속 오더량을 공급해야 하는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관계로 이후로도 계속 이를 숨겨왔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한스 바이오 제품의 관련 사항 및 식약처 발표 등을 검토해 보면, 핵심은 환자의 건강에 대한 위해 사항이라기보단 도덕적 문제, 양심의 문제로 보입니다.


    뉴스타파는 한스바이오에 근무하였던 한 엔지니어의 제보로 이 사건을 접하고 시리즈로 보도를 계속해서 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한스바이오가 인공유방 보형물의 개발과 시판에 이르는 과정이 한결같이 부도덕했던 것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초 보도에서처럼 '1급 발암물질' 같은, 그런 언급은 좀 성급했던 것같습니다.

    '벨라젤'은 바로 1년 전 크게 보도가 되었던 앨러간의 인공유방 보형물 '바이오셀'과 관련된 악성 림프종 사태와 자꾸 비교하게 됩니다. BI ALCL은 단지 앨러간 보형물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앨러간 바이오셀이 전세계적으로 가장 연관성이 깊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나고르, 시엔트라, 폴리텍 등등 표면이 거친 쉘을 가진 보형물 거의 전부에서 BI ALCL의 발생이 관찰되었지만, 숫적으로 앨러간 바이오셀이 아주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누구나 앨러간과만 연결짓게 된 것입니다.

     

    BI ALCL의 문제는 도덕적 양심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실제로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의 문제였죠. 그런데 앨러간 보형물이 악성 림프종의 원인이냐, 그렇게 묻는다면 그것은 불명확합니다. "인과관계"가 있다고 말하려면 앨러간 바이오셀로 수술받고 오랜 시간이 경과한 환자들 전체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을 만큼의 환자가 발생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ALCL 환자의 수는 아직도 전세계적으로 대단히 귀합니다. 따라서 텍스쳐링표면은 림프종의 원인이 아니라 단지 promotor, 촉매제 역할로 보는 의사들도 많습니다.


    어쨌든 앨러간사에 대해 환자들이 항의한다면, 그건 앨러간사의 도덕성과 양심에 대해 따져 물을 일이 아닙니다. 그들이 일부러 암 유발물질을 보형물에 묻혀서 팔았다던가, 그런 것이 아니니까요.
    수많은 테스트와 임상 실험들을 근거로 해서 FDA까지 통과한 제품입니다. 그런데 20년이 넘게 써 보니까 비로소 이런 희귀한 문제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죠. 사실은 BI ALCL이라는 질병이 실재한다는 것을 잡아낸 미국의 Keech 박사를 비롯한 의사들이 대단한 겁니다.

     

    반면 벨라젤 보형물은 질병이나 건강 위협의 문제가 아닙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벨라젤 보형물을 사용하여 갖고 있는 여성들로부터 어떤 건강상의 위해와 문제점을 보고받은 바가 없습니다. 이는 건강과 질병의 문제라기보단 도덕성과 양심의 문제로 일단 보게 됩니다. 한스바이오메드는 신뢰성을 잃었고 이것은 인체내 삽입 대상 의료기기를 생산 판매하는 업체로선 매우 치명적인 것입니다.

     

    벨라젤 보형물 삽입 환자들에 대한 회사의 보상 방안들의 핵심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벨라젤 보형물로 '인한' 질환이 발생시 치료비와 위자료 (최대 1억원) 지급
    둘째 파열이 발생했을시 제거 및 교체 수술비 최대 500만원 지급
    셋째 이상 증상이 없음에도 제거/교체를 원하는 환자는 벨라젤 보형물을 무상 제공
    넷째 검사비 지원 (향후 2년간 최대 15만원, 이후 3년간 최대 10만원)

     

    일단 이러한 '회사'의 보상 방안을 논평하기에 앞서, 이러한 발표는 법적 절차를 염두에 둔 것임을 인지하셔야 합니다. 벨라젤 보형물로 수술받으신 환자분들은 '불안감'과 '분노'라는 심리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노는 신뢰를 어긴 회사의 행실에 관한 것이며, 불안감은 확정되지 않은 '질병의 가능성'에 대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불안감"과 "배신감"에 대한 보상은 법적으로, 돈으로 환산하는 게 어렵습니다. 실정법상으로 그렇다는 것이죠. 가령 친한 친구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그걸 몇 년을 숨겨왔다. 그걸 다른 사람을 통해 알게 됐다면 친구에게 매우 화가 날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 배신감과 분노를 금전적으로 보상하라고 친구에게 종용할 수 있을까요? "금전"적 배상을 받으려면, 내가 친구의 거짓말로 인해 어느 정도의 금전적 피해를 입었는지를 산출해야 합니다. 만약 친구의 거짓말로 인해 내가 "금전적 피해"를 입지 않았다면, 그저 화가 나기만 했다면, 그것을 소송으로 끌고 간다 하여도 친구는 나에게 '피해 보상할' 이유가 없다고 판결이 나올 것이 분명하겠지요.

     

    지금의 벨라젤 사태는 당장 회사에 대해, "얼마의 돈을 우리들, 즉 벨라젤로 수술받은 여성들에게 달라"라고 요구하기가 매우 곤란합니다. 왜냐하면, 수술받은 여성들이 얼만큼의 금전적 손실을 입었는지를 당장 증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정신적 피해 보상"을 청구할 수는 있습니다. 즉 친구가 나에게 거짓말을 해서 내가 그로 인해 얼마의 금전을 날린 것은 없지만, 예컨대 그로 인해 내가 명예 훼손을 당했다거나 일을 그동안 못했다거나, 이런 상황에 처함으로 인하여 그것을 금전으로 보상받겠다. 라고 주장할 수는 있다는 것입니다. 흔히 위자료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 위자료는, 이번 한스 바이오의 보상 방안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한스바이오의 입장은 아마도, 위자료를 원한다면 '소송을 걸어라'라는 것으로 보아 무방합니다. "벨라젤 보형물로 인한 것이 명확한 질병"은 당장 밝혀진 것이 없으니, 보상 방안 1)항의 최대 1억원의 '위자료'는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아마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단지 내가 "당신네 제품으로 인해 배신감, 분노, 그리고 불안감을 갖게 됐다. 돈으로 배상해" 라고 주장하여 위자료를 청구할 경우, 그 금액이 과연 얼마가 될 수 있을까요?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그것부터는 '손해사정사'의 영역이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변호사들은 손해사정한 금액을 법정으로 가져가서 소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보통 민사 소송은 5년 정도는 족히 걸린다고 보셔야 합니다. 회사가 항소를 하고 대법원까지 끌고 갈 수가 있거든요.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상기해 보십시오. 그건 살균제로 인해 영아나 유아, 임산부와 노인이 실제로 사망했어요. 역학조사 결과 살균제와 폐손상간에 정밀한 인과관계가 거의 밝혀졌다고 보아 무방합니다. 그럼에도 지금, 10년이 되어가는데도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가 아직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벨라젤 보형물처럼 비허가 원재료의 위해성 자체가 밝혀지지 않은 물질에 대해 "피해"를 입증하고 그것에 대한 손해 배상을 받으려면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지, 여러 환자분들은 주지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법이고 뭐고 필요 없어, 가서 때려 부숴버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같습니다. 앨러간 사태때도 그런 분들이 있었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때는 훨씬 심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SK 케미칼이나 애경 등 관련 회사들은 아직도 쌩쌩 영업만 잘 하고 돈을 잘 벌고 있어요. 가서 때려 부수면, 오히려 그런 행동을 한 '피해자들'이 폭행, 폭언, 영업 방해로 회사에 돈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입니다.

     

    어떤 환자분은 이렇게 말하십니다. "내가 돈을 병원에 냈으니, 병원이 수익을 내지 않았느냐? 그러니 벨라젤 사태로 피해 본 나는 병원으로부터 돈을 받아내야겠다"
    그런데 이것은 병원이 한스바이오메드와 "공모 관계"가 성립할 때에만 가능합니다. 예컨대 병원이 한스바이오메드의 벨라젤에 대해 실질적으로 주주 관계에 있을 때, 돈을 투자하고 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받는 상황임이 밝혀진다면, 그 경우는 병원도 환자가 제기한 피해 보상에 대해 같이 응해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사가 만약 회사의 경영에 관여하는 사람이었다면 더욱이 그렇겠지요.


    그러나, 그런 "공모성"이 없는 일반 병의원들은 환자로부터 받은 돈의 일부를 보형물 대금으로 한스바이오에 납입하는 입장이었으므로 한스바이오의 제품상의 문제에 대해 금전적 책임을 갖는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즉 환자는 돈을 수술비(서비스료) + 보형물 값으로 합산하여 병원에 지불하였고 병원은 이 중 보형물 값은 회사에 지불하는 대납 구조이지, 병원이 보형물을 판매하는 주체가 아니니 "보형물 판매행위"로 인하여 병의원이 이윤을 거두었다고 보긴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환자분들한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것입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당장 환자분들에게 회사에서 돈을 입금시켜주지 않을 것임은 분명합니다. 금전적인 부분은 회사를 상대로 로펌과 함께 집단 소송을 벌이시는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될 수 있으면 많은 소송인이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겠고요. 그리고 어떤 이상 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 그 증상에 대해 의사와 꼭 대화를 나누고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에 대한 분노는 마음 속에 묻어두셔야 합니다.

    그걸 표출시킨다고 해서 환자분들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없습니다. 어차피 한스 바이오메드의 주가는 폭락중이며, 사실상 회사가 정상적으로 (의료 기기 분야에서) 영업을 회복하긴 힘들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진짜로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 회사가 (2011년 프랑스의 PIP사가 그랬듯)만약에라도 상장폐지되고 파산한다면, 환자분들은 그나마 어떤 보상을 받을 방법 자체도 아예 없어집니다. CEO는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만약 유방암 수술 후 재건을 위해 건강보험 공단으로부터 공제를 받아 벨라젤 보형물로 수술받은 환자분들이라면, 향후 혹 문제가 있어 재수술의 필요성이 있다 할 때 공단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직은 이 부분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지만요) 그러나, 순수히 미용적 목적으로 수술받으신 분들에 대해선 국가는 전혀 관여하지 않습니다. 치료 목적의 의료 행위가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벨라젤 사태가 가장 긍정적으로 해결되는 방향은 이것입니다. 일단 환자분들에게 장기적 추적 조사간 어떤 부작용도 감지되지 않는 것입니다. 미용적 결과도 괜챦고 파열률도 합리적인 수준이며, 인체에 대한 위해성도 타 보형물과 비교할 때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는 것이죠. 이렇게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런 상황에서 회사는 파산하지 않고 버텨주는 것입니다. 그래야 환자분들이 민사에서 승소했을 시 위자료라도 지불할 능력이 남아 있을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후의 상황이 사실은 더욱 걱정이 됩니다. 지금 이미 수술을 받은 분들은, 사실은 앞으로 수술을 받을 분들과는 다른 입장에 계시는 것입니다. 벨라젤 사태가 발생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관건은 무엇이었을까요? 단지 회사가 비양심적이었다는, 그것 하나뿐이었을까요?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이 가능할까요?

     

     


    2012년 식약처가 폴리텍의 물방울 보형물 수입 판매를 벼란간 승인하면서, 한국내 보형물 시장은 무지하게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식약처는 원래 FDA 승인 보형물만 판매시키고 있었는데, 도대체 무슨 내부 사정이 있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이유로 갑자기 폴리텍, 그 다음엔 실리메드, 세빈 등이 줄줄이 한국에 진출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어 유로실리콘, 모티바가 들어옵니다. 그리고 한스바이오에서 벨라젤을 판매하기 시작한 거죠.

     

    멘토르 앨러간 딱 두 개 메이저 업체만 있던 시장이 8개의 보형물 수입처가 서로 각축하는 시장바닥이 되어 버린 겁니다. 의사들은 각 보형물들이 어떤 특성이 있는지, 장기적 부작용이 어떤지 등에 대해 어떤 경험도 없이 수술을 하게 됩니다. 갑자기 이렇게 마구 승인을 내니, 경험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성형에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도입되기 시작합니다. 마치 배달 플랫폼마냥, 환자들 아니, 소비자들은 모바일 앱을 깔고 "저가순"으로 병원들을 쭉 리스트업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제 가슴 성형수술의 '덤핑'이 시작됩니다. 즉 "저가 가슴 수술"의 대유행이 시작된 것이죠. 환자들은 핸드폰에 제일 싼 수술 (아마, 199만원정도가 최저가였을 겁니다.)부터 쭉 sorting시켜서 병원들을 돌기 시작합니다.

     

    의사들은 오로지 '저가'만 찾는 환자들을 잡기 위해 마취 인건비를 절약하려 전신마취를 '수면마취'로 바꾸고, 업체에는 더 더 싼 보형물 납품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런데 수술비란, 엄밀히 말하면 수술 자체에 대한 비용만이 아니라 수술 후의 문제가 생겼을 때의 관리 비용도 일부 담아져 있어야 합니다. 헌데 초저가 수술에서 그런 게 되겠습니까.
    수술 후 환자가 문제가 생기면 병원과 심한 트러블이 생기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죠.


    이렇게 미용 성형이 '덤핑 시장'이 되자 "가격 방어"를 위해 신제품을 내세우는 병원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대표적인 게 "마이크로텍스쳐" 였습니다.

     

    원래 "마이크로텍스쳐"란 제대로 연구가 돼 있지 않은 제품들입니다. 그럼에도, 오로지 시장 논리에 의해 병원들은 "마텍"을 내세워 부작용이 적고 촉감이 좋다며, 더 비싼 값으로 호객을 하기 시작합니다.

     

    아예 한술 더 떠서, 일부 큰 병원 원장님들은 2016년까지도 아무도 존재조차 모르고 있던 회사, 어떤 연구 논문도 본 적이 없던 제품을 만드는 M사의 보형물 수입상에 큰 돈을 투자해서 주주가 됩니다. 그리고는 해당 보형물을 (써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명품 보형물, 프리미엄 보형물로 둔갑시켜 버립니다. 일반적인 가슴 수술의 2배의 가격을 부르면서 말이죠. 즉, "덤핑 작전"에 대해 "반덤핑 작전"이 시작된 것이죠.

     

    M사의 보형물 홈페이지를 보면 기가 찰 지경이었습니다. 부작용 1%라는 선전문구 및, 스무스도, 텍스쳐도 아닌 그보다 더 우수한 쉘로 만들었다며 광고하는 그 마케팅이 허위, 과대 광고라 의료법 위반이며 불법이라 생각하고, 저는 성형외과 학회에 나가서 이를 학회 차원에서 제재해야 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들은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운영위원이신 분들이 모두 그 보형물을 열심히 선전하는 병원 원장님들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주장을 함으로 인해 오히려 저는 "찍혀"버렸습니다. M사의 사무실 직원들은 여러 성형 커뮤니티들에서 저를 "문제가 많은 의사" "갑질하는 의사" "실력이 없는 것 아닌가?" 라는 등의 댓글을 달면서 비방하였습니다. 제가 M사의 보형물은 FDA 승인을 받은 바가 없는데도 마치 승인을 득한 것처럼 허위 광고를 한다는 글을 병원 카페 QnA에 올리자 그 글을 포털 사이트에 고발하여 연달아 블라인드 처리를 해 버릴 정도로, M사 직원들은 저를 철저히 감시하였습니다.

     

    대형 성형외과 병원들의 바이럴 마케팅 인력은 당시 몇 백명에 달한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이들이 M사의 보형물을 명품으로 치켜세우고 엄청나게 선전전을 벌인 결과 M 보형물은 1~2년도 안 돼 결국 국내 보형물 시장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합니다.

     

    벨라젤 보형물은 이런 M 보형물을 벤치마킹하면서 조금 더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하여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벨라젤은 사실 S사의 마이크로텍스쳐나 M사 보형물의 표면 쉘과 비슷하게 만든 것입니다. 저는 벨라젤 보형물 부분 책임자가 저에게 찾아와서 "마이크로텍스쳐" 제품 프로모션에 대해 설명했을 때를 기억합니다. 저는 "마텍같은 제품은 안전성도 효과도 검증받지 못한 것이니 팔지 말라"고 했습니다. 판을 깨버리는 소리였지요. 그 책임자는 다시는 저를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마이크로텍스쳐링", "벨벳 서피스" "실크 서피스"라는 그런 쉘의 타입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어떤 검증도 받은 바가 없으며, 게다가 장기적 부작용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점을 블로그에서, 또 유튜브에다 대고 틈이 날 때마다 언급했습니다. 병원에 실제 상담을 오는 환자분들한테는 수만번은 입이 아프도록 그리 얘기했던 것같습니다. 신제품을 너무 좋아하지 마라, 수술 결과는 제품이 만드는 게 아니다. 제품을 믿지 마라.

     

    그런데 저를 가장 힘들게 만든 것은 소비자들, 즉 '환자'분들이었습니다. 이미 환자분들은 M사 보형물이나 벨라젤. 둘 중 하나로 하겠다고 마음을 정하고 온 분들이 90%가 넘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제품을 믿지 말라고 외쳐 보았자, 제 말을 믿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인터넷과 애플리케이션 등에 전부 그 제품들만 나와 있고 그 제품 관련 후기만 넘쳐나니, 환자분들은 그게 제일 우수하다고 믿고 온 것입니다. 그런 믿음이 어떻게 해도 깨지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인터넷과 앱에 나온 정보들은 90% 이상이 브로커와 에이전시, 병원 관계자, 제품 수입사 관계자들이 양산하는 것이었는데 말이죠...... 거기에서 무력감이 정말 심하게 느껴졌습니다.


    기억해 보십시오. 뉴스타파의 11월 3일 보도 바로 직전까지도, 국내의 수많은 환자분들, 수술을 고민하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정보를 얻은 대부분의 환자들은 여전히 M 보형물과 벨라젤. 두 가지만을 원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 믿음이 얼마나 철통같았습니까?


    그 믿음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왜 환자들은 그 두 보형물만이 진정으로 우수한 제품들이라고 믿었던 것일까요?

    그건 미용 성형이라는 이 거대한 시장을, 인터넷상에서 조작하고 조절하는 이들이 차고 넘치도록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도 댓글을 조작하였는데, 성형수술같은 것에서 "여기가 잘한대" "이 제품이 요즘 핫하대" 이런 식의 여론몰이 하는 일이 어찌 대수이겠습니까?

    단 한 사람의 의사로서 저는 이런 여론 조작과 사실의 왜곡을 질리도록 겪었습니다. 그리고 비방과 모욕도 지독히 많이 당했습니다.


    저는 "바른 정보"를 전하기 위해 의사란 직업이 있는 거라는 생각을 여전히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환자분들이 그걸 "바른 정보"로 인정해주지 않는 경험도 숱하게 겪어 왔습니다. 다른 선배의사들이 했던 말도 기억합니다. -- 환자들은 "바른 말"을 원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원하는 말"을 기다린다. 그러니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줄 수밖에 없다 --

    그래서 유튜브 채널도 열고, 왜곡된 정보들을 바로잡기 위해 나름 애쓰지만, 태산 앞에서 손으로 흙을 퍼서 옮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전부 다 부질없는 짓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자꾸만 듭니다.

     

    마지막으로 환자분들에게 바라는 말, 드리고 싶은 말은 "깨어 있으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미용 성형 분야는 사각지대입니다. 안면윤곽 수술 중 사망한 고 권대희군 사건을 알고 계시나요? 권대희군의 어머니 이나금씨와 말씀을 나눠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초인적인 힘으로 그분은 미용 성형 분야의 개혁을 위해서 애쓰고 있어요. 그러나 그분이 그토록 공들이고 노력했던 수술실 CCTV 설치법조차도 이번 국회에서 또다시 물건너갔습니다. 아무도 미용 성형 환자들을 보호하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건복지 분야의 권력있는 사람들, 행정력들은 미용 성형 분야의 피해자들에 대해 거의 완전히 무관심하고 무감각합니다. 이 분야에서 사람이 얼마나 죽어나가든, 식물인간, 뇌사자들이 생기든 말든 신경이란 걸 쓰질 않습니다. 이런 곳에서, 지금도 환자분들은 성형 앱을 통해 저가 병원을 수집하고 "명품" 보형물을 찾아 마치 핸드백을 쇼핑하듯 병원을 쇼핑하고 다닙니다. 자신이 애써 정보를 인터넷에서 수집하면 수집할수록 더더욱 왜곡된 정보 속에 빠진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채로..............


    그러니, 깨어 있으셔야 합니다. 벨라젤 사태는 미용 성형 분야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비극적인 일들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0 Comments

    • jungss 2020.12.03 11:08 Modify/Delete | Reply

      원장님의 블로그 항상 잘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의문이 조금 생겨서 댓글 납깁니다. 저는 벨라젤 마텍으로 수술한 환자인데요.
      병원에는 원재료가 완제품 상태에서는 문제가되지 않겠지만,
      파열시 단기간 이식용 원재료가 보형물내에서 썩는 등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라고 얘기해주더라구요.
      다른 보형물도 파열되면 똑같이 위험한거 아니냐고 되물었더니, 벨라젤은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위험성이 있어서 더 위험하다고 하는데 마음이 조금 혼란스럽습니다.
      저는 수술한지 얼마안돼서 제거하지 않고 추적관리하려고했거든요.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믿고 수술한 병원에서 그렇게 얘기를 하시니 제거를 해야하나 고민이됩니다.
      혹시 원장님 의견은 어떠신가요? 단기간 이식용 원재료여도 인체에끼치는 크게 영향은 없다고 보시는건지 궁금합니다


      성형외과 전문의 이주혁 이주혁 원장 2020.12.03 13:31 신고 Modify/Delete

      식약처에서는 "파열시 단기간 이식용 원재료가 썩으니 위험하다"라는 정보를 발표한 바가 전혀 없습니다. 의료 기기의 부패 가능성과 관련된 부분은 만약 식약처에서 공개하지 않았다면 정부 기관인 식약처가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만약 식약처의 말에 거짓이 없다면, 그런 얘기를 해 준 병원이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둘 중의 하나이겠군요. 어느쪽을 믿으실 지는 본인에게 달려 있습니다. 저는 병원의 주장은 한번도 들어본 바가 없으니 그 진실성에 대해 근거를 제시받을 필요가 있는 것같습니다. 그런 말을 그냥 믿긴 어렵습니다.

    • ㅇㅇ 2020.12.04 01:36 Modify/Delete | Reply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 늉늉 2020.12.06 01:04 Modify/Delete | Reply

      정말 잘 읽었습니다 원장님. 진실되시고 양심적인 원장님 덕분에 성형 분야의 심각성에 대해 잘 배우고 갑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벨라젤로 수술하기 전 원장님을 알았더라면..하는 후회가 드네요. ㅜㅜ


    • 안녕하세요 2020.12.06 01:13 Modify/Delete | Reply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 랄라블라 2020.12.06 13:15 Modify/Delete | Reply

      블로그에 포스트해주시는 내용들 너무 잘 보고있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 민트초코 2020.12.06 22:19 Modify/Delete | Reply

      안녕하세요 이주혁 원장님.
      글 중간의 M사와 관련하여 저도 아주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M사 보형물은 FDA 승인이 없는데도 마치 명품인 양 광고하는 것이 과장광고라고 생각했거든요. 원장님이 QnA 하시는 인터넷 까페에서도 M사 보형물 찬양 일색이거나, 혹은 M사 보형물이 어떤지 묻는 글들도 많았어요. 그 중엔 M사 보형물이 FDA 승인받은 제품들보다 좋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구요.
      저는 M사 보형물에 관한 인터넷 기사(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70545)의 링크를 달고 M사 보형물 선택을 만류하였다는 댓글을 달았다는 이유로, M사로부터 2019년 3월에 명예훼손 형사고발을 당했어요. 형사고발의 결과가 2019년 8월에 난 이후, M사는 바로 다음 달(2019년 9월), 저에게 명예훼손 위자료로 5천만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걸었습니다. 1년을 넘게 끈 민사소송의 결과는 며칠 전에 받았네요. 저는 제가 옳다고 믿었기에 변호사의 도움도 일절 없이 저 혼자 변론 자료를 모아 작성하고, 법원을 계속 들락거려야 했어요. 제가 배운 법이라고는 대학 시절 교양 수업으로 한 과목 들었던 것이 전부였기에, M사가 고용한 법무법인을 상대로 상당히 어렵고 긴 싸움이었네요.
      결과적으로, 형사고발은 불기소(증거 없음)로, 민사 역시 원고(M 회사)의 주장이 모두 기각되어, 결과적으로는 제가 이기기는 했어요.
      그러나 저에게는 상처 밖에 남은 게 없어요. 형사와 민사로 2년 가까이 너무나 지긋지긋한 시간이었습니다. 일상생활도 많이 방해가 되었구요.
      이미 다 끝난 일이니 솔직하게 말씀드리지만, 당시 변호 자료로 원장님의 글도 몇 건 제출을 했어요. 너무 어려운 싸움이었기에, 생면부지의 원장님에게 도움을 청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고요. 하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제가 달았던 댓글 중에 원장님 블로그 글을 링크한 경우가 몇 개 있었는데(M사와 관련 없는 내용들이었어요), 그런 댓글을 근거로 M사 쪽에서는 제가 의료계에서 일하는 혹은 광고를 하는 사람이거나, 원장님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라고 집요하게 물었거든요. 저의 이력이나 직업도 의료계하고도 아무런 관계가 없었는데도요. 그런 증거를 내밀어도 저쪽은 제가 이해관계자라고 주장하니, 참 답답했어어요. 그리고 제가 만약 원장님에게 도움을 청했다면, 그런 모함들이 사실로 오해받을까봐 그러지 못했어요.
      아마도 저 말고도 M사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분들이 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반인이 이렇게 송사에 한 번 휘말리고 나면, 다시는 가까이 하기도 싫고 얘기도 꺼내기 싫어지는 것이 당연한가 봐요. 그래서 M사 언급 뿐만 아니라 까페 활동도 거의 안하게 되더라구요.
      글이 길어졌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형외과 전문의 이주혁 이주혁 원장 2020.12.18 14:23 신고 Modify/Delete

      너무나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상대하는 일은 힘든 일이 맞습니다. 그래도 승소하셨으니 축하드립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그 내용을 알리시면 더욱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정윤희 2020.12.31 12:50 Modify/Delete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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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 2021.01.18 21:48 Modify/Delete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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