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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방 보형물 병증 (Breast implant illness)

    비록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받고 있는 미용 수술이 (지방흡입술과 더불어) 가슴 확대술이지만, 이 수술을 받은 후에 모든 사람이 다 완벽히 꿈꾸듯 행복해지는 것만은 아닙니다.

    즉 어떤 부작용도 생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본인 스스로가 주관적으로, 보형물을 넣고 난 후에 그다지 행복하지 않고, 자신의 몸에 문제가 있음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증상은 매우 다양해요.  그것을 열거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로 특이성이 없고 불명확하고, 모든 사람이 다 살면서 몇 번씩, 혹은 아주 자주 느끼는 증상들이기도 합니다.  저 보고 얘기하라고 해도 위에 있는 증상들 중 반 이상은 평소에 많이 겪고 있다고 할 것같애요. 허나 그렇게 일관성 없는 증상들을 가슴 수술 하고 난 후에 생겼다고 하는 분들이 어쨌든 간혹 있다는 것입니다. "환자분은 정상이십니다. 검사상으로도 전부 정상이고." 라고 말해도, 환자 본인은 주관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그런 경우가 있긴 있어요. 그걸 무시하면 또 환자 입장에선 의사가 너무 섭섭하죠.

     

    물론 이렇게 비특이적인 증상들을 쭉 모아놓고 이게 무슨 무슨 병이다. 그렇게 얘기하려면 너무 엉터리가 됩니다. 그래서 학문적인 염격함을 지켜야 하는 의학에선 이것을 어떤 질병 분류에 넣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궁여지책으로 Breast Implant Illness (유방 보형물 병증) 라는 이름을 붙여서, "가슴 보형물 수술 후 뭔가를 불편해 하는 사람들" 이라는 개념으로 통용시키기 시작한 것입니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요.)

     

    이것이 어떤 진단명으로 굳어질 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너무나 연구가 부족해서 근거가 박약합니다. 아마도 몇 십년간의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떻든, 보형물을 넣은 환자들이 어떠 어떠한 문제를 호소하여 그로 인해 "실리콘 보형물은 정체 불명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라는 의심을 몇 십년 동안 받아 오고, 지독한 연구, 검증을 받아온 것도 사실입니다. 이는 마치 환경 호르몬, 나무젓가락, 플라스틱 장난감, 휴대폰 전자파, 그런 것들이 인체에 치명적이다. 라는 썰을 누군가 유포시킨 것. 물론 과학적 근거는 거의 없고...  그런 것과도 비슷하다 하겠는데요. 지난 history를 먼저 한번 리뷰해 보겠습니다.

     

    1962년 실리콘 보형물 수술이 처음으로 성공한 역사적인 해 이후, 1964년부터 "인간 보조 기기 병증"이라는 말이 학계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가 되자 특히 미국에선  "실리콘 겔 보형물에 의한 보조 기기 병증" 으로 주장하는 환자 사례가 쏟아지고 신문 방송에도 보도가 됩니다. 사실 이런 환자들은 거의 다 검사에서 아무런 이상도 밝혀지지 않았지요.

    그래도 한번 사람들이 아우성치기 시작하니까 이는 거의 막을 수가 없었고, 미국 변호사들은 실리콘 보형물 제조 회사에 대한 대규모 소송에 착수합니다. 1990년 초 미 FDA는 실리콘 보형물 제조 판매에 대해 모라토리움을 선언합니다.

     

     

    이후 학계에서는 "과연 실리콘 보형물은 안전한가" "류마치스나 기타 희귀한 자가면역 질환의 원인이 되지 않는가?" 이 문제에 대해 수없이 많은 연구를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1993년. MD 앤더슨 암센터에서는 유방 재건시 보형물을 삽입한 환자와, 자가 조직만으로 수술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두 개의 그룹간에 자가 면역 질환의 발병률에 차이가 없었음을 밝혀냅니다.

    1994년 Peters 등은 그냥 보형물을 갖고 살아가는 환자들과, 보형물 파열이 있었던 환자 사이에 ANA (자가면역 질환 자에서 높아지는 검사 수치)치를 비교하였는데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합니다.

    Gabriel 등은 749명의 보형물 환자를 7.8년간 추적조사했고 보형물 없는 환자들과 여러 가지 결합조직 질환 발생에 차이가 없었음을 밝힙니다.

    산체즈 게레로 등은 대규모 조사를 진행했는데, 87,501명의 환자에서 조사 결과 보형과 결합조직 질환에는 연관관계를 찾을 수 없다고 보고합니다.

     

    허나 이런 과학적 발견들엔 아랑곳 없이, 미국의 공격적인 로펌들은 실리콘 제조사를 상대로 무려 40만명의 여성들을 끌어 모아 소송을 걸게 됩니다.

    1996년, 미 오레곤 법원은 원고측 "전문가"들이란 사람들이 원인에 대한 의견을 전혀 제출하지 못했고, 그들의 분석은 비약과 맹신임을 드러내고 있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원고들은 다른 주에서도 역시 패소하였습니다.

    1999년, 미합중국 의학 연구회에서 Safety of silicone breast implants라는 책을 출간합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엄청난 양의 연구를 집대성한 이 책에서, 자가 면역 질환과 같은 전신적 건강 문제가 발생한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라고 결론을 짓습니다. FDA는 실리콘 보형물의 모라토리움을 2006년에 가서 결국 종료시키게 되죠.

     

    얼마전. 즉 작년 Coroneus 등이 Annals of Surgery에 출간한 논문. 앨러간/멘토가 FDA에 제출한 데이터를 근거로 2차 연구를 하였는데 쇼그렌 증후군, 피부 경화증, 류마치스 관절염 등의 발병 빈도가 보형물을 가진 사람들에서 더 높았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이 보고는 수많은 매스 미디어의 관심을 받아서 유명해졌지만,  그러나 해당 논문지의 편집자와 FDA 양자에 의해 곧바로 반박되었습니다. 연구 자체에 문제가 굉장히 많았던 거죠. 예컨대 환자가 (류마치스 전문 의사의 진단 없이) 나는 류마치스 병이 있다. 라고 기술하면 그것을 그대로 논문에 올려서 데이타를 꾸렸던 것이니까요. 따라서 이 논문의 의미는 굉장히 축소된다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과학적 근거는 박약했지만, "유방 보형물이 병을 일으킨대" 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사람들을 매우 흥분시키는가 봅니다. 곧바로 매스 미디어를 타고 이 내용은 빨리 유명해지고 말았죠. 그럼으로써 보형물 관련 질환은 FDA 모라토리움 훨씬 이후인 지금 다시 이슈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의사선생님. 가슴 수술이 잘 된 것은 알겠습니다. 근데 나는 지금 내 가슴이 불편해요."

    이런 환자들은, 미국이나 유럽이나 우리나라나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보형물 제거를 원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유방 보형물 불편감" 때문에 제거 수술까지 한 환자분들은 그 제거 수술의 결과가 어땠을까요? 대부분의 환자들은 제거 후 만족해 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2000년. Rohrich 등은 보형물 제거한 환자들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주관적 건강"의 향상을 가져왔다고 보고합니다. 즉 제거 후에 환자들이 "몸이 좋아졌다" 라고 느꼈다는 것이죠. 재미 있는 것은, 제거 후 가슴이 미용적으로도 더 나아졌다고 느꼈다는 것입니다.

     

    1997년. 캐나다 연구였는데 100명의 보형물 제거 환자들과, 100명의 보형물 넣은 적이 없던 환자들 사이에서 비교가 이뤄졌어요. 류마치스 가능성을 의미하는 Antinuclear antibody (ANA) 수치가 환자군이 대조군보다 높지 않았던 거죠. 아직까지의 연구를 바탕으로 볼 때는, 그 어떤 연구에서도 보형물이 자가 면역 질환, 결합조직 질환 등으로 대표되는, '희한하거나 희귀한' 질환을 일으킨다고 볼 증거가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래서 많이 난감하긴 하나, 앞으로도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지속되어야 마땅합니다. 이러한 부분의 연구는 인간 유전학, 인간 면역학과 모두 연관성이 있으므로 많은 생물학적 연구들이 진행되면서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밝혀져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모든 연구들은, 아무런 부작용이 없는 가장 이상적인 보형물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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