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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는 어떤 의사를 고르는가.

    의사도, 당연하지만 환자가 되곤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두 가지의 수술을 받았습니다. 한 번은 직업병이나 다름없는 허리 디스크 수술이었고, 또 하나는 치질 수술이었어요. 두 수술이 다 상당히 악화되고 난 다음에야 수술대에 올라가게 되었고, 또 수술에 이르는 과정에서 망설임도 많았고 정말로 공포스러웠습니다.

     

    누구나, 증상이 심해지고 참다 참다 더이상은 안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 무렵에 병원에 찾아갑니다. 위의 두 질환은 특히 그렇더라고요. 그만큼 고민하는 기간이 길었었는데요, 결국 수술을 결정한 다음엔 누구한테 이걸 맡겨야 되나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지금껏 저도 의사로서, 환자들이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얼마나 오래 망설이고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는지를 보아 왔지요. 환자와의 면담에서 그런 걸 느끼면서, 속으로 많이 생각하곤 했습니다.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의료 정보에는 부정확한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그걸 바탕으로 과연 제대로 된 결정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죠.

     

    자동차를 고르거나 핸드백을 고르는 것은 자기 취향이 훨씬 중요하겠지만 의료에서의 선택은 쇼핑과는 다릅니다. 객관적인 팩트 체크의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의료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제아무리 노력해도 그게 쉬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의사면서 환자인 저는, 자기 신체에 생긴 문제를 어느 정도 스스로 평가할 수 있고 또 그걸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잘 비교할 수 있습니다. 또 어떤 병원이 있고 어떤 의사가 있는지도 많이 알고 있구요.

     

    저의 경우는 허리 디스크 수술은 제 대학교 동기한테 가서 받았고, 치질 수술은 잘 아는 지인의 남편한테 받았지요.

     

    여러 가지를 고민했지만, 결국은 아는 사람한테 갔던 겁니다. 그 이유는, 단지 의사--환자간의 사무적인 계약관계만으로 안심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에 덧붙여서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관계가 있는 게 더 안심이 되었던 겁니다.

     

     

     

    척추 수술을 받아 보았던 모든 분들은 아마 잊지 못하실 껍니다. 그걸 수술받기 위해 입원해서, 곧 수술실에서의 호출을 기다리며 환자복을 입고 누워 있을 때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마침내 호명을 받고 병실에서 이동식 침대로 옯겨 누워서 병원 천정을 쳐다보며 남자 간호사에 의해 수술실 문을 통과하고 각종 모니터와 기계로 가득찬 수술 베드에 누웠을 때의 그 기분이 어떤 것인지 말이죠.

     

    의사들은 의료 사고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요. 환자분들이 알고 접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말이죠. 그래서 더 겁이 많습니다. 그리고 의사가 아무리 잘 해낸다 하더라도, 수술의 결과라 하는 건 여전히 여러 종류의 불확실성과 가변성 속에 노출돼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휠체어를 타고 평생 대소변을 받아내면서 살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런 두려움을 거기 누우면서 머릿속에 떠올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인 겁니다. 그만큼 불안한 게 당연한 거에요.

     

    의사들 본인도, 남한테 어떠어떠한 수술의 과정을 설명하는 건 차분하게 한다지만, 막상 자기가 그 수술을 받는 입장이 되면 절대로 냉정해지기 힘듭니다. 저도 그랬고요.

     

    처음엔 집에서 가까운 큰 병원에 예약을 해뒀었어요. 선택진료를 신청하고,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대장 항문 전문 병원이었고 거기에서 제일 오래 수술을 하신 분한테 수술 예약을 해뒀지요.

    그런데,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수술 전 검사를 다 받고 완납까지 한 상태에서 저는 수술을 보류했어요.

    도저히 못 하겠드라고요. 그 불안과 공포를 이겨내지 못한 거에요.

     

    그리고 더 작은 규모의 병원이고 집에서 멀긴 하지만, 제가 잘 아는 지인의 남편에게 수술을 의뢰했지요.

    놀랍게도, 이번에는 저는 그전만큼 겁이 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아주 용감(?)무쌍하게 병원에 가서 입원, 수술, 치료 과정을

    다 끝냈지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었을까요.

     

     

    사실 의사가 수술하는 과정은 거의 다 똑같애요.  저도 그걸 잘 알고 있지요. 저희 어머니의 쌍꺼풀을 하든, 전연 모르는 사람의 쌍꺼풀을 하든, 수술하는 방법과 과정은 죄다 똑같아요. 단 1%도 다른 게 없지요.

     

    하지만, 돌이켜 보니 다른 게 있어요. 특히 수술 받는 환자의 입장에서 다른 거지요. 의사-환자 관계는 물론 계약관계이지만, 의사선생과 나 사이에 인간-인간의 관계가 느껴질  때 훨씬 더 안심하게 된다는 겁니다.

     

    서양 의술의 역사를 들춰보면, 우리의 지금 사회에서는 어느새 잊혀진 말이 되어 버렸지만 '주치의'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형태의 주치의 (Family doctor, family practitioner) 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내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진료해 왔던 분이고 내가 사춘기때 운동하다 다친 부위까지 기억하고 있고, 우리 아버지 어머니 형 누나까지 진료했던 의사인 거죠.

    이건 내가 돈을 내니까 저 사람은 나를 치료해 준다. 라는 계약적 개념과는 좀 다른 것입니다. 굉장히 관계 중심적인 거죠.

     

    Family pratictioner들은 그 동네 사람들의 건강 문제를 거의 전지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냥 척 보면 어디가 아파서 온 건지 알 정도로요. 만약 좀 더 전문적인 치료나 수술이 필요한 문제를 환자가 가져왔을 경우, 주치의는 전문의 (specialist)에게 의뢰합니다. 

    이런 제도가 낡아 보이지만 사실은 훨씬 더 합리적입니다. 어떤 의사가 실력이 있는지는, 사실은 의사들만이 잘 알고 있거든요.

     

    주치의 제도가 정착하지 못하고, 환자들은 인터넷을 검색하고, 요즘 많이 생기는 모바일 의료 앱을 검색하기도 하면서 병원과 의사를 평가, 낙점(?)하고 진료를 받습니다.

     

     

     

    뭐 "선생님은 의사이시니까, 주변에 의사가 많아서 선택이 쉬우시겠네요  우리야 뭐....." 라고 얘기하실 분이 있을 꺼같네요. 그래서 저는 누구나 어떤 경우에도 병원/의사를 선택하는 데 있어 참고하실 만한 부분을 좀 정리해 드릴까 해요.

     

     

    1. 인터넷을 과신하지 않는다. 포털 사이트에 000 잘하는 병원.  이렇게 검색해서 1면에 노출되는 모든 싸이트, 뉴스기사, 지식 검색결과, 블로그, 카페글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것이 전부 유료 광고이다. 수술 후기는 더더욱 작업이 99%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술이 잘 된 사람들은 인터넷같은 데 후기글같은 거 안 쓴다. 수술 후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만이 써서 올리게 마련이다. 00 병원에서 수술했는데 너무 잘 되었어요.  이런 글이 많은 병원은, 광고를 열심히 하는 병원이라고 생각하면 맞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는 사람도 없고 누구한테 소개도 못 받고 그런 상황이면, 어쩔 수 없이 인터넷을 검색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병원이 아닌 의사를 검색해야 한다. 병원은 되게 유명한데 의사가 자주 바뀌는 병원은, 병원 투자자가 매출을 최대화하기 위해 광고비를 올리고 인건비는 삭감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경제학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 병원은 사람들한테 인지도가 높은데, 그 안에 의사가 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그도 맨날 바뀌는 병원. 이런 병원을 선택하는 게 가장 위험하다. 싼 값에 신참 의사를 고용하고 안 좋은 조건에서 일을 시키기 때문이다.

     

    3. 의사는 오랫동안 자기 전문 분야를 지켜왔을 경우에 즉 산전수전을 다 겪은 후에야 비로소 모든 경우에 대한 대처가 자연스러워진다. 사람의 몸은 단순하지 않다. 굉장히 복잡하다. 아무리 쉬워 보이는 수술도 늘 생각지 못한 상황이 생기는 것이 사람의 몸이다. 인터넷에 의사의 이름을 검색하고, 최근 1~2년간에만 엄청나게 많이 보이고 그 이전에는 정보가 전혀 없다. 이러면 조심해야 한다. 최근에서야 그 수술, 그 진료를 시작했다는 뜻이다. 예컨대 네X0 에서 검색한다면 최소 5년 전 컨텐츠까지 찾아볼 것을 권한다.  

     

    4. 주변 지인들의 추천 하나가 몇 달 동안의 인터넷 검색보다 더 믿을만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인이나 특히, 의료계에 아는 사람들이 있는 지인들에게 물어보고 추천을 받으려는 노력이 검색보다 훨씬 더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는 방법이다.  큰 대학병원에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검사 후 너무 뱃속이 불편하고 이틀정도를 일도 못하고 쉬어야 했을 정도로 고생을 했다.  이후엔 내 친구가 소개한 의사가 근무하고 있는 좀 작은 규모의 내과 병원에서 대장 내시경을 받으러 갔다. 폴립을 떼고 생검도 하고 했는데 검사 후에 고통도 불편감도 없었고 늘 편안했다.  그 의사가 다른 병원으로 옮긴다면, 그 병원으로 나도 쫓아갈 것같다. 그는 내 위장관쪽의 상태와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5. 의사들이 진료를 하는 과정은 환자의 주관적 문제점의 파악 -> 객관적 문제점의 발견 -> 그로인한 진단적 판단 -> 해결을 위한 계획. 이런 순서로 간다. 의과대학에서부터 이렇게 배운다. 과를 불문하고 이런 대화를 진행해 나가는 것이 진료 과정이다. 그런데 진료시 서론부터 아예 "아 이건 수술해야겠네요. 날짜를 언제로 할 지 봅시다." 이렇게 말하는 의사가 있다면, 일찌감치 배제하는 게 좋겠다.  중증 외상으로 앰블런스 타고 실려와서 생명이 위독한 경우라면 모르지만 모든 의료적 행위는 위와 같은 대화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그런 과정이 없다면 곤란하다.

     

    6. 의사는 나한테 충분한 시간을 투여할 수 있어야 한다. 수없이 많은 흘러가는 환자들 중의 한 명이 되는 것은 매우, 매우 불안한 일이다. 예컨대 충치를 치료하기 위해 치과를 찾아갔을 때, 3~4번을 방문하는 동안 의사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적이 있다. 의사는 계속 칸막이 베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뭔가를 하고 있고, 나와 얼굴을 맞대고 이 치료는 이렇고 저렇고.... 를 설명한 이는 치위생사 혹은 간호조무사였다. 나는 베드에 누운 채로 의사에게 간략한 설명을 들었지만, 이렇게 바쁘게 돌아다니는 의사에게 내 의문점이나 불편감을 제대로 이야기하기 어려웠다. 나도 의사로서 수술과 치료를 하며 느끼기에는, 항상 특별하거나 돌발적인 변수들이 혹시나 생기지 않을까를 생각하면서 두 번 세 번 확인을 거듭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아무리 잘 푼 수학 문제라도, 검산을 다시 해야 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수술은 더더욱 그렇다. 이런 의미에서 처음 상담 때부터 나와 충분한 대화를 나눠주지 않는 의사라면 나는 결코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정도로 오늘 포스팅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의사도 의사를 골라야 하는 일이 생기죠.  그럴 경우, (물론 제가 의사들을 대표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저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 대화가 가능한 의사를 찾습니다. 의료라는 것은, 돈을 내고 사는 서비스라는 측면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족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겁니다. 의사도 사람이며 그 사람과의 관계가 너무나 중요하다. 그런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계약자 갑을의 관계만으로 규정되어선 안됩니다. 지금보다는, 우리 사회의 환자-의사 관계가 부디 더욱 더 인간적이고 관계적으로 변모해 갔으면 좋겠습니다. 늘 그런 바램을 갖고 저도 환자를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 Comments

    • 동건 2018.03.17 07:43 Modify/Delete | Reply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 Yoon 2018.07.26 00:19 Modify/Delete | Reply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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