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환과 박윤하 "감성돔" 의 노래를 듣고.... 누가 더 훌륭했는가?
매 회마다 오디션이 아니라 숙련된 뮤지션들의 콘서트를 방불케 하고 있는 케이팝스타 시즌4. 그 중에서도 명실상부 최고의 무대였던,
아니 레전드 반열에 그 이름을 올릴만한 정승환/박윤하의 듀엣 공연에서 누가 더 잘했다고 판단하는 건 무의미한 짓이겠죠.
하지만 이 노래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사람을 몰입하게 만들어 수십번을 보고 또 돌려보고 하다 보니 문득 몇 자 적어보고 싶어졌어요.
저의 생각은 결론적으로
정승환은 혼자서 갈 때에 빛나는, 솔로가 '천직'인 친구였고요,
박윤하는 혼자 할 때 같이 할 때 가릴 것없이 늘 빛나는 친구더라고요.
듀엣은 반드시 둘이 다 잘해야만 합니다.
마치 배드민턴을 칠 때 콕을 계속 주고 받고 해야 오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처럼,
한 명만 실수하거나 뭔가 잘못하고 있으면 둘이 같이 무너지고 노래를 할 수가 없게 되버려요.
자기 파트는 자기 방식대로 잘 하고, 남이 드러나야 할 땐 물러나야 하고, 마치 대화하고 밀고 당기듯이 숨까지 함께 쉬는 느낌으로 해야 노래가 될 껍니다..
근데 이제 고교 졸업하는 정승환이나 고1 올라가는 박윤하에게 그런 밀고 당기고 하는 프로들같은 능수능란함이 쌓였을 턱이 없죠.
정승환은 예전 무대의 후유증 때문에 잔뜩 풀이 죽어 있었고, 박윤하는 시작하기 전부터 너무 긴장해서 떨리는 게 눈에 보였어요.
이 친구들은 어떻게든 서로 마음과 호흡을 맞추자고 생각하고 거기에 사활을 걸었던 것같애요. (준비장면 영상들을 보면 말이죠..)
내 페이스를 잃지 않으면서 상대방이랑 교감하면서 감정에 취하되 상대방과 감정이 같이 가야 되니 나 혼자 흥분하면 안 되고 고조될 때에도 같이 보조를 맞추면서 고조돼야 하고.....
듀엣이 어려운 건 사실 이런 부분들 때문일 겁니다. 혼자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닌 거겠죠.
그런데 정승환은 바로 전에 다른 참가자 - 김동우 - 랑 듀엣을 하다가 자기 페이스를 잃고 엄청 혹평을 받은 적이 있어요.
김동우를 너무 좋아하고 따르다 보니, 형을 더 살려주려 하다 보니 자기 노래에서 맥을 잃어버리고 밋밋하게 끝나버린 거죠.
이때 정승환이 아무리 노래를 잘한다 해도 아직 어린 학생이다 보니 굉장히 큰 충격이었나 봐요.
캐스팅 오디션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를 부르면서는 정승환의 머릿 속에는 딱 하나의 생각만 있었던 것같애요. "나때문에 망쳐선 안 돼! 라는 거죠.
감정선에 민감하고 자기 페이스가 워낙 중요한 친구이다 보니, 박윤하와의 듀엣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듯 마음껏 자기 갈 길을 못 가는 느낌이 강했어요.
자기 파트 솔로가 나오는 부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는데, 둘이 같이 화음이 되는 부분에서 특히 그런 느낌이드라고요.
반면 박윤하는 어땠느냐.
이번 무대에서 박윤하에게 돋보였던 건 어마어마한 집중력이었다고 생각돼요.
공부도 잘하는 아이라고 하는데.......집중력이 엄청났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았던 거죠.
심사위원들은 모두 실제 상황인 것처럼, 이별하는 연인인 것처럼 노래해서 놀랐다고 입을 모았는데 이런 나이 어린 (고등학교도 안 들어간) 여학생이 사랑/이별에 대해 겪어봐야 얼마나 겪었겠어요.
근데 박윤하는 믿을 수 없을만큼 타이트한 집중력으로 이런 쉽지 않은 무대를 돌파해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상대방이 어떻든 노래가 어떻든 이해가 되든 안 되든 아주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자기 할 것을 100% 확실하게 차근차근 끝냈다는 거죠.
이게 박윤하의 가장 놀라운 점이었던 것같애요.
어떤 상황에서건 확고하게 자기 스텝을 계속 나간다는 거죠.
비록 혼성 듀오는 아니었지만
지지난 시즌 슈퍼스타K, 역시 레전드 무대였던 로이킴 정준영의 듀엣곡 "먼지가 되어"와 비교해 볼까요,
그 노래는 둘이 같이 쌓아올리는 화음보다는 한 소절 한 소절씩 둘이 주고 받는 재미로 듣는 노래였거든요.
즉 로이는 로이 대로, 준영은 준영 대로 자기 목소리, 스타일을 그대로 지르는 노래였었는데, 그게 말하자면 폭탄주처럼 쫘악 화학적으로 섞인 느낌이라기보다는 사실상 따로국밥이라 표현하는 게 맞았어요.
둘 다 음성 자체가 너무 개성 있고 좋다보니 한 쪽 한 쪽 번갈아서 듣고 듣고 하다보니 따로국밥인데도 듣는 맛(?)이 너무 쏠쏠했던 거에요.
얘네는 자기를 드러내는 게 목적이었어요. 무대 자체가 라이벌 미션이었고, 마치 싸움 잘하는 짱들끼리 한 대 치고 한 대 맞고 하는 것처럼 (총소리만 안 났지) 호적수들이 맞붙는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헌데 정승환 박윤하는 그거랑은 많이 달랐죠. 둘이 다 이번 오디션에서 우승후보로서 라이벌 관계였지만, 노래하는 내내 이건 싸움이 아니라 서로가 엉겨붙어 떨어지기 싫어하는 연인같았으니까요.
노래가 끝났을 때, 방청객이나 스텝이나 심사위원이나 시청자나 모두, 믿을 수가 없다는 느낌에 푹 젖어들었을 꺼에요. 믿을 수 없을 만큼 슬펐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왔어요. 이런 걸 본 적이 없었어요.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지난 라운드에서의 후유증?때문인지) 정승환은 자기를 드러내고자 하는 생각보단 상대방에게 '폐'를 안 끼치겠다는 마인드가 강했고, 그것이 오히려 자기 특유의 감정선에 올인을 못하고 조금은 지나치게 박윤하에게 맞추는데 신경을 썼던 게 아닌가.
근데 박윤하는 처음부터 집중력 있게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였고 끝까지 노래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상대방의 노래조차도 더 빛나 보이게 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둘 중 누가 더 훌륭했는가?에 대한 답변은.... 뭐 아직 케이팝 많이 남아 있으니까 좀 보류하겠습니다. 하.하..... 뭐... .급할 게 있나요...............-_-;;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는 음원차트 1등에서 떨어지질 않는군요. 이런 노래를, 17살 20살짜리 아마추어들이 메칠 맞춰보고 불렀다니 세상에.
캐스팅 오디션 정승환 박윤하의 듀엣이 너무 좋아서 입에서 침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들여다 본 사람으로서 무슨 얘기를 쓸까 하다가 이런 장문의 글이 되어 버렸네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p.s. 본 블로그에 삽입된 이미지 등의 저작권은 모두 해당 방송사와 판권사에 있으며, 본인은 이를 상업적 의도로 사용/게재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개인적인 술회를 읽는 이들과 나누기 위하여 사용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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