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되지 않은 것을 말하는 것은 과학에서는 금지되고 있습니다.
과학이 신화와 종교와 다른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방법으로 입증된 것만을 말한다는 점입니다.
의학은 과학의 한 분야이며 의사는 반드시 과학적 사실만을 말해야 합니다.
그러나 의학을 일반 대중들에게 말할 때에는 이는 너무 많은 전문 용어들과 기초적인 지식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즉 의학적으로 다듬어지고 정제된 언어를 사용해서는 소통할 수가 없으므로 환자를 위해서는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해 집니다.
즉 진료를 할 때 이와 같이 우리는 좀 일상적인 언어로 바꾸어서 말하게 되는데요.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서 전문인과 비전문의들 모두가 똑같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들을 마음껏 쏟아낼 수 있고 그게 마구 뒤섞여 있는 현재의 환경에서는 사실 어떤 것이 과학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말이고, 어떤 것이 마케팅적으로 상업적으로만 사용되는 비과학적인 말들인지를 구별해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요즘같은 상황에서는 의사가 할 일은 기존에 퍼져 있는 여러 이야기들이 신뢰할 수 있는것인지, 그렇지 않은지 하는 옥석을 구분해 주는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이식/줄기세포라는 영역에 있어서야 말로 정말 그렇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 기술. 신 의학. 혁명. 이런 말들에 일반적으로 대중들은 흥분하고 주의를 집중하고, 기존의 것보다 더 좋은 '제품'이 나왔으니 구매해야 하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과학적으로 이런 신기술들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입증 여부를 밝혀줘야 하며, 이것을 듣고 대중들 (환자들) 은 이런 방법들을 사용할 지 않을지를 결정해야 함에도 불구, 매일 매일 수억개의 말들이 오고 가는 온라인 세상에서는 차분하고 객관적 입장을 고수하는 과학적 설명들보다, 호객하고 유인하고 도배하듯 뿌려대는 마케팅성 광고글이 더 사람 마음을 잡아 끄는 법입니다.
'지방이식'을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Free fat graft operation by injection 즉 주입식으로 진행하는 유리 지방이식 수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방 세포는 공여부에서 채취하는 순간 혈액 및 영양/산소 공급이 끊깁니다. 그 끊긴 상태에서, 새로운 이식 부위에 들어가서 다시 영양/산소의 공급을 받을 수 있기까지 얼마나 이들이 버텨줄 수 있느냐. 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대부분은 아주 정제되고 잘 준비된 수술 환경에서, 트라우마를 적게 받고 오랫동안 공들여서 채취된 지방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타겟 부위에 주입될 수 있다면 최선의 생착률을 올릴 수 있다고 믿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이식된 지방은 곧바로 자기 혈관이 자라나는게 아니라 주입된 주변 공간으로부터 혈액/영양 공급을 확산해서 받으므로 사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넣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집니다.
즉 적은 양을 넓은 부위에 확산하여 주입할 경우일수록 생착률이 커진다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수술을 하면 수술 직후 환자들로부터 굉장히 클레임을 많이 받게 됩니다. 돈 들여서 수술했는데 변한 게 없다는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병원들은 환자들의 이런 클레임에 시달리다 못해, 결국 아주 많은 양의 지방을 한꺼번에 넣어서 수술 직후 환자들을 만족시키고, 이후 지방이 꺼져서 없어지게 되면 2차, 3차, 4차의 지방이식을 계속 시행하게 되는 식으로 방법을 정해 버렸습니다.
그래도, 문제는 역시 생챡률이고 환자들도 그 부분에 항상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몇 년 전부터는 줄기세포 이식과 함께 하는 지방이식수술이 대중화되었습니다. 생착률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설명과 함께 말이죠.
2013년 미국 성형외과 학회에서는, 미용적 의미의 줄기세포 이식 (즉 지방세포로부터 유래한 성체 줄기세포 이식) 방법이 아직까지 신뢰할 수 있는 역학적 통계에 의한 효과의 정도, 부작용, 장기적인 문제점등이 하나도 학문적으로 정착된 것이 없으며, 이 시술을 마케팅적으로 이용하여 환자를 끌지 말라고 권고사항을 제출하였습니다.
이는 지금도 그리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아직도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는 한참 현재 진행형이며, 우리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이렇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어떤 증거도 없는 상태입니다.
단지 "이렇지 않겠느냐" 하는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 몇몇 단편적인 사실들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지방세포에서 지방 전구세포 즉 preadipocyte들을 추출하여 농축시키고, 그것을 일반적인 성체 지방 세포와 함께 예컨대 얼굴 주름 부위에 주입하게 되면
지방 전구세포들은 어린 상태의 세포들이므로 성체 줄기세포 사이에서 어른 세포로 성장, 그럼으로 인해 더 긴 시간 생존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생착률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로 이 시술을 미용적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짧게 잡아도 5년정도, 길게 잡아 10년까지의 기간 수많은 환자들에 대한 대규모의 조사를 통해 지방이식과 함께 하는 줄기세포 주입 수술이 과연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만큼 확고한 생착률의 증가를 그 어떤 부작용도 없이 보여줄 수 있느냐를 보여주려면 아직 길고 긴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저는 꼭 필요한 경우 (그 외에는 의존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경우 즉 재건의 경우, 상처의 괴사-과도한 흉터 등) 외에는 줄기세포 이식을 권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부디 환자분들도 지방 이식 및 줄기세포 이식에 관해 좀 더 깊은 생각을 하여 주시길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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