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가슴수술 후 엄청나게 아프다고들 하는데요, 안 아프게 수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건지요?
A. 신경을 안 건드리고 수술하면 안 아픕니다.
안 아프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한 귀결이지만, 신경이 없는 곳을 통해 수술하면 안 아픕니다.
신경이 없는 곳은 어디일까요. 피하지방층엔 통증을 느끼는 감각신경이 거의 없습니다.
피부는 어떨까요. 피부는 그 어느 기관보다도 감각기가 발달한 곳입니다. 우리 몸을 지키는 가장 1차 바리케이드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일단 피부를 뚫고 그 밑의 피하지방층으로 들어가면 거기에선 거의 통증을 못 느낀다는 거죠.
예전 포스팅에서 제가 가슴 확대술은 가슴 근육 (대흉근) 윗쪽으로 수술하는 경우와 밑으로 수술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습니다. 대흉근 위라 함은 결국 피하지방 - 유선조직밑으로 수술하는 것이죠. 여길 박리할 때 통증이 있을 리 없습니다. 그래서 근육 위 평면으로 수술하는 경우는 수면마취로 수술하는 것도 가능할 정도로 안 아파요.
그럼 뼈는 어떨까요? 뼈에는 신경이 있을까요?
"뼈를 깎는 아픔"이라는 말이 있죠? 세간의 상식과는 달리 뼈 자체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습니다!
통증을 느끼는 것은 뼈가 아니고 뼈를 싸고 있는 얇은 골막에서입니다. 따라서 근육 밑에 보형물을 넣는 수술을 할 경우 박리시에 골막을 자꾸 건드린다면 통증이 심해집니다.
이 그림을 보시면 겨드랑이 접근시 왜 통증이 많다고 하는지 대충 감을 잡으실 수 있어요.
늑골을 싸고 있는 골막을 측면에서 접근하는 수술이 겨드랑이 절개인데, 박리하기 위해 들어가는 기구들이 자꾸 늑골 골막을 건드릴 우려가 있지요. 따라서 겨드랑이 절개시 통증이 많아지는 겁니다.
물론, 내시경을 이용해 아주 세심하게 시간을 많이 들여서, 신경 써서 골막을 안 건드리면서 수술한다면 겨드랑이 접근시에도 수술 후 통증이 거의 없게 만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밑선으로 접근할 때가 훨씬 안 아프죠. 그림을 보면 밑선으로 접근할 땐 방향상 골막을 건드릴 일이 없으니 안 아픈 가슴 수술을 위해서는 밑선 접근법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죠.
그리고 또하나 중요한 점은.
출혈과 통증이 심한 정도는 거의 비례한다고 봐도 됩니다. 왜냐하면 혈관과 신경은 대부분 같이 주행하거든요. 피가 많이 났다면 신경도 많이 건드렸다고 봐야죠. 즉 피가 거의 안 난 수술은 통증도 별로 없습니다.
이 그림은 가슴에서 관통하는 큰 혈관 (Perforator) 가지들이 있는 부분들을 대충 표시해 놓은 건데요, 이런 혈관들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접근은 밑선절개입니다. 다른 접근법으로는 이러한 혈관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워요. 제대로 못 보고 수술한다는 것은 결국 출혈의 위험을 어느정도 감수한다는 뜻이죠.
밑선으로 수술할 때는 혈관의 위치를 눈으로 뻔히 보면서 하기 때문에, 출혈도 예방하고 통증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제 통증을 안 느끼고 수술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감이 오실 겁니다.
1)
골막을 건드릴 가능성이 없는 절개-접근법을 택하면 안 아픕니다. 밑선절개로 접근하면 박리시 전연 골막을 건드리거나 툭툭 치지 않고 수술할 수 있습니다. 그림을 보고 생각해 보시면 금방 이해가 가실 겁니다.
겨드랑이 절개시엔 자꾸 골막을 건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갈비뼈와 흉골로 이루어져 있는 흉곽은 약간의 곡선을 그리고 있는 둥근 모양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입니다. 유륜 절개시에도 골막을 신경써서 안 건드릴 수 있지만 가장자리쪽으로 갈수록 아무래도 시야에 제한이 오기 때문에 밑선 만큼 안 아프게 할 수는 없습니다.
2)
어느 절개선을 통하든, 근육 윗쪽 평면 즉 유선조직-피하지방조직 하부로 박리해서 보형물이 들어가면 거의 통증을 느끼지 않습니다. 배꼽으로 수술할 때 가장 안 아프다는 것도 결국, 근육 위평면으로 박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겨드랑이로 수술하면 아프다고들 하지만, 역시 근육 위평면으로 박리하면 통증이 없죠.
그러나 근육 위평면으로 보형물을 넣는 수술은 특히 마르고 원래 가슴이 얇은 사람들에게는 신중하게 고려해 봐야 합니다. 왜냐 하면 보형물은 결국 이물질인데, 이물질을 몸에다 넣는 모든 수술은 확실한 커버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우선적인 숙제입니다.
근육 위로 수술하는 경우 보형물은 비교적 얇게 덮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보형물 경계부위가 드러나 보일 수 있다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상식적으로 밑선절개가 안 아픈 방법이라고 알고 오시긴 하지만, 왜 안 아픈 수술방법인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해 보았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밑선 절개에 대해 익숙하고 많은 경험을 쌓고 있는 의사가 수술해야만 이런 효과를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밑선 접근 수술에 대해 별로 경험이 없는 의사가 수술할 경우, 출혈도 통증도 심한 경우가 많아요.
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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