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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세대의 젊은 가수들이 표현하는 아날로그 감성

    요새의 음원 시장은 많이 복잡해 보입니다. 

     

    '대박' 드라마의 후광을 등에 업건,  쟝르간에 퓨전을 만들건 또는,  아주 독특한 사운드적 시도를 하건  대중의 눈길을 받기 위해 '특이한' 뭔가를 넣어야 한다는 그런 면에서 음악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라면 늘 깊이 고민들을 할 것같습니다.

     

     

     

     

    이런 때에 감히, 아주 정통적이고 느린 발라드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같네요.  상당한 모험수를 두는 행위겠죠.   

    아마도 며칠 전에 발매된, 케이팝스타 시즌5의 Top4 였던 이시은의 데뷔 싱글 '눈물 나게' (feat. 정승환) 가 바로 이런 도전이었던 것같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검증된 두터운 팬층을 거느린 이른바 '보증수표' 가수들 이외에 누군가가  쉽사리 이런 모험을 하진 못할 것같은데, 신인 여가수가 정통적이고 전형적인 느린 발라드를 것두 데뷔곡으로 띄웠다는 점은 주목할 만했습니다. 

     

    이시은은 오디션 TV 프로가 끝난 후 1년만에 앨범을 발매했고, 이 '눈물나게' 라는 곡은 도깨비 OST의 로코베리가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원래 솔로 싱글로 만들어졌던 이 곡은 정승환과 함께 듀엣 버젼을 추가 녹음해서 두 개 버젼이 동시에 출시되었어요.  

     

    곡을 들어본 첫 느낌은,  퓨전 요리나 조미료가 득세하는 이런 시기에 진짜 오랫만에 맛본, 장독에서 숙성한 된장으로 끓인 찌개를 맛본 느낌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저는 이런 걸 굉장히 좋아하는 데 말입니다.

     

     

    계속 듣다 보니 곡이 일반적인, 전형적인 대중음악의 진행과 좀 다른 점도 눈에 띄어요.  보통 도입부(verse)  8마디(또는 6마디) 후 프리 코러스(없기도 함), 이후 후렴부 (Chorus, 8마디) 로 이어지는데 반해 '눈물나게' 는 도입부가 12마디, 이후 후렴부가 14마디로 진행해요.

     

    이런 곡은 작곡자가 아마도, 코드 진행을 먼저 써놓고 만든 게 아니라 멜로디를 자유롭고 즉흥적으로 타면서 써내려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시를 읊듯이 흥얼거리면서, 쭉 분위기 따라 타고 나가면서 쓰지 않았으면 이런 진행은 있기 힘들겠죠.

     

     

    즉 예컨대 사랑고백을 한다고 치면, 사랑한다는 말을 뭔가 기승전결로 준비한 대로 딱 떨어지게 말했다기보다는 어떤 공식도 없이, 어떤 계산도 없이 머리속에서 도는 말 대로 주욱 풀어놓는 식의 화법으로 한 고백.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어요.

     

    곡의 템포가 되게 느리기도 하고, 어쨌든 그렇다 보니 노래가 굉장히 길어졌어요. 형식 자체가 길진 않지만 워낙 느릿느릿하다 보니 길이가 5분 가까이 되드라고요. 

     

    저는 곡을 듣고서 너무 좋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과연 이 곡이 음원 챠트에 진입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가졌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론부터 시작해서 요점 먼저 간결히 정리해 주는 걸 좋아하거든요.. 

     

    '눈물나게'처럼, 입이 가는 대로, 손이 가는 대로 기타가 퉁겨지는 대로, 노래가 나가는 대로 하고 싶은 말을 죽 늘어놓는 걸 대개는 듣고 있기 힘들어 해요.  

     

     

    요즘 세상에 '음원의 소비자들'은 노래를 듣다 두 소절 정도 지나가면 바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껍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요점이 뭐지?" 

    그리고 간주가 나올 때쯤이면, 후렴부가 맘에 들지 않다면 바로 노래를 돌려 버리죠.

     

    '눈물나게'는 이런 성마른 음원 소비자들이 끝까지 듣고 있기 힘든 노래에요. 왜냐하면, 8마디 8마디로 딱딱 떨어지게 진행하지 않거든요.  

    보통은 이젠 간주로 넘어갈 때가 됐는데 아직 앞에 말이 안 끝났고, 더 타고 넘어가면서  더 많은 얘기를 더 긴 호흡으로 하고 있어요.  

     

    이런 건 아날로그에요. 

    디지털로, 프로그램으로, 샘플을 추출하고 랜덤으로 조합해서 음악을 만들고 녹음을 하는 이런 시대에 가장 아날로그적인 이런 식의 방식을 20대 초반의 젊은 가수들이 표현한다는 게 정말 멋지게 느껴집니다. 

     

     

    이런 건 부르기도 힘들어요.  첫째 드럼같은 비트의 도움도 못 받고 특히 처음 도입 부분은 기타 하나거든요.  고백을 해 본 사람들은 알겠죠.  촛불도 이벤트도, 여기저기 치장된 꽃도 조명 그런 것들도 없고, 단지 상대방을 쳐다보면서 내 말, 내 목소리만으로 진심이 전달되도록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그런데 그걸 해 내고 있는 이 두 명의 젊은 가수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감탄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노래와 가사가 '올드하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마도 대중들의 귀를 잡아끄는 방식이 모던하지 못하다. 라고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생각해 볼까요. 들국화의 '걱정말아요 그대'는 13년 전에 나온 노래에요.  근데 지금 들어도 좋아요.

     

    좋은 노래는, 좋습니다. 언제 들어도. 그런 노래들은, 쟝르도 중요치 않고요. 시간과 공간을 넘어갈 힘이 있는 노래들이 갖고 있는 힘은 결국, 기교도 사운드도 아닌 진심 어린 마음에서 나옵니다.

     

     

    이별과 그리움을 표현하고저 하는 진심이 실렸을 때 발라드가 갖는 그 힘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자극할지를 상상해 보면서, 저는 '눈물나게'를 지금껏 들어본 발라드 중 최고의 노래 중 하나로 감히 평가하고 싶어지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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