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가슴 수술 상담을 할 때 "물방울이냐, 라운드냐" 를 놓고 한참 고민을 하곤 했습니다. (그 전에는 보형물 선택에 대해 고민하는 풍속도조차 없었구요... 2011년 이전엔 보형물이 라운드 스무스/텍스쳐 딱 두 종류라 그걸 뭘 할까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없었지요.)
지금은 그때와 비교하면 정말 틀려져 있습니다. 물방울 보형물 자체를 언급하는 분들이 없어요. 지금의 상담시 화두는 "마이크로텍스쳐(실키텍스쳐)냐, 아니냐" 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방울 타입 보형물은 2012년 한국에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약 3~4년간 인기를 끌었는데 이후에 '촉감이 안 좋지 않느냐?' 라는 의구심과 함께 점점 많이 시장에서 '밀려나는' 모양새를 보여 왔습니다.
지금 마이크로텍스쳐 보형물들은 하나같이 '자연스럽고 말캉한 촉감'을 강조하면서 판촉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겠는데요. 사실 그런 촉감이라는 것이 너무 주관적이며 그거에만 의존해서 보형물이 결정된다고 하는 것도 의사로서는 좀 고개를 갸우뚱할 일입니다.
저는 라운드 스무스, 라운드 텍스쳐, 마이크로텍스쳐, 식염수백, 물방울, 폴리우레탄 등의 보형물을 모두 써 보았지만 아직까지도 그 중 어떤 보형물이 가장 좋다. 라는 결론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사실은 저뿐이 아니고 세계 유수의 학술지에서도 어떤 보형물이 가장 좋다. 라는, 저명한 의사들끼리의 어떤 과학적이고 논리 정연한 결론도 난 적이 없지요. 단지 그 환자에 그 보형물이 잘 맞고 의사가 수술을 잘 했으면 결과도 좋은 겁니다. 그래서 저는 '최고의 보형물이란 아직도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수술을 많이 할수록, 그게 맞는 것같습니다.
최고의 가슴 보형물이란 무엇일까? 제가 한번 요약해 보겠습니다.
1. 내구성이 좋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파열이나 누수, 변형의 위험이 없을 것
2. 인체의 결점을 잘 보완해주는 좋은 모양을 가질 것
3. 염증, 감염, 구축, 리플링 등의 위험이 적을 것.
4. 위치 이동이나 회전이 일어나지 않을 것.
5. 가격이 저렴할 것
6. 여러 가지 모양과 볼륨을 갖출 것
7. 실제 인체 조직과 비슷한 감촉을 가질 것
8. 삽입, 제거가 용이할 것.
9. 인체에 스며들거나 건강상 해악을 끼치지 않을 것.
사실은 위의 요건들을 전부 충족시키는 보형물은 물론 없어요.
위의 사항들 중 거의 모든 것을 어느정도씩이라도 충족시키는 것은 역시 실리콘 겔입니다. 실리콘 겔이 값도 싸고 건강상 해악도 없고 감촉도 좋고 모양도 다양하며 예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실리콘의 시대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실리콘 겔의 단점이 여러 가지 잇어요. 그 중 대표적인 게 구축이지요. 구축이 심하게 일어나면 결국 재수술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폴리우레탄 폼 코팅 실리콘 겔 보형물이 나왔죠. (국내에는 마이크로탄이 그런 제품이구요. ) 마이크로탄은 구축이 거의 안 오면서도 실리콘 겔의 좋은 특징들을 다 갖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이상적이고 진보된 보형물입니다만, 아쉽게도 값이 비싸고 (실리콘 겔 보형물의 1.5~2배) 삽입이 쉽지 않아 넓은 절개가 필요해 져요.
1번. 내구성 및 파열, 누수 문제에 있어선 식염수백이 가장 취약하죠. 식염수백은 많은 경우에서, 시간이 오래 지나고 나면 누수가 일어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실리콘 겔 보형물 중에선 100% 충전률을 갖추고 쉘이 두터울수록 이 1번 사항에 유리한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셔야 합니다. 쉘이 두터울수록 그 보형물은 내구성이 좋고 파열 위험이 낮아질 수밖에 없지요. 제품을 만졌을 때 느낌이 투박해요. 단단하고 견고한데, 소프트하지 못하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쉘이 얇을수록 촉감이 소프트하고 세련됐다고 느낄 수 있어요. 그러나 그 만큼 내구성은 떨어지고 외피가 찢어지거나 파열되고, 겔의 누수가 생길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 사항들 중 1번과 7번. 얘네들은 일견 봐서 양립 불가능해 보입니다. 허나 실제로는, 쉘이 두터운 보형물들도 막상 사람 몸 속에 들어가고 나서 만져 보면 촉감은 부드럽고 좋은 경우가 많으며, 쉘이 얇은 보형물들도 사실 수술만 잘 되었다면 파열같은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즉 책상 위에서 만져 봤을 땐 하드하고 투박하게 느껴졌던 보형물이 막상 수술이 되고 난 다음에 가슴을 만져볼 땐 쉘이 얇은 보형물들에 비해서 잘 구분이 안 갈만큼 좋은 촉감을 보여준다는 거죠...
2. 좋은 모양을 주려면 역시 물방울이 좋지요. 그런데 여기서도 충전률과 형태 안정성이라는 2가지 용어를 설명하고 가야 될 듯합니다. 실리콘은 반액체 상태의 젤이고 그 껍질인 쉘은 탄성과 신장성을 가진 밀폐된 봉지나 마찬가지에요.
충전률이 높을수록, 겔의 교차 결합이 강할수록 보형물은 자기 모양을 유지하는 유지력이 강해집니다. 따라서 모양이 무너지고 있는 가슴, 혹은 모양 자체가 처음에 안 좋아서 교정해야 하는 가슴에서 그런 형태 유지력 있는 보형물을 써야 합니다. 반대로 충전률이 낮을수록, 겔의 교차결합이 성길 수록 보형물은 형태 유지력이 약해집니다. 이 경우는 젊은 사람들이 말랐는데다 살은 타이트하기만 할 때, 그럴 때 만족도가 올라가지요.
한국에서 형태 안정성이 높은 보형물은 거의가 다 물방울 타입들입니다.
반면 형태 안정성이 낮은 보형물은 거의 다 라운드 타입들입니다.
3. 구축 발생률이 낮은 보형물은 무엇일까? - 현재까지의 어마어마한 양의 연구 결과를 모두 참조해 한마디로 말하면 실리콘 보형물들 사이엔 차이가 없습니다. 텍스쳐드, 스무스, 둘 다 구축 비슷하게 옵니다. 마이크로텍스쳐는 이제 연구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고 전세계적으로 이 보형물을 쓰는 인구가 별로 없어서... (단지 한국에서만 2년쯤 전부터 마케팅에 힘입어 열심히 팔리고 있을 뿐이고..) 장기적인 연구 결과가 없어요. 그러나 제 생각엔 마이크로텍스쳐 표면을 가진 보형물의 행태는 스무스 타입 보형물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로지 폴리우레탄 폼 코팅 보형물 (마이크로탄) 만이 모든 통계에서 확실히 구축의 발생률을 낮추고 있습니다.
4. 위치 이동이나 회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어떤 실리콘 보형물에서도 일어날 수 있어요. 이건 텍스쳐드에서 좀 더 가능성이 적고, 스무스나 마이크로텍스쳐에서 훨씬 많이 일어나지요. 물방울도 매크로 텍스쳐가 돼 있으니 위치 이동이 일어날 가능성은 스무스/마이크로텍스쳐에 비해 떨어집니다. 회전의 가능성도 역시 떨어지지만 문제는 물방울은 정면-후면 축으로 회전이 일어나면 유방 모양의 변형이 일어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즉 인터넷에서 많은 분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물방울은 회전이 잘 일어난다. 이렇게는 말하면 안됩니다. 물방울은 스무스/마이크로텍스쳐보다 회전이 안 일어납니다. 단지, 회전이 일어나면 외부적으로 모양의 변형이 와서 유방이 안 예뻐질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입니다.
5. 6. 각 보형물들의 가격에 대해서는 제가 따로 포스팅을 준비하겠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7. 수많은 수술 경험으로 보아 느끼기에, 실제 인체 조직과 비슷한 촉감을 발휘하려면 적절하게 피막이 형성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데요... 우리가 손으로 만지는 가슴의 촉감은 오로지 보형물의 촉감이 아닙니다. 보형물을 싸고 있는 살의 촉감이 섞여 있지요. 제일 중요한 게 피막인데요. 피막이 두껍고 질기게 생기지 않아야만 최상의 감촉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형물 주변으로 생기는 피막이 얇고 innocent할수록 수술한 가슴의 감촉이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것이지요.
결코 책상 위에 놓고 만져보는 보형물의 촉감이 소프트해야 수술 후 가슴이 소프트해지는 게 아닙니다. 그 보형물을 둘러싸는 살이 어떻게 반응하고 피막이 얼마나 얇고 얌전하게 만들어지느냐가 가슴 촉감의 핵심입니다!!
8. 삽입, 제거가 용이할 것. ; 스무스 타입이나 마이크로텍스쳐 보형물이 삽입은 용이하고 텍스쳐드나 마이크로탄이 삽입이 어렵습니다. 제거에 있어서도 스무스/ 마이크로텍스쳐가 더 편할 수밖에 없어요.!
9. 이 부분에 대해선 전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실리콘 겔 보형물들은 인체에 건강상 해악 즉 전신 질환이나 면역성 질환, 유방암 등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수없이 많은 조사를 통해 확실히 입증된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유럽 등에서 텍스쳐드 보형물과 연관하여 림프종이라는 악성 혈액종양이 보고되고 있는데 매우 희귀하지요. 한국에선 아직 보고 사례가 없습니다.
지금까지에서 흝어본 바와 같이, 이 세상에 모든 제품 - 보형물이란 각기 전부 장점과 단점을 같이 갖고 있고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진료시에 저는 환자들에게 잘 맞는 보형물이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해 봅니다.
가장 환자의 몸에 잘 match가 잘 되는 보형물을 선택하고 그에 걸맞는 수술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봅니다. 마이크로텍스쳐나 스무스 라운드, 마이크로탄 등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물방울 타입을 쓰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주로 아주 왜소하고 모양이 안 잡힌 가슴을 가진 젊은 여성 혹은 경미하거나 중등도의 처짐이 있는 중장년층 여성에서 대표적으로 물방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술 후 촉감은 굉장히 좋고 수술하신 분들은 매우 만족해합니다.
의료에 있어서 트렌드라고 하는 것처럼 위험한 것은 없어요. 사람 몸은 유행에 따라서 변하지 않거든요. 그러나 마케팅과 상업 광고는 트렌드와 유행에 아주 아주 민감합니다. 사람 몸에 평생 들어가는 보형물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는 2~3년에 한번씩 바뀌는 유행을 좇을 것이 아니고, 긴 시간동안 세계적으로 수많은 의사들이 추천해 온 보형물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일이죠.
오늘 포스팅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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