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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듀스 101. 방송 후기

    저는 아이돌 노래들을 아주 좋아하진 않는데요. 


    첫 번째 이유는 퍼포먼스와 비쥬얼이 너무 강조되면 자동으로 보컬에 소홀해지게 마련인데, 그렇게 호흡이 딴데로 빠져나간 노래를 제가 잘 못 듣기 때문이고요. 


    두 번째 이유는 음악은 오락성이 있으면서 동시에 예술성도 있어야 하는 것인데, 아이돌 노래란 빨리 대중의 눈길을 끌게끔 만들어지다 보니 예술성이 빠져 있고 따라서 노래의 수명이 짧아지는 게 싫었던 것같애요. 




    근데도 불구하고 프로듀스 101은 진짜로 재미있게 봤네요.  보면서 놀라움과 경탄을 느꼈고, 걸그룹과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해 매력을 느꼈어요.  보는 이를 빠져들게 하는 면이 분명히 있드라고요.




    아이돌 걸그룹이 하나의 노래 무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아이돌이 되기 위해서 얼마나 긴 시간과 치열한 경쟁을 감수해야 하는지, 이런 처절함을 여과 없이 느끼게 된 것같아서 이 프로그램을 보는 의미를 느꼈던 것같습니다. 





    프로듀스 101의 아킬레스건 



    프로듀스 101은 기획사의 연습생을 대상으로 한 서바이벌이기 때문에,  멤버들의 생존률이 그 회사들의 이권과 연관될 수 있으므로 과연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 처음부터 문제였는데, 


    어쨌거나 방송은 시작했고 시청률과 화제성 , 음원차트 점령 등 모든 면에서 승승장구하여 성공리에 마감했습니다. 




    그냥 예능일 뿐이다. 보고 즐기면 되는 것인데 무슨 공정성을 기대하느냐? 라는 의견도 있더라고요. 


    문제는 그 예능적인 재미의 가장 큰 축이, 걸그룹으로서 데뷔하고 싶어하는 소녀들의 일생이 걸린 꿈이라는 데 있어요. 


    엠넷 관계자의 말처럼 프로듀스 101이 

    미모와 춤실력, 노래실력, 에너지, 예능적인 재능 모두를 놓고 

    냉정하게 오로지 실력만을 평가하고 정확한 인기도가 반영되어 순위를 매긴 것이 의심할 여지 없이 분명한 진실이었다면 


    일찌감치 방출되고 화면에서 항상 어두운 주변부 언저리를 돌다 

    결국 눈물을 쏟았던 소녀들에게 그래도 변명이라도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엠넷을 소유한 CJ 라는 대기업의 계열사인 젤리피쉬 연습생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집중 조명을 받고 많은 분량을 받은 점, (이 회사 멤버들은 top11  에도 2명이나 들어갔어요)



    '국민 프로듀서' 라는 말이 프로그램 내내 계속해서 나왔지만, 국민들이 볼 수 있는 건 오로지 제작진이 편집하고 잘라내고 자막 처리하고 연출한 화면들이고 오로지 그것만으로써 국민들이, 누가 올라가고 누가 떨어져야 하는지를 투표해서 결정한다......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라'고  MC는 계속 독려하지만,  

    사실은 "제작진의 소녀'에게 투표하라"는 말이 아니었느냐? 이렇게,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1주 동안의 트루먼 쇼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 라는 영화가 있었어요. 



    주인공은 태어나서부터 살아가는 과정 모두가 하나의 tv 쇼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가며, 주변의 모든 것은 대규모 세트장이었던 겁니다. 

    매스 미디어가 마치 신과 같이 군림하여, 인간의 사고와 감정까지 모두 관여하는 현대 사회를 풍자한 영화였는데요, 


    오로지 촬영된 화면에 잡히는 것들만 진실로서 접해 알게 되고, 그 정보만을 갖고 어떤 멤버를 응원하고 투표하게 되는 

    프로듀스 101의 모든 과정 역시 11주짜리 트루먼 쇼였던 겁니다. 





    tv를 보는 대중들은 화면에서 변변한 클로즈업도 받지 못하고 방출된 멤버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알지 못합니다. 


    제작진이 편집해서 분량을 없앤  소녀들이 몇 년동안 연습생을 해왔으며 무엇을 희생해 왔는지, 춤을 익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도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연기자 연습생이던 레드라인의 김소혜가 단 하룻밤을 새서 안무를 익히고 춤을 연마해 경연곡을 준비한 과정은 너무나 상세하게 알고 있어요. (싫어도 알게 돼죠...클로즈업이 그렇게 많았으니)



    이런 상황인데 과연 어떻게 '국민 프로듀서'는 공정하게, 객관적으로 투표할 수 있을까요? 

    우리 모두는 101명이 아닌 그 중 아주 일부의 소녀들만이 주인공인 트루먼 쇼의 시청자들일 뿐이었는데 말이죠. 


    물론, 

    최종 11위에 들어가서 IOI로 데뷔를 앞둔 전소미, 김세정, 최유정, 김청하, 주결경, 정채연, 김소혜, 임나영, 김도연, 강미나, 유연정  모두 많은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만한 연습생들이었습니다. 

    이 열 한 명은 대체로 빼어난 멤버들이었음이 맞아요. 


    그러나 과연 그들만이  스폿 라이트를 받을 '자격'이 있었을까요? 

    그들만이 다른  소녀들보다 압도적인 '노력'을 기울였을까요? 





    만약, 알파고에게 이 상황을 판정해 보라고 한다면 컴퓨터는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각각의 소녀에 대해 더 많은 데이타가 필요합니다." 


    영화 트루먼 쇼의 마지막 장면에서, 셋트장을 벗어나려고 출구 앞에 마침내 선 짐캐리에게 감독이 마이크를 들고 이런 말을 합니다. 




    "나는 수백만명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는 프로를 만들지. 자넨 스타야. 

    이 세상은 거짓말과 속임수뿐이지만 내가 만든 세상에선 두려워할 게 없어. "


    "두렵지? 그래서 떠날 수 없지? 괜챦네. 다 이해해. 자넨 떠나지 못해. 자넨 여기 속해 있어. 내 세상에.... "



    주인공 짐 캐리는 감독의 말에 연연치 않고 "못볼지 모르니까 미리 인사해놓죠.  굿애프터눈  굿이브닝 굿나잇" 그리곤 세트장의 출구를 열고 셋트장을 나가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대중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허구가 아닌 진실에 의한 눈물


    프로듀스 101에 나왔던 모든 소녀들,  그리고 그것을 시청한 대중들 역시 셋트장 속의 트루먼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매스 미디어의 의도와 그것을 통제하는 자본의 힘에 의해 의식과 무의식을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이런 사회에서 스타 소리를 듣는 이들마저도, 그 많은 돈이 들어가 만들어진 잘 짜여진 스튜디오와 세트장 속에서, 컨텐츠의 배급을 장악한 기업과 공중파 방송국과 같은 거대한 권력이 통제하는 세상에서 여행가방을 들고 먼 곳으로 문득 떠나고 싶어진다면, 그때에는 자각하지 않을까요.  




    화려한 무대에 서서 한 순간에 하늘 끝까지 올라갔다가 바로 그 다음날에 바닥까지 추락할 수 있는 그런 살벌한  현장에서 자신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프로듀스 101을 보면서 참 많이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감동, 감탄, 환희, 슬픔 등이 모두 교차하여 울고 웃었던 것같아요.  


    그러나 앞으로는 그 눈물이 부디. 허구가 아닌 진실에 의한 것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바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가 많이 오려나 보네요. 

    좋은 주말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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