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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흉부외과'. 생명과 의료 현장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고수, 엄기준, 서지혜의 드라마 '흉부외과 ; 심장을 훔친 의사들'에 대한 감상평을 써보겠습니다.!!!

     

     

     

     

    누구나 병원을 찾으면서는, 내가 겪고 있는 고통과 문제점들을 속시원히 해결받고 나오길 원할 것이다. 

     

    나도 아픈 데가 있어 병원에 갈 때가 (나이가 들면서) 자꾸 늘어난다. 혹은 노인네나 애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일도 있다. 의사로서, 그리고 다양한 의료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나는 일반인들과는 좀 다른 마음가짐으로 병원에 간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나는 병원에서 해주는 것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걸지 않는 편이다.

    그 이유는, 우리 의료 현실은 한 명의 환자에게 총괄적인 집중을 못하도록 구조적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력과 장비가 갖춰져 있는 병원이라 한들, 그게 나하곤 하나도 상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럼 나한테 가장 도움이 되는 곳은 어떤 곳일까?  

    의사가 나한테 신경을 많이 써주는 병원이다.  

     

     

    위나 대장내시경검사같은 것을 받으려면 소화기 전문 병원을 표방하는 2차 준종합병원에서 받고 있다. 그런 데선, 홈페이지만 들여다 봐도 어떤 의사가 내시경을 하는지 딱 알 수 있다..

    그러나 대학병원들은 그렇지 않다. 병원의 규모와 장비 자랑만 늘어놓지, 대체 어떤 의사가 내 목구멍에 기계를 밀어넣는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이 우리 의료 현실에 대한 어떤 객관적인 '인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의료는 자꾸만 '탈의사화'하고 있다. 의료기관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더욱 '장비화' , '자본화'되고 있다.

     

    병력을 청취하고 판정을 내리고 플랜을 짜는 '진료' 과정에서, 의사들이 갈수록 '소외'되어가고 있단 뜻이다.

     

    더는 의사는 '주치의'로서 한 명의 환자가 갖고 있는 모든 문제들과 과거의 병력들에 대해 계통적이고 총괄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

    정형외과 의사면 오로지 근골격계쪽에만 집중하며 다른 쪽엔 아예 관심을 끊는다.....  내과 의사면 단지 내부 장기의 문제가 있는지 아닌지에만 집중할 뿐이다. 마치 시청이나 구청에 민원사항이 있어 전화할 때, ARS를 따라서 담당자와 연결될 때까지 한참을 전활 돌려야 하는 상황과 같다. 그러나 한 명의 환자가 오직 하나의 문제만 갖고 있을까?

     

    이런 것이 지금 우리 의료의  진짜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픈 것에 대해선 나의 문제점과 지금까지의 상황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 의사가 필요하다. 그것이 진정한 '주치의'이다. 지금 우리 나라의 병원에는  '주치의'가 없다.

     

    커다란 건물을 쓰고 있는 병원은 많고 수련의 펠로우 교수들 각종 의료 보조 인력들이 넘쳐 보이지만, 나한테 집중할 수 있는 의사 한 명을 찾아내기 힘들다. 사실은 거기에서 가장 심각한 의료 사고들이 움트고 있는 건 아닐른지.

     

    드라마 '흉부외과'는 요즘 우리 메디칼 드라마가 얼마나 발전돼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놀랄 정도로 수술실, 중환자실, 병실, 응급실의 모습을 잘 묘사해주고 있고 디테일한 부분들과 조역 배우들의 연기만 봐도, 단 하나도 눈에 밟히는 게 없다. 

    완벽한  연출이며 속으로 감탄을 하게 된다.

     

     

    나름 이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얼개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생명을 살리겠다는 이상과 의료 현실 사이의 충돌이 아닌가

    싶다. 

     

    박태수 (고수),  윤수연 (서지혜), 최석한 (엄기준). 이 세 명의 의사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뛰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들 모두 자기 스스로가, 혹은 아주 가까운 사람이 심장 수술을 받은 경우이다.

     

    박태수는 어머니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독한 자책감과 심각한 원망을 안고 살아가는 의사로서 태산이라는 거대 병원을 증오하지만 현실적으로 사람을 살리려면 그와 같은 병원의 조직과 장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최석한은 딸을 살리지도 못했고 그 원인을 제공한 자에 대해 복수도 하지 못한 사람으로서 그런 갈등감이 어떤 원대한 비젼(?)을 구현해내는 것으로 바뀐 사람이지만 그 내부는 매우 복잡하다. '지잡대' 출신으로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 해도 대형 병원이라는 구조를 바꾸고 흔들 권력을 갖지 않으면 그런 실력도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리는 캐릭터이다.

     

    윤수연은 자기 스스로가 남의 심장을 갖고 살고 있는 심장 이식 환자로서 아마도 가장 순정적으로 환자를 살리려는 열망을 갖고 있는 인물로서 그려진다. 그는 태산 병원의 권력 투쟁에 있어 관심은 없지만 이사장의 야심을 끊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뛰어들어야 하는 운명을 가진 캐릭터로 보인다. 병원의 '권력'이, 사람 생명을 살리는 시스템을 가차없이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드라마에서는 심장 수술이라는, 현대 치료 의학의 가장 진전된 영역의 첨단 기술과 장비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ECMO (체외막 산소공급장치), VAD (좌심실 보조장치) 등 엄청나게 비싸고 첨단화된 장비들이 거의 맨날 나오고 있다.

     

    특히 심장이식이란 수술 도중에 사람을 죽였다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놀라운 것이며 드라마 '흉부외과'로 인해 나도 모르는 용어나 장비들이 자꾸 튀어나와 알게 되기도 할 정도이다... 

     

     

     

    그러나... 아무리 놀라운 장비들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팀, 즉 마취, 간호, 장비 운용, 심장내과, 수술팀, 중환자실 간호사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한 그룹의 숙련된 전문가들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의료 현장은 분업화되어 있으며 이 드라마에서는 바로 그런 '분업화'된 의료 현장을 제대로 보여 주고 있다.

     

    흉부외과의 만성적인 의사 부족 현상도 잘 강조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수가 시스템, 전공의 수련 시스템, 병원의 운영 구조 등 여러 가지의 모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단 한명의 심장병 환자를 살리는 데 어마어마한 인력과 장비가 필요하지만, 우리의 수가 시스템은 그런 것을 받쳐줄 만큼의 기반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내가 볼 때 조금의 의료적인 실수가 그대로 환자의 사망으로 이어질 만큼 생명과 직결된 흉부외과같은 과목에 대해선 정부 부서 차원에서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흉부외과 지원의들에 대한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 교수가 되지 못하면 병원에서 짤릴 수밖에 없고, 일단 큰 병원이 아니면 할 역할이 없는 흉부외과 전문의들의 특성상 생활 자체가 막막하니 지원자가 없는 것이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기적을 만들어낼 만큼 흉부외과의의 역할은 신성하고 중요하다. 흉부외과는 정말 이대로 놔둬선 안 된다.

     

    얼마 전에 혈흉과 횡격막 탈장으로 사망한 초등학생 환아에 대해 진료한 3명의 의사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한 판례가 나와 톱 뉴스가 되었다. 사람들은 의사들에겐 책임감을 많이 강조한다. 아주 무거운 책임감을 부여하고, 그만큼의 기대를 걸고 있다 하겠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런 판결은 의사의 직업정신 및 개인적인 진료 능력에만 환자를 맡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회적인 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아무도 하지 않고 있는 것같다.  

     

    예컨대 격무로 졸음운전을 하다 수십대의 차와 사람을 한꺼번에 저세상으로 보낸 트럭운전사의 경우 아무리 징역형을 내려봐야 뭘 하겠는가. 지킬 것 다 지키고 화물 운송을 하면 지입차 화물기사들이 생활이 안 되는 게 현실이니 잠잘 시간도 없이 과적을 하고 고속도로를 뛰는 것이다. 결국 사회는 구조적인 문제 위에 서 있다.

    "너희들 환자 똑바로 안 보면 콩밥 먹인다" 이런 식으로 으름짱을 놓는다고 의료 현장이 바뀌진 않는다. 그래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 야간 응급실에 내과/ 소아과 전문의를 상주시킬 수 있도록 야간 진료 수가를 높이고 병원에 대해 지원해야겠다는 고민.

     

    - 소아과  의원에선 환자를 돗대기 시장처럼 쌓아놓고 보지 않게, 하루 5명을 봐도 총괄적으로 자세하게 볼 수 있도록 지역사회 의원의 개념을 도입. 국가적 지원을 해야 하지 않을까..

    - 흉부외과 등의 지원율 미달과는 전문의들의 막막한 생계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교육, 경제, 정치, 체육, 예술, 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다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의료는, 특히 흉부외과라는 분야는 사람의 생명을 경각에 올려놓은 외줄타기 영역이다.

    그런 생명과 의료 현장의 이야기를 이토록 조곤조곤, 서둘지 않고, 흥분하지 않고 세심하게 얘기하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도 나는 감동한다.  드라마가 바뀌고 있다. 세상도 바뀌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오직 한 군데, 대한민국 심평원과 보건복지부만 바뀌지 않고 있다.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마칠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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