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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버넌트 The Revanant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알레한드로 곤잘레츠의 레버넌트에 대한 후기입니다.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를 제가 좋아하는 이유는, 영화의 줄거리 자체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줄거리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어차피 정해진 결말을 향해 달려나가는 작품 속에서, 

    그때의 상황을 우리의 지금 현실에 대입시켜 볼 수 있기 때문일 것같습니다. 



    19세기 초 모피 사냥꾼들이 인디언 부족들의 추격을 받는 와중의 전투, 미개척지인 광대한 자연 속에서 야생동물의 습격, 동료들끼리의 배신과 복수, 살아남고자 하는 인간의 집념, 빼앗고자 하고 지키고자 하는 자들 사이의 끝없는 싸움, 



    이 모든 것이 우리나라로 치면 영-정조 시대? 비로소 실학이 일어나가 시작하고 세도정치가 한창 자리잡던 시절에 넓고도 넓은 미국 대륙에서 일어났던 일로서 그저 입이 떡 벌어지는 화면 속에서 줄기차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레버넌트에서는 백인들의 탐욕과 정복욕도 보이고 있지만, 그만큼 또 그들의 탐험가적 기질과 개척적인 면모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어요. 그들에게 잡혀간 인디언 여자 포와카의 아버지가, 너희들은 우리에게서 모든 걸 빼앗아가지 않았느냐? 모든 것을.  이라고 조용히 말하는 대목, 그리고 모피 사냥꾼 부대가 인디언 마을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포로로 잡아온 인디언 여자를 강간하는 장면은, 서유럽의 백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얼마나 포악하고 잔인하였는가를 웅변해주고 있기도 해요. 



    그러나, 이 당시의 아메리카 대륙은 영화에서 그려지고 있듯이 혹독하고 척박하였습니다. 거대한 회색곰과 같은 무서운 포식자가 돌아다니는 곳이었고 늑대떼가 있었고, 어디에서 인디언들이 화살을 날릴 지 모르는 곳이었고 어디서 음식과 물을 구할 수 있을지 막막하며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는 곳이었죠... 


    물론 백인들이 나쁜 게 맞지만... 이런 곳에, 깊숙이 발을 딛고 들어와서 안락함을 포기한 채 끝도 없이 펼쳐진 험한 땅을 개척하는 이들의 모습도 어찌보면 부럽고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아들을 살해당한 한 남자의 복수극이라고만 얘기하고 말기엔 너무 단선적이에요.  

    광대한 서부 개척시대 아메리카의 모피사냥 탐험가들의 거칠고 험난한 일대기를 그린 것으로도 볼 수 있겠죠. 


    동료의 배신과 혈육을 잃은 아픔을 딛고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 탐험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와 같은 모험가들의 땀과 희생 위에 지금의 미국이 세워졌다고 얘기하고 싶은 것같기도 해요.  


    북미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레버넌트가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이 영화때문에 철통같이 1위 자리를 수성하던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가 2위로 밀려났어요.  

    미국과 캐나다 관객들 입장에서는 이 영화를 어떤 사람들보다도 더 인상깊게 보았을 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자신들이 살고 있던 땅의 과거의 모습이거든요.  그리고 거기에 대한 어떤 묘한 자부심을 느끼면서 영화를 보지 않았을까? 싶어요. 



    회색 곰에게 치명상을 입은 후 혹한, 눈보라를 견디고 들소 생간을 먹고 죽은 말 내장을 비집고 그 속에 들어가 견디는 주인공 휴 그랜트 (디카프리오)의 모습은 혹독하고 거친 아메리카의 대자연에 맞선 초기 미국의 탐험가들의 정신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탐험가들이 꼭 선했던 것만은 아니죠.  이들 중에는 지독한 악당도 있었고 그 악당에 동화되어서 끌려가는 우유부단한 인물들도 있고 책임감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힘없는 원주민을 강간하는 파렴치범들도 있고 도둑도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곳을 지금의 미국으로 탄생시킨 사람들의 후손이 자신들이라는 어떤 꺾일 수가 없는 자존심같은 게 이면에 써져 있는 것같애요. 


    사람들은 디카프리오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며,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들에 출연하면서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되기만 하고 정작 수상은 한번도 못했던 그에 대해, 

    이번 만큼은 남우주연상 수상을 확실시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레버넌트의 진짜 영웅은 촬영자들이에요.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고 숨결을 불어넣고, 자칫 그저, 흔해빠진 잔혹 살해 복수극이 아닌 무언가 어마어마한 대작의 스케일로 만들어낸 사람들은,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협곡과 강물 속과 위험한 폭포와, 얼음판과 혹독한 추위 속의 산에서 종횡무진하여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나 봤을 법한 엄청난 영상을 2시간 반동안 화면에 한가득 채워넣은 촬영스텝들이 아니고 누구였겠습니까.   



    특히 곰의 습격 장면, 늑대들의 버팔로 사냥 장면은 아직도 눈으로 보고서도 믿겨지지가 않아요. 이 장면은 약한 인간이 혹독한 대자연 앞에서 얼마나 쉽게 당하여 훼손당할 수 있는가를 보여줌과 동시에, 그 약한 인간이 강인한 의지를 잃지 않고 끝까지 그것을 포기하지 않았을 때, 결국 그 험한 자연을 지배하게 됨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모든 힘든 장면을 화면에 담은 영화 '레버넌트'의 감독과 배우와 모든 촬영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마음으로 영화의 말미에 자리에서 일어선 것같습니다.  영화의 여운은 대단합니다. 


    이제 긴 설 연휴에 들어서게 되었네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행복한 설 연휴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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