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
Langlois 등은, 3개월 된 아기들에게 2장의 사진을 주고 어느 쪽을 더 관심있게 보는지를 실험한 적이 있어요. 아기들은 비록 말을 할 줄 모르지만, 어른들이 먼저 보고서 더 예쁘다고 판정한 얼굴을 더 오랫동안 쳐다보았다고 합니다.
몇 해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는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더 예쁜 선생님과 그렇지 못한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했을 때 수업의 결과가 어떠한 지를 평가한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이 아이들은 더 예쁜 선생님이 진행한 수업을 더 집중력 있게 들었고, 더 능력 있는 선생님으로 평가했다고 하지요.
이처럼 여러 실험과 정보를 근거로 생각할 때,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은 학습된 것이기도 하겠지만 보다 선천적이라고 해야 될 듯합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자세는 갈망, 욕망이기도 하며 예술적인 추구, 지향이기도 합니다.
세련됨, 고귀함, 부드러움, 매력적임, 사랑스러움, 유혹적임, 이런 인간을 잡아 끄는 모든 단어들이, 바로 아름다움을 인간이 얼마나 염원하는가를 알려주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우리 사회도, 아름다움, 외모에 대한 관심과 태도는 굉장히 뜨겁고 성형에 대해서도 '유난스럽다' 고 표현할 정도로 열렬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성형 기술은 아시아 전체에서 정말 유명해졌죠....
저는 어째서 우리는 지금과 같은, 국제적으로까지 유명한 정도의 성형 기술과 독특한 성형 문화를 갖게 됐는가를 늘 생각하곤 합니다. 그에 대한 저의 단상을 엮어서 글을 써보겠습니다.
외모와 성형에 대한 상반된 관점들
성형수술은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 욕망과 깊숙하게 맞물려 있는 행위입니다.
우리 사회는 저마다 예뻐짐에 대한 욕망을 갖고 있되 그것에 솔직하지 못하는 (혹은 안 하는) 문화입니다.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그렇습니다.
연예인들이 성형을 하고 달라진 얼굴로 나타나면 온갖 가쉽이 나돌지만 본인및 소속사는 이를 부정하거나 언급하려 하지 않는, 그런 현상을 보면 알 수 있지요.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성형해서 예뻐진 사람들을 비아냥거리는 시점으로 보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기도 하죠. 특히 사회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중장년층 남성들에게서 그런 시선이 유독 심합니다.
이런 건 근본을 중요시하는 성리학적 사고가 아직도 사회 저변에 남아 있단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전근대적 문화가, 성형에 관한 완전히 대조, 대비되는 인식의 혼재를 가져왔다 할 수 있어요.
즉 기성 세대 특히 남성들은 아직도 '근본'을 우선시하여, '고쳐서 예뻐졌다손 치더라도, 근본이 어디 가는가?' 라는 부정적 인식에 갇혀 있는 반면 젊은 세대, 특히 여성들은 지나치게 겉으로 드러나는 느낌만 중시하여,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딱 봐서 예쁘면 된다 라는 인식 속에 머물곤 합니다.
이와 같이 계층, 연령에 따른 시점들의 차이에서 외모와 성형에 관한 우리 문화의 극심한 양면성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과연 외모 지상주의인가?
여기에 대해서도 한번 언급하고 가야 할 듯합니다.
몇 년 전 일이지만 KBS의 한 여아나운서가 예전에 비해 많이 살 찐 모습으로 TV에 나오자 게시판에서, 누리꾼들이 "어떻게 저런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나올 수가 있느냐." 며 야유를 보냈던 사건이 있었어요.
이 사건을 두고 우리나라는 역시 지독한 병적 외모 지상주의 사회라는 비판이 일었죠.
즉 진행 능력, 실력, 경험 등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모든 다른 면보다 외모가 어떠냐에 사람들이 더 집착하는 문화라는 점, 따라서 실력이 있어도 외모가 좋지 못하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사회가 아니냐. 라는 의견들이 많았어요.
제가 한번은 아나운서 학원 원장님이랑 얘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학원생들을 보면 이 친구가 되겠구나. 라는 감이 딱 오시느냐" 라고 물었었는데 이런 대답을 하시드라고요.
"예쁘면 돼요. 일단 예뻐야 돼요. 안 예쁘면 못 뽑혀요."
물론 영상쪽이니 만큼 더 외모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저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죠.
이러니 우리 사회가 외모 지상주의 소리를 듣나보다 하고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우리 사회는 외모가 모든 것에 우선하는 식으로 돌아가고 있지만은 않은 것같애요.
외모를 쓸데없이 강조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외모가 모든 것의 우위에 있지는 않아요.
남미, 브라질에서는, 여자들이 18살이 되면 곧바로 사설 대출을 받으러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가슴이랑 엉덩이 수술을 하기 위해서요. 성인식과 함께 제일 먼저 하는 통과 의례가, 무슨 술 사먹는 것도 아니고 남친과 촛불 불어 끄는 것도 더더욱 아니에요.
돈 꿔서 성형수술받는 거라는 거죠.
우리 나라가 성형을 많이하는 나라라고는 해도, 일반 대중의 성향이 저정도는 아닙니다. 사회 대다수의 구성원이 외모 지상주의에 파묻혀 있다고 평가하기까진 아닌 듯해요.
문제는 외모에 너무 많은 신경을 써서 생긴다기 보다는, 외모 개선의 지향점이 지나치게 획일적이라는 데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는 성형외과들의 과도한, 경쟁적인 마케팅이 공헌한 바 크고요.
획일적 미모, 개성에 대한 고민
'강남 미인도' 라는 유명한 그림이 있어요. 보신분들이 꽤 있을 꺼같은데요. 이 그림을 보면, 전부 똑같이 생긴 여성들의 얼굴이 여럿 보입니다.
지방에 사는 친구들이 가끔 여기 강남쪽으로 오면 얘기하곤 합니다. "야 강남에 가보니까 아가씨들이 전부 다 똑같이 생겼드라."
제가 10년이 넘게 강남에 다니면서 본 결과로는 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할 그 정도는 아니긴 해요.
하지만 미용 성형수술에 있어 획일적인 결과를 추구하는 현상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 이런 성향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어요.
강남의 성형외과들은 보이지 않게 하나 둘씩 줄어들어갑니다. 사람들은, 이제 성형이란 행위가 아름다와지긴 커녕 잘못하면 자기 개성과 매력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는 와중이라 할 수 있어요.
렛@# 이라고 하는 메이크 오버 쇼가 재작년까지만 해도 성황리에 방송되고 있었어요. 성형외과 홍보의 가장 정점이라고 할 수 있던 이 프로그램에는 벼라별 성형방법이 다 나왔지만 제일 관심의 촛점이 된 건 양악수술이었죠.
양악수술이 성형수술의 대명사로서 받아들여졌던 때가 있었을 정도였어요.
사실은 양악수술의 본래 이름은 양악 동시 이동수술로서, 정교한 치과 교정과 함께 신중히 정해서 진행해야 하는 수술이었음에도 불구, 수도 없이 많은 연예인과 일반인들이 저 TV 쇼만 보고서 '나도 양악을 하면 얼굴이 작아질 수 있나보다." 라는 생각으로 큰돈을 내고 너도 나도 수술을 합니다.
이후 이들은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며 고생하기 시작합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만 내면 환자를 눕혀서 수술했던 많은 병원들은 평생 고쳐지지 않는 부작용, 후유증이 생긴 환자들과 법적 소송이 시작됐고, 연예인들은 방송에 나와서 너무 힘들다며 울기도 했죠.
이런 모습을 접하고, 보면서 사람들은 성형수술이란 게 마구잡이로 얼굴에 칼을 대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점점 깨닫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양악만 하면 전부 얼굴이 손톱만해 지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그리고, 예뻐진 사람을 보고선 '나도 저렇게 해야지' 라고 따라간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건지도 알게 됩니다.
즉 이제는 오랫동안 획일적 미모를 추구하던 소비자들이, 미모라 하는 것이 돈만 내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란 걸 자각하게 된 겁니다.
성형의 소비자, 사회도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외모를 우선시하는 사회적 풍조와 함께 성장해 온 한국의 성형 시장은, 개성과 개별적 기준, 판단 없이 천편 일률적 느낌만을 강조하며 무수한 문제점을 노출시켜 왔고, 이제는 미의 인식에 대한 다변화, 아름다움을 어떤 기준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식의 사고 틀에서 벗어나는 시기에 들어섰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조정기에 들어선 거고, 언젠가는 이런 시기가 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어요.
아름다움이란, 즉각적인 느낌만으로 평가되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한 번 볼 때 확 느낌이 오고 다음엔 관심이 간데 없이 꺼지는.... 그런 경향은 어느덧 옛 일이 되어가는 것같고.
아름다움은 지속적으로 느껴지는 매력으로서, '볼수록 호감이 가고 끌리는' 것을 추구하는 그런 세태로 바뀌어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에 관한 글은 좀 더 계속될 것입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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