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을 받고 난 후 환자 입장에서 원치 않는 결과를 얻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로 그 이유는 수술 전 충분한 정보가 부족했거나 과도한 광고 및 홍보로 인해 수술에 대한 관념이 왜곡된 상태에서 수술에 임하는 경우, 또는 의료 기관 및 집도의사의 진료 역량 미비 혹은 의료 과실이 발생한 경우도 있지만,
수술 후 환자의 상태를 잘못 판단하거나 대화가 부족하여 환자가 불만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가까운 중국에서는 환자들이 의사를 폭행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의료 행위 후 환자의 불만이 일어났을 때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일까. 오늘 포스팅은 이 부분에 대한 것입니다.
먼저, 가장 정상적인 진료 행위가 일어나는 경우를 상정해 보겠습니다.
1. 최초에 환자는 자기 몸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해결 욕구를 느껴 해당 진료를 제공하는 의료 기관을 탐색 (searching) 하게 됩니다.
2. 환자는 해당 의료 기관에 방문하여 의사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본인 몸의 문제점 및 수술을 하고 난 후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전문적인 정보를 취득합니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충분히 고민 후 수술을 결심하게 됩니다.
3. 수술 후 환자가 느끼는 자기 몸의 문제점, 불편감 등에 대해 또 의사와 충분히 대화를 나눕니다. 문제가 경미한 경우 대부분 경과관찰합니다. 문제가 심각한 경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재수술을 상담하게 됩니다.
4. 수술 후 장기적인 추적 관찰 역시 이루어집니다. 최소 1년 이상 경과 후 환자의 상태 및 사진의 비교 등을 의사선생과 환자가 같이 해보면서 수술 후의 변화, 문제점 등에 대해 대화합니다.
제가 '정상적인 진료 행위' 라는 표현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겠죠?
즉 현실에서는 위와 같이 상식적이고 정상적으로 모든 과정이 흘러가는 경우보다는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 훨씬 훨씬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하나 하나 짚어가면서 얘기해 볼까요.
1. 첫째. 미용 성형이라고 하는 분야는, 그게 의료 행위냐 아니면 사업 행위냐 라는 의문감이 들 정도로 자본주의화되어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의료 행위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이므로 국가에서 간섭을 많이 합니다. 예컨대 전국민 건강보험 공단이 있고 여기에 대한민국 국민이면 한 명도 빠짐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그 어떤 병원/의원도 강제로 건강보험공단 지정 병원이 된다는 점 등이에요.
헌데 미용성형이라는 영역은 건강보험공단의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곳이죠. 왜냐, 국민의 건강 및 생사와 관련된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미용 성형은, 진료 행위가 아닌 순수 미용 행위인가? (예를 들면 미장원에서 헤어 염색을 하거나 네일 아트 하는 곳처럼...) 그렇게 말할 수도 없습니다. 사람의 몸에 칼을 대거든요.
미용 성형에 대해서 국가가 좀 더 관여하고 너무 사업적으로만 가지 않도록 간섭할 필요가 있어요.
자격 미달의 의사가 칼을 들고 환자들에게 무분별한 수술을 유도하고 있진 않은지,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온라인, 오프라인 광고 홍보를 통해 경험 없는 의사들이 모인 병원이 권위자들의 집단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고 있지 않은지, 수술 부작용이 엄청나게 많은데도 수술을 잘하는 병원으로 돈을 써서 광고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등을 누군가 어느 정도는 감시, 통제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러한 감시/모니터링/개입 등이 대한민국 그 어디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질 않습니다.
즉, 소비자들은 병원들이 돈을 들여서 풀고 있는 광고 전단의 홍수 속에 노출되어 있고, 이것이 환자들이 해당 수술 및 해당 의료 기관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워지는 '잘못 끼워진' 첫 번째 단추입니다.
이 첫 번째 단추가 왜 중요하냐 하면, 소비자들 (환자들)은 어떤 형태의 수술에 대해, 완전히 잘못된 이해와 왜곡된 개념을 갖고 수술 결정을 내리게 되므로, 수술 후 문제에 대해서 납득하기 힘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수술 후 의료기관과의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하는 거고요.
2.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소비자와 의사들에게는 잘못 끼워진 단추를 풀 길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어쨌든 환자는 의사를 만났고, 온라인/오프라인에서 살포돼 떠돌아다니는 출처가 의심스러운 후기, 조작 여부를 확인할 길 없는 전후사진 등이 아닌, 진실된 대화를 나누면서 수술에 대한 체계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의사와 환자간의 1차 상담을 '최후의 보루'라고 얘기하곤 합니다. 하도 말도 안되는 광고 전단물들이 수북이 인터넷상에 쌓여 있다 보니, 환자의 몸에 칼을 대야 하는 집도의 혹은 주치의로서 수술 및 그 영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있다는 겁니다.
근데 이러한 기회조차 제 기능을 하기 어려워지기 일쑤입니다.
소비자들은 흔히, 자본을 갖고 있는 사업가가 만든 대규모의 성형 관련 포털에 가입하여 거기에서 '이러이러하게 상담들을 받으러 다니더라' 라는 정보를 입수해서 많게는 20~30개의 병/의원을 '상담 투어'를 다니면서 정보 수집을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병원의 스펙을 입수해서 그것을 비교하는 데 열을 올리게 됩니다.
진료란, 환자와 주치의 사이에 인간 대 인간으로서 치료를 어떻게 하여 그 치료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부작용과 후유증엔 무엇이 있는지까지 전 과정을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인데, 상품의 '초이스'를 위한 쇼핑으로 그것이 변질된 지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이러한 병원 투어와 초이스 작업 속에서 수술을 결정한 환자는 과연 그 의사를 어느 정도나 신뢰할 수 있을까요?
마트에서 쇼핑해서 바구니에 담은 물건은, 한번 써보고 마음에 안 들면 버리고 새로 사면 되는데, 자기 몸은 버리고 새로 살 수가 없다는 게, 정말로 큰 차이이며 문제입니다.
3. 이제 환자는 돈을 지불하고 병원에서는 수술을 끝냈습니다.
지금부터 문제가 시작되는 겁니다.
붓기가 빠져가면서 환자는 그 수술 결과가 처음 그 광고 전단지에서 본 것처럼 100% 의심할 바 없이 완벽하기만 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이며 그 어떤 부작용도 문제점도 불편사항도 없고 자신감도 수직상승하며 온 세상 사람들의 부러움을 다 받으면서 다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질 않거든요.
의사는, 혹여 그 의사가 환자를 진짜 마음으로부터 아끼고 진심으로 대하고 싶어하는 의사라 하더라도
환자가 처음서부터 수술에 대한 잘못된 관념에 젖어서 있을 경우 (이곳 저곳에서 상담 받은 내용이 이미 머릿속에 혼재되어 있어서 이 병원에서 의사한테 무슨 소릴 들었는지도 기억 못하곤 함)
이미 설명된 문제, 즉 수술 후 예상된 문제점이 나타났을 때에 조차도 환자와 대화하기가 어렵게 되곤 합니다.
4. 크든 작든, 성형수술 후에 문제는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마련입니다. 인간이 더 더 더 아름다워지는 것에 대한 욕구가 살아 있는 이상은 불만이 0%인 게 이상한 거에요.
통상적으로 수술후 부작용이라고 하면, 그건 환자의 주관적 호소뿐 아니라 객관적 관찰에 따른 문제점이 같이 있는 부분을 얘기한다 할 수 있겠고
수술 후 객관적 문제는 없이 단지 환자의 주관적 호소만 있는 경우는 수술 후 불만 사항이라고 구분해야 할 것이에요.
예컨대 사전에 협의한 가슴수술 보형물의 사이즈가, 수술 후에 환자 마음에 안 드는 경우, 환자가 더 큰 가슴을 요구할 경우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죠.
그럼 이런 부작용/불만사항에 대해 의사와 오랜 시간을 터놓고 얘기하는 게 우선입니다.
왜냐하면, 해당 수술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는 집도의사만이 갖고 있거든요.
환자가 불만이 많을수록, 이런 대화가 어려워지고 껄끄러워지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환자는 사전에 잔뜩 부풀어 있던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했다면, 병원 관계자들에 대한 저항심리에 차 있고, 수술을 한 의사는 환자에게 저평가되는 상황이 껄끄러우므로 '그렇게 수술될 수밖에 없었다.' 라고 변호하기 때문이죠.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결국 분쟁으로 가게 되어 있는 것이고요. 분쟁 조정 제도도 있고 소비자 불만 접수 기관도 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깔끔하고 쉽게 되는 것은 없습니다.
일단 분쟁에 들어가게 된다면 대부분 병원과 소비자 양자가 다, 아주 길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해요.
이것이 대한민국이 의료 선진적인 문화와 제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해요.
5. 미용적 성형수술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문제가 생겼을 경우 그에 대한 보장 제도, 즉 보험 COVER 제도가 제대로 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수술 후 문제가 생기면 환자는, 해당 병원과 대화 , 합의 등이 실패하면 분쟁 과정을 거치고 이후 분쟁의 해결이건, 다른 의료기관에서 해결을 요구하건 간에 금전이 필요해지게 돼 있는데, 대부분의 환자가 수술 자체에 이미 무리한 금전적 소모를 해버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부수적인 비용을 들일 여유가 없습니다.
이때문에 굉장히 의사와 의료기관에 대해 폭력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사족이지만 이런 데에는 국가가 좀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도 생각해요.
예컨대 모든 경우데 대해, 전체 수술비의 1%또는 0.5%, 2% 등 어떻게라도 좋습니다. 이런 비용을 환자에게 직접 또는 의료기관으로부터 징수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거두는 돈으로 수술 후 혹시 발생할 지 모를 사건 사고에 대비한 보험 재원을 운영하는 것이죠. (뭐 저의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그 어떤 제도도 법도 당사자들간의 대화가 제대로 되고 원만하게 합의가 이루어졌을 경우에는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대화와 합의가 다 무산되고 깨졌을 때 법에 호소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몸에 칼을 대는 수술같은 큰 일을 하면서, 그 집도의와 마음을 연 충분한 대화를 한 번이라도 했다면, 과연 수술 후 문제점의 해결에 대한 대화가 그렇게 어려울까요.
현실적인 욕구를 가질 것.
의사와 마음을 연 체계적인 대화 시간을 가질 것
수술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할 것
수술 후에도 지속적으로 의사와 대화를 이어갈 것.
이런 부분들이 그 어떤 법이나 시행령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날 소비자 보호원 홈페이지에 셀 수 없이 많은 의료 분쟁 관련 민원 내용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포스팅을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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