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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 리포트, 가슴성형의 그늘. 사건의 본질을 추적하는 방송이 됐으면..

    3월 3일 KBS 소비자 리포트 186회. '가슴 성형의 그늘' 을 보고 가슴성형 전문가로서 시청 소감을 적어 보려 합니다.

     

    첫 번째 케이스로 가명 최은아씨의 보형물 수술후 발생한 통증과 구축에 대한 건이었습니다.

     

     

     

    사건 개요는 - 2012년 식염수백으로 가슴 확대 수술을 한 후 일주일만에 가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해당 병원에서 구축이라고 판명하고 재수술을 시행했는데 한 달만에 이번에는 보형물 파열이 발생했고, 또 재수술을 한 후 다른 병원에서 코히시브 겔로 교체 수술을 했었다. 보형물 교체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어 결국 지난해 9월에 보형물 제거 수술을 받았는데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꽉 잡아 당기는 듯한 느낌의 통증이 있다 -   였습니다.

     

     

    소비자 리포트에서는 최은아씨의 "자살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라는 인터뷰 멘트와 함께, "가슴성형 환자 4명 중 1명이 재수술을 한다. 풍만한 가슴을 가질 수 있다는 달콤한 속삭임 뒤에 숨은 가슴수술의 이면에 대해 취재했다" 라고 언급합니다.

     

    최은아씨의 경우는 일주일만에 구축이 발생해서 재수술을 했다... 라고 나오는데요... 

     

    수술 일주일만에 단단해졌다는 건 구축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구축이란 방송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실리콘 보형물을 둘러싸는 면역학적 반응에 의한 섬유성 조직, 즉 피막이 너무 강하고 두껍게 형성되어 생기는 부작용인데, 피막이 보형물을 제대로 둘러싸려면 3주는 걸려야 돼요. 1주일밖에 안 됐는데 너무 단단했다는 건 구축이라기 보다는 수술자의 부족한 박리 혹은 보형물 크기 - 방의 크기 간 match가 잘 안 된 상태로 보는 게 더 타당해 보입니다.

     

    보형물 사이즈에 비해 평면을 넓게 박리를 하지 못해 마치 좁은 방안에 사람이 미어 터지게 많이 들어간 경우처럼 가슴이 타이트하게 느껴졌던 거라고 이해해야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재수술 후에 환자의 가슴이 얇아지고 유착이 심하게 생긴 건 아마도 재수술시에 구축이라고 판정하여 피막을 과도하게 뜯어내다가 피막에 달라붙어 있는 환자의 자기 살을 같이 제거한 게 아닌가,  그렇게 보입니다. (특히 겨드랑이로 재수술을 하다가 그런 문제를 많이들 일으킵니다.)

     

    그 와중에 어딘가의 신경을 건드려서 감각이 떨어져, 환자는 찜질중 화상까지 입은 것같고 - 화상 흉터도 구축을 겪거든요 - 거기에 4~5회나 반복된 수술로 인해 생긴 흉터살의 잡아당김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꽉 잡아당기는 듯한 통증' 을 겪고 계시는 것같습니다.  저는 결국 최은아씨의 케이스는 처음부터  수술자의 미숙함의 문제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케이스의 끝에 식약청에서 발표한 2016 의료기기 품목별 부작용 신고 현황표를 첨부했는데, 그렇게 단순한 건수의 비교를 통해 인공 유방 보형물을 삽입하는 수술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멘트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그건 마치 감기 환자가 암 환자보다 100배정도 많기 때문에 감기가 암 보다 100배는 위험한 질병이다. 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체내 삽입 의료기기들 즉 치과용 임플란트, 인공 판막, 인조 혈관, 인공 관절 등과 인공 유방을 비교하면서 수술 예컨대 100건당 부작용 신고건수는 몇 건이다. 이런 식의 통계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슴수술 환자 4명 중 1명은 재수술을 한다는 멘트도 근거가 의심되는데 우리나라에는 첫째 그런 통계 자체가 어디에도 없거든요. 

    미국이나 돼야 그런 걸 FDA 위원회에서 때때로 수집하는데, 1993년 실리콘 보형물의 사용금지 권고를 낼 때 인용했던  데이터가 20% 가량의 높은 재수술률이었어요.

    자.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이었어요.  그때로부터 벌써 강산이 두 번 반 바뀌었죠.

    최근엔 과연 어떨까요. (우리 나라 말고 미국이었지만) 

     

    미국 성형외과  의사협회 (ASPS) 에서 4990명의 성형외과 전문의들에게 리포트를 요청하여 통계적 의미를 분석한 Study 에서 가슴수술의 재수술률이 조사되었는데 이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성형외과 논문집인 PRS 201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

     

     

    여기에서 밝힌 ASPS의 자체 조사 재수술률은 1~5%였습니다.

     

    그나마도 보형물 사이즈 교체가 두 번째로 흔한 재수술 이유였고 첫 번째는 구축이었습니다.

     

    단 한 명의 수술 후 부작용 문제도 소홀히 여길 수 없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우여곡절이 많은 그 하나의 케이스로 인하여 어떠어떠한 수술 방법 자체가 너무나 위험하다는 결론으로 귀결하여,  이미 수술을 받은 수많은 환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반드시 담당해야 할 기능인 것인가.  저는 그것을 잘 이해 못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김소정씨(가명)의 지방이식 가슴수술에 대한 꼭지였네요.

    한 마디로 냉동 지방으로 2차에 걸쳐 가슴에 지방 이식을 한 후 일주일쯤 후 우측 가슴 밑에 발적이 나타나고 급기야 부위가 열리면서 삼출물이 나오기 시작한 케이스였습니다.

    방송에서는 이 분의 경우 보관 지방의 상태가 안 좋아서 지방이식 후 가슴에서 염증이 발생해 치명적일 수도 있는 문제를 야기한 것이 아니냐고 좀 '몰고 가는'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과학을 공부한 사람입니다. 과학의 시작은, 합리적 의심이고 그 의심을 검증하기 위한 분석이죠. 그래서 저는 방송을 보면서 내내 의심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과연 냉동 지방의 상태가 안 좋아서 감염 - 염증이 발생하고 저토록 환자가 고생하게 된 걸까요.

     

    앞에 꼭지도 그렇고 두 번째 꼭지도 역시 '소비자 리포트' 에서는 수술의 재료에 대해서 온 관심을 다 기울이고 집중하고 있어요.  흔히, 어떤 전문적인 행위를 비전문가들이 볼 때 그렇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어요.  항상 눈에 보이는 건 재료거든요. 보형물, 지방 등. 

    그런데 전문가들이 판단할 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즉 의사가 어떻게 했을까에 더 집중하곤 합니다.

     

    만약, 가정용 냉장고에 보관해서 상태가 안 좋았을 '가능성'이 높은 지방이 이식되어서 염증이 발생한 거라면, 왜 오른쪽에서만 그렇게 삼출물이 흘러나왔을까요?

     

    똑같은 재료였어요. 똑같이 보관된 냉동지방이 양쪽에 나눠서 들어갔죠.  그럼 왜 양쪽 똑같이 염증이 생기지 않았던 걸까요.

     

    사실 방송에 오픈된 정도의 자료만 갖고 분석하기엔 무리가 많습니다. 이정도 정보만으로는, 염증의 원인이 뭔지는 알 수 없는 거죠. 보관상태가 좋은 지방이라도, 의사가 여러 층에 균등하게 분포되도록 퍼뜨리는 방식으로 수술하여 영양이 골고루 확산될 수 있도록 하지 못했다면, 지방이 괴사하고 그 이후에 염증이 발생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화면을 보니 상당히 대량의 지방이 이식된 것같은데, 그만큼 많은 양의 지방이 이식되기 위해서는 금속 캐뉼라(도관)이 수없이 유방 조직과 충돌하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기계적인 트라우마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즉, 유방에 지방을 삽입하기 위해 캐뉼라가 운동하면서 전달한 충격들이 유방 실질 세포 내지 지방 세포들의 생명력을 떨어뜨리고 혹독한 환경을 만들어 괴사에 빠졌다. 그리고 나서 염증이 진행될 수밖에 없었던.  그런 경우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늘 이렇게 생각합니다.

     

    모든 부작용은, 결국 의사가 얼마나 조심하고 대비했느냐와 연관이 있다고요.

     

    가슴 지방이식이라는 수술 자체가 악의 축은 아닙니다.  최대한 지방을 잘 보관해주고, 넣는 과정에서 조심하고, 소독도 열심히 해주고, 항생제도 환자가 잘 먹고, 드레싱도 적절하게 해주고, 계속 경과 관찰해주고,  이런 과정, 사람의 판단과 관찰이 좋은 수술 결과와 그렇지 못한 결과를 갈라 놓는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세 번째 꼭지는 좀 심각해요. 

     

    가슴에 들어가는 필러 문제인데, 세계적인 학술 논문에서 아직도 가슴에 들어가는 대용량 필러의 안전성에 대해서 하나도 제대로 된 데이타가 나오질 않았거든요.

     

    저는 이 시술은 아직은 좀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가슴이 어떠 어떠한 문제, 즉 유방암이나 큰 종괴를 떼어내고 난 다음에 울퉁불퉁해지고 변형돼 있다. 그런 경우에 매끈한 컨투어를 만들어주기 위해 일부의 부위에 필러를 주입한다. 이런 정도는 괜챦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컵수 단위로 가슴 크기를 변화시키기 위해 (방송에서는 700cc라고 나왔는데) 그렇게 마구잡이로 대용량의 이물질을 유방 조직 여기저기에 집어넣는 행위는 좀 말리고 싶습니다.

     

    전문가 인터뷰에서 영국 산부인과 저널 얘기가 나왔는데요,  가슴에 넣었는데 음부로 이동한 필러는 오래 전부터 금지된 물질인 액체 실리콘이었습니다. (요즘 필러의 주재료로 사용되는 하이알뉴론산이 아니고요.)

     

    그리고 '소비자 리포트, 가슴 성형의 그늘' 편을 꿰뚫는 보도의 기조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유해한 수술/시술이 난무하니 조심하라" 인 것같아요.  이런 보도의 기조에는 저도 찬성하고 싶고 보도진의 노고를 높이 사고 싶습니다.

     

    허나 유해한 것, 위험한 것의 정체는 뭔가, 뭘 조심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이번 방송 역시 많이 이탈했어요. 

    의료 관련 방송을 보면 늘 (메디칼 드라마까지 포함해서...) 허전해지곤 합니다...

    본질은 안 나오고 늘 안 중요한 게 훨씬 많이 나오니까....

     

    결국 중요한 건 제대로 된 의사를 만났냐는 거죠.  모든 건 사람의 손으로 하는 일이니, 조심해서,

     

    한 번도 안 생긴 일이 이 환자에서는 생길 수 있다. 라는 생각으로 진료할 수 있느냐, 무리하지 말고, 이정도에서 만족할 줄 알면서,

    제가 생각할 때는 그게 본질입니다.

     

     

    그래서 저는,  미용 수술에서 소비자 상대 광고 자체를 아예 금지해 버렸으면..... 차라리 의료법 자체가 그렇게 바뀌어버렸으면 하고 늘 바라곤 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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