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개업을 했었던 약 12년 전에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같은 걸 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당시는 SNS는 없고 싸이월드, 인터넷 카페의 시대였죠. 모바일 인터넷은 지금처럼 대중적이지 않았고, 대부분의 인터넷 활동 기반은 pc 였어요.
그래도 학생들은 성형에 관심들이 많았고 자기들끼리 무리지어 강남 성형외과에 쌍꺼풀이나 코수술 상담을 하러 몰려다니곤 했습니다.
당시 17살 (고2) 여학생이 코수술과 턱수술, 이마 수술, 지방흡입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요. 당시 이 학생이 수술 희망하는 게 좀 과하다고 당연히 생각하였는데, 놀랍게도 학생의 어머니가 강력히 원해서 결국 이 모든 수술들을 실행하게 되었지요.
또 8살짜리 남자아이가 쌍꺼풀 수술을 받으러 온 적도 있어요.
그 경우도 아이의 어머니가 끌고 온 것인데, 어머니는 아들을 배우로 만들고 싶다며 쌍꺼풀을 해달라고 하셨었지요. 아이는 수술에 대해 당연히, 아무런 개념이 없었지요.
수술을 하면서도 사실 의사로서, 과연 이 수술을 해줘야 되는 것이냐 되게 망설였던 기억이 납니다.
왜냐하면, 아이 본인이 수술 결과로 달라진 외모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 그리고 그것이 아이의 성장 및 심리 상태에 어떤 영향을 줄 지를 예측하기가 힘들었거든요.
물론 성형수술의 교과서에는 소아의 성형수술에 대한 파트가 따로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언챙이 (Cleft lip and palate) 아이들의 코 성형수술입니다.
보통 17,18세때 수술해주게 돼요. 또한 귀의 기형을 갖고 태어나는 소아들이 있는데 얘네들은 5살정도 됐을 때 해 주라고 돼 있어요. 그리고 얼굴뼈의 다양한 기형을 가진 소아들에서 그 성형수술은 영유아기때 여러 stage에 나눠서 진행되곤 합니다. 따라서 소아에 대한 성형수술이 꼭 생소하기만 한 분야는 아니며 오히려 굉장히 크고 중요한 성형외과의 한 분야에요.
하지만 위의 경우들은 선천성 기형 환아들에 해당하는 것들이고,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하는 데 이상이 없는 아동, 청소년들이 순수히 미용적인 목적으로 성형수술을 하는 것은 약간 경우가 다르다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동, 청소년 성형수술의 건수 및 그 수술 종류 등에 대한 대규모 통계가 아직 없어서... 미국 달라스에서 나온 통계를 하나 소개해드릴까 해요.
올해 9월달에 plastic and reconstructive surgery에 실린 논문이고요. 이 journal의 편집장인 달라스의 Rod Rohrich 교수가 미국 의사협회에서 취합한 통계를 제시하였습니다.
2016년 미국에서 약 22만 9천여건의 청소년 성형수술이 이루어졌습니다. (13세~19세 연령자들) 이 중 가장 많은 것은 압도적으로 코수술 (47%)이었고, 유방 확대 수술이 뒤를 이어 12%, 유방 축소수술이 11%.였습니다.
그리고 최근의 추세는 비수술적 미용 시술건수가 현저히 많이 증가하여, 아래의 그림과 같이 통계를 제시하였습니다.
많은 수를 차지한 건 레이저 제모시술이었고, 뒤이어 레이저 피부 박피술, 보톡스 등이었습니다.
Rohrich 교수가 제시한 이와 같은 통계는 한국의 경우와는 좀 많이 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아동 청소년들의 미용 성형수술에 대한 관심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은 그쪽 나라나 우리나 큰 차이가 없어요. SNS가 유행하고 외모에 대해 민감해지는 시기이니까요.
이런 현상을 보는 어느 의사나 모두 생각하게 되는 것은, '과연 저렇게 어린 나이에 수술을 했을 때 성장과 발달에 지장을 주지 않는가' 라는 부분과, '과연 아동 청소년들이 정신적, 심리적으로 수술적 변화를 잘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라는 2가지일 것입니다.
첫째 성장/발달 부분은 예컨대 코수술의 경우. 코의 성장이 언제쯤 완결되느냐가 중요한데 남자아이들은 15~18세때, 여자아이들은 12~16세때 끝난다고 봅니다.
팔/다리의 성장도 남녀 각각 18.16세때정도로 보므로 그 정도까지는 시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겠지요. 이런 것들을 토대로 하여 Rohrich 교수 등은 미용적 수술/시술의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연령대를 제시합니다.
여기서 대체적으로 적용된 18세라는 연령 기준은, 약간 임의적이기도 하지만 문화적이기도 하고, 또 성장이 확실히 끝난 이후라는 점에서 제시된 것으로 보입니다. 즉 여자아이들은 16세면 코수술이나 가슴수술이나 사실 받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어른들 입장에서 바라볼 땐 '그래도 18살 정도는 돼야....' 이런 기준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하지요.
지금껏 제가 경험해 본 바로는, 소아 청소년들은 수술 후에 그 결과에 대해서 어른들과 달리 아주 미숙하거나 정신적 심리적으로 모자란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 것같습니다.
성형수술 후에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너무 과도한 기대감에 따른 좌절이나 상실감, 불안, 수술했다는 것에 대한 친구들의 놀림, 우울. 이런 것들일 것인데 사실은 이런 반응을 보이는 10대 환자를 한 명도 보지 못했어요.
오히려 제가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미성년자들이라기보단, 정상적이지 못한 심리상태에 있는 성인 여성들 (예컨대 부부 갈등이 있다거나 경제적으로 안 좋아졌다거나 고부 갈등이 있거나 등등의 여타 문제와 스트레스를 겪고 있고 우울과 좌절에 쉽게 빠지는) 이며, 이런 분들이 사실은 성형 수술 후에 훨씬 위험해지곤 하는 것을 겪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보다 사실 스트레스를 훨씬 잘 견뎌내곤 합니다.
Rohrich 교수 등은 어린 연령의 아동 청소년들이 성형수술을 받는 것에 대해 통계를 제시하고 대체적으로 18세 정도의 연령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허나 이는 상당히 인위적이고 문화적인 기준이라 생각하며, 사실은 개개의 환아 상태에 따라 또한 그 부모의 입장에 따라 주의 깊은 면담과 함께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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