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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우려에 보형물만 제거한다면?

    지난 12월 26일. 대한민국에 두 번째 BIA ALCL 환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첫 번째 환자와는 달리 두 번째 환자분의 경우는 장액종에서 발견된 ALCL이었습니다. 

     

    유방 보형물 연관성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에서 특이한 점은, 장액종 국한형으로 발견된 경우는 매우 예후가 좋고 진행 속도가 더딘, 비침습적인 질환으로서 거의 양성 종양처럼 행동한다는 점이며

    그러나 일단 피막을 침습해 들어갔을 경우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악성 종양처럼 행동하여, 매우 예후가 안 좋고 빠르게 진행하는 침습적 질환으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미국 1987년부터의 텍스쳐드 보형물 누적 판매량

     

    이 두 가지 타입에 차이가 너무나 심해서, 의사들은 BI ALCL이라는 병은 애초에 두 가지의 타입이 있는 게 아니냐, 라는 의심조차 하였는데 WHO에서는 2016년에 질병 카테고리에 이 병을 등재하면서,  BI ALCL은 어느 병기에나 다 악성 종양이다. 라고 명시하였습니다. 즉 장액종 국한형의 경우도 역시 초기 병기로서 속도가 느릴 뿐 결국은 침습적인 악성 종양의 일환으로 본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해가 지나가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0년 1월에 나온 Plastic and reconstructive surgery journal 최신호에서, 카딘, 아담스  Jr., 디나폴리 교수 등 미국-유럽의 연합 연구팀은 BI ALCL은 다양한 형태의 전암성 시기를 갖고 있다. 즉 장액종 국한형으로 발견된 타입의 경우 전암성 시기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조심스레 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론이 사실로 확인되면 WHO의 질병 카테고리가 바뀌어야 되겠죠.

     

    2018년 현재 전세계적으로 BI ALCL이 발생한 현황. 나라별로 차이가 극심함.

     

    사실 장액종이란 우리 몸의 어떤 조직의 일부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오줌이나 땀이 우리 신체 일부라고 볼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이는 어떤 염증이나 악성 조직에 대한 활동의 결과물로 생성된 것으로 봐야 하는데 이 장액종 내에서만 악성 세포가 발견되는 경우가 BI ALCL에서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거죠.  이게 이 병의 특이한 점이에요.

    즉 장액종은 내 위장이나 내 심장, 내 뼈 그런 것들하곤 달리, 수술 후 보형물 주변에 고인 물일 뿐인데 환자의 몸을 이루고 있는 제대로 된 조직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그 물에서만 악성 세포가 발견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미국-유럽 등에서 발표하는 BI ALCL의 가장 전형적인 발견/치료 경로는 예로 들자면 이렇습니다.

    처음에 가슴이 부풀어 올라서 병원에 가보니, 초음파 검사후 장액종이라고 하여 주사기로 흡인해서 물을 빼고 검사를 내보냅니다. 세포학적 검사와 면역 화학검사를 보니 일정 수 이상의 악성 세포가 발견되어 BI ALCL로 진단합니다. 그럼 병기를 결정하기 위해 (어디까지 퍼져 있는가) PET CT를 찍어야 합니다. 여기서 피막을 침습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면 가장 낮은 병기인 1A로 규정하게 되고요. 그게 장액종 국한형입니다. 피막을 넘어갔다면 어딘가에서 고형 종괴를 만들었을 수 있고 이것이 종괴 타입이죠.

    치료의 가장 첫째 단계는 보형물과 피막을 모두 제거하는 것인데 이때 제거한 피막을 다시 조직검사를 내서 악성 세포의 침습이 있는지를 조사합니다. 침습이 있다면 병기가 바뀔 수 있지요.

     

    장액종에서 나온 악성 세포는 사실 암이 시작된 병소가  거기란 걸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그건 단지 발자취같은 것입니다. 범인이 남긴 발자국만을 보고 이 병을 진단하는 거에요 범인을 보는 게 아니고요..

    사실 범인은 피막 속에 있어야 맞는데, 장액종 국한형 BI ALCL에서는 수술해서 피막 조직 검사를 내 봤자 암세포가 잘 안 나옵니다. 혹은 피막의 가장 내측면에서만 좀 나오지요.  이것이 이 병이 여타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형적 "암"들과 다른 점이기도 해요. 범인은 못 보고, 범인이 남겨놓은 흔적만 보고 진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에요.

     

    호주의 어떤 의사들은 BI ALCL이 자발적으로 퇴행하거나 관해한다. 즉 치료도 안 했는데 그냥 없어지곤 한다. 라는 증례들을 발표한 바 있고 유사한 논문들 또한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많은 비판들이 있지만,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 병의 초기 단계는 여타의 다른 악성종양과는 그 양상이 매우 다르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암에서는 병기를 1,2,3,4 병기로 나눕니다. 가장 낮은 단계가 1기인데, 보통 주변 조직이나 림프절로 파급되지 않고 원발 병소에서만 암세포가 발견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수술만으로 깔끔하게 생존률을 높이는 경우가 많고 화학/방사선 요법도 들어가곤 하죠. 그런데 1기보다도 더 조기의 암. 즉 '0기'의 암도 있어요. 보통 제자리 암종이라고 하는데 유방암의 경우는 상피내암이라고도 부릅니다.  단, 모든 악성 종양이 "0기"라는 병기를 갖고 있진 않아요. 그러나 BI ALCL에서

    '0기'의 시기가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즉 피막 내, 장액종 국한형의 시기를 0기의 암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그 부분만 떼어내는 것으로 치료가 끝나고 침습성은 없습니다.

     

    피막의 내측면에만 국한된 장액종 한정형 타입

     

    한발 더 나아가, 위의 논문 저자들은 장액종 국한형의 병기는 암이라기보다 그저, 비정상적 림프증식성 상태 (lymphoproliferative disorder)의 일환일 수 있다고도 언급합니다. 물론 이것 역시 하나의 가설일 뿐이지요. 허나, 단지 장액종 내에서만 림프종 세포가 발견되는 환자들의 경우 그 상태가 매우 오랫동안 더디게 지속되며, 침습을 잘 하지 않고 예후는 매우 좋으며 전혀 악성 종양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와 같이 의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BI ALCL의 90% 이상이 장액종 국한형태로 발견됩니다. 이러한 시기엔 암이라기보단 전암단계일 수도 있다는 소리조차 나오는 마당이니, 앨러간 등의 매크로텍스쳐링 보형물을 갖고 있는 환자분들이 가슴이 크게 부풀어 오르거나 하는 증상이 없었다면 당장 큰일 날 것처럼 노심초사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즉 장액종 한정형의 상태에서 상당히 오랫동안의 시간을 끄니까요, 단지 유방의 상태에 대해서 늘 무관심하지만 않으시다면, 어떠한 변화에 대해 신경을 끄지만 않고 계신다면 이 병에 대해선 사실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충분합니다. 게다가 이 병은 세계적으로도 희귀암입니다. 

    또한, 증상도 없고 어떠한 BI ALCL을 의심할 만한 상황도 벌어지지 않은 환자분이 단지 심정적인 불안감을 지우고 싶어서 제거하려는 경우, 보형물만 제거하는 것도 전혀 의미가 없다 할 수는 없겠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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