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가슴수술 후 AS (즉 재수술) 필요가 생긴다면 그 비용은 병원과 환자 중 어느쪽이 부담하나요
A) 정말 많이들 하는 질문이에요. 오늘 한번 여기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할게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생각할 것들이 워낙 많아서 항목별로 한번 나눠서 얘기해 봅시다.
1. '수술비'란 수술 후 발생할 문제에 대처하는 비용까지 합쳐진 비용인가? 아니면 단지 수술을 하는데만 드는 비용인가?
2. 수술 후 의료 과실이 있을 때와 의료 과실이 없을 때, AS 비용은 어느 한측이 전부 부담해야 하는 것인가?
3. 수술 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병원측이 일정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 연한은 언제까지일까?
4. 환자와 병원측이 주장하는 비용 분담률이 차이가 있을 경우,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렇게 일단 정리해 볼께요,.
1. '수술비'란 수술 후 발생할 문제에 대처하는 비용까지 합쳐진 비용인가? 아니면 단지 수술을 하는데만 드는 비용인가?
일반적으로 차량이나 공산품을 구입한다고 하면 거기엔 무상 AS 기간이 있습니다.
예컨대 현대 자동차의 무상 AS 기간은 3년에 6만킬로미터인데요.
물론 무상 AS는 '소비자의 과실'이 있으면 해당이 안 됩니다. 예컨대 혼자서 사고를 내고서 3년 미만된 차라서 그 사고에 대한 수리비를 무상으로 청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동차 회사에서 처음에 차를 팔 때 차값에 3년간의 무상 AS 발생 소요에 대한 비용까지 포함시켜서 가격을 책정했다고 봐야 합니다.
대부분의 공산품 즉 TV 등 가전 제품, 노트북, 카메라 등에 모두 이와 같은 무상 AS 기준이 있고, 무상 AS가 존재한다는 말은 최초 제품 비용에 애프터 서비스의 예상 비용을 미리 포함시켰다는 얘기예요.
근데 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아예 AS라는 말 자체가 없습니다.
예컨대 대장암 환자가 발견시 2기에 해당하여 종합병원에서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고 퇴원하였는데, (퇴원시에 모든 의료비를 냈겠죠.) 약 5년 후에 대장암이 재발하여 그 종합병원에 다시 입원하였다면 이것은 애프터 서비스를 적용해서 입원비와 치료비를 공짜로 할 수 없고 치료비는 다시 계산해야 하는 거죠.
의료 행위에는 왜 애프터 서비스라는 말이 없을까요?
의료업은 재화 판매가 아닌 서비스업이기 때문이죠. 서비스라고 하는 것은 노트북이나 TV 자동차처럼 소비자가 어떤 소비재를 가져가는 업종이 아니고, 인간의 노동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애프터 서비스"라는 개념 자체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환자가 퇴원할 시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 비용으로 애프터 서비스 비용까지 환자의 의료비에 포함시켜서 청구하는 게 애초부터 안 되는 일입니다.
거의 모든 의료비는, 수술이건 시술이건 치료건 그 '인간의 노동으로 이루어지는' 서비스 재화에 대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청구하는 것이므로 공급자 (병원)는 어떤 시술을 할 때마다 비용 청구를 하게 됩니다.
원칙적으로 수술비는, 수술 자체에 관한 비용일 뿐이죠.
2. 수술 후 의료 과실이 있을 때와 의료 과실이 없을 때, AS 비용은 어느 한측이 전부 부담해야 하는 것인가?
서비스 업종에서 '서비스'란, 눈에 보이지 않는 재화 (인간의 노동력)를 계산하는 것이므로 서비스를 받은 후 일단 비용 지불을 끝내면 그 다음엔 돈이 오고 갈 것이 없는게 원칙이라 해도,
병원측에서 환자에게 제공한 의료 서비스의 내용이, 병원 (공급자)과 환자 (소비자)가 사전에 약정 또는 합의한 것에 못 미쳤을 때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예를 들면 "쌍꺼풀을 했는데 생각보다 눈이 많이 예뻐지지 않았다." 라고 하면서 소비자가 공급자에게 추가적인 시술을 요구하거나 수술비의 일부/전부 환급을 요구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이는 말하자면 스포츠 마사지를 받고 난 후, "마사지가 생각보다 시원하지 않았다" 며 마사지 비용을 환불해 달라고 하는 경우나, 가사도우미를 고용해서 가사일을 시킨 후, "청소 상태가 깔끔하지 않으므로 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 라고 하는 경우와 비슷합니다.
이 경우 실제 상황에서는 대부분 공급자와 소비자가 서로 합의를 하고 난 후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즉 해당 마사지샵에서 손을 바꿔서 마사지를 조금 더 받는다거나, "다음에 오시면 좀 더 싸게 해드리겠다:" 라고 미래의 비용으로 넘기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근데 수술 후 부작용이 생겼을 경우는 그 해결을 위해 서로가 합의점을 찾는 게 더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예를 들어 가슴수술을 한 다음날 붕대를 풀어보니까 상처가 다 트더져서 보형물이 바깥으로 노출돼 있더라.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런 문제점이 발생한 데 대해 병원의 귀책사유가 분명해집니다.
이런 경우는 공급자가 '문제의 해결'을 위해 100% 병원 부담으로 재수술을 해줘야겠죠.
반면 만약 환자가 300cc짜리 보형물로 가슴수술을 요구해서 그렇게 하고 난 후, 병원에 다시 와서 "내가 잘못 생각한 것같다. 350cc로 바꿔달라" 라고 한다면 그렇게 해서 시행되는 재수술은 100% 환자의 부담입니다.
왜냐하면 재수술의 원인에 해당하는 귀책사유가 100% 환자의 단순변심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죠.
만약 수술한지 5년이 지난 환자가 구형구축이 발생해서 재수술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되면 어떨까요?
구축이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까지도 의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게 환자의 '체질' 문제인지, 의사의 특정한 시술 탓인지 아직 모릅니다.
그래서 구축에 의해 재수술을 해야 할 경우 그 수술 비용의 부담 문제는 결정하기 참 어렵습니다.
저는 구형구축이라는 상황만큼은 병원과 환자의 쌍방간에 문제가 모두 있다고 생각하고, 양쪽에서 서로 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축이 심하지 않고 간단히 피막만 넓히는 경우에는 마취비의 일부만 환자가 부담하고 재수술비는 무료로, 반면 구축이 극심하게 와서 오래 걸리는 수술을 할 경우는 마취비 일부 + 재수술비의 일부도 환자가 공동 분담 하도록 합니다.
헌데, 이러한 재수술 또는 수술 후 부작용의 해결에 소요되는 비용은 1차 수술 전에 사전 동의가 다 되어 있어야만 합니다. 따라서 병원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부작용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해주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3. 수술 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병원측이 일정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 연한은 언제까지일까?
위에 언급한 AS 연한과 비슷한 질문인데 참 많이들 물어보세요.
자동차를 뽑아서 타고 다닌다면 한 3년 타면 그동안 차가 부품도 낡고 소모가 되고 사고도 여기저기서 나고 하니까 3년까지는 책임져 준다. 그 이후부턴 자기 돈으로 해라. 이렇게 정해놀 수 있겠지만
사람 몸은 그렇게 딱 떨어지게 정해놓기 되게 어려워요.
"수술 후 몇 년 지나고 나면 수술의 효력이 떨어지고 수술 전 상태로 재발 또는 돌아간다". 이렇게 전제조건을 걸어놓긴 굉장히 어렵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병원에서 수술 후 책임 연한에 대해 언급은 하는 것같애요. (잘 지켜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같은 경우는 '우리 동네 의사' 라는 개념이 확고한 탓인지 한번 진료를 하면 그 환자를 20년이 넘게 추적관찰을 하기도 하는데, 한국은 그런 개념이 없이 병원 역시 철저히 자본주의적 시스템이라서
환자들은 전적으로 한 병원, 한 의사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거의 없으며 병원들엔 그 환자를 평생 책임진다는 의식 역시 약합니다.
일반적으로 강남쪽에는 수술받은 환자가 병원에 오시는 게 길어야 한 3년까지인 것같드라고요. 그 이상 되어 병원을 갈 일이 생기면 인터넷을 검색해서 '좀 더 뜨는 병원', '좀더 Hot한 병원'을 쇼핑하는 게 당연한 문화가 되어 있어요.
가슴수술의 경우 수술받은 환자는 평생 한 병원에서 follow up 하며 경과를 계속 관찰하면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실질적으로 그렇게 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사실은 일본이나 영국처럼 한국도 '우리 동네 주치의'라는 개념이 있으면 더 좋을텐데 말예요..... 이때문에 우리나라에는 수술 후 20년 경과 관찰을 기록한 논문같은 건 꿈에도 나올 수가 없어요.
20년은 커녕 5년 경과 관찰하기도 힘들죠... 모든 의료 시스템과 의료 문화가 철저히 자본주의적이기 때문이에요.
다른 것은 몰라도 의료 서비스에 관한 한은 환자와 수술한 의사는 사실상 평생동안 '주치의'와 '담당 환자'라는 개념으로 갔으면 좋겠고 그렇게 문화가 바뀌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4. 환자와 병원측이 주장하는 비용 분담률이 차이가 있을 경우,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예를 들어 수술 7년 후 코히시브겔 보형물에 작은 균열이 생기고 이로 인해 약간의 누수가 일어났다 치면, 재수술을 안 할 수가 없죠..
만약 수술한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이를 재수술한다면 1차 수술때보다 훨씬 큰 비용을 해당 병원으로부터 청구받아야 합니다. 허나 다행히 1차 수술을 진행한 병원에서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상황이라 하면 환자 입장에선 아주 적은 비용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게 되죠.
예를 들어 7년 전 1차 수술비가 500만원이었다면, 지금 2차 수술비는 못해도 770만원 이상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2차 수술은 대개 1차에 비해서 수술 난이도가 더 높고, 시간도 더 걸리며 병원은 그 환자를 수술함으로 인해 신환을 유치할 기회 비용을 잃기 때문이죠. 그리고 5년 전에는 없던 부가가치세가 신설돼서 모든 성형수술 비용에 대해 국가에서 10%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어요. (부가가치세는 간접세로서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국세입니다.)
반면 환자 입장에선 재수술을 함으로 인해 그만큼의 회복시간을 희생해야 하고 수술에 대한 두려움, 통증 등을 참고 감수해야 하므로 거기에 수술비까지 고액으로 부담하긴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위의 케이스에서, 7년전 삽입된 코히시브겔 파열/누수의 정확한 원인은 무엇일까?
하면 정답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보형물이 불량이었을 수도 있고, 의사가 삽입과정 중에 훼손시켰을 수도 있고, 환자가 너무 큰 사이즈를 고집하다가 일이 생겼을 수도 있으며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귀책사유를 어느 일방으로 100% 규정짓기 사실상 어렵다는 뜻입니다.
국내에 공급되는 유수의 보형물 회사들은 모두 다국적 기업들이며, 대체적으로 평생 AS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재수술시 보형물 값은 크게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재수술비와 마취비 등이 문제가 되는데 저라면 예컨대 7년 전이라면 그동안 follow up이 정확히 되어 있지 않은 환자의 경우 과실 판명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고요. 재수술비를 최대한 낮게 책정해서 이를 환자와 반반 부담하면 이상적이라고 합의하고 진행할 것같습니다.
오늘은 가슴수술 후 AS가 필요하면 누가 돈을 내나요?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적어봤습니다. 이런 문제를 합리적으로 처리하려면 의료적 지식뿐 아니라 법적 지식도 많이 필요합니다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수술 전의 자세한 설명과, 환자와 병원측간 합리적이고도 전향적인 마음가짐 및 대화라 할 수 있겠죠.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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