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K pop의 주류는 힙합인가
근 2~3년간, 음원 차트 순위 및 여러 음악 프로 등에서 모두 바야흐로 한국 가요는 힙합의 시대라고 할 수 있겠어요. 한 시즌 동안의 차트 상위권에 힙합곡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하고, 올해 상반기 역시 이런 힙합 강세는 어김없이 계속되고 있어요.
이렇게 힙합이 득세하는 대중음악의 현실을 놓고, 젊고 뛰어난 뮤지션들이 힙합 쟝르에 수없이 뛰어들면서 그 중심축이 옮겨갔다. 라고도 분석할 수 있겠지만
저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지금 시대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긍정적인 미래를 너무나 못 보여주고 있고, 그런 어두운 전망에 짓눌린 젊은이들이 주류 사회에 대해 -힙합을 통해 - 공격과 반항의 목소리를 토해내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거죠.
청년들은 사회 현실에 대해 정신적으로 환멸에 차있고, 전통적인 가요 분위기에 반발하여, 보다 신랄하고 반항적인 랩에 대해 환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독성 있고 따라부르기 쉽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가진 노래가 가요의 주류였고 힙합은 말 그대로 반발적인 일부 문화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지금은 그게 아닌 것같애요. ...
이제 대한민국은 힙합이 주류 음악이 되어버린 듯해요.
주류 문화에 반발하여 형성된 음악이 스스로 주류가 되어 버렸다..... ?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힙합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힙합은 미국 브롱스 지역. 뉴욕 외곽의 슬럼에서 시작된 문화이며 음악입니다.
흑인이나 라틴계 이주자들에 의해 시작된 이른바 하위 문화였고, 지배문화에 저항하는 아이콘으로 시작되었어요.
여기에는 폭력성, 감옥, 은어 등 거리 문화가 배어 있었고 음악뿐만이 아니라 복장, 헤어, 몸짓, 자세가 합쳐져서 하위 계층만의 연대의식과 결속감을 강화시키는 특성을 갖게 됐어요.
1990년대 한국에 상륙한 힙합은 정통 힙합이라기보단 과도기적인 랩 댄스로서 댄스 음악에 랩을 혼합한 것이었고 (현진영, 서태지와 아이들 등)
이후 지속적으로 힙합이 '토착화' 되고 한국어 랩도 널리 퍼지면서 지금은 거의 힙합 세상이 되다시피 했어요.
당시 현진영 등의 랩을 들어보면 이것은 '원조' 와는 거리가 멀어서, 하위 계층의 저항 문화를 상징하는 힙합 음악이라기보다는 단지 새롭고 감각적인 스타일의 음악으로 만들었던 것같은데요.
지금도 그런 면이 있긴 있어요.
그러나 지금은 다시 돌아보건대 대한민국의 힙합은 아주 뚜렷한 반항 문화가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것이 사회 참여적인 저항은 아닙니다.
방송 심의나 규제때문에 많이 완화되고 절제가 되고 있긴 하지만 많은 힙합 음악들의 가사는 기존 가요에 비해 정말 공격적이에요. 그리고 많은 대중들이 그것을 많이 스트리밍하고 '소비'하고 있다는 건, 달리 말하면 대중들이 그런 욕설이나 디스가 섞인 가사를 즐기고 있다는 뜻으로밖에 볼 수 없어요.
힙합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았나
쇼미더 머니 Bobby의 '가드 올리고 bounce'의 랩 일부인데요.
랩 한답시고 깝치는 너네 그림
내 미간엔 주름 잡히고
내 꿈에 퀄리티를 낮춰놔 agree? !
너네가 똥칠한 아이돌이란 타이틀
왜 내가 지우고 내가 닦어
똥 싸지 말고 너네가 치워
실력 없다면 엠카말고
연습실에서나 썩고 있어
다 족치기 전에 내 말 듣고
기분 더럽다면 BOBBY를 씹어 !
감미롭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노래를 부른다면 도저히 저런 가사를 표현할 수는 없겠죠. 오로지 랩이기 때문에 힙합이기 때문에 그렇게 강하게 쓰고 표현할 수 있던 거에요. 욕도 할 수 있는 거고요.
결국 힙합이야 말로 가장 신랄하게 자기의 이야기를 세상을 향해 토해내고 끄집어 낼 수 있는 분출의 통로라고도 할 수 있어요.
기존의 권위에 대항하는 도전
기존의 상식에 대한 반항
기존의 표현 방식으로부터의 일탈
그것이 힙합이라고 생각합니다.
Korean Hip hop 엔 과연 좋은 점만 있는가?
지금 우리 사회의 힙합 열기에는 한계점, 문제점도 있어요.
문화는 어떤 방식으로든 소통이 중요하고,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생산자가 되기도 하고 그럴 수록 더 풍요해지고 더 창조적인 것이 양산되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힙합은 소위 힙합 crew를 형성하는 '힙합 엘리트 집단'들이 그 공급을 사실상 일방 통행으로 하고 있어요. 즉 생산과 바탕, 뿌리서부터 - featuring하고 공동작업하고 편곡해주고 하는 - 그 '힙합 엘리트 네트워크'들의 전유물로 존재하는 느낌이 큰 거죠.
그 문화를 소비를 하고 있는 대중들은 예를 들어 직장 회식을 하는데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고 일상의 괴로움과 회포를 푸는 데 사용되는 음악은 결국 기존의 댄스음악이나 발라드 러브송들이지,
개코나 프라이머리의 랩 또는 자신만의 랩을 부르지는 않고 있거든요.
힙합이 처음 생겨난 할렘에서는 흑인이나 스페인계 소년들이 자기들의 은어, 속어, 디스 등 그 반항적인 심정을 노랫말처럼 빠르게 표현하면서 랩이 자연스럽게 나왔을 것입니다. 브레이크 댄스도 마음 가는 대로 형식도 없이 그냥 추었을 뿐일 것이고요.
반면 홍대, 강남, 신촌 그 어느 거리에서도 이런 힙합적인 문화가 대중들 속에 녹아 있는 풍경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그런 문화적 저변이 없는 상태에서 소수의 엘리트들끼리만 계속 더 세련화시키는 방향으로만 만들어 가고 있는 한국의 힙합 문화는
과연 대중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과연 사회에 깊은 뿌리를 탄탄히 내리고 있다 할 수 있을까요?
음원차트를 줄세우기하면서 힙합 음악이 다 쓸고 있다 하더라도, "한국 사회 젊은이들의 문화는 단연 힙합입니다". 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같아요.
힙합의 시대는 과연 언제까지 갈 것인가
그래서 저는 힙합의 '득세'를 보면서 좀 어딘가 불안정하다 라는 느낌이 들곤 해요.
힙합에서 사용되는 패션, 몸짓, 은어 등등이 .. 말하자면 우리 나라는, 그게 대세가 되어 있는 사회가 아니거든요.
그리고 힙합은 주류 문화일 수 없습니다.
주류에 대한 반발 문화, 반항의 문화가 맞지요. 주류 문화로 올라서는 순간 힙합의 생명력은 끝나고 마는 겁니다.
아마 앞으로도 한동안 힙합 음악은 인기일 것이라고 생각되어요. 왜냐하면 대한민국 사회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가고 있으니까 말이죠.
그러나, 그 어떤 음악을 막론하고 피해갈 수 없는 상황, 즉, 어느 시점에서 대중들이, 랩과 힙합적 리듬에 대해 '식상하다' '이젠 재미가 없다'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에요.
만약 그때까지도 지금처럼 소수 엘리트 네트워크 중심의 일방적인 힙합 공급 문화가 계속된다면 힙합은 완전히 마이너 코드로 전락하지 않을까요.
좀 더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힙합을 '자기 것'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나의 심정을 표현할 수 있는 유용하고 친근한 표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되어야
진정한 힙합의 봄날이 도래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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