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올해도 K팝스타가 다시 전파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일요일까지 3회가 진행되었는데 케이팝스타는 몇년 동안 제가 빠지지 않고 챙겨보다보니 느끼는 점도 많네요.
이 중 몇 가지를 일단 추려서 포스팅 해볼까 합니다.
1. 슈퍼스타K와의 차별성
슈퍼스타k7이 1%가 안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침몰'한 것을 보면서, 비슷한 오디션 틀을 가진 프로그램으로서 K팝스타 제작진은 진짜로 고민했을 것같애요.
우리도 저꼴 나는 거 아닐까? 이런 위기감도 들었을 꺼라고 생각해요.
1회가 시작하기 전에 파일럿 프로그램 비슷하게, 뜬금없이 K팝스타 d day 라는 회차를 1시간을 짜서 앞에 넣었었는데요.
지난 시즌의 탑3 (케이티김, 정승환 이진아)를 출연시키고, 매우 성공적이었던 k팝 시즌4와의 연결고리를 어떻게든 만들고 싶었던 것같애요.
그러면서 '망한' 프로가 된 슈스케7과 완전히 선을 긋고 차별화를 시키고 싶었던 거고요. "우리껀 저거랑 달라서 재미있습니다. 봐주세요" 라고 1시간동안 말하는 것같았습니다. 그걸 보면서 느낀 점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이거겠죠. "우리, 지금 슈스케7처럼 될까봐 떨고 있냐?"
2. 괄목할 만한 시청률
그러나 현재까지 k팝스타가 받아든 3회까지의 진행상황에서 성적표는 굉장히 좋습니다. 오늘 (12월 6일)같은 경우 순간 시청률이 15.3%까지 올랐다고 보도가 나왔네요. 이건 케이팝스타가 공중파를 점유하고 있다는 면에서 케이블 프로인 슈스케에 비해 유리한 고지에서 경쟁한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사실 1회부터 그정도 시청률이 나왔다는 건 어느새 케이팝스타에는 고정 시청자층이 두텁게 생겨있다는 뜻으로 봐야 할 것같습니다.
3. 동일한 심사위원진
이승철이 빠지고 성시경이 들어간 슈스케7과 달리 케이팝은 기존 심사위원 3명이 그대로 유지되어서 갔습니다.
20회에 가까운 분량동안 결국 시청자들은 이 3명의 말과 얼굴을 제일 오랫동안 보고 듣게 돼 있어요. 그러니 심사위원들이 어떻게 보면 시청률을 쥐락펴락한다 싶을 정도로 중요하죠.
슈스케7이 부진했던 데는 이승철의 부재가 결정적이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박진영, 양현석, 유희열 이 3명이 토크쇼를 한다고 해도 인기 있을 정도로 3명이 견제와 상호 디스, 비판, 맞장구, 리액션 등을 그때마다 다 다르게 하면서 상당히 다채로운 장면들을 계속 만들고 있고 어찌보면 k팝스타의 성공적인 시청률은 거기에 뿌리를 두고 점점 깊이 박혀간다 할 수도 있겠습니다.
4. 그 나물에 그 밥
그럼에도 k팝스타에서 진부하게 반복되는 요소는 계속 눈에 띄고 있습니다. 박진영은 '진심 (마음)에서 나와야 감동시킨다.' 라는 말 말고는 이젠 할 게 없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똑같은 말만 계속 반복하고 있고요.
양현석은 여전히 다른 심사위원들 눈치를 너무 많이 봐요. 박진영이 하는 말을 듣고 자기가 거기에 맞장구를 칠지 반대를 할지 늘 고민하는 경향이 이번 시즌에도 계속되네요.
아마도 제작진은 매회 양현석을 출연시키는 이유가 말을 잘해서도 아니고 수준 있는 음악적 조언, 지적을 잘해서.. 그런건 아닐 꺼고요. 사실 제일 큰 데 사장이 나와서 직접 봐준다. 그래서 케이팝이 위상과 신뢰가 높다. 라는 이미지 메이커 성격으로 앉혀 놓는 것일 겁니다.
양현석이 이번 시즌엔 좀 공부를 해 와서 음악적으로 심도 있는 코멘트들을 할까? 하고 관심있게 봤는데 뭐 여전하네요.
유희열은 이번 시즌에선 너무 토크쇼 느낌으로 간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물론 아직 회차가 많이 나가진 않았고, 제작진이 수없이 많은 장면을 가위질을 하고 짜맞추고 했겠지만,
지금까지의 유희열이 '따뜻하고 인간적인' 컨셉으로 해서 '큰 엔터 회사에 맞선 인간적인 선배 뮤지션' 이라는 이미지 일변도였던 데 반해 이번 시즌은 그저 재미있는 토크쇼 출연자로 나가는 경향이 두드러져요. 제작진이 주문한 걸까요? 아니면 자기가 그렇게 전략을 짠 걸까요?
5. 여초 현상과 가창력 부족
매회 항상 반복되는 여초 현상은 여전합니다. 그리고 밴드가 하나도 없는 것 역시 똑같고요.
3회 분량에서 나간 1라운드 본선 오디션에 200명의 참가자를 올렸다고 하는데 그 중 70명정도가 라운드를 통과했다 하고,
TV에 송출된 분량에서 나온 참가자는 총 15명뿐이었어요.
그 중 남자는 딱 2명입니다.
나머지 13명이 여자였죠. 케이팝 시즌4 탑10 중 남자는 딱 2명이었는데 슈스케7 탑10은 남녀비가 6대4였어요.
이 현상이 왜 생기는지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러가지가 있는 것같애요.
첫째 케이팝은 가창력 위주가 아니라 가능성 위주로 간다는 면에서 차별점을 두는데 이러다 보니 합격자의 평균 나이가 10대 중반부터 20대 초반까지로 아주 좁거든요.
남학생들은 중고등학생때 변성기를 겪으면서 노래에 대한 흥미를 많이 잃어요. 그 나이 또래때 마이크 잡고 제대로 노래할 남자애들은 여자들에 비해 턱없이 적거든요.
그러다 보니 케이팝은 심사위원들이 남자를 싫어한다 다 떨어뜨린다. 라는 말이 돌면서 실력 있는 남자 출연자들의 지원이 적어진 것같애요.
슈스케는 가창력 위주로 가는 프로니까 거의 10대는 어렵고 20대가 주류에요. 음악을 하다 온 뮤지션들이 꽤 있고, 합격자는 압도적으로 남자가 많고, 밴드도 많이 들어가고요. 그러니 슈스케는 남자를 많이 뽑아준다 싶어서 여자들은 지원을 잘 안 하는 것같기도 해요.
6. 고정 시청자층에 눈높이를 맞추는 제작진의 배려(?)
이와 같이 가능성을 강조하는 게 케이팝스타이다 보니까 당연히 참가자들의 가창력이나 뮤지션으로서의 재능은 슈스케보다 늘 뒤져왔어요.
예컨대 3년 전의 케이팝스타 시즌2는 정말, 악동 뮤지션이 안 나왔으면 대체 저걸 어떻게 끌고 갔을까 싶을 정도로 학예회라는 모욕적인 소리까지 들어가며 방송을 했죠.
같은 해 슈스케4는 절정의 인기를 날리고 있었는데 말이죠. 뭐 기존 가수들이 자웅을 겨루며 나오는 나가수 등의 프로그램에는 아예 비교 자체가 안 되는 거고요.
근데 처음에 고전했던 케이팝은 뒤로 가면 갈수록 고정층이 결집되면서 살아납니다. 아무도 예상 못했을 꺼에요.
가능성 있는 재목 발굴, 유력 기획사들의 인재 유치 경쟁, 어린 가수 지망생들의 성장 및 발달 과정. 이런 부분에 애초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다 보니까 TV 쇼로서의 예능적인 가치가 모르는 새 계속해서 커나간 것같아요.
나이 어린 여자 참가자들이 많다는 점은 취향을 잘 안 바꾸는 중장년 남성들을 해가 갈수록 강력한 고정 시청자로 흡수하는 효과를 내면서 안정화 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제작진은 k팝스타 시리즈의 고정 시청층이 중년 남성이 많다는 점에 천착하여 인디 뮤지션 조차도 여성에서만 뽑는 게 아닐까요. (슈스케는 남성 인디 뮤지션이 없으면 아예 구성이 안되는데 반해 케이팝에선 5년을 하면서 단 한 명이 안 나왔어요... ) 말하자면 표밭 다지기같아 보여요.
7. 어린 청소년들에게 과연 좋은 일일까?
이렇게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순항하는 것으로 보이는 k팝스타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점은 해마다 반복되는 거지만 뒤로 갈수록 흥미가 떨어진다는 거에요.
시즌4도 탑10이 뽑히고 나서 생방송이 시작되자 급격히 재미를 잃고 특히 젊은 층은 때맞춰 런칭한 언프리티 랩스타로 화제를 옮기기 시작했었어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이 길고 스트레스풀한 서바이벌의 여정을 책임지는 건 14세부터 많아야 20대 초반 나이의 사춘기를 맞았거나 갓 지난 앳된 학생들이에요. (그것도 대부분이 여학생)
그리고 심사위원들은 맨날 새로운 걸 해라 그건 이미 봤다면서 좀 다른 거 없냐고 맨날 비판하고 앉았어요. 이제 노래 막 시작한 애들한테. 시청자들은 더하고요.
케이팝의 심사위원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진심이 있어야 되고 자기가 즐거워야 좋은 노래가 나온다' '무대에서 즐겨야 한다' 라고 하는데
심사위원들보고 6개월동안 맨날 방송사랑 연습실이랑 오가면서 합숙까지 하고 외부랑 핸드폰 통화도 SNS도 다 차단하고 서바이벌 하라고 해 보고 얘기좀 들어볼까요?. 그게 과연 즐거울 수가 있는 걸지.
예민한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들한테 프로그램 자체를 위해 이런 강행군을 감수하도록 시키는 게 솔직히 완전히 지쳐 버린 아이들한테도 못할 짓이지만, 첫째 뒤로 갈수록 보는 사람들도 재미가 없어집니다.
그럼에도 K팝스타 시즌5는 회차를 줄일 생각은 없어 보여요. (슈퍼스타K는 14부로 끝내는데....그것도 공중파의 차별성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
슈스케 이번 시즌에서 신예영 참가자를 둘러싸고 생긴 악마의 편집 등의 문제들은 한 번은 반드시 터질 문제였다고 생각하는데요.
K팝스타도 똑같애요. 위험하죠.
부디, 이렇게 어린 친구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한발씩 나아간다' 라는 거창한 모토를 내거는 방송사의 TV 쇼에 의해 오히려 꿈을 짓밟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8. 스토리 텔링과 악마의 편집
오디션 프로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반전 스토리에요.
'올해의 폴 포츠는 누굴까?' 그게 오디션 프로가 주는 재미의 근원이라 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오디션 프로에선 예쁘게 생긴 친구들이 합격하고 올라가면 보통 욕을 먹는 게 아니에요. 몸매도 좋고 스타일도 좋으면 더 심하게 안티가 양산되고요.
곧바로 누리꾼들의 악글의 표적이 되고 "실력은 없는데 얼굴 반반한 것 같고 저기까지 갔다" 라는 식으로 십자 포화를 맞다 결국 눈물과 함께 탈락하기 마련입니다. 매회 반복되는 일인데요. 근데 그 이유가 뭘까요?
오디션 프로를 보는 시청자들의 심리에는, 반전을 보고 싶은 소망? 같은 게 있기 때문인 것같애요. 스타를 구경하고 싶은 게 아니죠.
평범해 보이는 친구가 대단한 노래 솜씨를 갖고 있었다. 외모도 평범, 학벌도 별로, 집안은 어렵고 ......
그러니 슈스케도 그렇고 케이팝도 그렇고 어떻게든 반전 소재를 만들려고 스토리 텔링에 심혈을 기울이는데요.
케이팝은 특히 스토리 텔링이 훨씬 많아요.
슈스케의 경우 똑같이 80분짜리 한 회당 15명의 꼭지를 보여주는데 반해 케이팝은 회당 5~6명만 출연할 뿐이에요.
이건 뭘까요. 케이팝스타는 역설적이지만, 노래보다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시청자들이, 몇몇의 참가자들 자체에 집중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
나는 어떻게 커왔고 한국 오니까 어떻고 집안에 몇 명 중의 몇 째고 부모님이 뭘 하시고 엄마한테 뭐라고 얘기하는지 보여주고..........
이런 사연과 백그라운드 설명에 노래보다 훨씬 긴 시간을 할애해요.
노래 끝난 후 심사위원들의 (심사라기보단 토크쇼라고 봐야 하지만) 토크쇼에도 긴 러닝타임을 주고요.
그래서 어떻게든 오디션 다운 반전 스토리를 만들어 거기에 몰입시키려 애를 쓰는 모습. 사실 그런 부분이 케이팝의 강점이기도 하죠. 이번 회는 더더욱 노련해졌다는 느낌이 들고 말이죠...
9. K팝스타 시즌5에 바라는 점
올해 3월 케이팝이 끝나고 나서 4월달 책임 PD 가 인터뷰를 했던 기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8개월동안 쉬질 못했다. 하지만 이제 바로 시즌 5 준비에 들어갈 것이다. '
진짜 대단한 거에요. 어떻게 저렇게 열정적으로 할까. 남들 다 한물 갔다고 하는 오디션 프로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 밀어붙이고 있는 거죠. 진짜 승리자, 우승자가 있다면 올 초 급기야 시청률 20%를 달성시킨 바 있는 저 사람들이죠.
그러나 시청률에서 이 프로그램이 승리하는 것도 참 좋은 일이지만 참가자 한 명 한 명을 생각한다면 케이팝스타에 제가 바라는 거는
1. 참가자 대부분이 너무 어리다는 점을 감안해서 회차를 좀 줄였으면.... (장장 6개월 이상을 프로그램에 목 매달아 매진한다는 건 성인 뮤지션들도 힘들 겁니다.) 특히 청소년 참가자들한테는 무리에요.
2. 스토리 텔링과 컨셉의 합리화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일 (신예영이나 브아걸 가인 케이스같은 사고)이 없었으면.....
3. 아무리 토크쇼가 인기가 좋다지만 그래도 음악 프로그램이니, 심사위원들이 (슈스케만큼은 못하더라도) 좀 더 음악적으로 전문가다운 멘트를 해줬으면...
이런 것들이네요.
대충 써본다는 게 엄청 긴 글이 되고 말았네요? 다음번엔 참가자들에 대한 글을 올려볼까 싶어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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